[공연리뷰] 수원시립공연단 창작뮤지컬 ‘정조’

완벽한 초연은 없다. 때문에 이를 감안한 완성도와 가능성 등이 초연작 평가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 같은 측면에서 수원시립공연단(예술감독 장용휘)이 지난 13~17일 수원SK아트리움에서 첫 선을 보인 창작뮤지컬 정조는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했다.창작뮤지컬로서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예산(2억4천만원)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세계문화유산 화성과 국내 최초 계획도시인 수원시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알렸다. 더욱이 무예 24기 시연단 등 기존 자원을 절묘하게 결합해 예산 절감 효과와 대중성까지 확보했다. 극은 노인 정약용이 승하(昇遐)한 정조대왕을 그리워하는 회상 장면으로 시작, 140여 분 동안 정조의 일대기를 그린다. 뒤주에 갇힌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을 목격하는 어린 정조부터 궁중에서 이뤄진 암살 시도, 소통과 개혁의 시험 무대였던 도시 수원 조성, 세계문화유산 화성 축성, 혜경궁 홍씨 진찬연 등에 이르기까지 수 십 년의 역사가 펼쳐진다.지루할 수 있는 장구한 역사를 등장인물의 짧고 명확한 대사와 뮤지컬 넘버로 전달, ‘서얼허통’(서얼차별금지제도)과 무예도보통지 편찬 등 조선 후기 문예부흥을 이끈 정조의 정치적 철학과 치적을 부각시켰다. 역사 소재 공연물에 대해 고루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벗겨낸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전통적인 콘텐츠다. 지난해 시립공연단 창단에 앞서 수 년 전부터 야외에서 무예 시연을 벌여왔던 무예단원들은 주요 배역인 백동수 등 연기와 무예 시범을 동시에 소화하며 역동성을 더했다. 실내공연장에 맞춰 연출한 무예 시연 장면은 무대조명과 음악 등이 어우러지면서 전통을 보존하면서도 현대적인 마샬아츠이자 시립공연단만의 차별화 지점이 됐다. 여기에 “민중은 개·돼지” 등 풍자와 해학이 살아있는 광대극과 사물놀이, 버나돌리기 등 전통적 공연 콘텐츠들이 쉴 새 없이 관객을 들썩이게 했다. 물론 정조가 ‘미완의 개혁군주’였던 만큼 마무리되지 않은 갈등 속에 희망을 그리는 부자연스러운 결말, 광대들의 노래 ‘머리 어깨 무릎 발’, ‘물의 근원’을 주제로 한 반복적인 대사와 뮤지컬 넘버 등 일부 장면은 수정 보완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그럼에도 수원의 대표적 문화예술관광 상품 제작 욕심을 밝혔던 장용휘 예술감독이 당초 목적을 이뤘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화성과 수원시에 얽힌 역사와 그 의미를 함축한 대사들은 외국인 관광객이 번역대사로 봐도 무리없을 정도로 쉽고 명확했으며, 동시에 시민의 자긍심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또 무예 시연과 창작무용 등 비언어적 요소를 버무려 외국인은 물론 누구나 즐길만한 볼거리로 무장했기 때문이다. 초연 아닌가. 이제 남은 것은 ‘덜어내기’다. 모처럼 지역공연단이 지역의 자원을 적극 활용해 완성한 ‘예쁘게 영악한 작품’에 박수를 보내며, 체류형 관광을 이끄는 대표 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이 현실화되기를 응원한다. 류설아기자

[리뷰] 제20회 수원연극축제

2013년 5월27일 ‘비온 뒤 기온 뚝’, 2014년 8월13일 ‘산발적 비’, 2015년5월3일 ‘흐리고 비’. 최근 3년간 수원연극축제 기간의 일기예보다. 수원연극축제와 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 때문에 매년 어렵게 준비한 공연이 궂은 날씨로 인해 취소되거나, 행궁에 모여들었던 사람들이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매년 8월 열리던 연극제를 2013년부터는 5월에 진행했지만, 비는 어김없이 내렸다. 그리고 올해 연극제 개막식 당일의 일기예보는 ‘밤부터 돌풍 동반 비’.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어디서 비를 그치게 하는 ‘기청제’라도 지냈는지, 아니면 연극제를 준비한 재단 직원들의 정성이 갸륵했는지 공연 시간을 기똥차게 피해갔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연극제도 여느 해와 달랐다.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수원화성 행궁광장 등에서 열린 제20회 수원연극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주무대의 변화였다. 처음으로 주무대를 행궁광장의 모퉁이가 아닌 중앙으로 배치해 사방에서 볼 수 있게 했고, 광장 한편에 312석 규모의 야외공연장을 설치해 극의 집중도를 높였다. 또 그동안 야외공연 중심으로 진행됐다면, 올해는 450석과 150석 규모의 실내공연장을 설치해 다양한 무대장치를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공연의 질을 높였다. 광장 곳곳에는 대형 현수막을 설치해 공연 일정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배려했고, 재단의 상설공연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면서 언제 어디서나 공연을 즐길 수 있게 했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참여하는 ‘시민희곡낭독’과 ‘수원생활연극축제’에 대한 지원이 대폭 증가했다. ‘시민희곡낭독’은 사전 공모를 통해 30여명의 시민을 모았고, 이들은 전문 연출가와 약 두달간 워크숍을 진행하며 연기의 기초부터 공연까지 전 과정을 심도있게 배웠다. 또 ‘수원생활연극축제’에는 수원의 주부, 실버, 다문화, 청소년들로 구성된 생활연극인들의 작품을 선보다 누구나 쉽게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게 했다. 총 7만5천여명이 방문한 연극제, 많은 변화를 꾀했던 만큼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었다. 연극제가 올해처럼 언제나 맑음이 될 수 있길 바란다. 송시연기자

[리뷰] 뮤지컬 ‘아마데우스’

지역의 유명한 맛집들은 모두 100년 전통, 500년 전통을 운운하며 ‘원조’를 갖다 붙인다. 아무리 원조가 남발한다해도 웬만한 원조집을 가면 실패할 확률은 드물다. 모든 원조, 즉 오리지널(original)에는 확실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도 마찬가지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에서 오리지널 팀이 한국을 찾는다는 소식이 들릴 때면 많은 뮤지컬 애호가들이 뜨겁게 반응하는 이유다.뮤지컬 아마데우스 오리지널 팀이 한국을 찾았다. 그 첫 공연으로 지난 24일 용인 포은아트홀 무대에 올랐다.아마데우스는 천재 음악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사랑, 절망, 성공과 죽음을 이야기하고, 그 안에서 겪는 인간적인 고뇌를 세밀하게 보여준다.한국에서는 2012년 모차르트 오페라 락이란 이름으로 라이센스 공연을 선보이며, 큰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때문에 이번 오리지널 팀의 내한은 시작 전부터 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특히 아시아 첫 공연으로 한국을, 그 중에서도 첫 무대를 용인에 올린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었다.이날 공연은 말 그대로 ‘환상적’이었다. 웅장한 세트, 화려한 조명과 의상, 역동적인 퍼포먼스, 강렬한 록 사운드와 만난 모차르트의 음악은 무대를 꽉 채웠다. 배우들이 객석 사이를 누빌 때마다 극은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왔고, 함께 호흡할 수 있었다.무엇보다 모차르트에 대한 질투심에 휩싸인 궁정악장 안토니오 살리에리로 분한 ‘로랑방’의 힘은 남달랐다. 모차르트를 질투하면서도 그의 음악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좌절감과 그를 향한 연민, 모차르트가 죽음에 이르렀을 때의 절규는 살리에리의 존재를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하지만 1부 내내 발생한 음향사고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공연 내내 들렸던 톡톡 튀는 소리와 마이크 끊김 현상은 극의 몰입을 방해했다. 관객들은 1부가 끝난 뒤 매표소로 달려가 항의 했고, 일부 관객들은 공연장을 나가기도 했다.물론 2부 공연이 시작하기 직전 “기술적 결함에 의한 사고였고, 관람료 전액을 환불해 준다”는 기획사 측의 발 빠른 대처가 있었으나, 관객들을 대하는 안내원들의 행동은 미숙했다. “질 떨어지는 공연을 보게 됐다”며 흥분한 관객에게 “저희도 아직 상황 파악이 안됩니다”라는 대답에는 최소한의 성의 조차 없었다.이 모든 촌극을 뒤로하고도 관객들은 공연이 끝난 뒤 일제히 기립해 환호했다. 그리고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로 화답하는 배우들에게 더 큰 함성과 박수를 돌려주었다.예기치 못한 사고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 무대였지만, 그만큼 오리지널의 힘을 보여준 공연이었다. 송시연기자

[리뷰] 도립극단 ‘내마음 고향 언덕에’

경기도립극단이 지난 20~21일 경기도문화의전당 소공연장에서 무료 공연을 펼쳤다. 윌리암 사로얀의 고전 내 마음 고원에를 원작으로 한 내 마음 고향 언덕에다. 원작은 제1차 세계대전 중 가난한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굶주린 한 가족과 메말라가는 마을 사람들이 늙은 배우의 예술혼을 통해 꿈을 잃어버린 시대의 아픔을 서로 위로하고 삶의 가치를 깨닫는 내용이다. 지난해 취임한 김철리 도립극단 예술감독이 ‘고전의 힘에 대중성을 결합시킨 웰메이드 연극’으로 선택, 직접 각색했다. 하지만 작품에서는 원작의 묵직한 주제도, 빠져들어 즐길 만한 대중적 요소도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굶주림 속에서도 희망을 놓치지 않는 원작 속 인물들은 사라진 채, ‘사회 부적응자’들만 남아 관객과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 무명시인 아버지 ‘벤’이 대표적이다. 시 창작에만 몰두한 채 아홉 살 아들 ‘쟈니’에게 외상으로 빵과 치즈를 구해오라고 시키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인물로 그려졌다. 시 창작에 번뇌하고 작품을 읊는 장면에서의 몸짓과 대사는 ‘돈키호테’처럼 꿈을 쫓는 순수한 광인 혹은 순수하지만 치열한 예술가의 모습 없이 무미건조했다. 출판사에서 작품을 거절당하고 월세가 밀린 집에서 쫓겨나는 위기 상황에서도 목소리의 톤이 높아지고 속도가 빨라졌을 뿐, 도통 감정이입이 되질 않았다.작품의 주제를 전하는 중요한 캐릭터인 맥그리거는 꿈보다 물질을 따지는 인물로 다가왔다. 등장과 동시에 ‘배가 고프니 물한잔만 줄래’만을 반복하고, 어린 소년이 가져온 빵을 순식간에 혼자 먹어 치우고, 쟈니가 키우는 애완용 도마뱀을 잡아먹자고 말하는 장면 등 불필요한 캐릭터 설명 장면이 너무 긴 탓이다. 게다가 마을 사람들의 내면을 일깨우는 맥그리거의 나팔 연주는 ‘음이 틀리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불안정해서 몰입할 수 없었다. 당연히 주민들이 그의 연주에 감읍하는 장면은 억지스러웠다. 마을 주민으로 등장한 조연마저도 제각각의 성량과 톤으로 대사를 내뱉고 사라져 마치 다른 작품속 장면 같았다. 도립극단은 관객 개발과 공연장 문턱 낮추기 등을 목표로 이번 공연을 전석 무료로 상연했지만, 형식적인 커튼콜 박수만 봐도 이날 관객이 다시 공연장을 찾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분명한 악수(惡手)였다. 공연 후 진행한 관객 만족도 결과를 유의미하게 분석해야 한다. 도립극단의 자성이 절박하다. 류설아기자

[공연 리뷰] 장용휘 감독 ‘그 여자의 소설’

“넌 우리처럼 살지 말고,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그렇게 예쁘게 살아!”연극 그 여자의 소설의 마지막 장면, 마지막 대사다. 작품 속 주인공 ‘작은댁’이 할머니가 돼 결혼을 앞둔 손녀에게 자신이 걸어온 세월을 모두 풀어놓은 후 건넨 말이다.작은댁은 일제강점기 남편을 독립운동으로 떠나보낸 뒤 가난을 견디다 못해, 쌀 한가마니를 받고 10년 동안 대를 잇지 못하는 김 씨 집안에서 ‘씨받이’로 살아가는 기구한 운명을 가진 여자다.지금은 이해할 수도 이해가 되지도 않는 상황이지만, 불과 70여 년 전의 이야기다.수원시립공연단(장용휘 예술감독)이 뮤지컬 ‘바리’에 이어 준비한 두 번째 작품 그 여자의 소설은 시대에, 제도에 짓밟힌 한 여성의 인생을 담고 있는 정극이다.장용휘 감독의 연출로,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준비한 이번 작품은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그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네 할머니들의 비극적인 인생사를 그려냈다.연극은 할머니가 결혼을 앞둔 손녀에게 자신이 왜 작은할머니가 됐는지 지난 이야기를 하나씩 들려주며 시작된다.할머니가 작은댁으로 큰댁에 들어가는 장면, 첫째 아들을 낳는 장면, 독립이 되고 본 남편이 살아돌아오지만 큰택의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 있어 그와 가슴 아픈 이별을 하는 장면,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피난길에 큰택이 끔찍한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 성인이 된 아들이 작은댁이 친모라는 사실을 알고 호적에 입적하는 장면, 평생을 폭언과 폭력으로 괴롭힌 남편이 치매에 걸려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 등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어진다.극의 흐름을 깔끔하다. 장 감독의 만의 군더더기 없는 연출에 관객들은 극에 쉽게 몰입하고, 따라간다. 한 장면 한 장면에 울다가 웃으며, 연극 속 그 여자의 인생을 오롯이 이해하고, 공감한다.특히 거침없고 직설적인 대사는 비극적 시대상을 여실히 보여준다.여기에 이미 연기력으로 정평이 나 있는 이남희ㆍ이 경ㆍ임선애의 연기는 극의 몰입을 더하고, 애절하게 울리는 대금 소리는 극의 감성을 더한다.장 감독의 그 여자의 소설은 13일 오후 5시 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어 내년 2월26~28일 음악극 ‘춘향전’으로 또한번 변신을 거듭해 관객을 찾는다. 기대 이상의 선전을 보인 뮤지컬 바리, 여기에 정극 도전까지 성공적이다. 그의 세 번째 무대가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이유다. 송시연기자

[공연리뷰] 의정부예술의전당 기획공연 ‘별의 전설’

쇼(SHOW). ‘보이거나 보도록 늘어놓는 일 또는 그런 구경거리’ ‘춤과 노래 따위를 엮어 무대에 올리는 오락’을 뜻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 K-CULTURE SHOW!’ 의정부예술의전당이 제작한 기획공연 별의 전설 팸플릿에 쓰인 문구다.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전당이 선보인 별의 전설은 말 그대로 쇼였다. 공연을 보기 전에는 ‘K-CULTURE SHOW’라는 것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좀 의아했다. 하지만 공연을 보고 난 뒤, 이처럼 공연의 특성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문구도 드물겠다고 생각했다. 공연은 고전설화 견우와 직녀의 사랑이야기를 현란한 비보이 군무와 전통무용의 콜라보로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화려한 조명과 3D 입체영상을 도입한 무대, 인물의 디테일을 살린 의상은 무대의 사실감을 더했다. 여기에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카운트테너 루이스 초이의 독창은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70여분의 공연은 아주 쉼 없이 흘러갔다. 견우와 직녀의 만남부터, 직녀를 차지하기 위한 견우와 풍백의 대결, 그리고 견우 대신 화살에 맞아 죽은 직녀가 별이 돼 다시 견우와 만나기까지. ‘킹오브커넥션’ ‘애니메이션크루’ ‘프로텍트’ 등 비보이댄스 팀과 의정부 대표 예술단체인 ‘이미숙무용단’ ‘K-DANCE ART MOVEMENT 무용단’의 파포먼스는 틈을 주지 않았다. 전당이 자신있어하던 견우군대와 풍백군대의 전투장면도 흥미진진했다. 물론, 공연이 100%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당혹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스토리가 빠졌기 때문이다. 지나친 무대 장치와 퍼포먼스는 관객들의 혼을 빼놓기엔 충분했지만, 이야기의 흐름을 전달하는데는 방해가 됐다. 70여분의 무대는 너무 화려한 나머지 지루하게 느껴졌다. 쉽사리 공감하고 몰입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이유는, 함께 공연을 관람했던 지인의 말 때문이다. 공연이 끝나고 어땠는지 묻는 질문에 그는 대답했다. “에너지 넘치는 무대였어, 가끔 이런 공연 보면 나조차도 저들의 에너지를 받고 간다니까.” 스토리 전개와 극의 억지스러운 흐름은 아쉬웠지만, 공연은 쇼의 역할을 다했다. 아니 넘치고도 남았다. 지역의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면에서도 성공적이었다.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좋은 에너지를 전달했다는 사실에, 그 시작을 응원한다. 송시연 기자

[리뷰] 국악 속에서 피어난 아시아 전통음악

경기도립국악단이 지난 8일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선보인 제100회 정기공연 ‘아시아음악회(지휘 최상화)’는 다문화시대를 맞은 국악의 현대화와 대중화를 향한 이정표를 세우는 무대였다. 특히 아시아 전통 음악의 다양성과 매력이 국악 위에서 춤추는 듯한 조화가 매력적이었다. 이날 무대에서 도립국악단 관현악단은 올해로 2년째 전속작곡가로 활동한 김성국, 황호준의 작품 3곡씩 총 6곡을 연주했다. 두 작곡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2014년 전속작곡가 지원사업 ‘오작교 프로젝트’로 도립국악단과 인연을 맺었다. 이들은 아시아의 전통 악기와 선율을 우리음악을 기반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물을 한 자리에서 연주한 이번 공연은 관객에게 아시아 각 나라별 특유의 전통음악을 한꺼번에 맛보는 ‘잔치’인 동시에, 두 작곡가의 ‘전장’ 같았다.색깔은 분명히 달랐다. 악기의 매력을 한껏 부각시킨 김 작곡가의 작품이 실험적이었다면, 악기와 국악관현악의 어우러짐이 두드러진 황 작곡가의 곡들은 대중적이었다. 베트남 단보우협주곡 소리굿, 중국 고쟁협주곡 바다, 한국 경기도당굿을 위한 사물놀이협주곡 사기 등 김 작곡가는 사랑과 사람 등의 큰 주제를 한 폭의 그림을 그리듯 표현했다. 몽골 마두금협주곡 초원풍정, 통일대금협주곡 꿈꾸는 광대, 터키 25현가야금협주곡 아나톨리아, 고원에 부는 바람 등을 발표한 황 작곡가의 작품들은 익숙한 리듬과 선율을 국악관현악이 펼쳐내고 각 전통악기 특유의 음색들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특히 한국 전통대금과 북한 개량대금 저대의 장점을 반영한 통일대금은 플룻같으면서도 대금 특유의 바람소리를 자유자재로 내면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또 몽골 마두금 협연자 테무진 푸레브쿠는 가창 예술 ‘후미(呼ㆍ1명이 지속적으로 베이스음을 내면서 다른 화음을 동시에 들려주는 독특한 가창법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돼 있음)’로 박수 갈채를 받았다. 이날 연주곡은 모두 초연인 만큼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듯 위태롭기도 했지만, 최상화 예술감독이 “다문화 대한민국의 새로운 한국음악을 창조하겠다”고 선언하는 의미심장한 무대였다. 류설아기자

[리뷰] 경기문화재단·한국YWCA 제1회 평화나눔페스티벌

열 일곱살 어린 나이에 홀로 탈북했던 소년은 이제 서른 세 살 성인이 됐다. 대한민국에서 탈북 청년들의 자립을 돕는 벤처기업 ‘YOVEL’의 대표이사로 바쁘게 산다. 분단의 상처를 되짚는 질문에 내내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던 그의 얼굴에 드디어 온기가 번진다. 현재진행형인 달콤한 연애 이야기를 물었기 때문이다. ‘제1회 평화나눔페스티벌’에서 ‘평화선언’의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른 탈북청년 박요셉씨의 이야기다. 지난 6일 경기문화재단(대표이사 조창희)과 (사)한국YWCA연합회(회장 차경애)는 공동 주최로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차상위 계층과 이산가족, 전국의 YWCA 회원 등 1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회 평화나눔페스티벌’을 개최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분단의 실체를 안은 경기도에서 평화와 나눔의 의미를 문화예술로 재조명하며 남북, 세대, 지역 간 갈등을 극복하자는 것이 기획의도다. 이날 탈북청년 박씨는 1950년 6월25일생, 이산가족 등 10세부터 100세까지 각 세대를 대표하는 주인공 12명 중 한 사람으로 ‘평화선언’을 낭독했다. 아직 혼자인 그는 “평화는 가족이다”를 외치며 관객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무대에 오르기 전 박씨는 “20년 가까이 가족과 생이별한채 너무 바쁘게 살아 평화와 나눔을 생각하지 못했다. 통일되지 않더라도 임진각 인근의 남한 북한 주민들이 이날을 손꼽아 기다리다가 왕래하며 함께 노래하고, 춤추고, 시쓰는 그런 축제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날 평화나눔페스티벌 현장을 찾은 모든 사람들은 박씨와 같은 마음인 듯 보였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 지팡이에 의지해 힘겹게 한 발을 떼는 노인, 나들이가 마냥 즐거운 소외계층의 어린이 등 모두 함께 어우러져 평화누리 전역에 펼쳐진 자연과 예술, 체험 프로그램을 즐겼다.‘해방둥이’인 최영희(70ㆍ 여ㆍ강원도 원주)씨는 “새삼 마음이 울컥하고 서로 나누고 도와줄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고, 북으로 보내는 편지를 쓴 이금숙(57ㆍ여)씨는 “얼굴을 보진 못했지만 엄마가 항상 그리워하는 삼촌들에게 대신 마음을 전하게 돼 뭉클하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대중가수들의 화려한 무대에 이어 우리의 소원은 통일과 그날이 오면 등 연합합창단의 하모니는 올해 처음 열린 평화나눔페스티벌의 의미와 가치를 각인시키며 객석 사이에 깊은 감동을 남겼다. 평화와 나눔이라는 두 단어는 그렇게 하나가 됐다. 류설아기자

[전시 리뷰] 땅과 삶이 만나는 목판화

해움미술관의 기획전 <땅과 삶이 만나는 목판화>는 김억과 류연복 판화가의 작품을 통해 한국 판화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산하(山河)를 새겨온 두 판화가는 비슷한 듯, 그러나 표현방식과 지향점이 확연히 다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지하 1층 전시장에 걸린 류연복의 30여 점 작품은 거칠다. 작가가 주목하는 대상이 가진 특성과 의미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는 DMZ와 금강산 등 분단의 현실과 아픔이 새겨진 공간을 표현했다. 휴전선을 넘나들 수 있는 동물들의 발자국으로 DMZ라는 글자를 새긴 작품 가 대표적이다. 간결하고 단순한 표현방식으로 강렬한 메시지를 전한다. 계절별로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는 금강산을 4가지 색으로 표현한 연작<금강산 일만일천봉>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목판을 색만 다르게 찍은 금강산을 보노라면, 이 아름다운 산을 지금은 갈 수 없다는 작가의 안타까움에 공감하게 된다. 4층 전시실에서 작품을 선보이는 김억 작가는 섬세하다. 전국을 누비며 직접 보고 느낀 우리의 땅을 목판에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제주 사계리 해안>, <백두산 비룡폭포> 등 아주 작은 돌 하나에도 음영을 표현한 부분과 산을 거니는 사람의 모습을 그려넣은 것에서 그의 섬세한 면모가 돋보인다. <안면도 송림>에서 정점에 달한다. 수백년간 그 땅을 지키고 있는 소나무와 변해버린 지역의 모습을 같은 공간에 배치해 점차 변해가는 땅의 모습도 표현했다. 섬세한만큼 강력하지는 않지만, 평소 느끼지 못했던 웅장하고 아름다운 우리 땅의 모습을 새롭게 보여주는 것이 매력적이다. 전시는 9월3일까지 이어진다. 신지원기자

[공연리뷰] 도립국악단 기획공연 ‘브루스니까 숲의 노래’

무모하게만 보였던 도전은 성공했다. 기본기가 힘이었다. 하지만 불모지에서의 첫 시도인만큼 시행착오는 불가피했다. 결국 절반의 성공이다. 그럼에도 성공에 마음이 기운다. 그 도전이 얼마나 힘든 시작이었는지,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가능성을 제시했는지 짐작가기 때문이다. 경기도문화의전당과 경기도립국악단의 기획 공연 <브루스니까 숲의 노래> 얘기다. 이 작품은 한국의 근현대사인 사할린 동포이야기를 경기민요와 서도민요를 중심으로 풀어낸 음악극이다. 묽직한 역사를 대중에게 낯선 민요를 전면에 내세워 다큐멘터리 극 형식으로 전달하는, 그야말로 도전이었다. 실험 정신 높은 작품 제작에는 사천가와 억처가 등으로 판소리의 현대화를 이끈 남인우 연출, 동명 연극으로 선보였던 김민정 작가, 2014 아르코가 주목하는 젊은 예술가인 양승환 작곡가 등이 참여했다. 이들이 완성한 극 시작 숲의 노래 10분은 압도적이었다. 음악, 연기, 무대영상 등 삼박자가 제대로 합을 이뤘다. 서늘하게 마음을 후비는 도립국악단의 연주와 시적인 무대 영상은 압권이었다. 국악기 연주로 비쩍 마른 나무를 비집고 매섭게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실감나게 시각화했다. 숲, 쓰레기 쌓인 허허벌판, 잡아먹을 듯 출렁이는 강 등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무대 영상은 함축적이면서 극적이었다. 선율 사이로 소품 하나 없는 담백한 계단식 무대에 등장한 여주인공 중년의 따냐(함영선 도립국악단 민요팀 상임단원). 무대막에 상영되는 풍설 속 브루스니까(월귤나무) 숲에서 힘겹게 한 걸음 내딛는 그녀는 창작 민요 간다를 부르며 이야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심금을 울렸다. 뒤이어 등장한 어린 따냐(하지아 부수석단원)도 사할린에 사는 조선인의 고단하고 한많은 삶을 민요와 흡인력 있는 눈빛으로 자연스럽게 전달하며 가슴을 때렸다. 하지만 이토록 강렬한 10분을 뛰어넘는 장면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해방 직후부터 2000년대까지의 긴 이야기를 민요도 많이 들려주면서 모두 말하려 한 욕심이 과했던 탓이다. 보따리 풀기 바쁘게 다음 장을 준비하는 장돌뱅이처럼, 안타까웠다. 나래이터의 지나친 장면 설명, 직설적인 대사, 다큐멘터리식 장면 등은 감정이입에 방해가 됐다. 애달픈 근현대사에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겠다는 연출의도와 달리 교육극처럼 공감과 깨달음을 주입하는 분위기였다. 아쉬워도, 눈보라 속 브루스니까 빨간 열매처럼 가능성은 보여줬다. 이 작품으로 난생 처음 민요 부르는 배우가 된 단원들의 프로다운 적응력처럼 국악도 기본이 탄탄하다면 대중성을 얻을 수 있음을. 류설아기자

[리뷰] 道문화원연합회 ‘페스티벌31’

참 눈물나는 무대였다. 숙련된 프로 아닌 아마추어, 잘 짜여진 극본 대신 나열식 공연, 그럼에도 예상 밖 감동을 느끼면서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답은 금세 나왔다. 순수한 열정이었다. 지난 21일 수원에서 펼쳐진 경기도문화원연합회의 페스티벌31 얘기다. 세계적인 성공학 강사이자 베스트셀러 저자인 존 맥스웰은 열정을 태울 때만 우리는 살아남는다. 열정은 의지의 연료라고 했다. 페스티벌31은 이를 방증했다. 경기도의 31개 시ㆍ군 문화원이 총출동해 열정을 불태우고 삶의 의지를 일깨웠다. 이 행사는 수원의 공연장 SK아트리움 전관에서 4개의 기획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지난 4년간 시군문화원과 다양한 형태의 기획사업을 벌여왔던 경기도문화원연합회가 처음으로 그간 성과를 되짚어보는 자리였다. 공연장 로비에서는 2개 전시가 펼쳐졌다. 각 지역의 자원을 소재로 창작한 결과물을 선보이는 생각하는 손 31과 문화원 관련 영상과 발간물 등을 소개하는 아카이브 기획전 문화원이야기 31이다. 나무로 만든 솟대를 냈다. 내가 주인공이어서 좋고 또 좋다 이번 전시에 작품을 출품한 허삼열(77ㆍ평택) 할머니의 소감이다. 실제로 이날 문화원을 거점으로 다채로운 예술작업을 벌인 모든 도민이 주인공이었다. 민화, 도예, 꽃누르미, 전통매듭공예, 규방공예 등 정성스러운 손품이 역력한 작품이 빛을 발했다. 문화원의 활동상을 보여주는 각종 포스터들은 박제된 소소한 일상을 역사로 환기시키는 창문 역할을 했다. 또 소공연장에서 동시에 열린 60세 이상 어르신 아마추어 예술가들의 축제 나이없는 31은 주최 측 관계자가 북새통도 이런 북새통이 없었다고 말할 정도로 높은 참여율을 기록했다. 그들의 신명나는 수다는 무기력한 노인이라는 편견을 깨뜨렸다. 메인행사로 펼쳐진 공연 내가 있는 날 31은 화룡정점이었다. 각 문화원의 문화학교와 동아리를 통해 실력을 쌓은 시민이 프로 예술가와 꾸민 콜라보레이션 무대로, 학예회 아닌 진짜 공연이었다. 루나힐과 프로젝트밴드, 어린이중창단, 광명문화원 기타동아리 아키모의 연주는 기립 박수를 받았다. 암전된 무대에 LED 신발과 북채를 들고 등장한 파주문화원 난타동아리 COLOR는 현란한 볼거리와 역동적인 리듬으로 관객을 들썩였다. 무대에서 넘어지거나 하모니가 흔들리는 등 실수도 나왔다. 하지만 공연 중간 메인 무대에 상영된 각 공연팀의 솔직담백한 인터뷰는 이를 상쇄시켰다. 다만 700여 명의 관람객이 공연자 혹은 문화원 관계자라는 점은 아쉽다. 내년에는 문화원의 역할을 똑똑히 보여주고 지역 문화계에 새바람을 일으킨 이 축제에 문화원 밖 사람들이 좀 더 많이 함께하길 기대해 본다. 류설아기자

[공연리뷰] 한뫼국악예술단 홀로그램 무용극 ‘추사’

추사 김정희(1786~1856)의 대표작인 세한도(歲寒圖ㆍ대한민국 국보 180호)에는 초라한 집 한 채와 한 겨울 추위에 떠는 몇 그루의 나무가 있다. 고립된 섬 생활에 아내의 죽음과 끝없는 반대파의 박해 등 스산한 추사 자신의 마음이 드러난다. 처절하고 쓸쓸하다. 그러나 추운 겨울에도 수직으로 꼿꼿하게 서 있는 소나무가 선비로서 놓을 수 없었던 이상과 기개를 뿜어낸다. 이 한 장의 그림은 추사의 삶과 정신, 그 자체다. 이 그림처럼 추사 김정희의 전부를 조명한 무대극이 탄생했다. 한뫼국악예술단이 지난 8일 과천시민회관 소극장에서 홀로그램무용극 추사를 초연했다. 경기문화재단의 2014 경기전문예술창작지원선정작으로, 경기전문예술창작지원은 지역 문화자원 발굴과 공연예술 콘텐츠 확대 등을 위한 재단의 공모 사업이다. 한뫼국악예술단은 과천시에서 마지막 4년을 보냈던 지역의 대표 인물 추사 김정희를 주제로 2012년 시놉시스와 안무를 짜고, 2013년 쇼케이스를 선보인 후, 3년만에 무대에 올렸다. 예술단이 내건 작품명 추사와 부제 날이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의 푸르름을 안다이 암시하듯 김정희 선생의 대표작 세한도를 비롯해 삶의 면면을 무대 위에서 풀어 놓았다. 사물을 빛을 통해 3차원 영상으로 입체화시키는 홀로그램 기법을 활용해 세한도를 비롯한 추사의 대표작과 극 배경을 그렸고, 현대무용과 전통춤을 버무린 선 고운 몸짓으로 추사를 이야기했다. 또 중국 석학과 어깨를 겨룬 청년기부터 아내의 죽음에 슬퍼했던 제주 유배지에서의 삶, 완벽한 예술과 학문을 추구한 마지막 죽는 순간까지의 나열식 전개는 추사 김정희의 삶과 작품에 대한 관객의 이해를 도왔다. 하지만 초연인만큼 기술적 문제도 드러났다. 무대 배경 홀로그램과 겹쳐 잘 보이지 않는 글씨나 무용수와 합이 맞지 않는 홀로그램 등이다. 무엇보다 하이라이트와 마무리는 보완 수정이 불가피해보인다. 김정희의 죽음을 알리는 홀로그램 자막 뒤에 펼쳐진 여성 무용수들의 군무는 하이라이트가 되기에 부족, 관객은 커튼콜에 나선 무용수들을 보고서야 작품을 끝을 인식했다. 역사적 인물에 대중에 낯선 무용극이라는 난제를 홀로그램 기술과 편안한 스토리텔링으로 해결한 제작진에게 또 한 번의 영리함을 기대해본다. 류설아기자

[공연리뷰] 넌버벌 퍼포먼스 ‘꽃의 동화’

성경 구절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를 외게 만드는 공연이었다. 안타깝고 아쉬운 점 투성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응원하고픈 작품이었다. 지난 26~28일 초연한 넌버벌 퍼포먼스 꽃의 동화 얘기다. 이 작품은 초연 전부터 화제였다. 지자체(의정부)가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장기적 안목에서 제 2의 난타와 같은 콘텐츠(공연물)를 기획, 이를 노하우 쌓은 지역 공연장(의정부예술의전당)이 지역의 문화예술 단체와 적극 협력해 자체 제작한 점이 그 이유다. 공연에 앞서 관객에게 상설 공연화를 위한 트라이아웃(시범공연)임을 알리고 관객 반응을 설문조사하는 등 기획의도를 살린 진행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본격적으로 막이 오르자 허점이 드러났다. 두 달여의 짧은 준비기간, 1억원이라는 턱없는 예산, 출연진의 부족한 실력 등 총체적 난국이 빚은 결과랄 수 밖에. 일단 스토리는 주인공 목련이 무녀와 함께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화탕, 검수, 발설 등 각종 지옥을 통과하며 끝내 어머니를 구하고 사랑도 이룬다는 것이다. 외국인에게는 낯선 동양 신화와 효 정신을 넌버벌 퍼포먼스라는 장르적 특성에 기대어 풀어내려했으나, 넌버벌 퍼포먼스는 없었다. 부채춤과 살풀이 등 전통 무용과 태권도, 비보이, 멀티미디어 영상 등 다양한 볼거리를 활용했지만 균형 감각이 맞지 않았다. 전통 무용 비중이 높아 무용 소품 나열 공연을 보는 듯했다. 아름다운 의상과 한국 무용 특유의 고운 몸짓도 1시간 내내 반복되니 지루해졌다. 그나마 태권도 시범과 비보이가 갑자기 등장해 관심을 끌었지만 쇼맨십 없는 연기로 흐지부지 끝났다. 하이라이트는 없었다. 게다가 극의 배경이 된 멀티미디어 영상은 과도한데다 조악한 이미지로 공연 수준을 끌어내렸다. 심지어 무용수의 몸짓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됐다. 외국인을 위한 자막 역시 동양 신화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오역이 눈에 띄었다. 그나마 2006년 한국뮤지컬대상 음악상을 수상한 강상구가 꽤 흡인력 있는 퓨전 국악을 선보이며 제 역할을 했다. 갈 길은 멀었다. 지자체의 의지, 시간, 예산, 출연진의 노력, 제작진의 고민 등 필요한 게 너무 많다. 하지만 한류 열풍을 이끄는 난타가 처음부터 그 난타가 아니었듯이, 기획 의도를 현실화하기 위해 꿋꿋하게 전진하길 응원한다. 류설아기자

[공연리뷰] ‘수원화성국제연극제’ 폐막

차별성은 없었다. 올해 성인이 됐지만 진로는 결정치 못했다. 타 국제연극제 사이 차별화된 정체성을 갖지 못했고, 진행도 어딘가 매끄럽지 못했다. 올해 18회를 맞은 2014 수원화성국제연극제가 지난 17일을 끝으로 5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올해에는 프랑스와 스페인, 러시아 등 7개 국가의 7개 해외작품과 7개 국내작품을 선보였다. 그러나 특색이 없었다. 수원 화성이라는 공간적 배경을 특정해 시작된 연극제였지만 지역 정체성을 고려한 창조적 기획은 전무했다. 이른 바, 빅3 공연 중 프랑스와 스페인 국적의 두 개 작품은 대형크레인과 오브제 등을 활용한 일종의 블록버스터 공연이었다. 볼거리만 강조됐을 뿐, 수원화성국제연극제로서의 독자적인 색(色)은 없었다. 사실 의미만 다를 뿐이지 관객에게 전달되는 두 작품 간의 객관적인 느낌의 차이도 없었다. 차별화의 실패는 또 다른 빅1, 100명의 여인들에서도 나타났다. 개막작이었던 이 작품은 수원과 인근 지역의 일반인 여성 100명을 뽑아 진행한 프랑스 태생의 연극이다. 원활한 공연을 위해 현지 스텝 6명을 초청해 연습시키기는 등 이번 연극제의 메인이었다. 하지만, 동일한 지역연극제인 거창국제연극제의 2013년 개막작 100인의 햄릿과 같은 플롯을 지닌 또 다른 변주처럼 비춰졌다. 심지어 배우를 지역 주인공으로 꾸렸다는 점도 같다. 굳이 다른 점을 꼽자면 그 대상이 예술인이라는 점 뿐이다. 진행에도 일부 미숙함을 보였다. 일정 내내 굵고 가는 비가 오락가락했다. 덩달아 공연일정도 춤을 췄다. 취소와 번복이 반복됐고, 공연도 신속치 않았다. 우천시 타 공연장에서 진행한다는 계획도 있었지만 논의는 없었다. 관객 배려도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100명의 여인들 경우 작품 자체의 난해함은 관람의 큰 걸림돌이었다. 수많은 상징과 기호가 배우의 몸 짓과 언어 속에 나열됐지만 일반관객 입장에서는 그 의미를 알기 쉽지 않았다. 때문에 다수의 관객이 공연 중 자리를 뜨거나 불만을 토로키도 했다. 해설이 있는 공연을 기대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공연 전 작품에 대한 취지나 의미 정도는 설명해도 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내년에는 좀 더 성숙한 연극제를 기대해 본다.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공연 리뷰]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

지난 1997년 1월, 작가 박상연이 소설 DMZ를 발표했다. 남북 판문점 경비병들이 우정을 나누는 파격적인 설정의 이 문제작은 당대 문단에서 현실감이 떨어진단 혹평을 받았지만, 이듬해 발생한 김훈 중위 사망사건으로 다시금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이 소설을 토대로 만든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가 큰 반향을 일으켰다. 남북 정상회담에 따른 해빙무드 속에 통일이 눈앞에 온 듯이 느껴졌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10여년 흘렀다. 지난해 말 동명의 뮤지컬이 대학로에서 초연됐고, 지난 9일 고양어울림누리에서 상연됐다. 물결치는 남북 정세 속에 각 작품이 대변하는 시대정신도 변해왔지만, 우리의 분단 현실만큼은 변함이 없다.화해는커녕 갈수록 경색 일변도로 치닫는 분단 현실은 시종 어두운 무대 분위기로 구현된다. 첫 장면부터 남북 군인복장의 배우들이 무대 한복판에 일렬로 등장해 양쪽으로 갈라지며 대치해 관객의 가슴을 찢어놓는다. 작품의 발단은 남한 사병이 북한 사병을 사살한 사건이다. 하지만, 희생된 북측 사병과 사건 현장에 있었던 3명의 남북측 사병은 서로 긴 시간 우정을 나눈 사이여서 더욱 가슴이 아프다. 아무리 친형제같은 사이라도 현실은 비상시에 서로 총을 겨누게 만든다. 우리 이렇게 얘기하다가도 전쟁 터지면 서로 쏴야 하는 거 아냐?(남측 김수혁) 기거이 말이라 하고 있네? 내 너 생명의 은인이야. 넌 나 쏠 수 있간?(북측 오경필)이란 대사가 이들의 현실적 아픔을 대변한다. 무대는 탁자와 의자, 철책 구조물 만으로 단출하게 구성됐다. 이를 때로는 취조실로, 때로는 북측 초소 우정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연출은 무대의 공간적 제약을 극복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김수혁과 오경필이 중립국 수사관 베르사미에게 사건 진술을 하는 장면에서 다른 배우들이 옆에서 사건을 재현하는 이중적 무대 연출은 마치 영화의 회상씬을 보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냈다. 하지만 배우들의 넘버 열창 속에 뭉그러진 대사들은 관객이 흐름을 이해하는데 장애가 됐다. 발음 자체가 문제일 수도 있지만, 보다 세밀한 음향 연출이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박성훈기자 pshoon@kyeonggi.com

[공연리뷰] 조선오페라단 ‘라 트라비아타’

푹 꺼진 무대의 심연에서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서곡(prelude)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막이 올랐다. 무대 중앙에는 하얀색 드레스(잠옷이란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를 입은 헤로인이 엎드려 있다. 무대 한편에 놓인 룰렛만이 이곳이 연회장이라고 말해줬다. 이어 등장한 여아, 청소년, 숙녀를 핀 조명이 연달아 비추고 이 가냘픈 여인은 안타까운 눈길을 보냈다. 아마도 그녀의 순수했던 과거를 묘사한 듯하다. 지난 25일 하남문화예술회관 검단홀 무대에 올려진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의 서막이다. 축배의 노래, 아, 이상해라! 그이였던가(E strano! Ah, forse lui) 등의 주옥같은 아리아를 남긴 이 작품은 주세페 베르디의 역작이다. 오페라란 장르를 국내에 처음 알린 이 작품을 국내 최고(最古) 오페라 예술단인 조선오페라단이 상연해 의미를 더했다. 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수많은 극장에서 수없이 공연돼온 라 트라비아타. 이번 무대를 앞선 작업들과 비교하기엔 한없이 초라했던 게 사실이다. 일부 연기자들은 고음에서 적잖이 흔들렸고, 화려한 군무를 선보이려던 무용단은 실수를 연발했다. 그렇다고 이번 공연을 혹평만 할 수 없는 것은 비올레타(오은경 역)와 알프레도(나승서 역)의 애절한 사랑이 절절히 묘사됐기 때문이다. 순정의 매춘부 비올레타는 처음엔 알프레도의 사랑 고백을 의심했지만, 점점 그의 사랑에 빠져간다. 아들의 격정을 우려한 제르몽(윤혁진 역)은 비올레타에게 알프레도를 놓아달라고 부탁하고, 비올레타는 눈물로 그를 포기하려 한다. 자신이 버림받았다고 생각한 알프레도는 그녀에게 돈을 뿌리며 갖은 모욕을 퍼붓지만, 이내 그녀의 진심을 알고는 눈물로 사죄한다. 하지만, 때는 너무 늦었다. 이미 병색이 짙어진 비올레타는 알프레도에게 마지막 고백을 하고 숨을 거둔다. 이때 흘러나온 아리아 안녕, 지난 날이여(Addio, del Passato)가 심금을 울린다. 꽃다운 비올레타가 무대 중앙에 스러지고, 곧 막이 내렸다. 가슴 아픈 결말이었다. 관객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고,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박성훈기자 pshoon@kyeonggi.com

[공연리뷰] 고양아람누리극장, 뮤지컬 ‘태양왕’

우아한 왈츠 군무, 고난도의 아크로바틱, 프랑스 왕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형형색색의 미장센. 지난 18일 고양아람누리에서 열린 뮤지컬 태양왕의 화려한 무대는 입이 떡 벌어질 만 했다. 그런데 관객들의 반응이 그렇지가 못하다. 박수는 쏟아졌으나, 어쩐지 지루했다는 감상평이 적잖이 들렸다. 쉬는 시간, 옆자리에 앉은 관객들의 대화에서는 보다가 깜박 잠이 들었다 기대만큼 시원치가 않다는 등의 말이 들려왔다. 프랑스 왕실의 전성기가 눈앞에 펼쳐졌는데, 객석에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 이유를 고민하면서 2부 공연을 감상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패착은 밋밋한 스토리였다. 물론, 2시간 안에 루이 14세 철권통치 시절을 모두 담아내는 게 벅찰 수야 있다. 그래서 내러티브의 뼈대 역할을 할 작가의 상상력과 주제를 담은 극본이 있는 것이다. 이야기는 왕의 여자 마리와 몽테스팡 부인, 프랑소와즈와의 치정 관계에 의존하고 있었다. 필자는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유약한 왕에서 세계를 호령하는 위대한 통치자로 성장하는 루이 14세의 모습을 기대했다. 그러나 작품 속 루이 14세는 사랑놀이에 빠진 카사노바 같아 보였다. 등장인물 간 갈등과 해소 과정은 권선징악 수준으로, 이마저도 세밀한 묘사가 아쉬웠다. 화려한 왕과 여인들의 사랑 연출에 치중한 나머지 역사의 줄기인 마자랭경의 악행에 대한 묘사와 충신 보포르 공작이 누명을 쓰고 벗는 과정이 너무 축약된 느낌이다. 주인공 안재욱의 성량은 애처로운 수준이었다. 20년간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해온 한류스타에게 수준급 연기는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9개 앨범을 낸 5집 가수로서의 위엄이 무색하게도 저음에서 불안정한 음정을 노출했고, 고음처리는 갈라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다만, 김소현(마리 역), 이소정(몽테스팡 역) 등 실력파 뮤지컬 배우들의 탁월한 성량과 연기력은 볼만했다. 연회마다 등장하며 흥겨운 분위기를 이끈 루이 14세의 동생 필립(김승대 분)의 재기 발랄한 위트와 팔색조 연기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박성훈기자 pshoon@kyeonggi.com

[공연리뷰]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당신을 위한 노래’

안산문화예술의전당 옆 화랑유원지에는 아직도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위한 분향소가 장막을 거두지 않고 있다. 참사 이후 3달이란 야속한 시간이 흘렀지만 이곳엔 여전히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노란 리본이 나부끼고 있다. 세상은 이제 서서히 슬픔에서 헤어나고 있지만, 그곳의 시간은 여전히 4월16일에 멈춰있다. 단장지애(斷腸之哀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자식 잃은 슬픔)로 이제는 눈물조차 말라버린 이들을 위해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인 세명이 지난 13일 안산문예의전당 무대에 섰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명창 안숙선, 해금주자 강은일이 그들이다. 공연명은 당신을 위한 노래였다. 여기서 당신은 세월호 희생자 가족을 비롯해 슬픔을 공유한 사람일 것이다. 예술단 해금플러스와 함께 검정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강은일은 베이스와 기타, 피아노, 퍼커션 등 양악기와 피리, 가야금 등 국악기의 절묘한 조합을 이끌어가며 관객을 차분하면서도 가슴 뭉클한 감동에 젖어들게 했다. 안숙선 명창은 춘향가와 흥보가 일부를 들려줬다. 할머니가 손자에게 전래동화를 들려주듯, 조용복 고수의 취임새에 맞춘 판소리 한자락에 관객들은 어깨춤도 추고, 흐뭇한 웃음도 지어보였다. 마지막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무대였다. 그녀의 바흐 연주는 교과서적인 차가움으로 시작해 갈수록 뜨거움이 느껴졌다. 피아니스트 이설의와의 브람스 협주는 시종 부드러운 어조와 격한 어조를 오가며 두 악기가 대화를 나누는 듯했다. 이어진 커튼콜 속에 그녀는 두곡의 앙코르를 선보였다. 이중 내 영혼 바람되어 협주가 필자를 울렸다. 안타깝게 스러진 영혼을 달래듯 차분하게 하모니를 이끌어간 그녀는 연주를 마치고 하트를 그려보였다. 첫 출연자 강은일은 집을 나서면서 음악으로 사람들을 위로하겠노라 다짐했는데 분향소를 다녀오고는 내 음악으로 위로가 가능할지 자신이 없었다며 그냥 함께 울다 와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말했다. 안산을 할퀸 세월호의 슬픔, 가늠조차 하기 힘들다. 다만, 이날 음악회를 통해 상처가 조금이나마 치유되길 바란다. 박성훈기자 pshoon@kyeonggi.com

[공연리뷰] 프라임필 ‘희망ㆍ사랑ㆍ나눔 콘서트’ & 세종국악관현악단 ‘국악과 함께 夏- 영화이야기’

이토록 필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무료공연이 또 있었나? 지난 4일 군포시문화예술회관에서 상연된 프라임필오케스트라의 희망사랑나눔 콘서트는 유료 공연도 쉽사리 주기 힘든 감동을 선사했다. 그들이 보여준 무대는 금전적인 가치를 따질 수 없었다. 감동은 값을 매길 수 없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의 멘델스존 협주는 귀를 의심케 할 정도로 좌중을 전율케 했다. 테너 김상진은 가곡 목련화(김동진 곡)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특히 소프라노 김수연의 고음역대 창법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마지막은 두 성악가의 축배의 노래(베르디의 오페라 라트라비아타의 아리아)로 장식됐다. 공연이 끝나고 객석에 조명이 들어왔지만, 한동안 쉽게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다른 관객들도 마찬가지인듯했다. 여자경 지휘자는 계속된 커튼콜 속에 요한슈트라우스의 라데츠키 행진곡을 추가로 선보였다. 열정의 마에스트라는 객석을 보고 지휘했고, 관객도 박수로 연주에 동참했다. 다음날인 5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세종국악관현악단의 국악과 함께 夏-영화이야기는 입장료 1만원이 아깝지 않은 정도의 공연이었다. 이날 공연에는 다양한 영화음악이 국악 관현악으로 선보여졌다. 뮤지컬 배우 장은주와 성악가 유애리가 초청됐고, 세종국악관현악단원도 이들과 함께 각자의 기량을 충분히 발휘했다. 다만 그 이상의 뭔가를 보여주기에는 부족해보였다.국악과 양악이 동시에 등장했지만, 콜라보레이션은 찾기 힘들었다. 그나마 대중에 익숙한 곡들이 이지혜 단원의 편곡으로 초연됐다는 점에서 관객들은 즐거워했다. 어찌됐건, 지난 주말 군포시민들은 클래식과 국악 앙상블을 누렸다. 무료의 감동과 1만원의 가치를 실현해 보이는 예술단을 가진 군포시민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박성훈기자 pshoon@kyeonggi.com

[공연리뷰] 남아공 우분투 정신 드러낸 ‘드럼스트럭’ 첫 내한공연

아 유 레디(Are you ready준비됐나요)? 지난달 30일, 오산문화예술회관 무대에 선 풍만한 체구의 흑인 여성이 걸쭉한 목소리를 뽑아냈다. 관객들은 네 대신 예보(Yebo남아프리카공화국식 영어로 yeshello와 같다)!라고 화답했다. 이윽고 무대와 객석에서 퍼커션이 울려 퍼져, 장중이 하나가 됐다. 이를 주도한 풍만한 체구의 여성은 남아공을 대표하는 타악 예술단 드럼스트럭의 마스터 티니 모디스(Tiny Modise)였다. 그야말로 온몸으로 관객의 반응을 끌어내는 그녀였다. 마녀가 요술을 부리듯 팔을 활짝 펴고 열 손가락을 까닥거리자 객석에서 퍼커션 연타가 쏟아졌고, 팔을 아래로 떨어내자 북소리도 뚝 하고 멈췄다. 발을 한번 구르니 북소리가 잇따랐다. 산 만한 엉덩이를 왼쪽으로 흔들자 왼편 관중이, 오른쪽으로 치자 오른편 객석이 반응했다. 말도 안 통하는데 어쩜 그리 호흡을 척척 맞추는지 지금도 궁금하다. 이처럼 드럼스트럭의 첫 내한공연은 단순한 열정을 넘어 광란을 실감케 했다. 티니 모디스를 위시한 7명의 단원은 큰 젬베, 짐바브웨 드럼 등 다양한 퍼커션을 선보였다. 국악도, 양악도 흉내 낼 수 없는 아프리카 특유의 퍼커션 리듬이 객석을 열광케 했다. 아프리카 전통춤도 눈을 즐겁게 했다. 허리를 잔뜩 웅크렸다 펴기를 반복하며 팔다리를 현란하게 흔드는 연기자들의 춤에 어깨가 절로 덩실댔다. 라이온킹 OST 인 더 정글(In The Jungle)로 잘 알려진 남아공 민요 인붐베(Inbumbe) 등의 아프리카 노래도 인상적이었다. 신나는 공연에서 절제는 요구되지 않았다. 오히려 각 객석에는 젬베(Djembe)가 놓였다. 우승컵처럼 생긴 나무통에 한쪽만 가죽을 씌운 이 타악기는 높고 경쾌한 소리가 나 듣는이를 흥분시킨다. 관객이 직접 젬베를 연주하니 신이 날 수밖에 없었다. 흥이 넘친 누구는 무대로 뛰쳐나가 퍼포머들과 함께 춤을 췄다. 공연장 전체가 아프리카 정글 속 부족마을로 탈바꿈했다. 남아공을 하나로 응집한, 함께 있어, 내가 있다(Im because we are)란 어구로 대변되는 우분투(Ubuntu) 정신의 일면이었다. 박성훈기자 psho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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