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미술관에서 만나는 ‘이건희컬렉션’ 사계, 16일부터 사전예약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소장했던 한국근현대미술의 수작을 경기도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한국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대가의 작품, 미술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던 작가의 ‘유물급’ 작품 전시가 경기도미술관에서 열린다.  경기도미술관은 ‘이건희컬렉션’을 중심으로 한 한국근현대미술 특별전 ‘사계’를 6월 8일부터 8월 20일까지 개최한다. ‘사계’ 사전 예약은 16일 오후 2시부터 경기도미술관 누리집에서 가능하다.  이번 전시는 삼성그룹 유가족의 기증으로 마련된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소장품과 한국근현대미술의 수작을 망라해 구성했다. 국립현대미술관과의 ‘이건희 컬렉션 한국근현대미술 특별전’ 업무협약에 따라 엄선된 명작과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등 작가 41명의 작품 90점을 선보인다.  이건희컬렉션과 함께 도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근대 미술 수작들을 연계해 선보이는 전시도 선보인다. 경기도미술관은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을 한국근현대미술 조망의 기회로 삼고자 자체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은 물론, 광주시립미술관, 대구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수원시립미술관, 리움미술관, 가나아트센터 등 여러 기관이 소장한 한국근현대미술의 대표작들을 한데 모았다. 이건희 컬렉션 안에서 또 다른 특별 전시가 이어지는 전시다.  경기도미술관 관계자는 “경기도 대표 공립미술관으로서 경기도미술관이 도민들에게 더 가까운 곳에서 역사적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고 뜻을 밝혔다. 특히 그동안 이건희컬렉션을 선보여 온 타 지역 미술관에서도 지역미술관이 가진 특성과 맥락, 이야기를 새롭게 풀어내는 만큼 경기도미술관만의 전시 맥락, 이야기도 기대된다.  전시는 무료이며 전시 관람 예약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7회차로 개인과 단체별로 가능하며 불참에 대한 현장 발권 입장도 가능하다. 자세한 내용은 경기도미술관 누리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예술공간으로 거듭난 쓰레기 소각장… 문화예술의 ‘빛’으로 가득찬 '아트벙커B389'

15년간 쓰레기를 태우던 소각장이 문화예술의 ‘빛’으로 가득찼다. ‘부천 아트벙커B39(아트벙커)’는 지난 1995년 부천 도심 한가운데 세워진 삼정동 소각장이 변화를 거듭한 끝에 2010년 운영을 중지, 2018년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전환된 곳이다. 쓰레기를 태우던 곳에서 문화예술의 혼이 불타게 됐다.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아트벙커에서는 다음달 18일까지 ‘리:부트 로컬센터話’ 전시가 열린다. 이번 전시의 관람 포인트는 소각장을 밝히는 ‘빛’이다. 변지훈 등 9명의 작가는 각각 빛을 주제로 미디어아트, 페인팅 작품 등을 선보인다. 아트벙커의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나타나는 압도적인 규모의 멀티미디어홀엔 변지훈 작가의 ‘Particles’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Particles는 중앙의 센서가 관람객의 움직임을 포착, 수 백만개의 입자로 움직임을 그대로 재현해내는 인터랙티브 아트다. 입자는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파도처럼 흐름을 형성했다가 흩어지는 형태를 반복한다. 어둠 속에서 빛이 본연의 색과 움직임을 보여준다. 39m 깊이의 벙커에는 최찬숙 작가의 ‘Grousnd-Signal-Code-Notation’이 상영된다. 쓰레기를 쌓아놓던 벙커의 검은 벽이 빛의 무대가 됐다. 작가는 미디어 파사드 작업으로 빛의 수직적·수평적 움직임을 그려냈다. 소각장 2층에 있던 크레인조정실엔 백남준 작가의 ‘촛불 TV’가 전시됐다. 작가는 빛의 근원인 촛불을 근대 문명의 산물인 TV 안에 넣었다. 인류가 처음 만난 빛과 디지털 시대의 빛이 주는 의미를 동시에 표현했다. 아트벙커는 관람객이 TV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작품 주변에 아우라가 생기도록 조명을 세밀하게 설계했다. 문준용 작가의 ‘Augmented Shadow-Inside’은 관람객이 증강현실을 체험하는 작품으로, 조명장치를 벽에 비추면 비현실적인 공간이 나타난다. 관람객이 빛을 비추는 곳에서 그림자 사람이 눈을 마주치거나 다가오는 등 현실·비현실 공간을 드나들며 그림자 세계를 탐색할 수 있다. 이 밖에 이소 작가의 ‘^_^, ^_^, ^_^’, 박명래 작가의 ‘Dust’, 허수빈 작가의 ‘방범창살창문과 햇살’ 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훈희 전시디렉터는 “과거 어두웠던 소각장을 새로운 빛으로 밝히겠다는 의도로 전시를 기획했다”며 “환경 운동의 맥을 이어온 역사적 공간인 아트벙커가 지역 문화예술의 탄탄한 기반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경기필, ‘자연의 음향’ 슈트라우스 알프스 교향곡으로 5월 수놓는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오는 27일과 28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과 롯데콘서트홀에서 ‘경기필 마스터피스 시리즈 VII – 슈트라우스 알프스 교향곡’을 선보인다. 이번 공연에선 부산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과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수석 객원지휘자를 맡고 있는 최수열 지휘자가 경기필과 만나 지휘봉을 잡는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최수열 지휘자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을 기준 삼아 나머지 두 작품의 선곡을 완성했다. 알프스 교향곡은 쉼없이 연주되는 교향시라는 점에서 ‘하나의 흐름’이 돋보인다. 이 점이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과 연결된다. 자연의 음향을 드러내는 알프스 교향곡이 후반에 나오고, 우주의 음향을 느낄 수 있는 리게티의 ‘아트모스페르’가 전반부에 배치돼 있다는 점 역시 관람자의 흥미를 자극한다. 모호하고도 소란스러운 음향 덩어리 이후에 등장하는 간결하면서도 단호한 광시곡의 시작이 관객에게 대조되는 음악적인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먼저 1부에선 헝가리 작곡가 리게티 죄르지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곡 ‘아트모스페르’가 관객과 만난다. 롯데콘서트홀 공연이 진행되는 28일이 작곡가 리게티의 탄생일이라는 점에서 특히 의미를 더한다. 리게티는 자신만의 음악 지향점을 확고하게 주장하면서도 대중과의 소통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음악가로, 항상 실험 정신이 묻어나는 새로운 음향 탐구에 몰두하곤 했다. 그의 작품 ‘아트모스페르’는 우주공간에 떠 있는 무수한 별의 무리를 연상하게 만드는 곡으로 수수께끼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나씩 겹쳐가는 개별 선율이 거대한 음향의 층과 음향 덩어리를 형성해내는 곡의 구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어 피아니스트 손민수가 경기필과 함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을 선보인다. 파가니니의 ‘카프리치오’의 주제를 사용해 라흐마니노프가 새로 편곡한 이 곡은 라흐마니노프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유독 두드러진다. 그의 어떤 작품보다도 현란한 색채와 악마적 기교, 번뜩이는 재치로 가득 차있기 때문이다. 관현악만의 복잡한 테크닉과 풍부한 사운드에서 느껴지는 매력이 청중을 사로잡는 곡이지만, 연주자들에겐 악명이 높다고 알려져 있어 이번 무대에서 손민수 피아니스트의 손끝에서 어떤 존재감을 드러낼지 이목이 집중된다. 마지막으로 최수열 지휘자가 해석하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이 청중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알프스 가르미슈에서 보낸 슈트라우스의 어린 시절이 곡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새벽녘부터 해질 때까지의 알프스 산맥의 다채로운 풍경을 담아낸 곡이다. 호른 20대, 트럼펫 6대, 트롬본 6대, 글로켄슈필, 첼레스타, 오르간 등을 비롯한 100여명의 연주자가 무대에 오르는 대규모 편성의 연주곡이며 카우벨, 선더 시트, 윈드머신 등의 특수 악기가 동원돼 대자연에서 피어나는 소리를 구현하는 과정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최수열 지휘자는 “슈트라우스는 이미 제가 선별한 ‘평생 탐구하고 연주해야 하는 작곡가들’의 리스트 안에 들어 있는 작곡가”라며 “지난 세 차례의 협연을 통해 경기필이 슈트라우스를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악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종류의 악기가 기술적으로 매우 까다롭지만, 경기필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기량을 가진 악단”이라고 밝혔다.

성남시립교향악단 196회 정기연주회, ‘전람회의 그림’

성남시립교향악단의 제196회 정기연주회 ‘전람회의 그림’이 오는 12일 오후 7시30분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성남시향의 창단 20주년을 기념하는 차원에서 마련된 이번 연주회에선 금난새 성남시 예술총감독 겸 성남시향 상임지휘자가 지휘봉을 잡는다. 러시아 국민악파 5인 가운데 가장 독창적인 감각을 지녔다고 알려진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의 대표작 ‘전람회의 그림’을 피아노 독주와 관현악 편성 버전으로 각각 비교하면서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전람회의 그림’은 무소르크스키가 빅토르 하르트만의 유작을 전시한 추모 전시회에 있던 그림 열 점을 보고 영감을 받아 그 감상을 음악으로 빚어낸 곡이다. 1부에선 ‘전람회의 그림’이 박선아 피아니스트의 독주무대로 관객과 만난다. 부조니 콩쿠르, 센다이 콩쿠르 등에서 입상하며 음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재미교포 피아니스트 박선아는 미국을 비롯해 독일, 스페인 등 유럽 등지에서 활동하면서 수많은 협연과 독주 무대를 통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고 있으며 피아노 외에도 포르테피아노, 하프시코드 연주자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어지는 2부에선 모리스 라벨이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한 ‘전람회의 그림’을 무대 위에서 만날 수 있다. 원곡은 피아노가 연주할 수 있게 작곡됐지만, 라벨의 관현악 편곡 버전이 현재 널리 알려져 있다. 회화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곡답게 다양한 악기의 앙상블이 만들어내는 하모니로부터 피어나는 색채를 음미할 수 있는 기회다. 성남시향 관계자는 “성남시의 시 승격 50주년, 성남시향의 창단 20주년과 맞물려 새롭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계속되고 있어 시민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금난새의 지휘, 박선아의 품격 있는 선율과 함께 펼쳐지는 성남시향 연주의 진면목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지 물들인 수묵채색 자연풍광... 이한정 개인전 '유영하는 마음'

안양을 터전으로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이한정 작가가 개인전을 연다. ‘유영하는 마음’이란 제목으로 오는 12일까지 서울의 갤러리다온에서 그만의 독특한 기법의 풍경화를 선보이고 있다. 그의 작업은 늘상 마주치는 자연 풍경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다. 지난 시절 작가가 직접 보고 경험한 풍경에 현재의 감정을 더해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낸다. 이번 전시에선 다양한 장소를 소재로 했던 그동안의 작업을 모았다. 이화여대 한국화과와 중국 중앙미술학원 대학원 산수화과를 졸업한 작가는 미국·중국·한국 등에서 다채로운 자연 풍경을 접했다. 2017~ 2019년 미국에 거주하며 요세미티, 세도나, 캘리포니아의 풍경에 반했고, 제주 여행을 하며 부드러운 곡선의 오름에 특별한 매력을 느꼈다. 어린 시절 자주 갔던 외할머니가 사는 이천, 그곳으로 가는 길에 마주친 광주·여주의 정겨운 풍경 등이 작품의 모티브다. 그렇게 만난 자연 풍광들을 그만의 수묵채색 기법으로 한지를 물들였다. 묵묵히, 담담하게 수행하듯 하나하나 쌓아 올린 먹점은 나무가 되고, 숲이 되고, 들판이 되고, 산이 돼 또 다른 생명체로 발현됐다. 그 위에 더한 색감은 자연의 표정이 살아나게 했다. 그의 작품은 ‘유영하는 마음’이라는 제목처럼 일상에서, 혹은 여행에서 마주친 풍경과 그 표정을 따라 흘러가는 작가의 내면을 표현한 작품이 평온함을 느끼게 한다. 산에서 바다로, 숲에서 호수로, 길 한가운데서 마을 어귀로, 끊임없이 유영하는 시선에 색감이 입혀진 작품들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내면을 바라보기에 더없이 좋다.

양평군립미술관, ‘양평·몽골 현대미술展’ [전시리뷰]

한국과 몽골의 현대미술 작품 110점을 한 공간에 모아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양평군립미술관에 양국의 문화적 교류와 함께 몽골과 한국의 수교 33주년 의미를 더해주는 자리인 ‘양평·몽골 현대미술展’이 마련됐다. 몽골인 작가 29명과 양평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한국인 작가 25명이 각각 빚어낸 몽골 작품 84점, 한국 작품 26점이 내걸렸다. 양국의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를 작품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몽골의 자연환경을 담은 영상이 2층으로 향하는 길 벽면에 상영되고 있다. 영상에선 몽골의 유목 생활 모습과 드넓은 평야에서 말과 양 등 몽골의 가축이 뛰어다니는 장면이 나오며 이곳을 지나면 몽골의 암각화와 몽골 풍경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또 몽골 전통 음악인 흐미가 흘러나와 몽골에 가지 않아도 몽골 현지의 분위기를 떠올릴 수 있게 도와준다. 이어지는 2층에는 양평군 작가들의 회화 26점이 전시돼 있다. 그중 다섯 개의 산봉우리와 푸른 소나무를 낡은 철판 위에 그려낸 김성우 작가의 ‘일월오봉도 2023’가 눈에 들어온다. 낡은 철판 위에 전통 회화를 담은 독특함과 함께 높은 산과 나무가 없는 대초원 지대 몽골 특성상 산을 배경으로 한 작품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서용선의 ‘NY subway 2013’은 한 사람이 지하철 공간에서 전철을 기다리는 모습을 그려냈다. 19세기 이후 개발된 대중교통 수단 지하철 공간의 운영과 함께 그에 맞게 적응해 행동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캔버스에 표현했다.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지나면 몽골 작가들의 작품이 내걸린 드넓은 공간이 펼쳐진다.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몽골이 품은 국가의 색채와 정체성이 단버에 몸을 감싸는 느낌이 든다. 아말사이항 작가의 ‘Ancient Queens 2022’는 화려한 색의 전통의상과 모자를 착용한 여성들을 담아냈다. 고대 여왕의 아름다움과 고귀함을 작가만의 기법으로 현대적인 방식으로 표현해 눈길을 끈다. 흑질바야르의 작품 ‘To be or not to be 2018’에서는 기린, 곰, 원숭이 등 다양한 동물들이 나무로 된 사각형 울타리 안에 갇혀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 작품은 지구온난화와 인류의 악한 행동으로 야생동물 멸종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는 내용을 담았다. 현 시대의 수많은 장점과 더불어 존재하는 단점을 작가만의 현대적 시각으로 풀어냈다. 전시를 기획한 라현정 양평군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오늘날의 예술가들은 국가와 문화의 경계를 넘어 인류가 직면해 있는 다양한 현상을 가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며 “양국의 현대미술 전시를 통해 민족의 정체성과 문화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인류 공동체적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5월21일까지.

부모님 손잡고 ‘찰칵’…가정의 달 첫 연휴 [주말, 여기어때]

온가족이 함께 나들이를 가고픈 가정의 달 첫 연휴. 갑작스러운 비 소식 예보가 있어 마음이 가라앉는다. 하지만 경기도 곳곳에는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들이 많다. 바깥에서 싱그러운 초록을 만끽하는 것만큼, 알차고 색다른 경험을 선사할 실내 공간을 소개한다. ■ 부모님과 손잡고, 추억 되살려볼까…양평 ‘추억의 청춘뮤지엄’ 양평군 용문면 용문산관광단지에 있는 ‘추억의 청춘뮤지엄’은 1970년대 모습을 완벽히 재현한 공간이다. 외관에서부터 7080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는 청춘뮤지엄은 실내에 들어서면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1층과 2층으로 구성된 이곳은 이어지는 공간마다 다양한 놀이와 포토존으로 가득해 옛 향수에 빠져들기 충분하다. 내부에 들어서면 1970년도에 걸렸던 현수막과 점포 간판들이 당시의 거리를 거니는 듯한 상상에 빠진다. 이어지는 공간에는 화려한 색의 꽃들로 만들어진 포토존이 펼쳐진다. 분홍빛 배경과 꽃으로 꾸며진 공중전화와 따듯한 글귀가 적혀 있어 오고 가는 이의 발길을 붙잡아 누구라도 사진을 찍게 만든다. 당시 술과 음식을 판매했던 대포집과 공중전화, 극장, 만화방 등이 생생하게 재현됐다. 특히 곳곳마다 추억의 놀이인 땅따먹기와 제기차기, 팽이, 고무줄놀이 등을 직접 할 수 있게 마련돼 있어 함께 방문한 사람과 즐길 수 있다. 또 벽면에는 낙서와 각종 광고 전단지가 붙어있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2층 공간에는 유료 공중변소, 반짝이는 조명과 그 시절 음악 ‘Sunny’ 등이 흘러나오는 고고장, 나무 책걸상이 놓인 옛 교실, 다방 등 향수를 내뿜는 공간들이 가득하다. 이밖에도 8분가량 상영되는 대한늬우스를 볼 수 있으며, 교복과 교련복 등도 유료로 대여할 수 있다. 가정의 달을 맞아 65세 어머니와 함께 이곳을 방문한 박유민씨(36)는 “엄마가 교복을 입고 찍은 사진이 없다고 하셔서 사진도 찍고 추억 삼아서 방문하게 됐다”며 “얼마 만에 입어보는 교복이냐며 행복해하는 엄마를 보니 잘 왔다고 생각이 들고 추억 사진 남기기에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 커피의 모든 것을 알아볼까…남양주 ‘왈츠&닥터만 커피박물관’ 북한강이 흐르는 강줄기 옆, 마치 영화에 나오는 성처럼 눈길을 확 사로잡는 건물이 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이 건물은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박물관인 ‘왈츠&닥터만 커피박물관’이다. 건물 2층에 마련된 커피 박물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박물관인 만큼 커피의 역사를 가득 담고 있다. 아담한 공간이지만, 서양과 우리나라의 커피 역사 그리고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커피와 관련된 유물들이 전시돼 있어 커피의 역사와 문화를 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가장 먼저 커피의 역사를 알아보는 공간으로 들어서면 서양 국가들의 커피 역사와 전통, 우리나라의 커피 역사를 살필 수 있다. 이곳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절구통과 19세기 사막에 거주하는 베두인족이 생두를 볶을 때 사용하던 기구인 마흐마스와 마크랍이 전시돼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고종황제가 커피를 마실 때 실제 사용했던 ‘황실 은제 커피스푼’이다. 1926년 이전에 제작됐으며, 고종황제 중손이 기증한 황실유물이다. 커피 판매의 첫 시작과 다방의 출현을 알아볼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벽면에 걸린 다방의 출현과 번성, 우리나라 최초의 다방인 남대문역 다방의 내용과 함께 보이는 흑백 사진 등은 낯설지만 친근하게 관람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또 세계 각국의 생두와 원두를 직접 만져보고 로스팅 5단계의 원두를 비교해 볼 수 있으며, 황동 커피 그라인더와 커피 로스터기, 커피 보관통, 커피 포장 용기 등 역사가 담겨있는 유물들을 관람할 수 있다. 이밖에도 원두 보관방법, 커피 추출 시 유의사항, 커피와 잘 어울리는 음식 등 유익한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커피나무 묘목이 자라고 있는 모습을 3층 온실에서 관람할 수 있고, 커피를 직접 내리는 핸드드립 체험도 할 수 있다.

삶은 좋고, 죽음은 나쁠까?…경기도극단 연극 ‘죽음들’ [공연리뷰]

살아간다는 건 바꿔 말하면 죽어간다는 것. 우리는 결국 죽기 위해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삶은 좋기만 하고, 죽음은 나쁘기만 한 걸까? 지난 2일부터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는 경기도극단의 연극 ‘죽음들’은 바로 그 물음에 대한 답을 만날 기회다. 그렇다면 죽으러 가는 우리들에게 누군가는 ‘잘 죽어서 사후세계에 도착하는 법’을 안내해줘야 한다. 무대 위에서 느린 속도로 기이한 움직임을 선보이는 늙은 죽음(김성태)과 젊은 죽음(최예림)이 바로 그 역할을 떠안은 안내자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갑작스레 찾아온 불청객이 아니다. 죽음은 언제나 산 자의 곁에 동행하고 있었다. 늙은 죽음과 젊은 죽음은 어두운 무대 위 초록색 섬광을 받으면서 이런 말들을 내뱉는다. “상처받게 하지 말어, 우리는 누굴 죽이러 온 게 아니야. 태어날 때 산파가 필요하듯 죽을 때도 준비가 필요해. 우린 그걸 도와주러 온 거야. 누구나 죽는 건 처음이니까…”, “사람들은 눈에 안 보이면 아무 것도 없는 줄 알아…우린 늘 곁에 있었거든”. 천혜자(김지희)는 딸 지율(이은)과 아들 한율(김형준)의 걱정 속에 죽음을 앞두고 있다. 지율은 엄마 곁을 맴도는 죽음을 향해 증오와 거부감을 드러낸다. 우리 엄마 데려가지 말라면서 예정된 죽음을 따르지 않으려고 한다. 지율은 왜 우리가 죽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죽음이 오는 게 싫다며 죽음과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으려는 사람들을 대변한다. 그랬던 그가 연극의 종착지에 이르면 죽음을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고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연극 ‘죽음들’은 지율을 통해서 죽음을 바라보는 관점에 관한 질문을 만들어낸다. 지율의 서사가 전개되는 동안 엄마 혜자는 죽으러 간다. 그 과정에서 무대 위로 끼어드는 젊은 시절의 혜자(장정선). 그는 딸 지율이 태어나기 이전의 세상에서 자신이 지율로 태어날 걸 알지 못하는 존재(육세진)와 대화를 나눈다. 시공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장면은 또 있다. 결국 지율과 함께 세상에 태어나지 못한 다른 쌍둥이 아들(노민혁)이 늙고 병든 혜자가 죽고 난 뒤 사후세계에서 만난다.   이처럼 관객이 도착한 무대는 단순히 몇 마디 설명으로는 온전히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곳이다. 무대 위는 우리에게 익숙한 삶 속의 시간들이 이어지다가도 갑작스럽게 관객들이 낯설게 여길 만한 삶 이전의 세계를 함께 구현하고 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생명이 시작되는 세상, 마치 뱃속의 어딘가를 형상화한 듯한 삶 이전의 세계가 지속되다가 갑자기 현실 속 사람들이 누군가의 죽음을 기다리거나,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으로 전환된다. 또 죽고 난 뒤의 세계도 묘사돼 있다. 흥미롭게도 각각의 세계가 공존하는 장면도 많다. 후반부로 갈수록 여러 갈래로 흩어져 있던 시간과 공간들이 점점 한 무대 위에 공존하는 장면이 늘어나는데, 각기 다른 곳에 있던 존재들이 한데 모여 함께 생명의 탄생을 축하하는 노래를 부르고,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면서 울림 있는 대사를 내뱉는 구간들은 삶과 죽음 사이를 오가면서 펼쳐왔던 독특한 서사에 짙은 여운을 남긴다. 연극을 보다 보면 배우들의 의상과 대사와 몸짓, 배경과 음악의 조절 등을 통해 계속해서 교차하는 시공간의 변화를 관객들이 잘 따라갈 수 있도록 고심한 흔적이 느껴진다. 이번 작업을 총괄한 김정 경기도극단 상임연출은 황정은 작가가 빚어낸 희곡 속의 텍스트를 무대화하는 작업에 있어 먼저 안과 밖의 경계를 나누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연출의 단초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김 연출은 “현실과 비현실의 세계를 계속해서 교차하고 함께 다룰 때 관객들이 그 장면들을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게 이번 작업의 최대 과제였다”라고 덧붙였다. 무대는 7일까지 이어진다. 

삶과 죽음의 공존…‘수원시연화장 메모리얼 효(孝) 전시회’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추모공원을 오고 가는 사람들을 위해 특별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수원특례시 영통구 수원시연화장에서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가 주최한 ‘수원시연화장 메모리얼 효(孝) 전시회’가 지난 1일부터 개최됐다. 수원시연화장 장례식장 1층 로비와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야외 길목 양쪽으로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 소속의 회원 노인 작가들이 그린 작품 500여점이 내걸렸다. 장례식장 건물로 향하는 야외 길목에 걸린 작품에는 노인들이 살아가면서 보고 느꼈던 소소한 기억을 담은 시골 마을 풍경과 보름달 아래에서 강강술래를 하는 모습들을 그린 그림들이 주로 걸렸다. 작품을 보다 보면 두 번 놀란다. 전문가 못지않은 섬세함과 미적 감각에 한번 놀라고, 작품 하단에 기재된 나이에 또 한 번 놀란다. 장례식장 1층 로비는 특별한 방식으로 작품들을 전시한 공간이다. 전시실 벽면을 주로 활용하는 기존의 전시회와 다르게, 이곳의 작품들은 관람객을 로비 바닥에서 맞이한다. 노인의 그림들이 건물의 바닥에서 흙과 맞닿은 채 관람객과 소통한다. 이 같은 작품의 배치는 삶의 끝에 다다랐을 때 결국 우리가 모두 흙으로 돌아간다는 암시를 전해주고 있는 듯하다. 바닥에 놓인 작품들의 테두리 색도 다르다. 검정색 테두리로 둘러싸인 작품은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 회원으로 작품 활동을 했던 노인 가운데 세상을 떠난 노인들의 그림들이다. 그중 ‘무궁화와 나’ 작품은 치매에 걸린 노인이 무궁화를 그리다가 자식의 얼굴이 떠올라 무궁화 안에 자식의 얼굴을 그려 넣었다는 사연이 있어 보는 이의 심금을 울린다. 이밖에도 어르신들이 어린 시절 포장되지 않은 도로에서 걷던 기억을 그려낸 그림과 옛날 집 마당에 항아리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을 담은 그림, 독도, 여성 독립운동을 다룬 작품들이 전시돼 있어 그리움과 옛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또 1층 전시장의 한쪽 벽면에는 회원들이 대한민국청춘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 10점도 함께 전시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전시를 기획한 신현옥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장은 “이곳에 와 작품 한 점을 보면 마음을 울릴 수 있는 작품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장례식으로 오셨겠지만, 장례식에 슬픔만 갖지 말고 슬픔 속에서 와닿는 작품을 마주하고 잠시나마 치유와 안정이 됐으면 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31일까지.

신명나는 풍물 문화 즐겨요…수원민예총, 풍물대동놀이 한마당 6일 개최

시민들과 함께 사라지는 풍물 문화를 되살리는 축제의 장이 열린다. (사)경기민예총 수원지부(이하 수원민예총)는  6일 오후 3시 수원특례시 장안공원 중앙광장에서 제19회 ‘2023 풍물대동놀이 한마당’을 개최한다. 수원특례시가 후원하고 수원민예총 주최, (사)경기민족굿연합 수원지부와 풍물굿패 삶터의 주관으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도시 문명 속에서 안타깝게 사라져가는 풍물의 신명을 되살리자는 취지로 마련된 자리다. 행사가 시작되면 풍물굿패 삶터의 비나리, 풍물굿패 고빗사위의 풍물판굿, 군들 청룡풍물단의 군들 용정제(웃다리 농악편), 풍물굿패 두렁의 설장구놀이, 대부사랑풍물패의 풍물판굿, (사)경기민족굿연합수원지부의 고깔소고놀이, 사회적협동조합 살판의 광양버꾸놀이, 고색전통농악보존회의 풍물판굿 풍물굿패 삶터, (사)경기민족굿연합 수원지부의 합굿과 큰기놀이 등 다채로운 풍물 공연이 시민들을 만난다. 이번 행사엔 수원과 인근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풍물패에 소속된 풍물인 70여명이 참여해 신명나는 한바탕 놀이를 선보일 예정이다. 풍물굿판은 시민 남녀노소 누구나 동참할 수 있는 대동놀이로 구성된다. 수원민예총 관계자는 “이번 대동놀이 한마당은 그동안 풍물을 배우고 익혀온 풍물패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선보이는 자리”라며 “흥이 넘치는 풍물을 통해 서로를 격려하고 화합하는 축제의 장을 마음껏 즐기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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