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동·생창리 마을 피해 주민 4명, 고엽제 고통 속 살아남아 특별한 만남 민간인 이유로 그동안 지원도 못 받아 “법안 통과로 그간의 상처 씻겼으면”
■ 경기일보·강원도민일보 공동취재
“누구보다 서로의 아픔을 잘 아니까…살다 보니 이런 뜻깊은 날도 있네요.”
경기일보의 ‘고엽제 뒤덮인 파주 대성동…50년째 신음’(경기일보 4월20일자 1·3면, 4월24일자 1·3면) 연속보도를 계기로 고엽제 노출 피해를 입은 파주 대성동 마을과 강원도 철원군 생창리 마을 주민들의 특별한 만남이 성사됐다.
17일 오전 11시께 강원도 철원군 생창리 마을회관. 마을 주민 김영기씨(89)와 권종인씨(86)를 만나기 위해 파주에서 달려온 김상래씨(77·대성동 마을 출신, 미2사단 카투사병으로 대성동 마을 근무)와 박기수씨(79·김상래씨 미2사단 동료)는 수십년 만에 다시 만난 친구처럼 반가움을 표하며 격한 포옹을 나눴다.
김영기씨와 권종인씨는 같은 아픔을 겪었던 김상래씨와 박기수씨를 보자, 반가우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고 털어놨다.
권종인씨는 지난 1970년 민간인 신분으로 국군의 지시하에 동부전선 일대에 고엽제를 살포했다. 이후 각종 피부계질환을 앓으며 병원에서도 고엽제 후유증이 의심된다는 검사 결과를 받았지만, 민간인 신분이란 이유로 정부로부터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했다.
그는 “비슷한 아픔을 겪었던 친구들은 모두 세상을 떠났지만, 아픔을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너무 반갑다”면서도 “어떤 아픔을 겪었을 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안타까운 마음도 크다”고 씁쓸해했다.
김영기씨 역시 고엽제 살포 당시 맨손으로 희석 작업을 한 탓에 수십년째 각종 피부병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고엽제 노출 민간인 피해자들을 모아 국방부의 문을 수차례 두들겨 봤으나, ‘인정할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며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아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법안이 통과된다면) 먼저 간 동료들의 억울함이 조금은 해소될 수 있을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자리에 모인 김상래씨와 박기수씨, 김영기씨, 권종인씨는 그간의 아픔을 공유하고 서로 위로하며 오랜 시간 대화를 이어갔다. 꼭 다시 만나자는 작별 인사도 잊지 않았다.
이들은 “같은 아픔을 공유한 서부전선과 동부전선의 고엽제 피해자들을 이어준 경기일보와 강원도민일보에 너무 고맙다”면서 “좋은 결과가 나와 웃으면서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편 강원도민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강원 철원군 생창리 마을을 포함한 동부전선 일대에는 지난 1968년 4월15~28일까지 7천800드럼, 같은 해 5월15일~7월15일까지 1천5드럼의 고엽제가 살포됐다. 고엽제가 살포된 지역의 면적만 약 8천만㎥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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