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은 고적하다. 태초의 자연이 그러했을 것처럼. 그 외형은 산이 품고 있는 이미지일 뿐 나무도 바위도 인간의 그 어떤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이해균 작가 노트 中)
서양화가 이해균의 초대전 ‘산목(山木)’이 내달 1일 강원도 진부문화예술창작스튜디오에서 개막한다.
전시에선 그가 그동안 주목하고 그려냈던 산과 나무 등 30여점의 산목이 내걸린다.
그의 작품은 주름 잡힌 대지인 산 풍경을 통해 ‘주름의 철학’을 예시한다. 무수한 주름으로 이뤄진 산에는 수많은 겹과 결이 있어 마치 그 자체로 살아 숨 쉬는 듯하다.
그 안에는 작가가 거주하는 공간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신 산수도-한남정맥 광교산’은 지도와 풍경을 중첩한 전통 시대의 지형학을 현대적 어법으로 표현해냈다. 털 같은 세밀한 붓터치가 가득한 화면은 추상화처럼 보이지만, 작가가 사는 수원 지역의 지형도를 풍경화 했다.
수원의 허파인 광교저수지, 또 혈맥과도 같은 고가 고속도로의 형태와 선을 반영했다. 그 형태는 묵직한 정기가 흘러넘치는 듯 하다.
작품에는 산과 함께 무수히 많은 세월과 굴곡을 견뎌온 나무도 함께 자리한다. 그가 그려낸 나무는 마치 작가 자신과도 같다. 잎사귀를 다 떨군 나무들은 때론 앙상하게, 때론 예민하게 표현됐다.
“나의 나무는 이파리하나 찾아볼 수 없다. 그러해도 굳건한 근육질이거나 날카로운 회초리 같은 힘은 어떤 어려움도 견뎌내는 인내의 아우라를 견인하고 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그가 그려낸 나무는 앙상할지언정 그 자체로 에너지와 생동감이 넘친다.
이선영 미술평론가는 “이해균의 산풍경은 기념비적 장중함을 가지면서도 유동성 또한 있다. 산들 또한 태초에는 에너지의 힘을 받은 물질이었다. 강한 힘이 대지를 주름잡았고 그것의 결과가 현재의 모습”이라고 평했다. 전시는 2월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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