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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M] 출산 지원 ‘부익부 빈익빈’... 중소기업엔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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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M] 출산 지원 ‘부익부 빈익빈’... 중소기업엔 ‘그림의 떡’

道, 해마다 30여개 가족친화기업들에 200만원 규모 지원금 지급
인천도 215곳 선정... 동구·연수구 등에선 아빠육아휴직장려금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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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마련한 각종 제도를 활용하는 데 있어 ‘부익부 빈익빈’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에선 이 같은 제도 활용이 여전히 ‘하늘에 별 따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남녀고용평등법에 의해 만 8세 이하(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부모들은 이들을 양육하기 위해 각각 최대 1년간 육아휴직이 가능하다. 지난 1987년 저출생 등 문제 해결을 위해 도입된 육아휴직제도는 시행 이후 꾸준히 적용 대상과 사용률, 정책 지원 범위가 확장돼 왔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실에 적용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르고 있고, 특히 이 어려움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경우 극심한 격차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육아휴직 ‘부익부 빈익빈’은 수치로도 여실히 드러난다. 통계청의 ‘2021년 육아휴직 통계’ 조사 결과 지난해 육아휴직의 대기업 직원 비중은 중소기업 직원 비중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육아휴직을 사용한 부모의 64.5%는 종사자 규모 300명 이상인 대기업에 소속돼 있던 반면 4명 이하 소기업에 근무하는 부모의 육아휴직 비중은 4.5%에 불과했다. 5~49인 규모 기업에서도 육아휴직 비중은 16.2%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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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계에선 제도적으로 육아휴직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쓸 수 없는 ‘그림의 떡’이란 자조 섞인 이야기가 나온다. 성남에서 중소기업을 다니며 다섯 살 딸 아이를 키우는 A씨(38)도 최근 회사에 육아휴직을 문의하다 포기했다. 회사에서 은연중에 주는 압박감과 육아휴직이 끝나고 돌아오면 결국 ‘잘릴’ 것 같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그는 “육아휴직을 쓰고 싶지만 회사에서 주는 압박감이 너무 심해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의 ‘2021 일가정양립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내 육아휴직 대상자들이 육아휴직제도를 활용하지 못한 이유로 ‘사용할 수 없는 직장 분위기나 문화’(27.9%)가 가장 높았다. 이어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서’(25.7%), ‘동료 및 관리자의 업무 부담 가중’(24.5%), ‘추가인력 고용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21.9%)이 뒤를 이었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와 인천시 역시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경기도는 매년 도내 30여 개 기업을 ‘경기 가족친화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선정해 개별 기업에 200만원 규모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인천시도 지금까지 215곳의 기업을 가족친화기업으로 선정했고, 특히 자치구 5곳(동·남동·연수·서·계양구)에선 아빠의 육아휴직을 장려하는 ‘아빠육아휴직장려금’도 지급되고 있다.

 

또 최근 정부도 ‘2023년 주요 업무계획’에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맞벌이 부부의 육아휴직 기간을 부부 한 명당 기존 1년에서 1년6개월로 늘리는 방안도 담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결국 저출생 문제는 실질적으로 출산율에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인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물론 정부가 육아휴직 기간 연장을 추진하는 것 자체는 바람직한 방향”이라면서도 “부부들이 출산을 하지 않는 이유는 매우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기간 연장 외에도 각종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정책이 마련돼야 실질적으로 출산율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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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실. 경기일보DB

 

전문가 제언 “민간 기업 저출생 문제 해결 적극 참여해야”

전문가들은 국가와 지자체가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기업들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기업들이 저출생 문제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정부의 기업 유인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직장인들은 쳇바퀴처럼 매일 출퇴근 시간대에 사람들이 빼곡한 지하철을 타는 반복적인 경험만으로도 자연스레 ‘나 하나도 살기 힘든데, 무슨 아이를 낳느냐’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인간의 가장 큰 본능은 첫째가 ‘생존’이고, 둘째가 ‘재생산’인데 이렇게 경쟁이 심한 사회에서 ‘재생산’이 확산되길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기업들은 가능한 직군부터 출퇴근이 자유로운 유연근무제 등을 적극 도입하고,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워라밸’ 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업들이 이 같은 복지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를 유도하기 위한 정부 지원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출생은 장기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지속 가능성에도 큰 위협이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의 저출생 극복 노력은 정부와 학계를 중심으로만 이뤄져 온 면이 있어 민간 기업들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기업들에만 저출생에 대한 부담을 떠안으라고 하면 사실상 기업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힘들 수도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제도적으로 적극적인 뒷받침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들도 육아휴직 등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 등 맞춤형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얼마나 저출생 극복을 위해 참여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라며 “여건상 참여가 어려운 중소기업이 많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정부는 참여 중소기업들을 위한 세제 혜택, 4대 보험 지원 등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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