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농대 실험목장 축사 리모델링을 통해 재탄생한 창작 공간인 푸른지대창작샘터는 수원특례시 권선구 탑동 시민농장에 있다.
이곳에서 시각 예술 작가들은 저마다의 시간에 몰두해 왔다. 이들의 작업과 행위의 흔적, 고민과 창작의 시간이 매 순간 쌓인 수원아트스튜디오 푸른지대창작샘터 레지던시 프로그램 2기 참여작가 결과보고전 ‘Re;side’가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에서 오는 31일까지 열린다.
지난 20일부터 시작된 ‘Re;side’전은 다른 레지던시의 결과보고와는 다르게 작가들이 지난 2월 중순부터 입주한 뒤 약 10개월 동안 같은 공간에서 느꼈던 생각과 감정들을 담아낸 작품들로만 채워넣었다. 작가들이 기존에 내놓았던 결과물 대신 새로운 작업물이 자리한다. 작가들이 한 공간에서 어떤 공통 분모를 갖게 됐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전시에선 강나영, 김민주, 김수나, 박문희, 우민정, 전병구, 전은진, 정재희, 조민아, 조현택, 최해리, 허주혜, 홍혜림 작가 등 총 13명의 회화, 조각, 설치, 영상(퍼포먼스) 등 50여점의 작품을 볼 수 있다.
1전시실에서는 조민아 작가의 작품을 들여다 본다. 조 작가는 팬데믹을 통과하는 인류, 그 속에 스며든 일상의 미묘한 변화를 조명했다. 조 작가의 ‘미완의 안식’, ‘각각의 몫’ 등의 작품은 산뜻한 색채감으로 둘러싸인 일상을 드러내는 가운데, 현실에 침투한 비현실적인 요소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같이 배치해 괴리감을 드러낸다.
“현상을 그대로 그려내는 것보다 반추하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 인물들이 놓인 관계와 상징들 속에서 지금 우리가 통과하는 이 시기를 돌아볼 수 있을 것”이라는 작가의 말이 작품에서도 묻어난다.
3전시실 한구석에서 들리는 전자제품의 소음에 발걸음을 옮기면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응시한 정재희 작가의 작품 세계를 볼 수 있다.
전자제품이 그의 손에 들어가는 순간, 기존의 용도와 목적에 변화가 생긴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생겨난 기술의 산물이 정 작가의 세계를 거쳐 다른 방식으로 태어나는 셈이다. 상자 안에 진공청소기 새 제품이 들어 있는 ‘포장된 소리’의 경우, 관람객들은 상자를 열어보지 않는 이상 내부에서 나오는 소리가 청소기의 것인지 스피커가 만들어내는 소리인지 파악할 수 없다. 정 작가는 이를 통해 기술의 진화가 인간에게 어떻게 인식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작가들은 규모에 구애 받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 세계를 확장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조형물과 설치 작품뿐 아니라 회화나 사진도 크게 제작된 경우가 있다. 장노출 사진인 조현택 작가의 ‘스톤마켓_화순’ 같은 작품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는 모습이 그렇다.
전시를 기획한 최지혜 큐레이터는 “저마다의 관점을 지닌 작가들이 일정 기간 한 공간에 함께하며 서로에게 알게 모르게 영향을 끼쳤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더 풍성한 감상의 장이 열릴 것”이라면서 “작품에 녹아든 작가들의 일상을 들여다 보면서 관람객들도 각자의 내면을 발견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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