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일보로고
요소수 대책 ‘헛물’만 켰다
경제 경제일반

요소수 대책 ‘헛물’만 켰다

1년전 국내 요소수 대란 해결 위해 TF 구성했지만 정기회의 두차례뿐 
국산화 지원도 안돼... 대책 ‘공염불’...道 “중앙정부에 맞출 수밖에 없어”

어떠한 사회문제가 발생하면 정부와 지자체는 각종 대책을 내놓지만, 적지 않은 대책들이 ‘헛구호’에 그친다. 1년 전 전국을 마비시켰던 ‘요소수 대란’. 화물차와 버스는 속절없이 발이 묶였고, 건설기계를 돌릴 수 없었던 공사 현장은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 당시 정부와 지자체가 내놨던 대책들이 1년 후 얼마나 지켜졌는지 집중 점검했다. 편집자주

 

image
지난해 11월3일 오전 컨테이너 물류기지인 의왕ICD 내 주유소에서 주유원이 요소수가 없다며 손을 들어 X표를 그리고 있다. 조주현기자

경기도가 지난해 벌어진 ‘요소수 대란’에 대응하기 위해 발표했던 대책들이 1년이 지난 현재 ‘공염불’에 그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해 11월 요소수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전담조직(TF)을 구성했다. 중국이 화학비료와 요소 생산에 필요한 석탄 및 천연가스 등의 가격 상승으로 요소 수출을 통제했고, 이후 국내에선 요소수가 부족해 산업 현장 등이 차질을 빚는 이른바 ‘대란’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당시 도는 TF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요소수 확보 방안을 마련해 건설·수송대란에 대처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요소와 같은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은 수입품목 국산화를 위한 기술개발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본보 취재 결과, ‘요소수 대란’이 일어난 지 1년이 지났지만 도가 공언했던 요소 등 필수 품목 국산화 같은 장기적 대책은 전혀 추진되지 않았다.

당시 도는 요소수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정기회의를 열겠다고 했지만 회의는 단 두 차례만 열린 뒤 지난해 연말을 기점으로 자취를 감췄다.

또 TF 운영은 흐지부지됐고, 현재는 그 어떤 부서에서도 요소 국산화를 위한 업무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 문제는 경기도의 경우 건설 분야 등 지난해 요소수 대란 때 가장 피해가 막심했던 지자체였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건설기계 53만여대 중 17만7천여대가 요소수를 사용해야 하는 장비였는데, 이를 토대로 추산하면 경기도에선 약 3만6천대의 장비들이 요소수가 필요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치였다.

이에 경기도가 지난해와 같은 상황이 또다시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요소 국산화 등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요소수의 경우 산업 현장뿐만 아니라 농업 등 일상 생활 전반에 사용되는 만큼 대외적 리스크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일명 ‘요소 주권’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요소수 대란은 끝났지만, 아직도 요소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아직 근본적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경기도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발표하는 대응책에 맞춰갈 수밖에 없어 독자적 행동은 어렵다”고 말했다.

요소 국산화 필수… 정부·지자체 지원 절실

수입국 다변화로 중국 의존도 감소했지만 필수 수입품목 국산화는 이뤄지지 않아

여전히 대외적 변수 ‘리스크’ 극복 안돼…수입 중단시 제2의 물류·수송대란 우려

요소수 생산업계 “세제 혜택 등 지원 확대”

지난해 국내 ‘요소수 대란’의 직접적 원인은 중국의 요소 수출 통제였다. 요소 생산 시 천연가스와 석탄을 사용하는 중국이 지난해 10월 이들 가격이 상승하자 요소의 대외 수출을 막아 버렸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당시 요소에 대한 중국 수입의존도가 약 80%로 압도적으로 높았던 우리나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에는 요소 생산업체가 존재했다.

롯데정밀화학의 전신인 한국비료는 국내에서 요소를 생산했지만, 국내산 요소는 수입품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낮은 탓에 지난 2011년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요소 생산에는 어려운 기술이 필요하지 않지만, 문제는 요소 생산에 필요한 원료를 만들어 생산 과정까지 투입되는 비용을 감당할 만큼 수익성이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롯데정밀화학이 요소 생산을 그만둔 이후 국내에는 외국에서 들여온 요소를 요소수로 가공하는 업체만 있을 뿐 생산하는 업체는 없다.

■ ‘수입국 다변화’에만 초점 맞춘 정부 정책

2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요소수 대란’ 당시 우리나라의 요소 수입 비중은 중국산 83%, 베트남산 11%, 카타르산 3%, 인도네시아산 1% 등이었다. 특히 당시 요소수를 생산하는 데 쓰이는 공업용 요소의 중국 의존도는 90%가 넘었다. 이에 정부는 한국무역협회나 코트라 등 유관기관과 ‘수입국 다변화’, ‘필수 수입품목 국산화’ 등에 나선다고 공언했지만, 실질적으로 대책의 초점은 ‘수입국 다변화’에만 맞춰졌다. 실제로 ‘수입국 다변화’는 어느정도 실현됐다. 지난 3월 기준 요소의 중국 의존도는 42%로 감소했고, 베트남산 36%, 인도네시아 11% 등으로 수입국이 다양해졌다. 하지만 요소와 같은 ‘필수 수입품목 국산화’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중국 의존도만 낮아졌을 뿐 여전히 대외적 변수에 따른 ‘리스크’는 극복되지 못하고 있다.

■ 요소 국산화, 왜 필요한가

요소는 차량용 요소수 외에도 비료를 만드는 데도 필수적으로 투입되는 물질이다. 특히 철강업과 시멘트업에서도 제조 공정 중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을 제거하기 위해 요소가 사용된다. 이같이 요소는 일상생활과 산업 전반에 꼭 필요한 물질로, 업계에 따르면 전국 기준 요소의 한 달 소비량은 약 7천t이며 요소수 소비량은 약 2만4천t에 달한다.

이 때문에 요소 국산화가 요원한 상황에서 또다시 대외적 변수에 따라 요소 수입이 중단되는 문제가 발생하면, 산업 전반에 미치는 타격은 불가피하다. 또 국내의 경우 화물차의 60% 이상이 요소수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2의 물류대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국 노선버스 5만대 중 요소수가 들어가는 디젤 버스가 2만여대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제2의 수송대란’도 발생할 수 있다.

■ 요소 국산화 위해... 정부·지자체 지원 절실

요소수 생산 업계에선 대외 변수에 영향을 받지 않는 요소의 국내 생산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국내 생산이 종적을 감췄던 만큼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요소수 대란’이 벌어진 뒤 정부와 지자체에서 요소 등 필수 품목 국산화 대책이 제시됐지만, 당시 업계에선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 국내산 요소가 가격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아무 인센티브도 없이 국산화에 나서겠다는 것은 결국 ‘공수표’에 그칠 것이란 예상 때문이었다. 1년 후 이들 업계의 예상은 현실이 됐다.

도내 한 요소수 생산업체 관계자는 “국내에서 요소가 생산돼도 수입품 가격에 맞출 수 없어 업계 입장에서 국내 요소는 장점이 없을 것”이라며 “호주 같은 나라에선 정부가 요소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걸로 아는데 우리 정부도 요소 국산화를 위해 세제 혜택 등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당시 요소수 대란 때는 수입국만 재조정하면 되는 문제라 요소 국내 생산은 주된 논의사항은 아니었다”며 “요소를 다시 국내에서 만들기 위해선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는 걸 인지하고 있지만,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 위반 문제 등도 있어 당장 국내 생산을 추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다빈수습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