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으로 자동 해임된 이준석 전 당 대표는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국민의힘을 넘어서 이제 조직에 충성하는 국민의힘도 불태워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큰 선거에서 세 번 연속으로 국민의힘을 지지해준 국민이 다시 보수에 등을 돌리고 최전선에서 뛰어서 승리에 일조한 당원들이 이제는 자부심보다는 분노의 뜻을 표출하는 상황을 보면서 저 또한 많은 자책감을 느낀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을 모두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당 비대위 체제 전환에 대한 가처분 신청과 관련, 일각에서 ‘선당후사’ 요구가 나오는 것에 대해 “선당후사라는 을씨년스러운 표현은 정치권에서 금과옥조처럼 받아들여지지만 소설 삼국지연의에서 나오는 ‘삼성가노(三姓家奴)’ 보다도 훨씬 근본 없는 용어”라고 일축했다.
‘삼성가노’는 양아버지 여럿을 섬긴 여포에 대해 장비가 ‘성을 세 개 가진 종’이라고 비하하며 쓴 표현으로, 앞서 이 전 대표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분류되는 같은 당 장제원 의원을 겨냥해 해당 표현을 쓴 바 있다.
특히 그는 “당이 한 사람 몰아내려고 몇 달 동안 위인설법을 통해 당헌·당규까지 누더기로 만드는 과정은 전혀 공정하지 않았으며 정치사에 아주 안 좋은 선례를 남겼다”면서 “이번 비대위 전환을 위해 누더기로 만든 당헌·당규와 그 과정은 검수완박 한다고 모든 무리수를 다 동원하던 민주당의 모습과 데칼코마니 같다”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아울러 “정당에 대한 평가는 주기적으로 진행되는 여론조사 상에서 이미 파악된다. 민심은 떠나고 있다”며 “대통령이 원내대표에 보낸 어떤 메시지가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는다면 그것은 당의 위기가 아니라 대통령의 지도력의 위기”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결국 이 정권이 위기인 것은 윤핵관이 바라는 것과 대통령이 바라는 것, 그리고 많은 당원과 국민이 바라는 것이 전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윤핵관들과 윤핵관 호소인들이 그들의 조그만 장원에서 벗어나 좀 진취적인 것에 도전해보는 것”이라며, 서울 강북지역 또는 수도권 열세지역 출마 선언을 요구했다.
이 대표가 공식 석상에 선 것은 지난달 8일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 이후 36일만에 처음이다.
김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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