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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인천시관광協 소속 회원, 10명 중 8명 ‘유령’
정치 집중취재

[집중취재] 인천시관광協 소속 회원, 10명 중 8명 ‘유령’

주소지 가보니 잡초만 무성...연락 가능한 회원 20% 수준
2년 전 15억 관광안내소 위탁...회원사와 내부 거래로 물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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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인천시관광협의회 등록 서류상의 회원 거주지인 인천 중구의 한 주소지에 건물 형태 없이 쓰레기와 잡초로 뒤덮혀 있다. 장용준기자 

관광협의회요? 들어보지도 못했고, 가입한 적도 없습니다.”

21일 오전 10시께 인천 중구의 상가주택 단지. 이 곳에는 인천시관광협의회 회원(사) 13곳의 주소가 몰려있지만, 여행사 등 관광 업체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한 회원의 주소지에는 아예 잡초만 무성한 나대지에 주택단지 분양 환영이라는 현수막이 걸린 컨테이너만 놓여있다. 협의회 회원사 명단에 있는 A씨는 과거 마을기업 가입 신청서를 써준적이 있을 뿐, 협의회는 전혀 모른다라며 누가 이름을 임의로 쓴 것 같다고 했다.

같은 시간, 연수구 동춘동의 한 주류창고. 이 곳은 협의회 회장 B씨가 운영하는 여행사의 주소지. 3층 사무실의 입구에는 한 봉사단체 간판만 걸려있을 뿐이다. 창고 관계자는 “3층에 사람이 오가지 않는다. 그냥 공실이라고 했다.

협의회의 회원 상당수가 가입 한 적 없거나 관광업과 관련이 없는 등 유령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연구원 소속 연구원 4명을 비롯해 전기·시설 공사 업체나 회계·세무 사무소 등도 회원에 이름이 올라있다.

하지만 인천시가 협의회를 사단법인으로 등록 할 당시 회원 250여명 중 현재 협의회와 연락이 닿는 회원은 고작 55명 뿐이다. 회원 10명 중 8명이 유령인 셈이다.

특히 협의회는 지난 2020년부터 시에서 해마다 15억원 예산 규모의 인천지역 관광안내소 10곳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면서 회원과 계약하는 내부 거래를 한 정황도 나와 물의를 빚고 있다. 협의회는 지난 202011월 이사 C씨가 대표로 있는 교육기관에 수의계약으로 1천만원을 주고 관광안내사를 대상으로 일대일 퍼스널 컬러 및 이미지 브랜딩 교육 등을 했다. 관광 업무와 아무 관련이 없는 교육이다.

협의회는 또 2020~20212차례에 걸쳐 부평의 한 회원을 통해 공사비 4400여만원 규모의 인천역 및 인천항 관광안내소의 인테리어 공사를 하기도 했다. 협의회의 전 관계자는 안내소의 전기·시설 정비 때 협의회 임원이 운영하는 업체에 수시로 맡기기도 했다임원이 협의회에 500만원의 기부금을 내는데, 이를 교육·공사 비용으로 챙겨가는 암묵적인 분위기가 있었다고 했다.

반면 시는 관광안내소 위탁 초기부터 이 같은 협의회 회원과의 내부거래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과거 관광안내소 위탁 중 횡령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협의회에 내부거래를 하지 말것을 여러차례 강조했다만약 거래에 불법적 문제가 있다면, 민간위탁 취소까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협의회 측은 초창기 회원 가입에 대해선 과거의 일이라 잘 알지 못하지만, 그동안 회원사 정리 등을 하지 못한 점은 인정한다고 했다. 이어 내부거래는 비교 견적을 통해 결정했을 뿐, 회원사라 계약한 것이 아니다라며 인천시도 함께 견적 심사에 참가했다고 했다. “2020년 교육 프로그램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는 다시 그 업체를 선택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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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가 ㈔인천시관광협의회를 통해 운영하고 있는 인천관광안내소 전경

市 관광협의회 ‘관리 구멍’… 관광안내소 부실운영 자초

인천시의 ㈔인천시관광협의회에 대한 관리·감독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협의회의 사단법인 등록 단계부터 해마다 15억원 규모의 관광안내소를 위탁하면서 제대로 ‘유령 회원’이나 ‘내부 거래’ 등 문제를 파악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지역 안팎에서는 시가 관광안내소 운영을 민간에 위탁할 것이 아니라, 인천관광공사 등을 통한 사실상 직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회원 돈벌이’로 전락한 관광안내소

당초 인천지역의 관광안내소는 1990년대부터 ㈔인천시관광협회가 인천시로부터 위탁을 받아 운영해왔다. 협회는 협의회와 달리 관광 관련 기업 등만 가입할 수 있는 단체다. 하지만 2015년 협회가 보조금을 운영비 등으로 빼돌려 쓴 횡령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후 사실상 협회가 제역할을 못하자 시는 결국 관광안내소를 관광공사를 통해 운영했다.

그러나 불과 4년 뒤인 2020년 2월 시는 공모를 통해 관광안내소의 운영을 민간(협의회)에 위탁했다. 협의회는 시로부터 사단법인 승인을 받은 뒤 불과 10개월만에 관광안내소 위탁을 받았다. 게다가 시는 공모 3개월 전 이미 협의회에 관광안내소를 민간위탁하는 내용의 동의안을 시의회에 올렸고, 시의회는 협의회의 전문성 부족을 지적하기도 했다.

시의 관광안내소에 대한 총 위탁 사업 예산은 올해 기준 15억3천200만원에 달한다. 관광안내사 29명의 인건비 및 지역 내 10곳의 관광안내소 운영비다. 시는 위탁기관의 사무실 운영비(연간 1천만원)을 비롯해 사무국장과 회계 담당자 등의 인건비, 그리고 위탁수수료 명목으로 총 사업비의 4%(7천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소위 관광안내소 위탁 사업은 ‘돈이 되는 사업’인 셈이다.

■ 市, 회원 검증·내부 거래 확인 전무

시는 2019년 협의회의 사단법인 등록 당시 회원들에 대한 검증을 하지 않았다. 가입신청서에 대한 대조도 없었고, 협의회가 제출한 회원 명단으로만 인준 절차를 밟았다. 현행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은 사단법인 등록 시 구성요건 중 하나인 회원의 숫자와 회비 집행 계획 등의 관계사실을 조사해 목적에 맞을때만 등록을 허가토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시가 관광안내소를 민간위탁하는 심사 과정에서도 유령회원이 상당수인 협의회의 회원 수가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시의 민간위탁 조례는 수탁기관의 인력과 기구, 재정 능력 등을 주요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2020년 민간위탁 공모시 회원 수와 조직도, 회원 자격 등의 정보를 요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연히 회원이 많아야 시로부터 위탁 사업을 받는데 유리하다”며 “사단법인 허가 시 보통 매우 꼼꼼하게 회원 명부와 회비 계획 등을 살핀다”고 했다. 이어 “시가 무려 15억원을 지원하면서도 이 같은 기본적인 것을 확인하지 않은 것이 의아할 뿐”이라고 했다.

시 관계자는 “사단법인 등록시 회원 명부와 가입신청서의 대조까지 하진 않았다”며 “사단법인의 살림이나 회원명부를 무작정 들여다 보기가 어렵다”고 했다. 이어 “당시 민간위탁 가능한 단체도 협의회 뿐이었다”며 “협의회 회원 명단 및 회계 등 전반적인 조사를 벌이겠다”고 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사업 위탁은 우수한 관광안내소 운영 실적 때문”이라며 “회원 수가 사업 위탁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대부분 임원과 회원들이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 속 봉사하는 자세로 일했고, 사적 이익을 취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 관광안내소, 시 직영 전환 시급

시가 관광안내소를 직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관광안내소가 본래의 목적인 관광자원 발굴과 관문의 역할보다 사실상 돈벌이 도구로 전락한 탓이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연합 사무처장은 “시는 민간단체에 공공업무를 맡기면서도 제대로 지도감독 하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민간 위탁에 대한 각종 문제가 이어진다면 지금이라도 서둘러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민선 8기에서 인천의 관광자원을 제대로 활용하도록 직영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며 “또 전문성과 공공성을 둘다 확보할 수 있도록 인천관광공사를 통한 운영을 추진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했다.

이훈 한양대학교 관광학부 교수는 “지역의 관광안내소는 단순히 운영만 하는게 아니라 관광 정책과 여론을 수집할 수 있는 거점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관광안내소가 이미 예산을 받는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지자체가 나서서 관광정책 구조 전반을 손 봐야 할 때”라고 했다.

시 관계자는 “종합적으로 현재 관광안내소의 운영 방식에 대해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김지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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