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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장애물에 가로 막힌 '휠체어 유권자'
정치 집중취재

[집중취재] 장애물에 가로 막힌 '휠체어 유권자'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선거권을 가진다. 18세 이상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선거권을 가질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장애인들에게는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참정권이 여전히 먼 얘기다. 2020년 시각장애인인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비례)의 국회 입성 이후 곳곳에서 공직선거법 개정 등의 변화가 일고 있지만,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참정권 보장’은 부족한 현실이다. 장애인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투표소로 향한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참정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다. 이에 경기일보는 지난 3월9일 치러진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장애인 참정권 침해 문제를 살펴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해결책을 고민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①“언제쯤 온전한 투표를 할 수 있을까요?”…그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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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에 사는 지체장애인 김선경씨(45·가명)는 지난 대선 사전투표일 장애인콜택시를 불러 타고 투표소로 향했다가 난감한 상황을 만났다. 당연히 1층에 있을 줄 알았던 투표소가 3층 다목적실에 마련돼 있었던 것.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 앞에서 당황하던 김씨는 결국 인근 사전투표소 중 1층에 있다는 투표소를 안내받아 자리를 옮겨야 했다.

 

#. 시각장애인인 장수원씨(38·가명)는 여전히 선거철이 되면 제각각인 공약집에 어려움을 겪는다. 2020년 개정 공직선거법에 따라 각 당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공보물을 보내고는 있지만, 점자공보물을 보내는 후보, 점자와 USB 등을 통한 음성 공보물을 제공하는 후보, 시각장애인이 식별할 수 없는 형식으로 종이에 QR코드만 인쇄한 뒤 전자매체 등으로 연결하는 방식을 택하는 후보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 발달장애인인 최정수씨(48·가명)는 여전히 선거철이 다가오면 남들보다 배로 많은 힘을 쏟아야 한다고 했다. 발송하는 공약집 속 알 수 없는 문자들부터 투표 과정에 대한 안내, 현장에서 만나야하는 각종 어려운 말들을 지인들에게 물어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씨는 “외국에서는 투표용지 자체에 후보자의 사진이나 당 로고 등을 함께 넣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며 “사실 공약집부터 너무 어려워서 좀 쉽게 써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인천지역 장애인들이 헌법에서 보장한 참정권을 침해받고 있다. 투표 과정에서 장애인을 위한 각종 정책적 보호장치가 의무화하지 않으면서 선거 과정에서 각종 불편을 겪는 실정이다.

5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인천의 장애인 등록인구는 14만8천725명으로 인천 전체 인구(295만여명)의 5%가 넘는다. 이 중 지체장애인은 6만7천763명으로 가장 많고, 시각장애인이 1만3천750명, 발달장애인이 1만2천941명 등이다.

정익중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국가에서 당연히 해야하는 (장애인 참정권) 부분을 놓치는 경향이 있다”며 “정치인들도 함께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장애인의 참정권 보장 방안에 대한 다양한 방법을 국가가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②인천 사전투표소 17곳, 여전히 접근 불가…시각·발달 장애인엔 배려 부족 

장애인의 참정권에 대해 보장해야 한다는 인식과 제도가 생기고 있지만, 여전히 권고 조항 등의 형태로 존재해 장애인에게 비장애인과 같은 수준의 참정권을 보장하진 못하고 있다.

 

■접근불가 사전투표소 17곳…절반은 엘리베이터 없어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인천지역 사전투표소 157곳 중 17곳(10.83%)은 여전히 장애인의 접근이 불가능한 투표소로 나타났다. 사전투표소가 지하나 2층 이상에 있음에도 엘리베이터가 없는 인천지역 투표소는 미추홀구가 9곳으로 가장 많고, 동구가 6곳, 부평구가 2곳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 19대 대선 당시 10개 군·구 중 8개 군·구 모두 접근불가 투표소가 있던 것과 비교하면 5개 군·구는 이번 대선에서 지체장애인의 접근성을 높인 상태다. 이는 각 군·구별 노력에 따라 사전투표소의 장애인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기도 하다.

또 인천의 사전투표소 157곳 중 38곳은 점자 유도블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25곳에는 장애인 화장실이 없었다. 경사로 및 장애인 이동통로가 없는 곳도 11곳이고,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은 절반 가량인 76곳에 달했다.

 

■시각장애인 위한 모든 종류 공보물 보낸 후보 3명 뿐

이번 대선에서 시각장애인에 대한 공보물 역시 각 후보별로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이 2020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뒤 시각장애인에 대한 선거공보 제공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지만, 공보물의 종류 등은 제한하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14명의 후보 중 점자형 선거공보물과 인쇄물 접근성 바코드, 디지털 파일 저장매체를 통한 문자 및 음성 공보물을 모두 제공한 후보는 정의당 심상정 당시 후보, 기본소득당 오준호 당시 후보, 통일한국당 이경희 당시 후보 뿐이다.

시각장애인인 장수원씨는 “받아본 선거공보물 중에는 오탈자가 있어 무슨 말인지 식별할 수 없는 상황도 있었다”며 “후보자들이 시각장애인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발달장애인 위한 ‘쉽게 쓰는 공약집’ 제도화 해야

이 같은 상황에서 아직 참정권 보장을 위한 법적 근거 등을 마련하지 못한 발달장애인은 더 큰 불편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발달장애인은 각 후보들의 공약이 담긴 공보물을 받아볼 때부터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 어떤 후보가 어떤 공약을 냈는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각 후보들이 자주 하는 공약 중 ‘수요형 공공주택 100만호 공급’ 등의 공약을 ‘필요한 사람에게 100만개의 집을 줍니다’ 등으로 쉽게 쓰는 공약집이 필요한 이유다.

투표소에 간 뒤에도 불편은 이어진다. 투표용지의 기표란이 너무 좁거나 글자로만 표기한 투표 용지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일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해외의 사례처럼 투표용지에 후보자의 얼굴이나 정당 로고 등을 넣는 ‘그림 투표용지’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익중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인의 참정권은 비장애인과 가능한 비슷하게 보장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라며 “하면 좋고, 안해도 그만 식으로 국가가 규정해두기 보다는 당연히 장애인의 참정권을 보장하는 공보집과 투표 환경 등을 조성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4개 주요정당, 장애인 참정권 보장 입장은

장애인의 참정권 침해 사례와 이를 보장하기 위한 방안 등을 담은 질의서를 주요 정당 4곳에 보낸 결과,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시당차원에서도 선거관리위원회에 이들의 참정권 보장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장애인 참정권 관련 법 규정 등을 마련해 힘을 더하겠다고 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발달장애인을 위한 쉽게쓰는 공약집 배포 계획 등을 묻는 질문에 국민의 힘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시당 차원보다는 중앙당과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장애인인권 4법 입법 및 개정, 장애인 권리예산 반영 등을 통해 장애인의 참정권 및 인권 등의 보장을 위한 움직임에 나서겠다고 했다. 정의당은 기초대선 공약 당시 내놓은 ‘장애특성에 맞는 선거정보 전달과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당론으로 정하고,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이를 적극 반영하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국민의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시당차원으로 ‘쉽게쓰는 공약집’을 제작하고, 모든 후보자들에게 이를 장려 및 독려하는 등 선관위에 관련 내용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겠다고 답했다.

인천선관위 관계자는 “장애인 유권자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수어 및 점자형 투표안내문, 쉽게 설명한 투표안내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사전투표소의 투표편의 역시 1층에 임시기표소 설치 등의 조치를 해왔는데,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이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등 노력해나가겠다”고 했다.

김경희·최종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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