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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크리에이터] 도자기에 ‘꽃’ 피우는 행복한 도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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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크리에이터] 도자기에 ‘꽃’ 피우는 행복한 도예가

흙에 열정을 불어넣다...생생한 ‘꽃 도자기’ 활짝

여러분에게 #이란 무엇입니까. 요즘은 고생 끝에 낙이 온다가 아니라 골병이 온다라고들 말하던데요, 그만큼 변화혁신이 필요한 시대라고 합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혹독하게 치르면서 사람들이 일해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이 크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어느 곳에서나 존재하지만, 한편으론 어느 곳에서나 보이지 않는 그 모호한 변화를 우리는 기대하고 희망합니다. 그래서 그 희망의 조각들을 하나씩 모아보려 합니다. 바로 로컬크리에이터들을 통해서요. 지역의 자원과 문화적 특성에 아이디어를 접목해 가치를 만들어내는 창업가인 그들이 변화의 씨앗을 뿌리고 키우는 사례를 들춰보려 합니다. 그 속에서 비롯된 변화가 일자리 창출이 절실한 우리 사회에 '어떤 가능성'을 가져올 수 있을지 각자의 방식으로 의미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편집자주

▲한국 대표 도자 도시인 이천에 있는 꽃 도자기 공방 '플로리겐'.
▲한국 대표 도자 도시인 이천에 있는 꽃 도자기 공방 '플로리겐'.

이게 도자기야?”

꽃이 가득한 공방에 들어서는 두 명의 여성이 토끼 눈을 뜨고 서로를 번갈아보며 되묻는 말이다. 기자도 지난 4일 찾아간 도자기 공방에 받을 딛자마자 두 눈을 의심하며 머릿속에 똑같은 물음표를 떠올렸다. 조화처럼 보이는 디테일한 꽃 모양이 너무 정교해서 흙으로 만든 게 맞나 의문이 들 정도였다.

꽃 도자기를 직접 본 사람들은 그 섬세함에 감탄한다. 꽃 도자기란 흙으로 만든 꽃을 고온의 가마에 구워내는 것이다. 장식품으로서 가치가 있을 뿐만 아니라 소품을 담거나 음식을 담는 등 디자인과 용도에 따라 실용적으로도 쓰인다. 유럽 귀족들 사이에서 고급 취미로 시작된 꽃 도자기는 현재 예술품으로서 그 소장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플로리겐 이연주 작가는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로컬크리에이터로 선정됐다.
▲플로리겐 이연주 작가는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로컬크리에이터로 선정됐다.

대한민국 대표 도자 도시인 이천의 초기 입주민인 이연주(63) 작가는 사실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꽃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한 계기는 생각보다 소박하고 순수했다. 꽃을 아주 좋아하는데 금방 시들어 버리는 게 안타까워 영원토록 남기고 싶은 마음에 하게 됐다는 것.

그의 바람은 꽃을 피우는 유전자인 플로리겐(florigen)’처럼 이천에 처음으로 꽃 도자기를 피우기에 이르렀다. 공방 이름도 그래서 플로리겐이다.

한 줌의 흙이 행복이 짙게 밴 꽃으로 피어나다

▲작가는 작품을 만드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점토를 빚어 꽃을 만드는데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작가는 작품을 만드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점토를 빚어 꽃을 만드는데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작품을 만들면서 수시로 들여다보는 그 시간이 즐겁고 행복해요

분홍색 티셔츠를 입고 앞치마를 두른 채 부끄러운 듯 말하는 이 작가의 모습은 수줍은 소녀 같다. 그런데 단순하게 들릴지도 모르는 그 짧은 말이 강렬하다. 꼭 꽃 도자기를 닮았다. 아무생각 없이 보면 화사하게 빚어진 영생의 꽃일 뿐이지만 자세히 보면 존재감이 남달라 보는 이들을 설레이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작품을 만드는 모습에서 그 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점토를 빚어 꽃과 꽃잎을 만드는데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색을 칠하려 붓질하는 손놀림도 즐거움 가득하다. 일을 숙제처럼 하기보단 즐기면서 한다는 게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다.

▲ 평범했던 한 줌의 흙이 활짝 핀 꽃 도자기로 변신했다.
▲ 평범했던 한 줌의 흙이 활짝 핀 꽃 도자기로 변신했다.

평범했던 한 줌의 흙이 활짝 핀 꽃 도자기로, 혹은 꽃을 담아두는 꽃바구니로 변신하는 모습은 그저 신기하다.

가마에서 불을 막 쐬고 나온 작품과 마주하면서 느끼는 감정이 격정적인 희열이라면, 마지막 재벌의 과정을 바라보며 기다리는 시간은 자신을 뒤돌아보는 성찰의 기회다.

흙의 매력에 반한 작가는 작품이 하나하나 탄생할 때마다 마음을 비우는 법을 배워가는 중이라고 했다.

누가 따로 가르쳐주는 것은 아니지만 순수한 흙에서부터 작품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거치다보면 물질적인 욕심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는 도예를 통해 조금씩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비법을 터득하며 그렇게 남다른 보람을 만들어가고 있다.

쉘 위 댄스춤추듯 즐겁게 탄생한 작품들

▲테라코타 화기부터 꽃바구니, 꽃 그릇 등 다양한 '꽃 도자기'가 희소성이 높다는 평을 받고 있다.
▲테라코타 화기부터 꽃바구니, 꽃 그릇 등 다양한 '꽃 도자기'가 희소성이 높다는 평을 받고 있다.

도예 활동 기간만 약 30년. 만든 작품은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고 다양하다. 테라코타 화기부터 꽃바구니, 꽃 그릇 등 모양과 용도에 따라 각기 다른 꽃잎을 만들어 넣어 희소성이 높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의 작품을 본 이들은 판매를 권유하기도 하지만, 만드는 과정 자체를 즐겼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상품화 한 적은 없다. 반면 작품 전시는 꾸준히 하고 있다. 마치 미술관 같은 공방에는 그동안 전시회에 출품했던 작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작품명 '쉘 위 댄스'
▲작품명 '쉘 위 댄스' (높이 50cm)

먼저 공방 쇼윈도부터 안쪽까지 하얀 꽃이 옹기종기 모여있어 이건 뭐지?’ 갸웃하며 궁금증을 일으키는 작품이 있다. 이름하야 쉘 위 댄스’. 지난해 청주비엔날레에 출품된 작품으로, 춤추듯이 인생을 즐겁게 살자는 의미가 담겨있다. 작품명을 듣고 나면 도자기에 불과한 꽃이 정말 춤추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작품명 '쉘 위 댄스2' (지름 2m)
▲작품명 '쉘 위 댄스2' (지름 2m)

커다란 공간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 잡아 시선을 강탈하는 작품도 있다. 개인전에 선보였던 것으로 장미 정원을 표현했다.

쉘 위 댄스 2’인 해당 작품은 스페인 여행 중 들렸던 꽃의 정원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장미에 반해 귀국하자마자 몇 달에 걸쳐 완성해낸 결과물이라고 한다.

▲작품명 '쉐어' (가로90cm x 세로65cm)
▲작품명 '쉐어' (가로90cm x 세로65cm)

벽에 붙어 있어 그림 액자로 착각했던 작품들도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점토를 얇게 펴서 겹겹이 붙인 게 보이는데, ‘파격적이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 작가는 "도예가인 딸과 함께 굴곡진 계곡과 물결 사이사이 꽃을 피우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공유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작품명도 쉐어라고. 행복하게 완성된 모든 작품이 그야말로 해피 꽃을 피운 것 같다.

비대면 도자기 체험키트로 지역 가치 알리다

▲'꽃 도자기'는 아직 활성화된 분야가 아니다.
▲'꽃 도자기'는 아직 활성화된 분야가 아니다.

꽃 도자기는 아직 활성화된 분야는 아니다. 때문에 이 작가는 플로리겐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접하고 체험하는 도자공예 놀이터가 되길 원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체험 프로그램 활성화는 어려워졌다. 이에 이천도자예술마을(예스파크)과 협업해 안전한 비대면 도자기 체험키트를 개발했다.

비대면 도자기 체험키트는 소비자가 집과 일상 속에서 쉽게 도자공예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된 도자기 DIY키트. , 모빌, 캐릭터 등 원하는 형태의 완성된 도자기와 페인팅 펜이 들어있다. 도자기 표면에 색을 칠하고 오븐이나 전자레인지로 20~30분 구우면 된다.

▲다양하게 만드는 도자공예
▲다양하게 만드는 도자공예

이연주 작가는 아이들도 쉽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핸드 페인팅을 통해 창작 활동, 두뇌 활성화, 정서발달에도 도움이 된다"면서 "많은 분들이 이천 방문 체험 대신 도자기 체험키트를 통한 간접체험으로 도자기를 이해하는 경험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한민국 동행세일에도 참여해 이천의 도자기 문화체험을 전파하고 지역과 문화, 그리고 주민이 어우러지는 선순환을 이끌어내겠다는 각오다

글·사진=황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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