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혜원, <가족사진>, 2018
금혜원의 <가족사진> 연작은 작가의 외할머니가 유품으로 남긴 6권의 노트에서 시작됐다. 손 글씨로 정갈히 써 내려간 할머니의 노트에는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동시에 인식을 공유하는 우리네 역사가 담겨 있었다. 일제강점기 그리고 광복, 한국전쟁과 같은 우리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기록의 골자가 됐다. 작가는 근 2년간 할머니의 노트 속 기록의 공백을 치밀하게 채워가며 자전소설을 완성하고 옛 물건을 발굴하고 사진 작업도 병행했다. 이렇게 완성한 <가족사진> 연작은 역설적으로 풍경 사진이다. 작가는 194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촬영된 흑백사진을 바닥에 놓고 재촬영 후, 사진 속 인물을 모두 지우고 빈 곳의 배경을 조심스레 복원했다. 그 시절 집 앞, 매일 같이 오르락내리락하던 언덕길, 서툴게 건반을 휘젓던 피아노, 식탁에 정성스레 꽂았던 화병. 가족사진이지만, 어느 누구의 가족도 등장하지 않는다. 특정 인물이 사라진 흔적에서 기억 속 저편에 켜켜이 포개놓았던 가족과의 추억을 떠올리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다.
이우성, <세상은 내가 꿈꾸지 않게 한다>, 2014
이우성은 일상에서 겪은 이야기나 주변에서 포착한 순간들을 평면 위에 옮겨 그림 그리는 작가다. 작가의 작업에 따라붙곤 하는 ‘만화적’이라는 수식어는 그의 그림이 비현실적이거나 과장된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표현을 머금고 있을 뿐 아니라,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한 컷씩 담아 정지된 프레임 안에 재조합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세상은 내가 꿈꾸지 않게 한다>는 폭이 각각 3미터에 달하는 두 폭의 대형 걸개그림이다. 수면 위의 반짝이는 빛 무리와 해변가에서 노니는 청년들, 바다의 파도를 가르는 대형 선박과 후드를 깊게 눌러쓴 청년의 뒷모습을 관찰자의 시선에서 담았다. 이 작품은 세월호 사건 이후 바다의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하는, 감상에 젖지 못하게 하는 외부 상황에 대해 그리고 있다. 배를 타고 섬으로 가는 장면과 섬에 도착한 한 무리의 여행객들을 낮은 채도와 푸른빛이 감도는 흑백의 톤으로 표현하며 정적과 불안감마저 전달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시적이고 감상적인 자기고백일 수도 있고, 사회·정치적 사건을 마주하는 동시대 청년세대 시각의 반영일 수 있다.
조은솔ㆍ강민지 경기도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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