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영끌족과 서민 위한 주택담보대출 개선

‘영혼까지 끌어모아 아파트를 사자’는 사람을 줄인 말을 ‘영끌족’이라고 한다. 지난 정부 시기에 부동산이 급등하다 보니 20, 30대 젊은층이 아파트 값이 더 오를까 조바심 때문에 영끌족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청년미래의 삶을 위한 자산실태 및 대응방안 보고서’를 보면 2021년 기준 19~39세 청년이 가구주인 가구의 평균 부채는 8천455만원이었고, 총부채상환비율(DTI)이 300% 이상인 가구는 21.8%에 달한다. 이는 2012년 조사 기준 8.37%에 비해 무려 5배나 증가한 것으로 청년가구 10가구 중 2가구는 연간 총소득의 3배 이상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은행연합회와 더불어 주택담보대출의 원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차주들을 위해 주택담보대출 프리워크아웃 원금상환유예 적용 대상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프리워크아웃(pre workout)’이란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는 개인과 기업 등에 만기 연장, 신규 자금 대출 등 유동성을 지원하는 제도다. 프리워크아웃은 사전 채무조정의 성격으로 부도나 파산 위험이 닥치기 전에 미리 대응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워크아웃과는 다르다. 여러 금융회사에 진 빚을 최장 3개월 동안 못 갚는 사람들에게 연체이자 면제와 원금 상환유예 혜택을 주는 이 제도는 2009년 3월 금융위원회가 신용회복위원회와 금융기관 간 협약을 통해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했다. 이 모델은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미국 정부에서 주택담보대출의 지나친 압류 또는 경매를 완화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금융회사의 협력 형태로 워크아웃제도를 활용했다. 미국의 금융 워크아웃 프로그램은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전환하고 만기를 30, 40년으로 연장하는 형태를 취해 경매 진행에 대한 완급 조절을 하는 시스템이다. 이번에 정부와 은행연합회에서 발표한 주담대 원금상환유예 지원 대상 차주 기준에 현행 실직, 폐업, 휴업, 질병 등 외에도 금리 부담이 가중돼 원금 및 이자 상환에 애로를 겪는 경우를 추가했다. 여기서 금리 부담 판단 기준은 금융위원회가 주요업무 추진 계획 등을 통해 밝힌 바와 같이 DTI를 70% 이상 기준으로 적용하도록 했다. 주담대 원금상환유예 대상 주택 가격 기준을 현행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대폭 상향 조정해 더 많은 차주의 상환 시 어려움을 경감해 주도록 했다. 특히 임차인들의 전세금 반환 애로사항을 경감해 주기 위해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 주택담보대출 취급 시 각종 제한을 일괄 폐지한 정책은 서민들의 임대보증금 반환 지연 고통을 반영한 정책으로 높이 평가된다. 이번 금융정책에서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택담보대출의 대출한도를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주택담보대출 대환 시 기존 대출시점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해 금리상승·DSR 규제 강화 등으로 인한 기존 대출한도의 감액을 방지하도록 했고 서민과 실수요자의 규제지역 내 주택구입목적 대출한도도 폐지했다. 다주택자의 규제지역 내 주택구입목적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허용하고 주택임대와 매매사업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허용해 시장의 자율성을 확보했다. 젊은층이 영끌족이 된 건 지난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견해가 많다. 다시는 집을 살 수 없다는 절박감으로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청년들이 이번에 정부가 마련한 주택담보대출 프리워크아웃 원금상환유예제도와 새 금융정책를 통해 잠시나마 숨통이 트이길 기대해 본다.

[이슈&경제] 인구소멸 시대, 우리는 대비하고 있는가?

초등학생의 장거리 통학, 노인들만의 거리와 마을, 일자리 부족, 세금 증세, 국민연금 고갈로 인한 노후 불안 등. 올해 20세로 지방에서 살 어느 한 청년이 맞이할 20년 후 모습 중 하나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인구 과밀 상태인 수도권도 예외는 아니다. 얼마 전 서울의 한 초등학교가 학령인구 감소로 개교한 지 40년 만에 폐교했기 때문이다. 이는 모두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에 기인한다. 실제로 2022년 한국의 ‘합계출산율(Total Fertility Rate)’이 0.78명으로 또 역대 최저치를 갈아 치웠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1년 전과 견줘 0.03명 준 것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59명·2020년 기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또 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이 채 안 되는 국가도 한국이 유일하다. 일부 전문가는 지금 추세대로라면 합계출산율이 0.5 이하까지로 떨어져 재앙에 가까운 파탄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제 인구 문제는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의 축소 시대를 넘어 인구지진(Age quake)의 소멸 시대로 치닫고 있다. 물론 인구 감소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관점도 있다. 일본의 생물학자인 이케다 기요히코는 인구가 줄어들면 오히려 환경수용력(환경이 안정적으로 부양할 수 있는 최대 개체수)이 좋아져 최적의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대량화, 획일화를 주도하는 세계자본주의는 사라지고 자급자족을 기반으로 한 작은 공동체 사회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노동에 허덕이며 돈과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지금과는 달리 경쟁하지 않아도 개인의 행복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럽 등 다른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는 워낙 짧은 시기 내 급격히 인구가 감소하고 있어 낭만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 인구성장 시대에 만들어진 국가·경제·사회시스템이 붕괴돼 국민의 풍요로운 삶이 무너질 것이기 때문이다. 인구절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부는 수조원을 들이고 있지만 “육아가 너무 힘들다”, “정책에 공감하기 어렵다”, “지원금 몇 푼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같은 아우성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인구 감소 원인은 경쟁 위주의 사회구조, 획일적인 가치관 등 복합적 원인에 기인하나 그 대처 방식이 ‘아이 낳으면 돈 준다’라는 식의 근시안적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다 그 대책도 보육, 양성평등, 부동산 등에 국한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보다 근본적이고 적극적인 방안 강구가 필요하다. 특히 과거 노동자의 머릿수로 이득을 창출했던 경제체제에서 ‘두뇌자본주의’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근로자의 무가치 노동시간을 줄이고 유가치 노동시간에 두뇌를 사용해 가치를 창조하는 일에 충분한 시간, 노동력, 돈을 들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구 감소의 시간표는 이미 정해져 있다. 따라서 인구 감소가 특정 연령, 지역, 산업, 재화에 어떤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지 정밀하게 예측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앞으로 5년 이내가 우리가 인구 소멸 시대의 충격에 대비할 마지막 기회임을 잊지 않기 바란다.

[이슈&경제] 대내외 불확실성과 중소기업

지난 2월 말부터 일주일간 인도네시아에 출장을 다녀왔다. 현지에서 느끼는 한국 경제에 대한 경외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현지 공무원들은 한국 경제의 성공 경험에 대한 노하우 전수를 원하고 있다. 이번 출장에서 한국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의 노하우 전수를 위한 지식전수사업(KSP)과 공적개발원조(ODA)에 대한 현지의 기대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뜨거워 한편으로 어깨가 무겁기도 했다. 이러한 기대감도 잠시, 한국 경제를 둘러싼 경제 여건이 급변하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한국 경제 전반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이미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에 따른 중소기업 경영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지만 이는 소상공인·중소기업의 금융 부담으로 이어져 경영을 압박하고 있다. 인플레 잡으려다 소상공인·중소기업 잡는 것은 아닌지 현장에서 느끼는 고금리에 대한 중소기업계의 우려는 심각하다. 미·중 간 패권 경쟁이 가속화됨에 따라 한국 경제도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긴 어려운 실정이다. 그동안 한국 경제에 더할 나위 없이 긍정적이었던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우리 중소기업에 험난한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신냉전 질서가 형성되고 있어 교섭력과 정보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에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경계심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은 국익 앞에서는 영원한 적도 우방도 없다는 명제를 각인시켜 주고 있다. 수출 실적도 나빠지고 있어 자칫 잘못하다간 만성적인 무역적자국으로 회귀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2023년 한국 경제는 코로나19보다 더 센 악재가 소상공인을 직격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기초체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의 충격이 가해지면서 내수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에서 발표하는 실태조사 결과만 봐도 중소기업은 매출이 감소하고 비용은 늘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어 호재보다는 악재만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비상경영 사태로 접어든 기업들은 운영자금이나 투자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가 하면, 재고가 쌓이고 있어 한 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도 비관은 금물이다. 지난 3년간에 비해 별로 나아질 것이 없어 보이지만 2023년 중소기업계는 위기 속에서 기회를 모색하는 한 해가 돼야 한다. 그동안 한국 경제에 드리운 위기 상황이 반복적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금의 위기 상황도 과거처럼 어렵사리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2023년 하반기 이후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우크라이나 조기 종전, 중국 등 코로나19 방역조치 완화 및 조기 해제로 인한 소비 회복 기대감 등이 가시화될 경우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개별 경제주체의 적극적인 대응 여부에 따라 기존 경제 전망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에게 닥친 복합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중소기업계의 선제적인 자구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중기중앙회에서 발표한 ‘2023년 경영환경에 대한 대응 전략’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이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거래처 확대 등 판로 다변화’라고 응답한 비율이 56.8%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마케팅 강화’(44.4%), ‘채용 확대 등 경기회복 대비’(30.4%), ‘기술개발 등 생산성 혁신’(30.4%) 등으로 나타나 기업들의 적극적인 대응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대내외 여건이 나빠져도 묵묵히 산업현장을 지키며 미래를 준비하는 중소기업이 우리의 희망이다.

[이슈&경제] 챗 GPT와 광고시장의 미래

구글은 시작 화면이 네이버와 다르다. 구글의 시작 화면은 검색할 수 있는 메뉴바가 하나 있고 깔끔하다. 이렇게 만든 이유는 ‘구글이 서양의 사람들의 취향을 존중해서’라는 말이 있다. 동양 사람들은 인터넷에 들어가면 목적 없이 이곳저곳을 누비는 등 일종의 ‘서핑’을 하는데 서양 사람들은 인터넷에 들어가 시간을 때우기보다 필요한 것을 검색하려는 속성이 강하다는 얘기 말이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구글은 순수하게 검색으로 얻어지는 정보를 통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검색 결과는 진실된 인간의 욕망을 알아내는 정보이기 때문에 굳이 다른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없다. 즉, 내가 정말 필요해서 검색바에 키워드 검색을 한다는 얘기다. 그러니 검색을 통해 나온 것이 나의 욕망이다. 일부러 거짓말로 검색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구글은 검색을 통해 나온 나의 욕망으로 돈을 벌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챗 GPT라는 인공지능 검색을 내놓음으로써 새로운 광고시장이 열렸다. 그전까지 구글의 검색 광고는 내가 필요한 것을 키워드로 넣고 검색 결과가 나오면 그중 내가 필요한 것을 찾아왔다. 예를 들어 강남역의 맛집을 찾는다고 치자. 맛집 검색 후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이후 내가 찾는 맛집의 별점, 가격대, 분위기, 메뉴 등을 또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즉, 지금까지의 검색은 조건에 맞춰 내가 필요한 것을 다시 찾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왜냐하면 키워드 검색은 글의 맥락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챗 GPT는 맥락을 알 수 있어 훨씬 검색이 쉽다. 예를 들어 ‘강남역 인근에 여자 4명이 1인당 3만원대에 금요일 저녁에 식사 가능한 분위기 있는 맛집을 찾아줘’라고 검색할 수 있다. 원래 사람들은 검색을 통해 무수한 결과가 나오는 것을 바랐던 건 아니다. 내가 원하는 정답만을 원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키워드 검색을 넘어 인공지능 검색으로 넘어가는 이유다. 물론 검색 결과보다 광고를 한 곳이 상위에 등록되고 광고라고 나타날 것이다. 사람은 첫 화면, 첫 줄을 선호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머리를 쓰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머리는 가장 에너지를 많이 쓰는 기관이다. 따라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려면 최대한 에너지를 아껴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민 없이 첫 줄을 클릭한다. 이처럼 인공지능 검색의 첫 화면 첫 줄을 사려고 광고주는 엄청난 광고비를 내야 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검색엔진 ‘빙’과 챗 GPT를 연결했다. 구글도 조만간 인공지능 검색엔진을 내놓을 것이다. 인공지능 검색시장에서 구글은 어차피 이겨도 본전이다. 왜냐하면 이미 본인이 가지고 있던 시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다면 구글이 망할 정도로 타격이 심할 것이다. 반대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주가가 엄청나게 뛸 것이다. 검색 광고 시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주력 산업이 아니니 약간의 돈을 쓴 것 빼고는 져도 본전이라고 본다. 이같이 인공지능 검색이 새로운 광고시장을 여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결국 인공지능 검색엔진을 잡는 자가 새로운 광고시장을 잡게 될 것이다.

[이슈&경제] 노후계획도시의 새로운 도약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줍니다’라는 과거 어느 아파트 광고 카피가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적이 있다. 노태우 정부 시절 ‘주택 100만호’로 대표 되는 1기 신도시 건설은 서민들에게 좋은 집에서, 좋은 환경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살고 싶다는 희망을 만들어 줬다. 성남시 분당, 고양시 일산, 부천시 중동, 안양시 평촌, 군포시 산본 등 5개 도시에 대해 1989년 4월 정부는 폭등하는 집값을 안정시키고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서울 근교 5개의 1기 신도시 건설 계획을 발표했고 1992년 말 입주를 완료해 총 117만명이 거주하는 29만2천가구의 대단위 주거타운이 탄생했다. 그 후 30여년이 흘렀다. 그 당시에 주목 받던 1기 신도시는 이제 노후한 아파트가 됐다. 지난해 3월 대통령선거의 공약이었던 1기 신도시 노후한 아파트 개발을 위해 최근 정부에서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주요 내용을 발표했다. 필자는 정부가 발표한 해당 특별법에서 담고자 하는 내용을 살펴보고, 보완해야 할 이주대책 부분에 대해 고찰해 보고자 한다. 첫째, 노후계획도시의 범위다. ‘택지개발촉진법’ 등 관계 법령에 따른 택지 조성 사업 완료 후 20년 이상 경과한 100만㎡ 이상의 택지 등을 그 범위로 하고 있다. 통상적인 시설물 노후도 기준인 30년이 아닌 택지조성사업 완료 후 20년 이상 기준을 설정한 것은 도시가 노후화되기 이전에 체계적인 계획 수립과 대응이 가능하도록 한 것은 높이 평가된다. 둘째, 질서 있고 체계적인 정비를 위해 국토교통부 수립 가이드라인인 노후계획도시정비기본방침과 지방자치단체가 수립하는 세부적인 노후계획도시정비기본계획의 근거를 명확히 했다. 기본방침은 기본계획의 가이드라인이며 기본계획은 특정 노후계획도시를 대상으로 시장·군수가 수립하는 행정계획으로 기본방침과 같이 10년 주기로 수립하며 5년마다 그 타당성을 검토하도록 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셋째, 시장·군수 등 지정권자가 기본계획에 따라 도시 재창조를 위한 사업이 이뤄지는 구역으로 ‘노후계획도시특별정비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용적률·건폐율 등 도시·건축 규제와 안전진단 규제 등이 완화 적용되는 등 특별법에서 정하는 각종 지원 및 특례사항이 부여되도록 한 것은 지방화시대에 잘 맞는 방안으로 평가된다. 넷째, 특별정비구역은 도시기능 향상, 도시 재창조, 이주대책 실행 등 공익적 목적을 가지는 사업들이 함께 진행되는 구역이라는 점을 고려해 각종 특례와 지원사항을 부여하도록 했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도시기능 강화를 위한 통합 개발을 유도하는 한편 주민 생활 안전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면제 또는 완화해 적용하도록 한 것은 주민들을 위한 행정으로 평가된다. 해당 특별정비구역이 잘 진행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주대책이 원활해야 한다. 이번 특별법에서는 사업시행자 몫이었던 이주대책수립의무를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로 이뤄져 그간의 불안한 이주대책 문제에 청신호로 해석된다. 이제 ‘집은 사는(buying) 것이 아니라 사는(living) 것’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정부의 노후계획도시 정비가 속도감 있게 추진돼 집 때문에 서민들이 고통 받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이슈&경제] 인프라 관리 ‘골든아워’ 놓치지 않으려면

심장마비 4분, 중증외상환자 1시간, 뇌졸중·심근경색 3시간. 이 시간 내에 의료 처치를 하지 않으면 환자는 사망하거나, 살아도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다. 따라서 이를 생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골든아워(Golden Hour)’라 부른다. 의학적 용어인 골든아워가 최근 위급한 상황을 예방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또는 시간이라는 의미로 여러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국가를 지탱하는 혈관에 종종 비유되는 도로, 철도 등 인프라의 관리에서도 골든아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다. 1970, 80년대 집중 건설된 우리 인프라도 어느덧 30년 이상의 세월이 흘러 몸의 혈관처럼 노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 연수 30년을 넘은 중대형 교통시설은 전체의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20년 후에는 약 80%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상·하수관로, 가스관 등 지하시설도 20년 후에는 64%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프라 특성상 사용 연수가 일정 기간 지나면 노후화 수준이 급격히 증가한다. 이런 특성과 현재의 노후화 추세라면 우리에게 남은 인프라 관리의 골든아워는 10년 남짓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골든아워 이내에 선제적이고 집중적인 투자와 관리 방식의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향후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의 2021년도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2조원에 불과한 연간 인프라 관리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2050년에는 무려 53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안전·서비스 수준 저하를 유발해 인프라 이용을 위한 미래 부담을 증가시키고 인프라 갭(Gap) 현상을 초래해 국가경쟁력도 낮아질 것이 분명하다. 아울러 노후화에 적기 대처하지 못해 각종 인프라 붕괴사고를 경험한 미국 등 선진국의 사례가 남의 일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재원 확보다. 몇 년 전 정부가 인프라 노후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법령 정비에 나섰다. 그러나 국가, 지자체, 관리 주체의 재원 마련과 운영, 분배에 정책과 방안은 미흡한 상태다. 따라서 첫째, 관리 주체와 지자체의 인프라 개선 지원을 위한 특별회계·기금 또는 캐나다와 같은 인프라 은행 신설을 검토해야 한다. 둘째, 인프라 관리 재원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현재 유류세에서 주행세로의 전환을 고민해야 한다. 셋째, 지자체, 관리 주체의 재원 다각화를 위해 기반시설부담금, 주요 간선도로의 통행료 등 타 재원의 일부를 노후 인프라 정비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넷째, 껄끄럽지만 수익자 부담원칙에 의거해 인프라 사용료 상향에 관한 논의도 이제는 신중히 이뤄져야 한다. 우리 몸의 구석구석까지 뻗어 있는 혈관은 산소와 영양분을 몸 전체에 공급하는 생명선이다. 노후한 혈관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집중 치료를 통해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듯이 국가의 혈관인 인프라도 골든아워 내에 선제적이고 집중적인 투자와 관리를 해야만 우리의 미래 세대가 잘 사용할 수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인프라 관리의 골든아워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슈&경제] 현장에서 느끼는 ‘新3高’의 후폭풍

최근 한국 경제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연초부터 주력산업의 수출 부진으로 인해 작년부터 이어진 무역수지 적자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작년에 단행된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의 여파는 시차를 두고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올해 우리 경제는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 저성장, 하반기 고성장)를 기대하고 있으나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기대난망이다.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경기는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필자는 지난 2주 동안 전북, 충북, 충남지역 이노비즈협회를 방문해 현지 기업인들과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바 있다. 이구동성으로 실물경제가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기초체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의 충격이 더해지면서 내수는 물론 수출마저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올해 하반기에는 고물가와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시차 효과가 복합적으로 더해지면서 경기 침체의 골을 더욱더 심화시킬 수도 있다는 점이다. 주요 교역 대상국의 경기 위축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그동안 한국 경제를 견인해 온 수출마저 급감하고 있어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과거 몇 차례 경제위기 때마다 해외시장은 한국 경제의 구세주나 다름없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선진국,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2012년 유럽 재정위기에는 미국 시장이 글로벌 성장을 보완함에 따라 한국 경제가 대외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신3고(新3高)의 충격은 과거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계, 기업 및 정부부채가 급증한 상황에서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에 대한 선택지를 활용할 수 없게 됐으며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 축소, 부동산 가격 하락 등에 따른 신용경색 및 부채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가계와 기업부채의 급증은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 부담을 증대시켜 소비와 투자를 제약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2022년 3분기 말 기준 가계부채 규모는 1천871조원에 달했으며 이 중 가계대출은 1천757조원(가계부채 중 93.9%)이며 판매신용은 114조원(6.1%)에 달하고 있다. 가계대출 중에서 주택담보대출은 1천8조원,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749조원을 기록했다. 한편 금융기관의 기업 대출은 2022년 3분기 말 현재 1천723조원, 대기업 대출은 239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8% 늘어났으며 중소기업 대출은 1천480조원으로 전년 대비 15.0% 증가했다. 중소기업 대출 중에서 중소법인에 대한 대출은 819조원, 개인사업자에 대한 대출은 66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신3고의 부정적 영향이 경제 전반으로 퍼지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점이다. 가계 및 기업부채가 급등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에 따른 신용위험이 확산돼 금융시스템 전체가 흔들리는 사태는 차단해야 한다. 특히 단기적인 수익성이나 자금 조달 여건의 악화로 유동성 압박을 심하게 받는 기업들이 흑자 도산하는 일이 없도록 정책 당국에서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선제적 조치로 현장의 불안감을 차단해야 할 것이다.

[이슈&경제] ‘평균 실종’ 시대 생존법

어느 장군이 행군을 막는 강의 평균 수심이 1m라는 사실만 믿고 도하를 명령했다. 그런데 강 가운데에서 물이 갑자기 깊어졌고, 뒤늦게 장군이 회군을 명령했지만 이미 많은 병사를 잃은 이후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강의 최대 수심은 2m였다. 이 이야기는 평균에만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치명적인 오류를 불러올 수 있는지 비유적으로 표현한다. 이런 평균의 함정 외에도 최근 ‘평균 실종’이라는 단어가 자주 사용되고 있다. 자료를 설명하는 대푯값의 하나인 평균이 그 자체의 오류와 함께 모집단 특성의 급격한 변화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과거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소비가 보편화되고 획일적인 교육체계가 등장하면서 동질적인 집단 속에서 평균점수, 평균나이, 평균소득 등 평균은 매우 유익했다. 그러나 경제, 사회, 정치, 문화적 현상이 종 모양의 정규분포가 아닌 ‘양극단으로 몰리는 양극화’, ‘한쪽으로 쏠리는 단극화’, ‘개별값이 산재하는 다극화(N극화)’되면서 평균의 의미는 점점 빛이 바래지고 있다. 평균 실종을 초래하는 양극화, 단극화, 다극화는 우리 사회에 여러 모습으로 다가와 있다. 이른바 ‘중간이 사라지는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는 것이다. 첫째, ‘빈익빈 부익부’로 대변되는 양극화로서 소득과 집값 격차를 꼽을 수 있다. 통계청의 2022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 처분가능소득은 807만1천원인 반면 하위 20% 처분가능소득은 90만2천원으로 그 차이는 약 9배에 달했다. 또 지난해 상위 10%와 하위 10%의 평균 주택 자산가액도 약 50배 차이가 나고 있다. 이 밖에도 성별 간, 세대 간, 노동시장 등에서 양극화는 나타나고 있다. 둘째, 단극화는 절대 우위를 가진 한곳에 세력이 집중되는 현상이다. 수도권 일극체제로 대변되는 대한민국의 국가 불균형에서 찾을 수 있다. 전체 국토의 12%를 차지하는 수도권에 총 인구의 50.3%, 청년 인구의 55.0%, 일자리의 50.5%, 1천대 기업의 86.9%가 집중돼 있다. 또 수도권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3천710만원으로 비수도권보다 300만원 많다. 마지막으로 다극화의 대표적 사례는 사회적 현상과 소비에서 나타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화해지면서 우리 사회의 전형성이 사라지고, 개인의 욕구와 취향에 맞춘 새로운 상품과 시장이 등장하고 있다. 평균 실종 시대에서 무난함·적당함은 애매함으로 전락한다. 양극화·단극화·다극화의 끝점에서 살아야 하는 우리는 변화의 시대에 적응해야 한다. 따라서 기업과 개인은 평균을 뛰어넘는 대체 불가능한 탁월함·차별화·다양화 전략을 구사해야만 생존 가능하다. 근본부터 바뀌고 있는 산업의 지형도 맞춰 각자의 핵심역량과 타깃을 분명히 하는 새로운 전략 모색이 필요하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가 본격화되면서 2023년 전망이 밝지 않다. 그러나 평균을 뛰어넘는 남다른 치열함으로 새롭게 무장하면 불황은 극복할 수 있고 우리 정치·경제·사회도 진일보할 수 있다. 그때가 바로 지금이다.

[이슈&경제] 테슬라는 왜 신차 가격을 낮췄을까?

테슬라는 중국에서 차 가격을 최대 13.5% 낮췄다. 지난해 10월에 이어 약 석 달 만에 중국 시장 차 가격을 또 내린 것이다. 그렇다면 왜 테슬라는 신차의 가격을 낮췄을까? 전기차가 이미 블루오션에서 레드오션으로 진입했고, 이제는 테슬라가 치킨게임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치킨게임이란 시장 1위의 기업이 후발주자를 따돌리려고 가격을 낮춰 시장 점유율을 올리는 행위다. 시장 1위 기업은 잉여 현금도 있고 기술도 앞서고 고객의 브랜드 인지도도 있다. 따라서 설비를 늘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그를 기반으로 원가를 최대한 낮춘다면 이제 시장에 막 뛰어드는 후발주자들이 적자를 견디다 못해 결국 파산한다. 지금 전기차 시장 중 가장 큰 시장인 중국에서는 전기차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다. 중국에서 보조금을 주면서 전기차 기업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전기차가 만들기 쉬운 만큼 전기차를 만들어 팔면 정부 보조금이 기업으로 들어온다. 그런데 올해부터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이 없어진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으로 시작된 미국 연준발 고금리 시대가 시작됐다. 자금과 기술력,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는 기업은 바로 도태된다. 따라서 이제 치킨게임을 하기 딱 좋은 시대가 열린 것이다. 테슬라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현재 전기차의 연간 판매량이 1천만대에 못 미친다. 1천만대가 중요한 이유는 내연기관차 연간 판매량이 9천500만대에서 1억대 정도이기 때문이다. 만약 내연기관차가 전부 전기차로 바뀐다고 가정한다면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10% 정도 되는 지점이 바로 1천만대이기 때문이다. 시그모이드 곡선에 의하면 10%까지는 모든 전기차 브랜드가 오른다. 그러나 10%를 상회하는 순간부터는 주도 기업이 나타나며 급격히 전기차로 대체되는 현상이 벌어진다. 주가는 반대로 횡보할 가능성이 있다. 이유는 치킨게임 때문이다. 전기차 점유율 상위 3~5개의 과점 기업이 후발주자들을 죽이려고 가격은 내리고 성능은 높이기 때문에 할인 판매와 대대적인 설비 투자, 연구개발(R&D) 투자가 이어질 것이다. 치킨게임이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장밋빛 미래보다는 철저한 실적과 시장 점유율로 주가가 오르내릴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전기차 판매량이 연간 1천만대도 안 되는 상황에서 시작됐다. 그렇다면 치킨게임에서 전기차 기업으로서 가장 위험한 것은 무엇인가? 바로 이익률이 떨어지는 것이다. 치킨게임은 대부분 이익률이 높은 기업이 시작한다. 그래야 설비투자를 선제적으로 할 수 있다. 그러나 치킨게임이 길어질수록 이익률의 대부분을 재투자에 써야 한다. 재투자는 설비투자, R&D 비용 등을 말한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해지는데 높은 이익률을 재투자에 쏟다가 어느 순간 경쟁이 치열해져 이익률이 확 떨어지면 기대치가 꺾이면서 주가는 고꾸라진다. 결론적으로 성장은 가치를 파괴하면서 하는 성장이 있고 가치를 창출하면서 하는 성장이 있다. 전자는 치킨게임이 시작되는 성장이고 후자는 치킨게임이 끝나고도 지속적으로 하는 성장이다.

[이슈&경제] 새해 주택시장 안정·주거약자 복지 꿈꾸며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큰 상황에서 최근 ‘혁신과 성장의 대한민국, 국토교통부가 만들어가겠습니다’를 주제로 2023년 업무계획을 국토부는 발표했다. 정부의 정책과제 중에서 필자는 주택시장 안정과 주거약자 복지 구현에 대한 정부 정책 방향과 정책 조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시장변화에 부응하는 부동산 시장 정상화다. 주택시장의 과도한 규제를 정상화하기 위해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및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 해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전매제한 기간도 수도권은 최대 10년에서 3년으로, 비수도권은 4년에서 1년으로 완화하는 방안은 매우 고무적이며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주택 등에 적용되는 실거주의무는 폐지하기로 했는데 이는 진작 폐지했어야 하는 불필요한 규제였다고 본다. 중도금대출 보증 분양가 상한기준이 현행 12억원인데 이 기준도 폐지하고, 특별공급 배정 분양가 상한기준으로 현행 투기과열지구 9억원도 폐지해 분양가와 관계없이 모든 주택에서 중도금 대출 및 특별공급이 가능하도록 한 것은 부동산 시장 정상화의 첫걸음이라고 평가된다. 둘째,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기반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주택건설 사업 전 단계에 걸친 자금 조달 지원을 하기로 한 것은 현재 살림살이가 팍팍한 건설사들과 이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에게 큰 희망을 주는 정책으로 판단된다. 자금시장 경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업장을 위해 장기대출 전환 보증상품을 신설해 사업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할 것이다. 또 착공 단계 사업장은 10조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보증을 공급해 공사를 원활히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준공 전 미분양 사업장에도 5조원 규모의 보증을 지원하는 것은 쓰러져 가는 건설 경기에 청신호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셋째, 두텁고 촘촘한 주거복지 구현 방안이다. 청년·서민 내집 마련을 위한 공공분양주택 ‘뉴:홈’ 50만가구를 본격 공급하기로 했다. 이미 지난해 말에 2천300가구에 대한 사전청약 공고를 시작으로 올해는 서울 도심 등 우수 입지에 사전청약 7천가구를 공급, 공급 체감도를 높여 젊은층 서민의 내집 마련 기회를 확대한다. 특히 전세사기 같은 보증금 미환급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세입자에게 선순위 권리관계, 납세증명서 요구 권한 등을 부여하고 임대인이 세입자 몰래 선순위 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시중은행에 확정일자 확인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임대차 시장 건전성 회복을 위한 등록임대 정상화는 칭찬할 만한 정책이다.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는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풀어 서민들이 일시적으로 숨통이 트인 것은 사실이다. 건설사도 자금 조달이 잘 되지 않아 정부가 보증을 해주는 상황에 이른 것을 볼 때 부동산 시장이 금방 정상화되기는 어려운 시기다. 부동산 경기가 어렵다 보니 전세사기가 극성인 것도 정부가 더 꼼꼼히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부동산 정책당국자들이 신명나게 일을 해 계묘년 새해 주택시장 안정과 주거약자들의 복지가 실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슈&경제] 2023년 중소기업에 거는 기대

다사다난했던 2022년이 저물고 2023년 계묘년 새해가 시작됐다. 연례행사처럼 각 기관은 신년사와 신년 희망 사항을 앞다퉈 발표하고 있다. 중소기업계의 신년사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함이 묻어 난다. 2023년 중소기업계가 선정한 사자성어는 ‘금석위개(金石爲開)’로 알려졌다. 금석위개는 정성이 쇠와 돌을 뚫는다는 뜻으로 강한 의지로 정성을 다하면 어떤 일이든 다 해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중소기업계의 각오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한국 경제의 위기감에 대한 극복 의지가 담겨 있다. 코로나19의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한국 경제는 신3고(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에 따른 복합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미국발 고금리로 인한 국내 금리의 급격한 상승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직격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야기된 국제 원자재 및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고물가의 충격이 내수경기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도 만만치 않아 2022년 무역수지는 500억달러를 초과해 1996년 206억달러 적자 규모를 넘어선 것이다. 2023년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비관론이 우세하다. 우리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는 경제전문가들의 전망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앞으로 1, 2년이 한국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골든타임’이라는 점에서 현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난 3년 동안 재정 여력을 소진했기 때문에 가장 비용 친화적인 해법은 역시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기술 기반의 창업기업이 꾸준하게 늘고 있으며 죽음의 계곡을 넘어선 혁신형 중소기업의 숫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일단은 희망적이다. 혁신형 중소기업 중 기술 기반의 이노비즈 인증기업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적지 않았던 2021, 2022년 2년 동안 2천300개나 늘어났다. 기술력과 연구개발 수행체계를 갖춘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서도 의미 있는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정부도 2023년 중소기업 연구개발(R&D) 지원예산을 역대 최고인 1조8천247억원을 확보해 기대감을 높여 주고 있다. 우리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의 대응에 중소기업계가 화답할 차례다. 정부가 아무리 많은 재정 지원을 한다 해도 중소기업의 의지가 없다면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내외 경제 여건이 어렵다 해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우고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중소기업계의 선제적인 노력은 필수적이다. 2022년 12월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2023년 경영환경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거래처 확대 등 판로 다변화’라고 응답한 비율이 56.8%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마케팅 강화’(44.4%), ‘채용 확대 등 경기회복 대비’(30.4%), ‘기술개발 등 생산성 혁신’(30.4%) 등을 제시해 선제적 대응의 필요성에 대한 설득력을 높여주고 있다. 우리 중소기업은 지난 3년간 코로나19의 혹독한 시련을 견뎌냈으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04년 카드대란도 뛰어넘은 바 있다. 그동안 한국 경제는 경제위기 극복의 연속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금의 위기 상황도 어렵사리 지나갈 것으로 믿는다. 우리의 바람대로 2023년 글로벌 통화 긴축이 완화되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전, 국제 에너지 가격의 정상화, 소비 회복 기대감 등이 실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사람과 기술에 투자하면서 산업현장을 지키는 중소기업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이슈&경제] 日 은행의 나비효과, 결국 주식에 호재

일본 중앙은행(BOJ)이 일본 국채 10년물의 금리 변동 폭을 ±0.25%에서 ±0.5%로 높임으로써 사실상 장기 금리를 인상했다. 수익률곡선제어(YCC)란 일본이 장기물 금리를 매입해 장기물 가격을 올리고 수익률은 내린다는 얘기다. 왜 이런 YCC를 할까. 단기물은 중앙은행을 따라가는데 장기물은 시장의 뜻을 따르기 때문이다. 즉,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단기물도 올라가고 금리를 내리면 단기물도 내려간다. 그러나 장기물은 대부분 중앙은행을 따르나 가끔 중앙은행의 금리 방향과 반대로 움직인다. YCC는 중앙은행이 직접 장기물 수익률을 움직이는 것이다. 일본 중앙은행이 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YCC를 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일본이 1990년 이후 디플레이션에 빠졌기 때문이다. 일본은 디플레이션에 빠지고 부동산, 주식 등 자산의 가치가 50% 이상 떨어졌다. 금리를 내려 부동산, 주식의 가치를 높이고 싶어 제로금리로 유지했다. YCC는 일본 중앙은행이 직접 장기물 국채를 사서 가격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채 가격은 올라가고 수익률은 떨어진다. 즉, 장기물이 저금리가 된다. 그런데 일본 중앙은행이 0.25%에서 변동폭을 0.5%까지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 얘기는 앞으로 일본 중앙은행이 긴축을 한다는 뜻이며 장기물 매입을 줄인다는 의미다. 그런데 문제는 일본 중앙은행이 긴축을 하면 엔캐리트레이드로 해외에 있는 자금들이 일본으로 들어올 수 있다. 일본의 긴축은 엔화 가치가 높아지고 일본의 저금리로 돈을 빌린 자금이 갚아야 할 이자가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들은 해외에 있는 자산을 팔고 달러를 들여와 엔화 빚을 갚게 된다. 해외에 있는 자산 중 미국 국채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국제 채권시장에서 일본 자금 중 미국 국채를 팔려는 수요가 많아지게 된다. 자연스럽게 일본의 엔화 가치는 높아지고 달러는 가치는 낮아진다. 일본 중앙은행의 YCC 변동 때문에 엔·달러 환율이 하루에 3% 넘게 떨어졌다. 엔화가 강해진 만큼 달러가 약해진다. 일본의 금리가 올라가고 강한 엔화가 되면 일본의 기업들은 이자 부담과 함께 수출이 힘들어진다. 일본의 주식시장에 좋지 않다는 뜻이다. 이러면 내년에 연준의 긴축이 문제가 된다. 연준도 양적긴축(QT)을 하고 있는데 일본도 미국 국채를 내다 판다면 미국의 국채 가격은 떨어지고 수익률은 치솟게 된다. 미국의 달러 가치가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연준이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긴축을 할 수 있을까. 일본과 같은 우방이 미국의 국채를 지속적으로 구매해야 미국 달러 가치가 유지된다. 그러나 급격한 달러 가치의 하락은 미국 연준의 긴축을 중단할 수 있도록 만든다. 결국 달러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면 미국의 구매력도 떨어지고 미국의 달러 패권에 문제가 된다. 결론적으로 일본 중앙은행의 긴축은 단기적으로 금리가 올라 주가에 악재이나 내년엔 주가를 살릴 수도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이슈&경제] 부동산에 대한 공정한 조세법률주의 실현

부동산은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고 일상생활에서 필수불가결한 경제재다. 그래서 부동산 세제에 대해 국민들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지난 정부에서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라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이 2020년 11월에 수립됐고 현실화율도 가파르게 올라 공시가격이 급등했다. 이를 기반으로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의 경우에도 공정시장가액 비율 및 세율 인상 등이 병행됨에 따라 국민의 부동산 보유세 부담이 급증했다. 최근 집값 하락 및 어려운 경제여건 등을 감안해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수정계획 및 보유세제에 있어 적극적인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했다. 첫째로 공시가격 현실화 수정계획을 살펴보면 2023년 공시가격 산정 시 적용될 현실화율은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립’ 이전인 2020년 수준으로 낮춰주는 것이다. 2023년 공시가격에 적용될 유형별 평균 현실화율은 수정된 계획에 따라 2020년 수준으로 공동주택은 69.0%, 단독주택은 53.6%, 토지는 65.5% 감소한다. 이는 최근의 부동산 시장 침체 상황이 내년에도 이어질 경우 공동주택 일부에서 나타나는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격 간의 역전 현상 문제가 보다 확대돼 공시가격에 대한 국민 수용성이 낮아질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두 번째로 정부는 2023년도 주택 보유세 완화 방안에서 주택 실수요자인 1주택자의 2023년 재산세를 최근 주택가격 하락과 서민 가계 부담을 고려해 2020년 이전 수준으로 환원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6월 지방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1주택자의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60%에서 45%로 인하해 납세자의 재산세 부담을 올해 한시적으로 2020년 수준으로 낮춘 바 있다. 2023년에는 서민 재산세 부담 완화를 위해 1주택자 공정시장가액 비율 인하 기조를 유지하면서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공시가격 하락 효과 등을 반영해 추가로 4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계획이다. 종합부동산세는 지난 7월에 발표한 정부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2023년 종부세액과 납부 인원이 2020년 수준으로 환원될 것으로 예측된다. 필자는 이번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수정계획 및 보유세 완화 발표가 부동산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국민들에게 한 줄기 빛 같은 정책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한시적인 대책으로 국민들에게 부동산 세제정책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부여할 수 없는 부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은 조세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조세법률주의는 납세자에게 세금을 부과함에 있어 미리 조세법에 그 내용을 규정해 세금을 부과 당하는 납세자로 하여금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제거해 주기 위한 조세법의 기본원리다. 지금의 부동산 보유세제는 전혀 예측 가능하지 않다. 이 부동산 보유세제의 핵심적인 문제는 바로 부동산 과표를 조정하는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 상황에 연동되게끔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에 대한 목표치를 설정해 과표를 조정하다 보니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세금이 많아지고, 부동산가격이 떨어지면 공시가격과 실거래가 역전 현상이 발생해 억울한 국민들이 생기는 것이다. 부동산 과표 설정은 감정평가사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세율 구간을 국회에서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생각된다. 강정훈 국민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이슈&경제] ‘노동의 미래’ 그리는 노조의 역할을 기대한다

화물연대 파업이 치킨게임(chicken game)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치킨게임이란 1950년대 미국 젊은층 사이에서 담력을 겨루기 위해 서로를 향해 차로 돌진하는 게임에서 유래된 말이다. 상대의 양보를 기다리며 파국으로 끝나는 상황을 설명할 때 많이 사용된다. 정부와 화물연대의 ‘강 대 강’ 대치와 건설노조 등 노동계 동조 파업으로 가뜩이나 경기불황으로 힘든 산업현장이 ‘셧다운’ 위기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약 4조원의 경제 피해를 입히며 16일째 파업을 벌였던 화물연대가 9일 파업을 철회하고 현장으로 복귀했다는 것이다. 이번 파업 사태를 지켜보면서 우리 노동조합(노조)은 정상에서 이탈된 것 같다. 환경적으로 번성기에서 쇠퇴기로 넘어가는 상태이나 의식 측면에서는 성장기 초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탈(脫)제조업화 및 지식노동 직업의 발전 등으로 인해 노조의 가입률이 저하되고 있다. 디지털의 등장으로 특수고용, 플랫폼, 프리랜서 등 고용관계가 변화하고 단체교섭 범위도 축소되고 있다. 또 대체제도로 인해 노조의 청원 기능과 대표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 더욱이 노동시장은 양극화, 불안정에 봉착해 있으며 MZ세대 등 새로운 세대가 진입하고 있다. 이러한 물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의 노조는 3가지 측면에서 변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첫째, 투쟁 방식이 변화해야 한다. 화물연대 파업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 이유로 비파업 화물차에 쇠구슬을 쏘고 집단폭행을 가한 점도 한몫했다. 이 밖에 건설노조는 밤낮으로 확성기로 장송곡을 틀어 민원을 유발하고, ‘고용 요구’를 이유로 타워크레인을 불법점거하고 건설현장의 자재 입고 및 차량 통행까지 방해하고 있다. 노조의 폭력적이고 불법적인 투쟁 방식에 대해 촛불시위의 비폭력성을 경험한 우리 국민은 더 이상 동의하기 힘들다. 그러므로 투쟁이 사회적 타협과 대화의 틀 안에서 이뤄질 필요가 있다. 둘째, 협력적 상생의 인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과거 산업화 시대의 부르주아, 프롤레타리아로 통칭되는 계급주의적 사고에서 사업주와 근로자는 서로 투쟁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자본주의 4.0 시대에서 사업주와 근로자는 더 이상 적대적 관계가 아닌 공동의 이익을 위해 상호 협력해야 하는 파트너다. 따라서 협력적 상생의 노사관계 형성이 필요하다. 셋째, 노동의 미래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진입은 노동에 있어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대체의 현실화는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인 흐름이다. 이는 노동계 혼자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다. 따라서 사업주뿐만 아니라 정부와 끊임없이 대화하지 않을 수 없다. ‘전환’의 시기, 노조는 변화에 따른 새로운 노동을 맞이하고 주도할 준비를 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조는 필수적 요소다. 특히 한국의 경제 민주화에 기여한 바도 크다. 하지만 우리 노조는 산업화 시대에 여전히 머물러 있는 듯하다. 환경 변화라는 거대한 물결 속에서 노동의 미래를 그리고 노동의 참된 가치를 알리는 노조의 새로운 역할을 기대한다. 홍성호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슈&경제] 복합위기에 대한 처방전

지금 우리 경제는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급변하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지금의 위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 경제의 펀드멘털을 고려할 때 지나친 위기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그러나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다. 지난 3년여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재정 여력을 소진했기 때문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해 경기를 방어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경기 침체기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에너지 및 원자재의 공급 충격으로 이어져 물가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 급등은 국내 물가 상승은 물론 공급망 충격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7월에 6.3%를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5%를 상회하고 있다. 이로 인해 경제 침체기에 물가 상승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0.3%로 나타나 당초 예상치에 미치지 못했다. 이처럼 실물 부문에 대한 충격과 더불어 금융시장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미국의 연이은 금리 인상에 따라 국내 기준금리 상승으로 인한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의 금융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말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943조원에 달했으며 이 중 개인사업자에 대한 대출은 441조원에 달했다. 지금과 같은 금리 인상으로 인해 연말에 금리 수준이 3%포인트 상승하면 가산금리를 제외하더라도 중소기업은 28조원 이상의 추가적인 이자 부담을 떠안게 된다. 미국발 고금리와 강(强)달러로 인해 개발도상국이나 신흥국의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는 것은 한국 경제를 견인해 온 수출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11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19억달러로 전년 동월의 603억달러와 비교해 1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올해 1∼11월 누계 무역수지는 426억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97억달러 흑자와 비교하면 1년새 723억달러 악화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한국 경제는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복합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문제는 복합위기의 여파가 경제적 약자에게 가혹하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그동안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재정 여력이 바닥났기 때문에 전통적인 위기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금과 같이 호재보다는 악재가 시장을 주도하는 위기 상황에서는 판을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필요하다. 경제는 심리적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개별 경제 주체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는 것이 급선무다. 지난달 이노비즈 모닝포럼에서 신병주 교수의 강연을 통해 얻은 교훈이 생각난다. “위기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위기 극복의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혁신적인 기업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위기 상황 속에서도 미래의 먹거리를 책임질 사람과 기술에 대한 선제적 투자가 요구된다.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도 여기에 맞춰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관성적으로 집행하고 있는 중소기업 정책을 시대 상황과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전면적인 개편이 불가피하다. 아무리 어려운 위기 상황도 지나가기 마련이고 위기 이후에 펼쳐질 기회를 잡기 위해서 말이다. 김세종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

[이슈&경제] 부채 많아 망한다는 중국, 왜 망하지 않을까?

중국의 기업부채는 300%를 넘는다.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기업부채 비율이 300%를 넘었다. 그렇다면 중국은 이미 망했어야 했는데 왜 망하지 않을까. 지난해 헝다그룹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을 때 부채가 많은 중국 기업들은 도미노 파산할 것이라 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중국의 기업들이 도미노로 무너졌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심지어 2022년 미국의 연준이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리는데도 중국의 기업들의 연쇄도산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중국은 한국의 1970년대와 닮았기 때문이다. 중국 대부분의 메이저 은행들은 국유은행이다. 공상은행, 중국건설은행, 농업은행, 중국은행이 세계 은행순위에서 1~4위까지 점유하고 있다. 한국도 1970년대 당시 은행들은 권위주의 정부에 귀속돼 있어 국유은행이나 다름없었다. 그렇다면 국유은행들은 기업이 부도 위험이 닥치면 무슨 일을 하는가. 정부는 은행들에 기업이 위기에 빠지면 만기연장, 채무 재조정, 자금 추가 지원 등으로 지원한다. 일단 은행의 자금으로 메워주고 또 부족하면 세금을 퍼주면서라도 문제를 덮어준다. 그러니 국유은행이 막아주면 기업에 위기가 와도 사회적인 위기로 전이되지 않는다. 즉, 중국 기업의 내수부채는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외화부채다. 외화부채는 중국 정부에서 함부로 나설 수 없다. 한국이 1997년 외환위기로 망한 것이 바로 외화부채 문제 때문이다. 1990년대 일본은 제로금리에 가까운 저금리였다. 그런데 한국은 10%가 넘는 고금리였다. 따라서 일본에서 저금리로 자금을 빌려와 한국에 투자하거나 동남아시아에 고금리로 빌려주면 큰돈을 벌 수 있었다. 그러나 1997년 태국에서 시작된 외환위기가 한국까지 오자 문제가 됐다. 일본에서 빌려온 자금은 단기 자금이었고 한국이 동남아시아에 빌려준 자금은 장기 대출이었다. 결국 외화 유동성이 경색됐고 종금사 등이 파산하면서 시스템 위기로 번졌다. 결국 한국은 IMF에 손을 벌리며 망하고 말았다. 그러나 중국에는 외화부채도 문제가 크지 않다. 외화 유동성이 없어 망한 한국의 외환위기 당시 상황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그리고 세계적인 외화 부족을 대하는 전략도 바뀌었다. 중국은 ‘성장 극대화’ 전략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바꾸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전까지 한국은 성장 극대화 전략이었다. 국유은행으로 높은 부채를 일으켜 투자를 극대화하고 고용을 크게 늘려 결국 높은 수준의 경제성장률로 발전하는 것이다. 그런데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 은행이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 등을 지켜야 해 높은 부채로 성장할 수 없었다. 그러니 투자를 방만하게 하지 못하고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으며 고용이 둔화되고 낮은 경제성장률로 가게 됐다. 외환위기 전에는 7~8%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있었다면 지금은 2~3%의 성장을 할 뿐이다. 이러한 선택과 집중 전략은 성장률은 높아지지 않지만 부채 비율이 낮아 국가부도의 위험이 줄어들게 된다. 사실 중국의 헝다를 비롯한 부동산 기업들의 파산이 2021년에 집중적으로 있었던 것도 중국이 ‘성장 극대화’ 전략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바꾸면서 부채를 축소한 영향이다. 김장섭 JD부자연구소 소장

[이슈&경제] 청년•서민 내집마련 기회 ‘주거사다리’ 복원

청년.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러나 청년들의 현실은 막막하기만 하다. 지난 10월26일 정부는 청년과 서민들을 위한 내 집 마련 기회 확대를 위한 정책을 발표했다. 그간 청년들을 위한 부동산 정책이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국토교통부가 온라인 패널 및 청년정책위원단 운영, 설문조사 등을 통해 청년의 어려움을 직접 듣고, 함께 정책을 고민한 것이다. 지난해 청년들의 실제 주거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주택 보유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86.1%가 주거안정을 들었고, 11.6%가 자산 확보를 꼽았다. 실제 청년들의 주택 보유 의사는 2017년 70.7%에서 2021년 81.4%로 증가했고 청년 10명 중 8명이 주택 보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실태조사를 기반으로 정부는 청년 및 서민 부담 절감, 선호 입지 공급 등 청년원가 주택과 역세권 첫 집 주택 등 기존 방식과 다른 혁신 공급 모델을 제시했다. 첫 번째, 공급 규모로 공공 분양 50만가구 중 청년층에 34만가구, 4050세대에 16만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에 과거 대비 대폭 증가한 6만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며 수도권에 총 36만가구, 비수도권에 14만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내 집 마련을 희망하는 수요자는 각자의 소득, 자산 여건, 생애 주기 등에 맞게 세 가지 모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즉, 나눔형, 선택형, 일반형 세 가지로 구분했다. 먼저 나눔형은 총 25만가구로 처음부터 분양을 받되 무주택 서민들의 부담능력 등을 감안해 분양가를 시세 70% 이하로 책정하고, 할인된 분양가의 최대 80%를 장기 모기지로 지원받는 방식이다. 선택형은 총 10만가구로 민간 ‘내 집 마련 리츠’를 공공에 적용한 것으로 목돈이 부족하고 구입 의사가 불확실한 청년층이 저렴한 임대료로 우선 거주하고 분양 여부는 6년 후에 선택하는 모델이다. 입주 시 추정분양가와 분양 시 감정가격을 평균 가격으로 분양받을 수 있어 분양가격이 매우 안정적인 측면이 있다. 일반형 15만가구에 대해서는 청년층의 당첨 기회를 높이고 4050세대는 일반공급 물량을 확대해 실수요자가 주요 수혜 대상이 되도록 했다. 두 번째로 대출 방식에서 선택형과 나눔형 모델은 초저리와 장기 전용 모기지를 신설하고 일반형은 기존 주택기금 대출을 활용해 청년층의 대출한도와 금리를 우대하는 방식으로 주거 사다리를 이어가도록 했다. 또 사전청약을 조기 공급하기로 하고 2023년까지 서울 도심 등 우수입지 1만1천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그동안 특별공급은 기혼자 위주로 운영됐으나 신규로 신설되는 선택형과 나눔형은 미혼 청년을 위한 특별공급을 신설하고 일반형에는 추첨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다만 최근 미분양 주택이 급증하면서 향후 정부의 수급 조절 정책이 필요하다. 또 초고금리 사회로 진입하면서 부동산 상품 간의 금리에 대한 역차별의 문제가 야기된다면 사회적 갈등의 소지가 있다. 그런 차원에서 청년과 서민들의 내 집 마련에 대한 절실한 마음을 헤아려 정부가 정책 추진 과정에서 세심한 배려를 통해 사회적 통합을 이루고, 청년과 서민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강정훈 국민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이슈&경제] PF부실화 우려… ‘부동산 금융’ 더 발전 되길

“부동산은 금융이다.” 부동산개발사업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므로, 금융을 통한 조달이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부동산 금융은 부동산 생산·이용의 효율을 향상시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지나친 부동산 금융 확대는 버블을 가져와 금융의 건전성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실제로 상당수 나라에서 무분별한 부동산 금융 확대가 부동산의 과잉 개발을 초래해 금융위기를 겪은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본격화된 우리의 부동산 금융도 마찬가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수년간 건설사와 저축은행의 도산이 이어졌다. 최근의 부동산 PF 부실화 우려도 결국 자본력 없는 시행사를 대신해 리스크를 진 건설사와 금융권의 동반 부실에 대한 걱정이다. 이런 걱정이 자금시장의 돈줄을 막는 ‘돈맥경화’를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선제적 조치를 통해 금융시장 전반으로 파급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 부동산 경기에 따라 PF 부실화는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부동산 PF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시행사 자금 조달 구조를 차입금에서 자본금 위주로 전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PF 구조는 시행사 자기자본(20%), 금융권 대출, 보증으로 이뤄져 있다. 자금 조달이 주로 차입으로 이뤄져 금융여건 변화와 미분양 등의 리스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바람직한 PF 구조가 되기 위해서는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대표적 부동산 개발 성공 사례로 소개되는 일본 롯폰기 힐스 개발에 시행사인 모리빌딩은 사업비 37%를 자기자본으로 투자한 바 있다. 부동산개발사업의 사전 단계에서부터 부실을 차단하는 금융규제가 필요하다. 사업의 주관자이며 채무자인 시행사의 자격요건이 강화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부동산개발업 등록요건이 낮아 업체 수는 2015년 3만개사에서 2021년 6만개사로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따라서 등록요건 강화 등을 통해 우수한 대형 시행사를 육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자체 신용 창출과 시행사 간 상호연대를 통한 신용 보강도 가능할 것이다. 또 철저한 사업성 검토를 바탕으로 한 사업 추진과 PF가 되도록 사전 검토기관 설치 등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부동산 금융 다각화를 통해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 부동산 금융에서 PF 비중이 현저히 높은 실정이다. PF가 부실화될 경우, 그 리스크가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전이될 소지가 크다. 바로 현재의 상황이 그러하다. 따라서 부동산개발사업 자금 조달 방식을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와 리츠, 펀드 등으로 다각화해 금융 리스크를 분산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부동산 금융은 위기 시 한층 더 발전해 왔다. 어떻게 보면 이번 부동산 PF 부실화 우려도 우리의 부동산개발사업과 금융을 한 발 더 선진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따라서 현재의 위중한 상황에 대한 선제적 조치와 함께 미래를 내다보는 공동의 혜안이 필요하다. “부동산 거품을 만드는 것도, 그것을 잠재우는 것도 모두 금융이다.” 홍성호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슈&경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지 않으면

아무리 경제 사정이 어려워도 예비 창업자들은 저마다의 사정을 담아 창업에 나서곤 한다. 자칭 창업전문가들은 손쉬운 창업을 강조하지만, 창업은 상당한 용기를 수반한다. 2021년 기준 창업기업 수는 142만개에 달한다. 창업기업 중 법인기업은 12만7천개며 나머지 129만개는 개인기업이다. 이 창업기업이 모두가 살아남는 것은 결코 아니다. 2020년 기준 통계를 보면 창업기업 중 35% 정도는 1년 안에 사업을 접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창업 후 5년까지 생존하는 비율은 32%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말 그대로 ‘죽음의 계곡’은 창업기업에 피할 수 없는 난제임이 분명하다. 죽음의 계곡을 넘어선다 해도 또 다른 허들이 기다리고 있다. 규모에 대한 편견이다. 중소기업은 아무리 기술 및 제품이 우수하다 해도 제대로 그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운 구조에 직면해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한국 경제는 지난 60년 동안 개발연대에 익숙한 제도와 정책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여기에는 대기업이 성장하면 그 과실이 흘러 중소기업으로 확산된다는 낙수효과에 대한 믿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대·중소기업 간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낙수효과 기반의 성장전략에 대한 회의론이 일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을 키워야 한다는 당위성이 자리 잡게 됐다. 한국은 가장 잘 정비된 중소기업 지원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지만, 중소기업의 경영 환경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지난 반세기 동안 경제성장 과정에서 누적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정부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혹은 동반성장을 추진했지만, 그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어느 정권 할 것 없이 집권 초기에는 중소기업 문제 해결 의지가 고조됐다가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역대 정부는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미흡했다고 볼 수 있다. 중소기업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기울어진 운동장은 이른바 ‘경제 3불 문제’로 귀결된다. 거래의 불공정, 제도의 불합리, 시장의 불균형으로 상징되는 경제 3불 문제는 지난 60년 동안 대기업 주도의 경제성장에 따른 부작용이라 치부하기에는 사회적 경제적 비용이 너무나 크다. 우리 사회가 양극화로 인한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적지 않은 사회적 경제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격차 완화를 위한 경제 주체들의 새로운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 특히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정부와 대기업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대기업의 경제력이 경제적 약자에게 남용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바로잡는 정책적 노력이 지속돼야 할 것이다. 대기업 못지않게 몸집이 커진 플랫폼 기업의 협업 의지도 중요해진다. 일감 몰아주기나 내부거래를 통해 부를 축적하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나 중소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건전한 산업생태계를 만드는 일에 대기업이나 플랫폼 기업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유통 대기업이 중소기업과의 거래 관계에서 불공정한 게임을 계속한다면 이를 규제하라는 사회적 압력은 더욱 증대될 것이며,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 또한 더욱 커지게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세종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

[이슈&경제] 日 긴축이 불러올 한국의 신용 위기

최근 일본 엔화가 달러당 150엔을 돌파했다는 뉴스가 마음에 걸렸다. 엔·달러 환율은 1990년 이후 최저치다. 영국은 양적완화와 비슷한 일을 하려다 결국 트러스 총리의 사퇴가 있었다. 그리고 긴축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세계의 흐름과 반대로 양적완화 조치를 하는 나라가 있다. 일본, 중국, 튀르키예(터키) 등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엔·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올라 인플레이션으로 감당할 수 없는 처지가 된다면 일본은 환율 방어에 나설 수 있다. 환율 방어를 위해서는 미국 국채를 팔아야 할 것이다. 현재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일본이 이를 판다면 가격은 떨어지고 수익률은 올라간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올라가면 나스닥은 떨어지게 돼 있다. 즉, 일본의 미국 국채 매도가 나스닥의 하락을 불러온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의 입장으로 본다면 일본의 긴축으로 인해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이 더 클 수 있다. 일본은 지금까지 거의 제로 금리였다. 따라서 일본의 싼 엔화 자금을 빌려 투자하는 사업자가 많았을 것이다. 일본은 미국 국채를 파는 것뿐 아니라 해외에서 자산을 팔거나 대출을 회수해 일본으로 가져올 수 있다. 1997년 당시 일본 자금이 빠져나가 한국은 IMF 사태를 맞았다. 물론 한국은 당시보다 훨씬 많은 외화보유액을 기록하고 있어 외환 위기를 맞을 가능성은 낮다. 다만 일본의 대출자금 회수로 인한 기업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기업이 부도가 나는 경우 처음 부도를 맞는 사람은 앞뒤 안 가리고 집을 팔아 대출을 갚는다. 요즘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5%대에 육박하고 저축은행은 6%가 넘고 있다. 왜 이렇게 예금 금리가 높을까. 당연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대까지 올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회사채 시장이 망가져서다. 지금 주식시장이 빙하기다. 따라서 기업은 당연히 주식공개 즉, IPO로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끌어모으는 것은 끝났다. 무이자로 자금을 끌어오는 시장은 이제 없다는 뜻이다. 그러면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끌어와야 하는데 한전이 5%대를 주니 웬만한 회사채는 7~8%를 줘야 한다. 그러나 그 이상의 금리를 준다 하더라도 회사채는 요즘 팔리지 않는다. 롯데건설이 지난 18일 2천억원을 유상증자한 데 이어 5천억원을 롯데케미칼로부터 석 달간 빌리기로 했다. 그래서 롯데건설이 롯데케미칼에 돈을 빌린 것이다.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아서다. 그래서 요즘 기업은 돈이 필요해 은행으로 몰려가고 있다. 은행에서는 무작정 기업에 대출해 줄 수 없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등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본이 많아야 더 많이 대출해 줄 수 있다. 따라서 은행이 시중에 5%대 특판 예금을 판매하고 있는 이유다. 당연히 기업에는 7% 이상의 고금리로 빌려줄 것이다. 은행도 이젠 아무나 막 빌려줄 수 없다. 돈 빌려준 곳 중에 부도가 나면 은행의 부실 자산 규모가 커지기 때문이다. 지금 기업들은 돈이 모자란다. 그래서 비싸게라도 돈을 빌리고 싶지만 기업들은 갈수록 돈 빌리기가 더 어렵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대내외 긴축으로 돈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일본의 긴축 시작은 우리나라에 신용경색 쓰나미를 몰고 올 수 있다. 쓰나미는 결국 가계부채 시장을 때리고 부동산을 추가로 하락시킬 수 있다. 김장섭 JD부자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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