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시작은 모른다. 언제부턴가 얘기가 돌았다. ‘양기대 광명시장이 내년 도지사 선거에 나올 것이다.’ 그렇게 보니 그랬다. 가깝지 않은 수원에서 목격되는 일이 잦아졌다. 만난 김에 물었다. “내년 지방 선거에서 큰 그림을 그립니까.” 대답이 분명했다. “도지사에 도전해보려고요. (몇몇) 주변인들에게도 말했습니다. 내가 수원에 자주 가면 도지사 선거를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봐도 좋다고요.” 괜스레 빙 돌려 어렵게 물어봤다. 믿는 구석이 있을 게다. 광명 동굴-가학산 동굴-의 기적을 만들었다. 모두가 버린 흉물에서 먹거리를 찾아냈다. 2015년 광명 관광객이 154만3천명이다. 그가 취임하던 2010년에 3천명이었다. 임기 중에 514배 늘었다. 증가 폭이 가히 기네스 감이다. 여기에 KTX 광명역 근처도 천지개벽했다. 신도시가 들어섰고 상권의 중심이 됐다. 도지사에 도전할만한 충분한 밑천이다. 도지사 자격이 있는 시장이라고 독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그래도 1,300만 웅도(雄道)의 도지사다. 그간 힘 있는 정치가 독점해왔다. 임창렬 부총리, 진념 부총리, 진대제 장관도 정당(政黨)이 점지했다. 이인제, 손학규, 남경필도 정당이 내려보냈다. 유권자는 택일(擇一)만 했다. 정치가 보낸 정치인 중에 고르기만 했다. 민선(民選) 25년 동안 이 공식은 깨지지 않았다. 1년 뒤에도 여전히 작동하고 있을 공식이다. 정치인 김진표(더불어민주당)ㆍ원유철(자유한국당)의원이 그래서 거론된다. 그 긴 시간, 시장ㆍ군수들은 쳐다보지 못했다. 쳐다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31개 시군에서 6번의 선거가 있었다. 연임 구분없이 합하면 186명이다. 야망 있고 능력 있는 이가 왜 없었겠나. 심재덕(수원ㆍ2선)도, 여인국(과천ㆍ3선)도 그런 시장이었다. 하지만, 예산 보복 앞에 뜻을 접거나, 명(命)을 유지하려 입을 다물고 지냈다. 지금 양기대 시장이 그 25년의 금도(禁度)를 넘어서고 있다. “도지사 해보겠다”고 대놓고 말하고 있다. 광명 동굴만으론 설명 안 되는 용기다. 의문을 풀어줄 귀띔이 그의 말속에 있다. “이제 시장들도 (큰 선거에) 나서지 않나요?” 19대 대선판을 말하는 거였다. 실제로 그랬다. 19대 대선은 행정가들이 주인공이었다. 홍준표 안희정 남경필이 현직 도지사였다. 이재명은 현직 시장이었다. 정치 9단, 당 총재, 권력자 식솔이 놀던 곳이었다. 정치가 그들만의 구역이라며 담장을 쳤었다. 그 속에 행정이 뛰어들었고, 당당히 한가운데 섰다. 이견(異見)은 있다. 홍준표, 안희정, 남경필을 행정가로 볼 수 있나. 노회한 정치인으로 봐야 하지 않나. 그런데 이 질문의 답조차 또 다른 역설로 결론난다. 홍준표가 여의도 정치권에 있었다면 후보가 됐겠는가. 안희정, 남경필이 정당 소속 국회의원이었으면 기회가 왔겠는가. 홍준표, 안희정, 남경필은 정치를 버렸기 때문에 기회를 얻었다. ‘대권을 원하면 행정으로 갈아타라.’ 홍지사, 안지사, 남지사의 예(例)로 더 증명되는 공식이다. 틈은 그렇게 대선에서 생겼다. 이제 경기도지사 선거로 옮겨올 차례다. 양 시장이 제일 먼저 그 틈에 손을 밀어 넣었다. 여차하면 머리도 넣고 몸까지 넣겠다고 말하고 있다. 지켜보는 유권자도 달라졌다.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 턱없는 소리라고 비웃지 않는다. 대선에서 본 경남지사(본선 2등), 충남지사(예선 2등), 경기지사(예선 2등), 성남시장(예선 3등)의 성적표를 알아서다. ‘시장들도 함께 검토해주겠다’며 표심을 활짝 열었다. 130만 거대 표심을 지닌 염태영 수원시장도 있다. “할 거냐”고 물으면 “안 한다”고 말한다. 그래도 ‘정치는 생물이잖냐’란 말엔 입을 닫는다. 대선에서 거물 된 이재명 성남시장도 있다. 몸값이 오른만큼 입이 무거워졌다. 그래도 ‘3선 성남시장 이재명’을 말하는 이는 없다. 결국, 이렇게 그루핑(grouping)되어 간다. 내년 경기지사 선거에 등장할 전에 없던 그루핑이다. ‘정치인 후보 그룹’과는 전혀 다른 ‘시장 출신 후보 그룹’이다. 관광이 먹거리임을 증명한 광명 동굴. 그 입구에 붙은 사진에서 양 시장은 항상 멈춘다. “광명 동굴의 은인입니다. 이분이 도비를 지원해주셔서 오늘이 있습니다. 정당은 달라도 항상 존경하는 분입니다.” 사진 속 인물은 김문수 전(前) 경기도지사다. 시정을 챙겨 준 도지사의 배려가 꽤나 고마웠던 모양이다. 몇 달 뒤, 양 시장-또는 염 시장, 또는 이 시장-이 외치게 될런지도 모를 구호다. ‘시군을 아는 제가 경기도를 살리겠습니다!’ 김종구 主筆
오피니언
김종구 주필
2017-05-17 2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