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정치인이다. 그를 싫어하는 유권자가 있다. 그들의 바램은 이재명이 망가지는 것이다. 이재명은 도지사다. 그를 싫어하는 도민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도정의 붕괴를 바라지는 않는다. 2019년 경기도민에게 주어진 고약한 운명이다. 정치인 이재명은 몰라도, 이재명 도정이 망가지는 건 두고 볼 순 없다. 이런 도민의 운명이 곧 이재명의 운명이다. 성공한 정치인 이전에 성공한 도지사로 바로 서야만 할 책임이다. 2018년 내내 흔들렸다. 여배우 스캔들, 혜경궁 김씨, 친형 강제 입원, 이런저런 선거법 위반. 관리되지 않은 지난날이 준 업(業)이었다. 권력 투쟁에서 오는 박해(迫害)이기도 했다. 진통 끝에 법률적 가늠이 났다. 친형 강제 입원과 선거법 위반 두어 개가 남았다. 인격적(여배우 스캔들)ㆍ정치적(혜경궁 김씨)인 치명타는 피했다. 하지만, 피고인 신분이 됐다. 재판정을 오가야 할 처지다. 끝도 모를 지난한 과정의 시작이다. 피고인이란 게 원래 그렇다. 모든 운명을 판사에 맡겨놓고 산다. 그가 맡긴 운명은 더 크다. 피고인 이재명은 유죄다. 그 순간, 야인이 될 것이다. 피선거권마저 박탈당한 박제 인간이 될 것이다. 피고인 이재명은 무죄다. 그 순간, 대통령 후보가 될 것이다. 걸림돌 치워진 탄탄대로를 달려갈 것이다. 이 극단적 선택의 법정 시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재판만 보이는 게 정상이다. 범인(凡人)이라면 누구나 그런다. 하지만, 현직 도지사다. 그럴 여유가 없다. 매일, 20조 원 예산을 결재해야 한다. 매일, 31개 시군 업무를 조정해야 한다. 매일, 1천300만 도민을 대표해야 한다. 곁눈질하면서 갈 짬이 없다. 마침 그가 했던 이런 말도 있다. 저들의 공격은 이재명이 일을 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일에 대한 갈증으로 들렸다. 적어도 그 증명의 시간은 왔다. 던져 놓은 약속-복지 경기ㆍ공정 경기ㆍ평화 경기-을 입증할 수 있는 시간은 됐다. 다행히 견본이 있다. 성남시장 이재명의 기록이다. 전임자가 남긴 빚이 산더미였다. 그때, 7천억 원을 만들어 시(市) 곳간을 채웠다. 다른 시는 무상급식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때, 무상교복까지 치고 나갔다. 국가는 청년 실업률 계산에 여념 없었다. 그때, 실업 청년들에 수당을 챙겨줬다. 그런 기억들이 그를 대선후보, 도지사까지 밀어올렸다. 6ㆍ13 지방선거 표심의 기대도 그거였다. 이걸 안 하고 못하며 까먹은 6개월이었다. 재판? 어차피 정치다. 상대 정당ㆍ반대 정파가 시작했다. 그들이 기소(起訴)까지 끌고 왔다. 법정(法庭)에 왔다 해서 달라질 건 없다. 이재명 유죄 이재명 무죄 현수막이 내걸릴 것이고, 서로를 향한 악담이 댓글에 도배될 것이다. 판사가 그 복판에 있다.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한다고 한다. 근데 이 양심이란 걸 본 사람은 없다. 결국, 재판도 사람이 하는 거다. 정치로 누더기 된 사건이다. 정치를 쏙 빼고 판결할 장사는 없다. 친형을 감금시킨 인권탄압이라 해도 된다. 친형의 시정 개입을 막는 대처였다고 해도 그만이다. 대장동 개발 이익을 과장한 거짓홍보라 해도 된다. 신도시 조성의 통상 예측을 말했을 뿐이라고 해도 그만이다. 확정된 검사 사칭 전과(前科)까지 숨긴 거짓말이라 해도 된다. 과거 판결에 대한 나름의 의미부여라고 해도 그만이다. 어느 쪽을 써도 판결문은 완벽할 것이다. 이번 재판이 그렇다. 주문(主文) 빼고는 이미 다 까진 재판이다. 그 사이 정치인 이재명에 대한 판단은 끝났다. 새삼 좋다며 돌아올 유권자도 없고, 싫다며 돌아설 유권자도 없다. 이제, 도지사 이재명에 대한 판단이 남았다. 잘한다며 모두가 돌아올 수도 있고, 못한다며 모두가 돌아설 수도 있다. 그래서 도정에 답이 있다는 것이다. 도로 챙기고, 급식 챙기고, 안전 챙기고, 평화 챙기는 속에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비움이 있어야 채움이 생긴다. 오늘을 마지막처럼 뛰어야 4년이 주어진다. 피고인 딱지를 붙이고 가야 할 이재명 지사라서 더욱 그렇다. 主筆
오피니언
김종구 주필
2019-01-02 2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