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요란했던 ‘지자체 행정명령’들, 다 어디로 갔나

...행정 명령은 전가의 보도가 아니다. 불가피한 경우에 제한적으로 쓰는 비상 조치다. 그 적절성에 대한 판단은 언제든 재판에 회부될 수 있다. 그리고 언제든 과한 규제였다는 판결이 내려질 수 있다. 그 경우 명령자는 명령으로 발생한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 교회에 대한 행정 명령도 그렇다. 함부로 행정명령의 칼을 휘두를 대상이 아니다. 아주 많은 평범한 교회가 긴 시간, 혹독한 코로나 피해를 받고 있다. 2020년 8월25일. 사설은 그렇게 마무리 되고 있다. 코로나가 커지던 때였다. 신천지 사태로 3월이 휘청댔다. 하루 평균 확진자가 214명이었다. 30~50명으로 잠시 줄었다. 8월 들어 다시 182명이 됐다. 그 시기에 쓴 사설이다. 그 때 저렇게 적고 있다. 그렇게 보였었다. 행정 명령엔 본질이 있다. 시민의 권리를 압제한다. 행정명령 때마다 누군가가 힘들어진다. 그 걸 남발하고 있었다. 그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파주시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한 유명 커피숍에서였다. 파주시장이 행정 명령을 발동했다. 휴게음식점 집합 제한 행정명령이다. 커피숍 495개소, 패스트푸드점 79개소, 다방 16개소를 묶었다. 전국 최초라고 강조했다. 파주시 행정 명령은 12월에도 등장한다. 병원급 의료기관 행정 명령이다. 진단검사 실시 및 면회 제한 통제였다. 역시 전국 최초란 설명을 붙였다. 명령만 보면 혼자 방역 다 하는 거 같았다. 특화된 행정명령까지 등장했다. 안산에는 외국인 노동자가 많다. 그 개성을 살린 명령을 만들었다. 해외 입국자 시설격리 의무화 행정명령이다. 이거 역시 전국 최초다. 포항시도 아이디어를 냈다. 가구마다 1명씩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고 명령했다. 이유는 모르겠다. 정치적 의심을 받는 명령까지 등장했다. 전라북도의 전세버스 탑승자 명단 제출 행정명령이다. 광화문 보수 집회를 막는 수단이란 비난을 받았다. 이 모든 행정 명령엔 원조가 있다. 그 해 2월 24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신천지를 치고 들어갔다. 관련 시설을 강제 폐쇄했다. 집회 가능한 모든 시설을 묶었다. 도내에만 353개소였다. 공무원이 일일이 감시했다. 대구 신천지 무더기 감염 시기였다. 그 절묘한 시기에 등장한 게 행정명령이다. 행동으로도 보였다. 이 지사가 직접 이만희씨를 체포하겠다며 찾아 갔다. 이 지사가 코로나 영웅이 돼 가는 과정이다.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이 법률이 행정명령의 근거라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그랬으면 거기서 멈췄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3월17일 도내 교회 137개소에 행정명령을 또 내렸다. 하루 뒤 3월18일, 또 다른 명령도 냈다.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밀접이용제한 행정명령이었다. 서울 이태원 클럽의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했다. 그때도 경기도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해만 몇 번인지 정리도 어렵다. 강력한 행정 명령이 던져지던 그 때. 새로운 명령이 뿌려지던 그 때. 그 2020년의 코로나 수치가 있다. 일일 평균 환진자 수다. 1월 1명, 3월 214명, 5월 23명, 6월 182명, 12월 856명이다. 2년이 지났다. 2022년 현재다. 평균 낼 필요도 없다. 어제 하루만 4만9천567명이다. 하루 새 1만2천848명 늘었단다. 누적 확진자가 113만 1천248명이다. 이달 말엔 십수만명 간다고 한다. 코로나 지옥이다. 역설도 이런 역설이 없다. 2020년은 코로나가 적었다. 지자체 행정명령이 넘쳐났다. 2022년 코로나가 창궐한다. 지자체 행정명령이 사라졌다. 구태여 답을 적을 필요도 없다. 그저 짧게 적어 마무리할 뿐이다. 2020년 하나의 괴질이 돌았다. 행정 명령이라는 괴질이다. 전염의 크기가 코로나보다도 독했고, 해악의 크기가 코로나보다 무서웠다. 그 고약한 괴질이 꽁무니를 뺀 건 확진자 4만명의 진짜 공포가 오면서다. 主筆

[김종구 칼럼] 이재명式 사이다 발언, 이젠 경기도 점령에 족쇄로

상인이 흥분해서 말한다. 도민 응어리 풀어주려고 온 거 아니예요? 이재명 지사가 웃으면서 답한다. 풀어 줄려고 온 거 아닙니다. 2019년 어느 날. 이 지사가 계곡 상인들과 대화 중이다. 정비하면 쫓겨 날 사람들이다. 그들과의 토론에 직접 나선 이 지사다. 상인 대표의 말이 도를 넘는다. 이 지사의 답변도 아슬아슬하다. 끝내 이 지사는 굽히지 않는다. 훗날 이날 영상이 떴다. 이재명, 핵 사이다라는 제목이 붙었다. 남양주와의 논쟁이 있었다. 최초를 두고 벌인 갈등이다. 계곡 정비는 남양주의 특색 사업이었다. 환경부에서 상을 탔다. 당 내 우수 사례로도 뽑혔다. 그런데 언론은 경기도 치적으로 보도했다. 남양주 공무원들이 서운했던 모양이다. 관련 기사에 댓글을 붙였다. 경기도가 최초라니요. 실명 숨긴 소심한 표현이었다. 이걸 경기도가 감사로 쑤셨다. 8급 여직원을 찾아냈다. 댓글의 윗선을 대라며 윽박질렀다. 그럴 필요 없었다. 계곡 정비는 옳았다. 그렇다고 윽박지름까지 옳진 않다. 이 지사가 던진 사이다 발언이 그 상인 남양주 공무원엔 평생 갈 모욕이 됐다. 시민 대표가 여러 말을 한다. 정치 계산 결정 명분 쌓기 토론.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항의다. 말이 토론이지 차라리 훈계다. 이 지사의 독무대다. 대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그 후 상황은 시위로 격화됐다. 도청 앞에서 삭발식을 했다. 정치인 소환 요구까지 했다. 이날 토론 영상도 이 지사 행정의 상징으로 돌았다. 이 지사의 말이 제목으로 뽑혔다. (화난다고) 멱살은 잡지 마시고. 공공 기관 이전 발표가 사달이었다. 세 번째 이전 발표였다. 수원에 있는 기관들이 포함됐다. 15개 기관 중 12개가 그랬다. 수원시민이 화낼만 했다. 기관들이 몰린 광교 지역은 더했다. 하지만 괜히 한 토론이었다. 이 지사는 단호했다. 더 이상의 토론은 없었다. 한 개도 철회하지 않았다. 이 지사의 완승이었고, 수원시민의 완패였다. 그 기관들은 지금도 이전되고 있다. 그럴 필요 있었나. 기관 이전의 논리는 있다. 그렇더라도 수원시민은 피해자다. 이 지사 혼자 독주하던 그날 토론이 그 대표와 듣는 시민엔 평생 갈 모욕이었다. 이제 그가 대통령 후보다. 판세가 좀 불리한 거 같다. 이긴다는 여론조사가 드물다. 남은 시간이라야 41일 정도다. 뭘 시작하기엔 팍팍하다. 그래선가. 그가 돌아왔다. 아래쪽 일정을 싹 다 버렸다고 한다. 어린 시절 그가 자란 곳이다. 대통령 후보로 키워준 곳이다. 인구가 1천300만명이다. 판을 뒤엎고도 남을 표밭이다. 그에겐 분명히 회복의 땅일 수 있다. 무릎 꿇고, 평펑 울고, 호소한다. 그런데 주위가 썰렁하다. 사람이 없다. 도지사였던 곳 만나 싶다. 앞서 전국을 돌았다. 부산 젊음의 거리도 갔고, 충청전라도 시장도 누볐다. 많이들 왔었다. 경상도도 갔었다. 그때도 지금보다는 많았다. 이동 유세이긴 하다. 그렇더라도 너무 없다. 모라토리엄 선언에 동의하던 시민들. 지역화폐 도입에 환호하던 상인들. 그들의 일부만 나와줘도 나을 텐데. 사이다 발언에 열광하던 지지자들은 또 어딨나. 바람 찬 거리에 홀로 있다. 사이다 발언은 여전한데, 들어줄 사람이 없다. 사람 많아 보이는 사진을 골랐다며 구설수다. 그에게 닥친 평생의 모욕일런지 모른다. 그날 동영상의 한 부분을 보고 있다. 그가 말한다. 정치에서는 적을 만들지 말라고 한 이유가 있어요. 칭찬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열 명이라도 반대하는 사람 한 명이 아주 나쁘게 생각하고 행동하기 시작하면 그 열 명의 우호적인 사람들을 넘어서요. 이렇게 잘 알면서. 그는 왜 말로 적을 만들었을까. 그의 사이다 한 마디가 누군가엔 한(恨)이 됨을 왜 몰랐을까. 지금 그 한이 곳곳에서 응어리져 갈길 바쁜 그를 붙잡고 있다. 어디선 어색함으로, 어디선 싸늘함으로, 어디선 적대감으로. 主筆

[김종구 칼럼] 30대 도의원, 60대 후보자에 ‘노인 폄하’ 청문

30대 젊은 도의원이 묻는다. 그런데 제가 우려하는 바는 현실적으로 연세 부분에서 정년퇴임이 많이 남지는 않으셨기 때문에 그 안에 뭔가 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젊은 사람보다는 열정이 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있는 겁니다. 61세 후보자가 답한다. 좀 변명처럼 말씀드리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제가 열심히 하겠습니다. 대답 자체가 안쓰럽다. 고약한 질문이다. 노인 폄하다. 퇴직자 모욕이다. 경기관광공사 사장 청문회 속기록이다. 질문자는 1982년생 권락용 도의원이다. 박사 출신의 유능한 정치인이다. 답변자는 1959년생 이모 후보자다. 전 서울관광재단 대표다. 흔히들 앞뒤 문맥을 잘라내 왜곡했다고 한다. 그래서 앞뒤를 다 봤다. 달리 해석될 내용은 없다. 연계 없이 등장하는 독립된 문맥이다. 상대에 전달되는 의도가 선명하다. 몇 개 질문이 더 있다. 모욕을 더하는 것들이다. 며칠 뒤 후보는 사퇴한다. 질문은 실체적 진실과도 안 맞는다. 권 의원은 정년 퇴임이 많이 남지는 않으셨기 때문에 그 안에 뭔가 할 수 있을까라고 말한다. 이 후보자 나이 61세다. 일반 공직자 정년은 60세다. 이 얘기라면 남은 임기는 없다. 관광공사 대표이사는 정년이 없다. 정관에서 정한 3년이 임기다. 이 얘기라면 시작도 안 됐다.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질문의 전제부터가 오류다. 앞뒤 없는 나이 트집이다. 경기도 산하기관 실태와도 안맞는다. 산하기관이 30개쯤 된다. 그 수만큼의 기관장이 있다. 많은 퇴임 공직자가 그 자리에서 일한다. 중간 간부 자리는 훨씬 더 많다. 거기도 많은 퇴임 공직자들이 일한다. 그들의 나이가 대개 60 언저리다. 오랫동안 자리한 공직 퇴임 산하기관은 관행이다. 이 문제를 지적할 순 있다. 하지만 나이 60이 그 지적의 근거일 수는 없다. 문화재단 송 대표는 70대였다. 잘했고, 청렴했다. 민주당에 남은 몇 개의 노인 폄하가 있다. 2014년 설훈 의원 논란이 그중 하나다. 국회 교문위원장이었다. 한국관광공사를 국감하고 있었다. 79세 자니윤(본명 윤승종) 상임감사를 몰아쳤다. 정년이라는 제도가 왜 있겠느냐 연세가 많으면 판단력이 떨어진다. 돌아보면 이번 일과 판박이다. 똑같이 의회에서 나온 발언이다. 똑같이 관광을 다루는 기관 얘기다. 똑같이 정년과 나이를 무능력의 기준으로 들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그건 발언 배경이다. 대한노인회를 찾아간 설 의원이 해명했다. 낙하산 인사를 지적한 것이다. 실제 그런 면이 있었다. 자니윤은 박근혜 미주후원회 회장이었다. 대선 캠프에서 본부장도 했다. 그걸 지적했다고 했다. 억지 같지만 말은 됐다. 그러나 이건 다르다. 이 후보자는 정치 배경이 없다. 그 흔한 도지사 추천서도 없다. 오로지 능력으로 지명받았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향한 나이 모욕이다. 러시아 혁명가 트로츠키가 말했다. 세월은 흘러가고 혁명가는 늙어간다(冊 나의 생애 중에서). 세월의 도도함이 혁명의 가치만큼 중함을 말한다. 젊음에 오만하면 안 된다. 세월에 겸허해야 한다. 가고자 하는 길이 정치라면 더 그렇다. 3년 반 전 선거였다. 그때 뭐라 했나. 어르신들 모시겠다고 하지 않았나. 반년 뒤면 또 선거다. 그땐 뭐라 할 건가. 정년해서 열정 떨어졌으니 노인들은 빠지세요라 할 건가. 결코 과한 가정(假定)이 아니다 그날 청문(聽聞)이 바로 이랬다. 主筆

[김종구 칼럼] ‘김진표 수원시장’

아마 본인은 펄쩍 뛸 거다. 실없다고 할지도 모른다. 주위에선 더 그럴 거다. 모함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게, 급이 다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을 했다. 한 정부의 설계자다. 국무총리 후보에도 올랐다. 언제나 열려 있는 가능성이다. 국회의장에도 가까이 가 있다. 하반기 의장이 될 수 있다. 거기에 갖다 붙인 수원시장이다. 김진표가 수원시장 된다면. 엉뚱함을 지나 황당함에 이른다. 7년을 혼자 해온 말이다. 그때, 이런 칼럼을 썼다. 김진표 불출마 論(2015년 8월12일자). 총선을 열 달 앞두고다. 공천 싸움이 치열했다. 그 속에 김 의원이 있었다. 스무 살 아래 후보군과 섞였다. 보기에 많이 민망했다. 그 얘기를 적은 거였다. 다들 김진표 출마하지 마라로 해석했다. 그게 맞다. 그렇게 쓴 칼럼이었다. 다만, 거기 담지 못한 말이 있다. 국회의원 아닌 수원시장이 멋진 선택일 수 있다. 미쳤다고 할까 봐 못썼다. 그렇게 생각만 하다 지금에 왔다. 모든 환경이 바뀐-국무총리로 거론되고, 국회의장으로 예상되고, 거물급으로 성장한-그다. 이제 수원시장 김진표는 더 황당해졌다. 누가 눈치 줄 일도 없다. 화제에 낄 화두도 못 된다. 그럼에도, 굳이 적고 가는 이유는 있다. 7년 전과 수원시장 격이 달라졌다. 이제 보통 시가 아니라 특례시다. 보통 시장이 아니라 특례시장이다. 실권이라고 준 건 별로 없다. 그래도 법적 위치 변화는 분명하다. 누구도 본 적 없는 수원특례시장이다. 행정의 최상위는 국가 경영이다. 그 영역이 경제라면 더 중하다. 국부의 흐름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 예산의 셈법을 외우고 있어야 한다. 그 통솔자 모습이 김진표에 있다. 진단에 허투룸 없고, 정확한 논리와 예시를 동반하고, 던지는 전망은 늘 예언이다. 수원특례시에 요구되는 능력이다. 수원특례시장에 필요한 조건이다. 농기계 경영으로 넘어가던 시절이 아니다. 특례시에 당당히 맞는 시장이 나와야 한다. 그 선거가 이번 선거다. 선거 앞둔 연말이다. 한참 북적거릴 때다. 하루에 수십 곳도 다닐 때다. 수천명과 손 잡을 때다. 그런데 못한다. 만나면 안 된다. 손잡아도 안 된다. 경험 못한 코로나 선거다. 대선까지 겹쳤다. 이재명ㆍ윤석열 뿐이다. 나온 후보들은 여럿인데 저들만 바쁘다. 계속 이렇게 갈 듯하다. 결국, 유권자가 품을 팔아야 한다. 신문도 열심히 읽어야 한다. 인터넷도 열심히 뒤져야 한다. 경력도 보고, 얼굴도 봐야 한다. 특별한 선거라니 더 그렇다. 행정을 잘 한다는 이가 있다. 김진표의 구력만큼은 아니다. 그래도 얼추 전문가 소린 듣는다. 아쉽지만 됐다. 정치를 잘한다는 이도 있다. 김진표의 중량감만큼은 아니다. 그래도 당원 가입은 꽤 받아냈다. 아쉽지만 됐다. 지역을 잘 안다는 이도 있다. 김진표의 대표성만큼은 아니다. 그래도 동문회 향우회는 꽉 잡고 있다. 아쉽지만 됐다. 세 가지 다 갖췄으면 오죽 좋겠냐만, 그런 후보는 없을 것 같고. 하나하나 버려가며 골라낼 참이다. 수원시장 김진표의 시간은 끝나간다. 언론인의 철없는 상상도 끝나간다. 마냥 부질없는 것만은 아니었다. 김진표 비교표는 남았다. 김진표 행정력과 비교해 본다. 정치력과 비교해보고, 지역 상징성과 비교해본다. 그 비교표에 후보를 넣는다. 어렵지 않게 결과가 나온다. 어떤 이는 깜 되는 후보다. 어떤 이는 깜 안 되는 후보다. 주위의 결론이 같다. 수원시장 김진표, 이 황당함도 결국은 이런 특례시에 대한 모두의 기대감이다. 主筆

[김종구 칼럼] 道 공공기관 이전, “경제적 도움은 솔직히 아니고요”

4월22일 기록된 말이 있다. 사실은 이게 경제적으로 엄청난 이해관계가 있는 건 솔직히 아니고요. 이재명 당시 지사다. 그리고 여덟 달이 지났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경상원)이 이전했다. 수원 광교를 떠나 양평으로 갔다. 경상원 노조가 자료를 냈다. 직원 설문 결과다. 출퇴근 소요 시간을 물었다. 대중교통은 2시간 48분이라고 했다. 환승 시간은 뺀 시간이다. 자가용은 1시간30분이라고 했다. 오고 가고 최소 3시간이다. 최대 6시간이란 답도 있다. 급한 대로 수원 광교에서 셔틀버스가 운영된다. 70%는 퇴사를 고려한다고 했다. 4명은 벌써 관뒀다고 한다. 경제 효과 기대가 안 보인다. 그도 그럴 게, 직원이라야 56명이다. 애초에 지역을 키울 규모가 아니다. 그나마 이주 비율도 낮다. 직원들이 거의 오지 않는다. 노조 위원장이 설명한다. 부동산 매물이 없다. 급하다고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들어갈 수는 없지 않나. 이주지원금이란 게 있긴 하다. 집 구할 때 좀 보태주는 거다. 그런데 그나마 집을 구해야 준다. 집 못 구하면 헛거다. 옆 하남에 마련하면 반만 준다. 많은 이들이 말해 왔다. 공공기관 이전에 문제 많다. 그때마다 경기도는 괜찮다고 했다. 한 달 전에도 그랬다. 김중식(용인) 도의원이 물었다. 성급하게 이뤄지고 있다이주정주 여건이 배려되지 않았다. 최원용 도 기획실장이 답했다. (직원들과) 상호 협력해 개선해나가겠다. 뭘 개선한다는 건지. 수원에 실어 나를 셔틀버스? 아침저녁 수원 가서 먹게? 원조 양평 해장국 안 먹고? 도대체 왜 간 건가. 다 허상이다. 15개를 10여곳에 쪼갠 거다. 지역에겐 한개다. 직원 몇십명이 다다. 경상원은 그나마 빨리라도 왔다. 이주 시기도 못 정한 기관이 숱하다. 문화재단(고양), 관광공사(고양), 여성가족재단(이천). 제법 큼직한 기관들일수록 그렇다. 통상 시한이라면 언제까지 한다가 자연스럽다. 그런데 거꾸로다. 2023년 이후부터 옮긴다로 돼 있다. 그 먼 앞일을 어찌 아나. 백지화, 통폐합. 아슬아슬하다. 너무 서둘렀다. 뭔가에 쫓기듯 왔다. 2월17일 이재명 지사가 발표했다. 선정 방식부터 특이했다. 공개경쟁에 붙였다. 프리젠테이션까지 넣었다. 기관 따먹기였다. 시군의 맥박이 빨라졌다. 뛰어들고 봐야 했다. 부지가 없어도 일단 신청했다. 발암 물질 나온 땅도 그냥 내밀었다. 결과는 싱거웠다. 골고루 나눠줬다. 뻔한 결과인데도 시군은 자찬했다. 기관 유치했다고 나붙였다. 큰돈 온다며 자랑했다. 행정이라면 이랬을리 없다. 당연히 연구 용역 했을 거다. 당연히 주민 공청 했을 거다. 노조 의견도 물었을 거다. 그래서 그건 정치였다. 대통령으로 갈 정치였다. 북동부 정신을 쏙 빼놓은 이벤트였다. 동북부는 거기에 장단을 맞췄다. 신청서 접수하고, 동영상 제작하면서 기름을 부었다. 문제 많고 돈 안 된다는 걸 알았을 거다. 하지만, 숨겼다. 그것도 정치였다. 시장으로 갈 정치였다. 곧 기관 유치라 써 돌릴 거다. 지역균형발전론을 보자. 성공한 예와 실패한 예가 있다. 세종시는 나름 성공한 예다. 행정의 본산, 정부 청사가 갔다. 국토부가 가고, 해수부가 갔다. 그래서 사람이 꼬이고 땅값이 올랐다. 나머지 혁신도시는 실패한 예다. 국토부 산하기관만 갔고, 해수부 산하기관만 갔다. 그래서 청사만 허허벌판에 서 있다. 도 공공기관 이전이 이 경우다. 산하기관만 갔다. 경기도청은 안 갔다. 실패로 갈 것만 같다. 4월22일 그날. 이재명 전 지사의 말은 이어진다. 솔직히 아니고요. 소외감에 관한 문제. 소외감 위로라는 얘기로 들리는데. 겨우 그것 때문에 이 난리를 겪어야 하나. 도청 앞 시위도 열흘째다. 主筆

[김종구 칼럼] 사이다 발언은 대통령의 언어가 아니다

바지 또 내릴까요라 했다. 여배우 논란이었다. 이미 신체 확인까지 있었다. 그 질문이 또 나온 거다. 답답하니 한 얘기였을 게다. 하지만, 실언이 됐다. 초보운전 발언도 있었다. 음주운전이 좋다는 아니었을 게다. 하지만, 실언이 됐다. 오피스 누나 발언은 어땠나. 가벼운 위트라 생각했을 게다. 하지만, 실언이 됐다. 제일 컸던 건 부산 재미없다다. 부산에 일부러 욕하러 갔겠나. 하지만, 실언이 됐다. 말만 하면 실언이 된다. 오죽하면 1일 1실언이라 한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나. 이재명 무기는 말이었다. 말로 여기까지 왔다. 촛불 군중 속에도 빛났다. 박근혜 구속하라고 선창했다. 현직 대통령을 향한 구호였다. 사람들이 그를 주시했다. 아니, 말을 경청했다. 점차 빨려 들어갔다. 불필요한 형용사 생략, 거침없는 결론, 적중률 높은 예측. 그에게 사람들이 별명을 줬다. 이재명 사이다 발언. 그랬던 그가 지금 말로 몰린다. 기자 질문을 피할 정도다. 누가 진단했다. -대장동으로 궁지에 몰렸다. 지지율도 답보 상태다. 그 초조함이 말실수로 이어진다-. 이런 걸 분석이랍시고 내놓나. 틀렸다. 그의 말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화려하다. 여전히 상대를 약 올린다. 바뀐 건 언론과 국민이다. 분석하기 시작했다. 평가하기 시작했다. 전에는 재치 있는 말, 유머 섞인 말로 끝났다. 이제 그걸 분석하고 평가한다. 그리고 부도덕한 말, 반사회적인 말, 비통합적인 말이라고 결론 내린다. 답답할 거다. 그래서일까. 그제부터 언론을 탓한다. 요만한 것 같고 이만하게 만든다 기울어진 (언론)운동장이다 이 주장도 잘못이다. 여당 후보다. 방송 다수는 여당 편이다. 신문도 여당 편이 많다. 야당 쪽은 손에 꼽힌다. 신문이라야 서너 개다. 방송도 그 신문 종편이 전부다. 분포를 굳이 계측해보면, 여당 쪽에 기운 운동장이다. 그런데 왜 언론 탓을 할까. 아마도 본인의 말을 여전히 믿는 모양이다. 문제없다고 보는 모양이다. 너무나 모른다. 끝난 거다. 효력이 끝난 거다. 사이다 발언은 지사 때까지다. 그 후부터는 대통령의 언어다. 언론도 그 잣대를 갖고 기다렸다. 국민도 그걸 옳은 기준이라 믿고 있다. 그러니 놀라는 거다. 바지 또 내릴까요-대통령의 언어가 아니다. 부산은 재미없다-대통령의 말이 아니다. 언론도 알고 국민도 아는 이걸 이 후보만 모른다. 그렇다면 걱정이다. 계속 사이다 언어로 말할 건가. 그러면 1일 1실언 논란 이어질 텐데. 가까이 윤석열 후보의 예가 있다. 그도 사이다 발언이었다. 시작은 국정감사였다. 여권 공세에 기죽지 않았다. 중상모략은 가장 점잖은 표현이다. 이 한 마디가 오늘의 윤석열을 만들었다. 본디 수사는 말싸움이다. 했다는 쪽과 안 했다는 쪽의 우기기다. 거기에 베테랑이다. 그런만큼 말을 잘했다. 자신감까지 넘쳤다. 그러다가 1일 1실언에 휘말렸다. 전두환 발언이 최악이었다. 이제 달라졌다. 미리 써서 읽고 짧게 말한다. 말이라는 게 그렇다. 달변이 주는 건 감탄이다. 마음을 사는 건 감동이다. 표심을 쫓는 대선이 똑같다. 감탄 준 후보는 진다. 감동 준 후보가 이긴다. 2012년이 그랬다. 문 후보는 달변이었다. 박 후보는 눌변이었다. 문 후보 질문은 날았고, 박 후보 답변은 기었다. 문 후보가 이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여자를 너무 몰아세웠다는 역풍이 불었다. 결국, 눌변 박 후보가 이겼다. 하물며 투박한 사이다 발언이다. 표 될리 없다. 집에 곶감 몇 개 달았다. 수정과 담글 계절이다. 계피 향기 그윽하다. 곶감 단맛이 따라온다. 잣 고소함이 마무리다. 바뀌지 않는다. 막 담근 동짓달에도, 얼음 덮인 섣달에도, 설날 제사상에도 그 맛 그대로다. 정이월엔 더하다. '규곤요람'까지정이월 수정과라 적었다. 그 이월 초 이레(음력)가 대선이다. 지금 담근 수정과는 그때까지 간다. 이 진득한 풍미를 사이다 거품이 당할 쏜가. 굳이 따지면 대통령 언어는 수정과에 가깝다. 이재명, 윤석열. 저들도 사이다 발언 버리고 수정과 발언으로 가면 좋겠는데. 主筆

[김종구 칼럼] 주군의 임기가 어공의 임기다 - 떠나라

그때, K와 식사 중이었다. 주고받은 낮술이 거나했다. 전화벨이 울렸다. 입으로 손을 가져가며 말했다. 지사님 국제 전화에요. 해외 순방 중인 L지사다. 그때 도청은 시끌벅적했다. L지사 임기가 한 달 남았다. 그 상황에서 인사를 했다. 국장급을 새로 임명했다. 도지사 당선자 S가 펄쩍 뛰었다. 알박기 인사라며 맹비난했다. 그 상황을 묻는 국제전화였다. 조용한 장소라서 대충 들렸다. 지사 목소리가 컸다. 강하게 대처하라고 주문했다. K는 지사 측근이다. L지사가 데려온 공무원이다. 요새 말로 풀면 어공(어쩌다 공무원)이다. 그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때는 그런 줄 알았다.) 당선자에 강하게 받아치라는 명령이었다. 그 대목에서 예상 밖 광경을 봤다. 너무 의외라 세월이 지났어도 기억이 선명하다. 당선인 쪽 말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되레 당선자 쪽 주장을 두둔했다. 강하게 나가지 않겠다고도 했다. 항명이었다. L지사가 말을 더듬었다. 내 기억 속 한 조각이다. 어공에 숙명이 있다. 지금 또 그런 때다. 경기도청 내부 게시판이 있다. 공무원들만의 소통 공간이다. 거기 글이 올랐다. 민선 7기 출범 시 캠프 및 성남시 등에서 도청에 입성하실 분들. 이재명 측근들을 지목하고 있다. 떠나라는 얘기를 하고 있다. 지사님도 사임하셨는데 아직도 도청에서 자리 잡고 계시면 안 되는 것 아닌가요.? 그간의 불만을 넌지시 설명한다. 뒷 배경 믿고 직원들에게 갑질하셨던 분들스스로 정리해야 한다. 댓글이 여럿 붙었다. 따라지들 들어오면서 갑질할 때는 마치 계엄군이 신발도 안 벗고 들어와 설친다는 기분이 들었다. 남 앞길 막지 말고 퇴사하세요. 이형기의 시, 낙화도 등장한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놀랍지도 않다. 공조직의 관행이다. 어공은 철저히 어공으로 대한다. 임기 동안 충분히 모신다. 임기 끝나면 냉철히 외면한다. 그래서 내보낸다. 그게 시작된 것이다. 버티면 주군이 다칠 수 있다. 이재명 지사는 이제 대통령 후보다. 경쟁할 상대가 명확하다. 국민도 둘로 갈라졌다. 공직사회도 갈라졌다. 나가라고 쓴 저 사람, 갑질했잖냐고 쓴 저 사람. 아마 이재명 지지자는 아닐 거다. 맞서봐야 좋을 거 없다. 더 험한 댓글만 따를 거다. 이 전 지사를 향한 험담만 나올 거다. 그걸 기다리는 세력이 도청 주변에 진쳤다. 이재명 비리 수집꾼들이다. 공직-어공 싸움에서 떨어질 콩고물을 고대한다. 당사자가 받을 상처도 크다. 뒷 배경 믿고 갑질하셨던 분들 신발도 안 벗었던 계엄군. 겁박의 시작이다. 공조직이 숨겨온 관성이다. 출근길에 계곡을 지난다. 현수막이 요란했다. 이재명ㆍ계곡 칭송 일색이었다. 그게 싹 없어졌다. 날짜가 공교롭다. 이 전 지사 퇴임 직후다. 소름 돋는 광경이다. 그런 공직사회에 주군 없이 남아 뭘 하겠나. 서먹함이 적대감 되고, 서운함이 배신감으로 커지기밖에 더하겠나. 그때, K는 계획이 있었다. 연명(延命)하는 거였다. 일단은 성공했다. 조용한 자리를 새로 받았다. 신임 지사가 준 선물이었다. 대가가 혹독했다. 도청 주변에구설이돌았다. 민망한 사생활 구설수까지 퍼졌다. 떠났다면 안 받았을 모욕이다.오래도 못갔다. 그도 잘렸다. 그에게 배웅자는 없었다. 낮술 친구와도 인사 없이 갔다. 주군 버리고, 신뢰 버린 K. 그 대가로 근무 몇 개월ㆍ월급 몇 푼을 더 받은 K. 궁한 역사의 예(例)다. 민선 지사 30년이다. 그 30년을 취재했다. 이쯤 되면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공식이다. 주군의 임기가 어공의 임기다. 토론이 필요하지 않다. 따질 것도 없다. 그냥 받아들이면 된다. 손학규 오니 임창렬 사람들 떠났다. 남경필 오니 김문수 사람들 떠났다. 이재명 오니 남경필 사람들 떠났다. 그 시간이 또 왔을 뿐이다. 비켜줄 때다. 딱히 손해본것도 없다. 어차피 그 자리도 3년 전 누군가를 쫓아냈던 거니까. 主筆

[김종구 칼럼] 식당 개업, 어떤 퇴직자ㆍ청년에겐 꿈이다

지난해 6월이었다. 김종인씨가 백종원씨를 언급했다. 대권 후보로 백종원 어때요. 정확한 워딩은 백종원씨 같이 대중친화적 사람이 나와야 한다라고 알려진다. 의원들과 오찬 자리였다. 백씨가 웃어넘겼다. 그냥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랬던 백씨가 대선판에 또 등판했다. 얼마 전 이재명 후보가 음식점 총량제를 말했다. 야당이 공격했다. 캠프가 반박 논리를 만들었다. 여기서 등장한다. 백종원도 했었던 주장이다. 그러니 옳다. 백종원 대표의 발언은 2018년 국정감사 때다. 한국 프렌차이즈의 문제를 묻는 질문에 답했다. 외식업을 너무 쉽게 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은 매장을 내려면 1~2년 걸린다고 소개했다.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인스펙션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 문구를 이재명 캠프가 인용했다. 당시 화면을 공개했는데 이런 자막을 넣었다. 허가가 나오지 않기 때문. 인스펙션은 안전점검, 검사를 뜻한다. 다른 뜻이다. 다소 억지스럽다. 대단히 큰일은 아니다. 넘어가도 될 일이다. 그런데 그러기 불안하다. 짚고 가야 할 것 같다. 이 후보의 스타일 때문이다. 웬만해선 주장을 바꾸지 않는다. 합리화를 위한 논리 개발은 늘 기발하다. 이 문제도 그리 번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야권이 꼬투리로 잡았다. 계속 써먹을 기세다. 이러면 이 후보도 발끈할 것이다. 음식점 총량제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주장할 수 있다. 그래서 짚고 가려는 것이다. 이건 아무리 봐도 옳은 정책이 아니다. 백종원은 재벌이다. 그의 더 본 코리아는 업계 문어다. 시중에 브랜드만 엄청나다. 원조쌈밥집ㆍ한신포차ㆍ본가ㆍ새마을식당ㆍ빽다방ㆍ홍콩반점ㆍ미정국수ㆍ백스비어ㆍ역전우동ㆍ돌배기집ㆍ백철판ㆍ롤링파스타ㆍ인생설렁탕ㆍ리춘시장ㆍ성성식당ㆍ막이오름. 각 점포가 수십~수백개씩이다. 없는 곳이 없다. 이런 그가 한 주장이다. 새로운 음식점 허가를 엄격히 하자. 이제 와서? 자기는 돈 수백억 벌어 놓고? 그의 발언이 깔고 있는 정서도 옳지 않다. 망한 책임을 개인에 돌린다. 겁 없이 대들어서 망했다고 단정한다. 전지전능한 시각으로 내려 본다. 그는 완벽한가. 안 망했나. 행복분식ㆍ해물떡찜ㆍ알파갈매기살ㆍ절구미집ㆍ한국본갈비ㆍ최강집ㆍ백스비빔밥ㆍ대한국밥ㆍ죽채통닭ㆍ마카오반점ㆍ라면셀프제작소ㆍ사운드바삭. 없어진 그의 브랜드다. 굳이 다르다면 이거다. 망해도 돈으로 메꾼다. 전형적인 재벌식 확장이다. 이래놓고 식당 장벽 높이자고 주장하면 되나? 참 배부른 소리다. 대한민국 60대. 월급쟁이로 살아왔다. 정년이 다가온다. 회사에서 역할 끝났다며 가란다. 집에서 가장 역할은 끝나지 않는다. 육신 멀쩡한 게 더 서글프다. 그래서 꿈꾼 게 식당이다. 평생 먹었던 음식이다. 잘 안다고 생각한다. 평생 만들었던 음식이다. 잘 만든다고 생각한다. 평생 사먹었던 식당이다. 잘 될 거로 생각한다. 선택이 아니다. 이것 말곤 해볼 것도 없다. 꽤 망하지 않는 이들도 꽤 있다. 이걸 뭔 자격으로 하라 말라 하나. 망하는 걸 두고 볼 수 없어서(이재명). 남발하면 안 되니까(백종원). 개업 막자는 이유다. 배려 같기는 하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다. 쿼터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그래서 식당 해 볼 권리조차 박탈당할 사람들-을 어쩔 건지는 없다. 실직한 가장이다. 그들에 뭘 해줄 수 있나. 기본 소득 월 8만원? 그 돈이면 가장 역할 할 수 있나. 취직 못 한 청춘이다. 그들에 뭘 해줄 수 있나. 청년수당 연 100만원? 그 돈이면 자식 역할 할 수 있나. 음식점 총량제, 결국엔 권력이 흔드는 통제 다. 음식점 조건 강화, 결국엔 재벌이 휩쓰는 독점이다. 허가든 inspection이든 다를 거 없다. 퇴직자ㆍ청춘의 꿈-어쩌면 꿈이라고 하기에도 초라하게 비칠지 모르지만-을 뺏어가기는 마찬가지다. 퇴직자ㆍ청춘, 그들이 원하지 않는 나라는 이런 나라다. 장사 안된다니까 식당 숫자 줄이겠다는 나라. 그들이 원하는 나라는 이런 나라다. 장사 안된다니까 손님 채워주겠다는 나라. 主筆

[김종구 칼럼] 대장동 해법, ‘사람 구속’ 아닌 ‘8천억 환수’다

지난 7일 경기도가 보낸 공문이 있다. 민간에 간 수익 환수를 권고하고 있다. 공문 속의 환수 설명은 두 가지다. 하나는 청렴 이행서약서, 다른 하나는 이해관계인 유죄다. 서약서는 2015년 체결됐다. 사업자의 비위 책임을 정해놨다. 계약 단계에 따라 책임 정도도 있다. 그런데 이 판단의 근거가 유죄다. 사법기관에 의해 인정되는 경우라고 돼 있다. 결국, 근거는 하나다. 이해관계자 유죄다. 그리고 구속자는 유동규 하나다. 성남시가 충실히 따라갔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았다. 가상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준공 승인 연장이다. 공영개발 준공 승인을 미루겠다고 한다. 했다는 것은 아니다. 11월에 신청이 들어오면 하겠다는 것이다. 자산 동결, 개발이익 배당 중지 구상도 있다. 역시 앞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결론은 경기도의 의견과 같다. 이해관계인의 유죄를 기준 삼겠다고 했다. 유동규 공소장을 입수해 검토하겠다고 했다. 내 사설은 20일자였다. 환수 1천억으로 수익 8천억 면죄부 주려나-경기도ㆍ성남시의 환수 약속이 미덥잖다고 썼다. 위험한 기대라고 봤다. 구속 영장 속 죄명은 두 개였다. 하나가 배임으로 범죄 액수 1천100억원이다. 다른 하나는 뇌물로 대장동 업자에서 받은 5억원, 위례신도시 업자에서 받은 3억원이다. 다 넣어도 1천100억여원이다. 1천억 환수하고 7천억 인정? 나만의 괜한 가정일까. 어쨌든 내겐 그렇게 보였다. 우려는 맞았다. 그것도 너무 빨리, 너무 극명하게 맞았다. 사설 하루 뒤, 유동규가 기소됐다. 공소장이 나왔다. 영장에 있던 배임죄가 사라졌다. 성남시가 계속 거론했던 그 배임죄다. 유씨 배임죄가 성립되면 손해배상 가능하다고 설명하던 그 배임죄다. 뇌물도 바뀌었다. 8억원이 5억원으로 줄었다. 거창한 700억원(세후 428억원)짜리가 들어가긴 했다. 별 볼 일 없다. 약속 범죄다. 인정된들 몰수할 돈이 아니다. 자, 이제 뭐로 환수할 건가. 핵심은 유동규였다. 그의 유죄가 중요했다. 그 언덕이 무너졌다. 배임이 사라졌다. 환수의 핵심 근거가 사라진 거다. 뇌물도 쪼그라들었다. 몰수할 범죄 액수가 쪼그라든 거다. 검찰도 영 민망했던 모양이다. 유동규 추가 수사라고 흘렸다. 글쎄다. 유동규는 이제 검찰 피의자가 아니다. 법원 피고인이다. 검찰이 불러도 안가면 그만이다. 그걸 막아줄 변호인단까지 화려하다. 수사 끝난 거 아닌가. 대장동 여론조사가 있다. 여기저기서 한다. 질문은 똑같다. 특검으로 가야 하느냐. 그래놓고 50 몇%가 찬성했다고 발표한다. 누구 게이트로 보느냐. 이래놓고 아무개 게이트라고 발표한다. 대선 정국이다. 안 그래도 국론이 쪼개져 있다. 물음 자체가 정치다. 답변도 당연히 정치다. 보수엔 이재명 게이트, 진보엔 국민의힘 게이트다. 이런 뻔한 조사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 진짜 민심과 분노는 따로 있는데. 8천억원!그제, 한 어른이 말했다. 젊은이들이 8천억원에 멍~해졌다. 투박하니 더 와 닿는다. 요새 젊은이들, 정신을 놨다. 8천억 수익50억 퇴직금50억 고문료. 한 청년이 버스킹 연설대 올랐다. 권력에 가까운 자는 수천억을 벌어 일평생을 떵떵거리며 살고, 권력과 멀리 있는 국민은 일평생 내 집 마련 꿈조차 꿀 수 없게 처참하고 빈곤하게 살아가는 대한민국이 됐습니다. 나는 이런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습니다. 이게 대장동 민심이다. 가늠 안 될 분노에서 시작돼 이제 회복 안 될 절망까지 왔다. 사람 잡아넣는 걸로 해결되지 않는다. 시장, 국회의원, 특검, 업자다 잡아넣어도 안 된다. 부족하지만 그나마 해볼 일은 복구다. 8천억원을 환수해야 한다. 그래서 공정을 복구해야 한다. 그 책임과 권한이 성남시에 있다. 그래서 걱정하는 것이다. 시(市)가 특혜 안 줬다고 강조할수록, 민(民)의 반환 의무도 없어지는 것인데. 절대로, 부당 특혜 준 적 없다-반드시, 부당 수익 환수하겠다. 이 두 주장이 함께 갈 수 있다고 보나. 나는 그 묘수를 알지 못한다. 主筆

[김종구 칼럼] 홍준표·유승민의 텃세질·역선택질

그야말로 보수의 환생일이었다. 2020년 8월 둘째 주 조사다. 미래통합당이 36.5%로 1위다. 얼마만의 1위일까. 199주, 3년8개월만이다. 최순실 국정 농단 이후 처음이다. 박근혜 촛불 탄핵 이후 처음이다. 2017년, 2018년, 2019년, 2020년. 그 긴 시간, 보수1당은 없었다. 명(名)만 있고 명(命)만 유지할 뿐이었다. 나라는 민주당이 독식하고 있었다. 20년 집권론을 눈치 안 보고 얘기했다. 그 터널의 끝이 바로 그날이었다. 전환점이 있었다. 조국(曺國)사태다. 2019년 8월 법무 장관에 지명됐다. 자녀의 특혜ㆍ변칙 입학이 불거졌다. 불공정을 향한 분노가 일었다. 학생들이 들고일어났다. 이어 진보 진영도 쪼개졌다. 결국 국민이 일어났다. 광화문 광장이 꽉 찼다. 200만명이라고 했다. 이 여정과 함께 간 게 있다. 조국을 향한 검찰 수사다. 권력이 견제하고 핍박했다. 검사 수사권ㆍ총장 지휘권을 빼앗았다. 그렇지만 구속하고, 기소했다. 2020년 10월22일, 검찰총장이 국감에 나왔다. 조국 수호대의 망신주기가 시작됐다. 과잉수사 대통령 인사권 도전. 총장이 지지 않았다. 책상을 치며 맞섰다. 그걸 국민이 다 보고 들었다. 보수엔 희망이었다. 2020년 11월11일, 놀라운 수치가 나왔다. 대선 후보 1등에 낯선 이름이 올랐다. 윤석열 검찰총장(24.7%)이다. 이낙연(22.2%), 이재명(18.4%)을 밀어냈다. 보수가 윤을 불렀다. 이제 우리 같은 편 하자. 그렇게 불러서 지금이다. 이제 보수1당 지지도 넉넉하다. 1등 자리에 야권 후보도 있다. 정권 교체 요구도 높다. 그런만큼 경선이 뜨겁다. 그런데 좀 이상한 구석이 있다. 윤석열을 향한 추궁이다. 보수 궤멸의 장본인이다-홍준표 의원이 윽박지르며 묻는다. 박 전 대통령에 왜 45년을 구형했나-유승민 전의원이 빈정거리듯 묻는다. 정책이 아니다. 누가 봐도 텃세다. 똥개도 내 집 앞에선 50% 먹는다던 그 놀이다. 보수당에 텃세 부릴 게 있긴 한가. 쉽게, 가까운 과거만 보자. 5년 전 이 때, 보수는 망해가고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죄악이었다. 사적(私的) 권력이 국정을 농단했다. 온갖 혐의로 구속됐다. 징역 22년, 벌금 158억원, 추징금 35억원. 이명박 전 대통령도 구속됐다. 징역 17년,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원. 아니다며 변명해 주길 바랬다. 아무 말도 없었다. 그 무기력함에 보수가 절망했다. 이런 죄를 진 게 보수1당이다. 지금 텃세놀이 중인 홍준표ㆍ유승민 후보. 이들도 거기 있었다. 홍 의원은 그 당의 대선 후보였다. 돼지 발정제로 희롱거리가 됐다. 참패했다. 대선 후엔 당 대표를 했다. 당원들이 오지 말라며 거부했다. 또 참패했다. 유 전의원은 박근혜 측근이었다. 갑자기 다른 경제를 말했다. 다른 당을 만들어 대통령 선거에 나갔다. 남은 기억도 없다. 참패했다. 이랬던 둘이다. 무슨 자격으로 텃세일까. 기억하는 국민이 비웃는다. 압권은 역선택 구걸이다. 역선택이란 게 뭔가. 경쟁자에게 선택받는 것이다. 만만한 후보로 공증받는 것이다. 정치 인생에 평생 남을 주홍글씨다. 부끄럼을 안다면 걷어차야 한다. 그런데 그걸 쫓는다. 상대당 주장을 막 흉내낸다. 뭐 이런 경선이 있나 싶다. 보수에 궤멸을 가져왔다는 박ㆍ이 전 대통령, 지금 이들이 차별화하려는 박ㆍ이 전 대통령, 그들도 역선택질은 안 했다. 왜였겠나. 그런 건 할 짓이 아니라서다. 25년 전 모래시계 검사 홍준표, 20년 전 경제학자 유승민, 다 꿈나무였다. 그들이 이렇게 됐다. 그렇게 욕하던 텃세질을 자기들이 하고 있다. 그렇게 비난하던 꼼수 정치를 자기들이 하고 있다. 아마 결실이 보이는 모양이다. 역전 징후가 있다고도 한다. 좋겠다. 하지만, 그런다고 달라질 건 없다. 역사 속 적힐 한 줄 평은 똑같다. 꼬드겨 불러놓고 텃세로 엿 먹인 경선, 역선택 달라며 상대당원에 비벼댄 경선. 거기 적힐 셋의 이름도 영원하다. 당했던 후보 윤석열, 가했던 후보 홍준표ㆍ유승민. 主筆

[김종구 칼럼] 이재명 후보 교체? 10일 이후엔 당내 금기어 될 것

어느 정치인이 말했었다. 내가 아는 이재명은 후보로 확정되는 순간 권력 이양 수준의 모습을 띨 것이다. 두어 달 전 들은 이 말을 놓고 지금을 본다. 후보 교체 말이 있다. 이재명 누적 득표율은 54.9%다. 어떤 반칙도 없는 측정이다. 법률 절차로 증명된 표심이다. 이 54.9%를 뭉개자는 가정이다. 누가 주장할 수 있을지 보자. 이낙연 34.33%다. 34.33%가 54.9%의 무효를 선언할 수 있나. 추미애 9.1%는 애초부터 그럴 표심 아닌 것 같고. 박용진 1.6%는 더 아닌 것 같고. 이게 냉정한 현실이다. 이재명 54.9%를 제압할 집단이 없다. 후보 교체 검토? 10일까지만 쓰이고 사라질 금기어다. 경선도 끝났다. 논쟁도 끝났다. 당 조직도 바뀐다. 당 대표 대신 이재명 후보다. 대통령 위치도 달라진다. 이제 정권 연장을 소원하는 유권자일 뿐이다. 지시 내리는 청와대는 없다. 후보 눈치를 볼 건 되레 청와대다. 이낙연의 길은 상처 치유의 길이다. 조용히 가야 할 평당원의 길이다. 2002 월드컵의 열기는 결승전까지였다. 다음 날 광화문은 청소 끝난 일상이었다. 거기 홀로 선 reds 붉은 티를 본 적 있는가. 이낙연 모습일 수 있다. 검찰 얘기도 부질없다. 이제 이재명 검찰이다. 모든 정보가 그를 향한다. 처음에는 눈치 보듯, 나중에는 드러내놓고. 처음에는 청와대와 같은 수준으로, 나중에는 청와대보다 높은 수준으로. 거기에 대장동 수사가 있다. 10일 이후 살아 있는 권력은 이재명이다. 문재인은 서산에 걸린 권력이다. 문재인 수사는 과거 권력 수사다. 이재명 수사는 현재 권력 수사다. 있다 한들 되겠나. 2월 검찰 인사가 이재명 인사가 될 수도 있는데. 그 정치인이 이런 말도 했었다. (이재명 후보가 되면)시장 군수 후보들도 자기 사람들로 내정해 거대한 러닝메이트 조직을 꾸릴 것 같다. 그 말을 놓고 우리 동네를 본다. 이재명 경선 지지율은 철옹성이었다. 그 극명한 모습이 대장동 사태다. 유동규 집에 검찰이 들이닥쳤다. 29일 오전이다. 응급실에 그를 수사관들이 데려갔다. 1일 오전이다. 대장동이 논란에서 사건으로 바뀌는 날이다. 언론마다 이재명을 거론했다. 이재명 끝났다는 극우 논평도 쏟아졌다. 그 와중에 여론조사가 있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다. 이재명 28.3%, 윤석열 28%. 난리통에도 이재명은 1등하고 있었다. 요지부동 콘크리트다. 그 콘크리트의 분자(分子)가 있다. 이재명과 운을 엮은 정치인들이다. 언론은 그들을 이재명계(系)라 부른다. 54.9%로 후보를 만든 게 그들이다. 54.9%로 후보를 지킬 게 그들이다. 대선(3월9일)에서 지방선거(6월1일) 가는 길이 찰나다. 사실상 하나의 선거다. 그래서 시장 후보들이 대선에 뛰어들었다. 저마다 사람을 고르고 방향을 정했다. 이재명 호에 특히 많다. 10일은 이재명 말고 그들의 세상이기도 하다. 우리 동네도 있다. 전 차관 K는 시장 후보군이다. 이재명 캠프에 요직을 맡았다. 재난안전관리특보단장이다. 이재명 측근이라 불린다. 교수 K도 시장 후보군이다. 이 지사에게 책을 헌정했다. 이재명에게 보내는 정조의 편지다. 그도 이재명계로 불린다. 이런 후보들이 시군마다 있다. 그 정치인이 이들의 미래를 예상한 거다. -이 지사가 시장 후보를 내정하고 대선 러닝메이트 조직처럼 뛸 것 같다-. 갑자기 훅 다가온 지방선거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 후보는 이재명)은 맞았다. 또 다른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의 차례다. 이건 잘 모르겠다. 그가 경험 못 한 싸움을 할 거라서 더욱 그렇다. 그의 첫 선거는 2010년이었다. 한나라당 지방 정부 심판이었다. 민주당 싹쓸이였다. 2014년 재선에 도전했다. 세월호 참사 심판이었다. 민주당 싹쓸이였다. 2018년엔 경기도지사 선거였다. 보수는 진즉 괴멸돼 있었다. 시도지사직 14개를 민주당이 휩쓸었다. 그땐 뭘 해도 통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1% 게임이다. 뭘 해도 안 통할 수 있다. 결과가 냉험하다. 이기면 5년 이재명 세상의 시작, 지면 4개월 이재명 세상의 끝이다. 主筆

[김종구 칼럼] ‘유튜브 대선’-위험하지만 현실이다

코로나19가 모든 걸 바꿨다. 퇴근 후 생활이 더 그렇다. 시간도 공간도 집콕이다. 실태를 조사한 통계가 있다. 집에 있는 시간이 증가했다. 예상대로 87%가 답한다. 늘어날 개인 시간에 뭘 보냐고 물었다. 유튜브 등 온라인 영상 시청이 늘었다. 79%가 대답한다. 유튜브 등의 매력을 물었다. 보고 싶은 걸 볼 수 있다(62%). TV보다 다양한 주제와 콘텐츠를 담고 있다(41%). 지금 중년 직장인은 유튜브에 깊이 빠져 있다. 그 유튜브가 더 폭발하고 있다. 대선을 만나서다. 그럴만한 매력이 있다. 속 시원한(?) 편파 방송이다. 균형이나 중립 따윈 신경 안 쓴다. 언론은 상상도 못한 편들기 방송이다. 진실과 왜곡의 경계도 맘대로다. 제목부터 선정성 경쟁이다. ○○○ 감옥 간다 △△△ 난리 났다. 듣고나면 별 내용 아니다. 그런데도 수만 조회씩을 챙긴다. 욕하면서도 찾게 되는 중독성인가 보다. 밍밍한 정규 언론은 설 자리를 잃어 간다. TV 토론 평가가 딱 그 짝이다. 이쪽 후보가 더듬댔다 치자. 그래도 이쪽 유튜브는 극찬한다. 더없이 차분했다고 평한다. 저쪽 후보가 매섭게 공격했다 치자. 그래도 이쪽 유튜브는 나쁘게 평한다. 저질 질문이었다고 한다. 2~3시간 걸리는 토론회다. 전부 볼 사람이 몇이나 되나. 다들 후평(後評) 듣고 점수 매긴다. 그렇게 중요한 후평인데 다 뒤엉켰다. 유튜브가 엉망진창을 해놨다. 나쁜 선동가가 있었다. 나치스 괴벨스다. 국민에게 라디오를 사줬다. 거기에 나치즘을 주입했다. 모든 국민의 눈ㆍ귀를 가렸다. 거대 악(惡)-유대인 학살-을 방조토록 했다. 훗날 좋은 선동가가 이런 분석을 내놨다. 사람은 자유 의지로만 행동할 수 없다. 반복된 미디어에 지배를 받는다(에드워드 버네이스). 그렇다. 한국 대선판에 괴벨스가 어슬렁거린다. 유튜버라 불리는 괴벨스다. 그 괴벨스들의 먹잇감은 왜곡된 표심이다. 이쯤 되면 비난해야 한다. 일부 유튜브의 범죄적 왜곡을 경고해야 맞다. 그런데 그러기 무섭다. 너무 많이 컸다. 대선판이 이미 그들 손에 들어갔다. 막강한 영향력이 곳곳에서 발휘된다. 나쁜 여론도 좋게 바꾼다. 나쁜 짓도 통째로 덮는다. 후보와의 짬짜미는 오래전에 끝났다. 지지자들에 유튜버는 교주다. 논평은 설교다. 유튜브 대선이다. 유튜버들에게 넘어간 대선이다. 어른거리는 데자뷔가 있다. 다른 듯 닮은 추억, 노무현 추억이다. 중심에 노사모가 있었다. 인터넷으로 뭉친 조직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깔아준 밑거름이다. DJ 국정엔 이런 목표가 있었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브로드밴드다(소프트뱅크 손정의). 인터넷 가입자 1천만명 시대가 됐다. 그 1천만을 움직이는 노사모였다. 한나라당만 몰랐다. 돈 선거를 계속했다. 지고 나서야 당이 인정했다. 이번 대선은 인터넷 선거였고, 우리는 거기서 졌다. 이제 유튜브는 오락이 아니다. 내용과 주장에 동의해가는 학습이다. 앞선 설문에도 이런 답변이 있다. 유튜브 등 온라인 영상 콘텐츠를 통해 무언가 배울 수 있다(26%). 정치로 오면 선택이다. 후보가 좋아질 수도 있고, 후보가 싫어질 수도 있다. 유권자 70%가 유튜브 앞에 있고, 그 70%의 26%가 동의할 준비가 돼 있다. 아주 오랫동안 한국 대선은 1% 승부였고, 이번에도 그렇다. 그래서 더 저들의 위세가 더 커 보인다. (섣부른 일반화로 모두에 화를 미칠 의도 없습니다. 본 칼럼은 노력하고, 취재하고, 공부하는 유튜브를 상정하고 있습니다. 슈퍼챗이나 구걸하고, 말장난이나 늘어놓고, 주작질이나 일삼는 유튜브는 논리에 넣지조차 않았습니다-필자 註) 主筆

[김종구 칼럼] 김포 점주 극단선택, 노조의 투쟁… 공산주의

김포에서 택배 점장이 사망했다. 스스로 선택한 비극이다.싸늘해진 품 안에서 유서가 나왔다. 노조 횡포를 고발하고 있다. 계속된 파업 위협을 받았다. 다양한 경로로 협박을 받았다. 그 시간들이 지옥 같다. 노조원 12명의 이름도 적었다. 너희들로 인해 버티지 못하고 죽음의 길을 선택한 한 사람이 있었단 것을 잊지 말길 바란다. 곧 택배노조 입장 발표가 있었다. 조롱은 있었으나 폭언은 없었다. 그 며칠 뒤, MBC가 보도했다. 노조원 12명의 대화방 대화다. 점장을 향한 욕설이 난무했다. 어따대고 XX들이 들이대 바로 X신 만들어주자. 점장이 쓰러졌다는 소식도 조롱하고 있다. 나이롱 아닌가요 질긴놈, 언제쯤 자빠질까. 점장이 대리점을 포기했다는 정보가 소개됐다. 그러자 대리점을 차지하자는 대화가 오간다. 앞으로 더 많은 투쟁을 해야 됩니다 힘내서 대리점 먹어봅시다. 죽음에 갈 사유가 넘친다. 살인 방조다. 집단괴롭힘에 의한 자살. 2011년중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폭행, 폭언, 착취. 유서에친구 2명을 지목했다. 사회적 공분이 일었다. 경찰이 다 구속했다. 집단괴롭힘 자살 사건의 효시다. 죽음으로 이어지는 집단괴롭힘은 살인이다. 살인 방조 등의 죄목을 적용한다. 미성년자라도 구속한다. 법원도 용서하지 않는다. 10대라도 선고할 수 있는 최고형을 선고한다. 하물며 성인들 일이다. 더 큰 범죄고, 더 엄히 벌해야 맞다. 그런데 이번엔 좀 다르다. 이와중에도 노동을 말한다. 싸울만한 이유가 있었단다. 원청자 책임이 컸단다. 향후 조치도 당당하다. 자체 조사를 하겠다고 한다. 조사에 왜 노조가 나서나. 경찰이 수사로 할 거다. 책임질 일 있으면 지겠다고 한다. 책임을 왜 노조가 말하나. 판사가 판결로 할 거다. 40대 가장이 죽어나갔다. 피를 토하듯 적은 가해자들이 있다. 그런데도 노동을 말한다. 모두가 놀란다. 이 당당함은 어디서 온 것인가. 마르크스 공산당 선언(1848). 책의 명성만큼 유명한 첫 구절이다. 이제까지의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다. 자유민과 노예, 귀족과 평민, 영주와 농노, 동직조합의 우두머리와 직인, 요컨대 억압하는 자와 억압받는 자는 항상 서로 대립하여, 때로는 숨어서 때로는 공공연한 투쟁을 끊임없이 계속해 왔다. 그리고 이 투쟁은 언제나 사회 전체의 혁명적 재편으로 끝나든지 또는 서로 싸우는 계급의 쌍방을 함께 망하게 했다. 김포에서 억압받는 자는 노조원이었다. 억압하는 자는 점장이었다. 분구 갈등 등 현안이 생겼다. 노조엔 싸워야 할 명분이다. 한 켠에서는 파업ㆍ태업으로 투쟁했다. 공공연한 방식이었다. 다른 한 켠에는 대화방이 있었다. 숨어서 한 방식이었다. 점장은 어디에서나 적이었다. 대리점은 노동자들이 차지해야 할 생산수단이었다. 노조원 모두에게 갈 공산(共産)말이다. 그들이 책을 봤을까 싶지만, 김포 투쟁의 흐름이 책처럼 갔다. 발간 173년 됐고, 그 사상으로 2억명이 죽었다. 그 책의 유명한 맺음이다. 공산주의자는 자신의 견해와 의도를 숨기는 것을 경멸한다. 공산주의자는, 종래의 사회질서 전체를 강력한 힘에 의해 전복하지 않고는 그들의 목적이 달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공공연히 언명한다. 지배계급으로 하여금 공산주의 혁명 앞에 전율케 하라! 프롤레타리아가 이 혁명으로 잃을 것은 쇠사슬뿐이며 얻을 것은 전 세계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 김포 대리점 노조원들은 단결했다. 파업 때도, 태업 때도 뭉쳤다. 대화방에서도 한목소리였다. 마침내 적-점주-을 무너뜨렸다. 돌아올 수 없게 만들었다. 노조의 힘이 보여준 전복이다. 자본가들을 전율하게 했다. 노조원 12인을, 택배노조를, 민주노총을 전율하게 한다. 그들이 이런 상상을 했을까 싶지만, 김포 투쟁의 결과가 책처럼 간다. 공산당선언의 작은 완성이다. 자본의 멸망까지 이끌어내는 투쟁의 끝 말이다. 점장은 마지막 순간에 12명을 적었다.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고 썼다. 그래서 그들이 꿈꾸는 세상이 걱정이다. 主筆

[김종구 칼럼] 가짜뉴스? 지금 그 판단 자신있나

낚시 제목? 거긴 지렁이라도 달지. 이건 미끼도 없다. 그냥 날로 먹는 낚시다. 선정적 단어 몇 개면 끝이다. 충격 발언, 난리 났다, 발칵 뒤집혔다. 화면 배치도 거의 고정이다. 그냥 단어만 갈아 끼운다. ○○○ 충격발언 △△△ 난리났다 □□□ 발칵 뒤집혔다. 알 만한 사람들이 이런다. 어떤 이는 유력 언론사 출신이다. 조회 수로 환전(換錢)된다. 꽤 쏠쏠한 모양이다. 점점 거칠어지는 이유다. 30년 기자도 섬뜩섬뜩하다. 저렇게 막말해도 되나, 모욕이 될 텐데. 저렇게 단언해도 되나, 확인도 안 됐는데. 저렇게 선동해도 되나, 상대방 입장이 있는데. 그 사이 언론 환경만 혼탁해졌다. 자연스레 피해자도 많아졌다. 본디 언론 자유는 다의적이다. 누군가에는 자유다. 누군가에는 방종이다. 하지만 인터넷 속 수단에는 논박이 없다. 더 견제돼야 하고, 더 책임 지워야 한다는 데 생각이 같다. 이런 때 나온 언론 법안이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보도 책임을 세게 묻고 있다. 손해의 5배 배상, 연매출 1,000분의 1까지, 정정보도는 1면. 그런데 대상이 느닷없다. 인터넷 수단이 아니다. 정규 언론만 압제하는 법안이다. 말 많던 징벌적 손해배상제다. 이 정부에 많은 이들이 소망했던 제도다. 가까운 기억에 고(故) 박원순 시장이 있다. 언론 자유는 보호받을 자격 있는 언론에만 해당한다(2019년 10월 25일). 그러면서 패가망신 수준의 손해배상를 말했다. 거기서 척결 대상으로 삼은게 가짜뉴스다. 이 정부 들어 쓰이는 단어다. 가짜뉴스의 판정은 늘 권력이 내리고 그 조치도 권력이했다. 개혁과 탄압의 경계는 모호했다. 잠입 취재 기자는 잡범이 됐다. 댓글 여론 공작 사건(드루킹 사건) 때다. TV 조선이 독점 보도했다. 관련 취재 중에 엉뚱한 사건이 생겼다. 기자가 드루킹 출판사에 잠입했다. 태블릿PC와 USB를 가져갔다. 누가 봐도 취재 욕심이 부른 행위다. 이에 대해 경찰은 단호했다. 즉시 입건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TV조선 압수수색에 나섰다. 기자는 도둑으로 단정됐고, 방송사는 교사범으로 단정됐다. 드루킹은 유죄다. 그건 특종이었다. 그때 여권이 말했다. 시민이면 절도고 기자면 반출이냐. 취재 과정의 준법정신 강조였다. 얼마 전 MBC 기자가 경찰을 사칭했다. 말이 다르다. 옛날엔 다 그렇게 취재했다. 편지 때문에 구속된 기자도 있다. 채널 A 이동재 기자다. 여권 유시민 작가를 취재 중이었다. 취재 대상자가 수감 중이었다. 옥중 서신으로 협조를 요청했다. 편지 내용은 대충 이렇다. 나는 아무개 기자다. 취재하고 싶다. 협조해줬으면 좋겠다. 부탁한다. 검찰 수사가 이리저리 돌아간다. 검언유착으로 몰았다. 검사는 구속하지 못했다. 그러자 협박미수라면서 기자만 구속했다. 1심 무죄로 나왔다. 기자는 이미 직업을 잃었는데. 그때도 여권에서 그랬다. 검찰과 언론이 짠 나쁜 취재다. 악덕 기자로 만들었다. 판결문 아님 어쩔뻔 했나. 협박이라고 볼 어떤 부분도 없다. 그 여권들, 지금 조용하다. 그날, 박원순은 단언했다. 한 번에 바로잡을 수 있는 게 징벌적 배상제도다(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누가 얘기하면 무조건 쓰고 나중에 무죄로 판결이 나와도 보도하지 않는 것이 언론의 문제다. 패가망신해야 할 보도라고 단정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필요한 근거로 말했다. 법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실제로 적용했었더라면 어땠을까. 아마도 조국 보도 언론사들은 모두 구속되거나 패가망신했을 것이다. 그 재판이 오늘 있었다. 정경심 피고인의 항소심 선고다. 자녀 스펙 7가지가 다 허위라고 했다. 입시 부정 맞다고 했다. 징역 4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가짜뉴스 단정은 또 이렇게 틀렸다. 主筆

[김종구 칼럼] 불편한 올림픽 똥물 보도, 편안한 아사히 신문 사설

이미 정해져 있었다. 개막 전부터 끓어올랐다. 문재인-스가 회동이 무산됐다. 책임 소재는 중요치 않았다. 국민이 받은 실망감이 컸다. 일본 외교관 막말이 터졌다. 우리 대통령을 향한 말이었다. 국민에 안긴 분노가 컸다. 이순신 장군 현수막까지 충돌했다. 선수촌에 내 건 신에게는 아직다. 일본 항의로 철거해야 했다. 이 문제엔 북한까지 가세했다. 일본 요구를 불망나니 짓이라며 비난했다. 갑자기 든든해진 민족애(?)다. 그리고 개막식이다. 우리 보도가 예상대로였다. 비판 기사로 도배됐다. 장례식 같아서 보기 힘들었다 역대 올림픽 최악의 개막식이었다 전문가들 혹평 감동 약해 아쉽다. 갑자기 일본 사람 하나가 유명해졌다. 영화감독이자 코미디언 기타노 다케시(北野武74)다. 개막식이 창피했다고 혹평했다. 세금을 돌려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리 언론이 좋은 근거로 써먹었다. 일본 영화 거장조차 혹평이라는 결론이었다. 반일 보도는 계속 이어졌다. 대회 초반 부진한 성적이 한몫했다. 태권도와 유도, 탁구가 다 그렇다. 금 몇 개 나올 때가 지났다. 그런데 없다. 태권도는 20년만에 노골드다. 유도는 아직 결승전 구경도 못했다. 이쯤 되니 언론에 먹거리가 필요했다. 그게반일(反日)로 채워지는 거다. 아닌가. 비난 안 해도 될 일인데, 그걸 비난한다. 한 번 비난해도 될 일인데, 며칠씩 우려먹는다. 금메달과뒷얘기넘쳤으면 안 아랬을 거다. 그 정점이 똥물 보도다. 표현부터 부적절하다. 통상 X로 표기한다. 예였다면 X물이라 써야 했다. 그런데 대놓고 똥물이라 썼다. 기자 생활 30년인데도 쓰기가 거북스럽다. 이런 표현을 막 써대고 있다. 경기 후 탈진한 트라이애슬론 선수들 사진을 실었다. 그 옆에 똥물 속 트라이애슬론이라 썼다. 누가 봐도 똥물 먹고 쓰러진 선수처럼 됐다. 아예 똥물 올림픽이라고 쓴 기사도 있다. 유튜브 아니라 언론인데 이런다. 억지도 많다. 경기장은 오다이바 해변 공원이다. 평소 오수가 흘러드는 곳 맞다. 기준치 넘는 수질 문제가 늘 있다. 하지만, 경기 당일에는 달랐다. 수질과 수온 모두 기준치에 적합했다. 선수들이 먹은 물은 똥물이 아니었다. 인용되는 외신이 주로 블룸버그 통신과 폭스스포츠 보도다. 경기장 수질을 우려한 보도 맞다. 하지만, 그건 개막식(23일) 이전인 14일과 19일 보도다. 당일 얘기가 아니다. 오보다. 왜곡이거나. 저런 기사들 하나하나가 참으로 읽기 불편하다. 화끈거림을 감출 수 없다. 이런 때, 이 불편함을 가셔주는 사설이 있다. 한국 사설이 아니라 일본 사설이다. 아사히(朝日) 신문의 27일자 사설(私說)이다. 산업혁명유산, 약속 지켜 전시 고쳐라. 군함도(일본명 하시마(端島)) 얘기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2015년에 등재됐다. 추진 당시 우리 항의가 있었다. 인권 착취에 대한 미화 우려다. 일본도 인정했다. 희생자를 기리는 조치를 약속했다. 막상 등재되자 이걸 안 하고 있다. 사설은 이 약속을 지키라고 권고하고 있다. 조선인 등 희생자를 기리겠다던 약속을 지키라고 말한다. 또 있다. 이 신문의 4월7일자 사설이다. 일본의 정의를 묻고 또 묻는다. 조선인 태평양전쟁 전범 이학래 옹 얘기다. 그의 별세에 즈음한 사설이다. 전남 출신인 그는 귀국하지 못했다. 친일파라는 낙인 때문이었다. 일본에 남았지만 역시 이방인이었다. 60년간의 보상 요구를 일본 정부가 외면했다. 신문은 일본인의 통렬한 반성을 강조했다. 정치의, 그리고 그 정치의 부작위를 못 본체한 국민의 책임을 묻는다고 말한다. 저런 사설이 우리에겐 없다. 누군가 썼다면 토착왜구가 됐을거다. 최악 도쿄 올림픽 똥물 속 경기 불망나니 짓. 올림픽은 열흘 남았고, 반일 기사는 계속될 거 같다. 主筆

[김종구 칼럼] 교묘하거나 절묘하거나

4일 주목을 끄는 기사가 떴다. 이재명 경기지사 소환 기사다. 경찰이 통보했다고 전했다. 성남 FC 후원금 모금 얘기다. 시장이던 이 지사가 구단주였다. 기업에서 후원을 받고 대가를 줬다는 의혹이다. 두산 건설이 42억원 냈다. 그 후 정자동 소재 부지가 용도 변경됐다. 이런 식의 논리다. 전체 후원금이 160억원, 관련 기업만 6개다. 일부 돈이 유용됐다는 의혹도 있다. 여기에 고발이 있다. 수사해야 맞다. 부르는 게 원칙이다. 문제는 택일(擇日)이다. 대통령 예비 경선이 출발할 때다. 첫 번째 TV 토론일 전후다. 안 그래도 이 지사 협공이 신문을 도배했다. 거기에 경찰, 이재명 소환 통보가 뜬 거다. 후원은 2015~2017년 있었다. 4~6년 지났다. 고발이 있었던 건 2018년 지방 선거다. 3년 지났다. 그 이후 이 지사는 쭉 국내에 있었다. 기업들도 성남 등 관내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서야 소환 통보가 이뤄졌다. 대선 TV토론과 절묘하게 맞았다. 이 지사가 반발했다. 수사권을 남용하고 정치에 개입하고 있는 경찰에 책임을 묻겠다. 꼭 이 지사 아니어도 그렇다. 왜 하필 지금인지 갸웃한다. 하필 그때부터 판도가 변했다. 이전까지 이 지사는 1등이었다. 다 더해도 안 됐다. 그게 바뀌었다. 이제 2등과 오차범위 내다. 딱 그것 때문이라 꼬집을 순 없다. 원인은 많다. 하지만, 이 지사 지지자는 안 그렇게 본다. 초반 경찰 악재가 컸다고 본다. 경찰의 대선 개입으로 단정한다. 또 있다. 다른 듯 닮은 일이다. 경찰이 정찬민 의원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차명 투자로 부당이 득을 챙겼단 의혹이다. 경찰이 밝힌 혐의를 보자. -시장으로 재직할 때 지역 내 S 건설에 인허가 편의를 봐줬다. 대가로 개발 부지 인근 토지를 차명으로 샀다. 이후 땅값이 올라 10억원 이상의 이익을 봤다.- 영장 신청은 두 번째다. 지난 6월4일에도 했었다. 검찰이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며 반려했다. 이걸 보강해 다시 신청한 것이다. 여기서도 택일이 절묘하다. 영장 재신청이 공개된 건 19일이다. 오전 11시께 기자실에 알려졌다. 정식 브리핑은 아니었다. 수사 책임자가 들러 설명했다. 국민의힘 경기도당에는 몇 시간 뒤 선거가 예정돼 있었다. 경기도당 위원장 선거다. 정 의원이 출마했다. 방패용 출마라는 지적도 있었다. 본인은 펄쩍 뛰었다. 현직 수석 부위원장이다. 관례대로면 무투표 차기 위원장이라고 했다. 이 투표 직전에 영장이 공개된 것이다. 될 턱이 있나. 떨어졌다. 604표를 얻었다. 1등과 71표 차이 났다. 패인 분석이 여러 가지다. 사건 구설수가 자초한 결과라는 비난이 있다. 초선 의원의 한계라는 분석도 있다. 상대 후보가 훌륭했다는 평도 있다. 사람마다 분석이 다르긴 한데, 정 의원은 다르게 말할 것이다. 경찰 때문에 졌다고 할 것이다. 그를 찍은 604명은 다르게 볼 것이다. 경찰이 빼앗아간 71표라 볼 것이다. 딱 떨어지는 이 빌미를 준 게 바로 경찰이다. 이재명 소환일ㆍ정찬민 영장일. 과거라면 경찰 책임 아니었다. 그땐 검사가 지휘했다. 택일도 검사가 했다. 이제 아니다. 수사권 독립이다. 경찰이 결정한다. 경찰이 필요한 날 부르고, 경찰이 필요할 때 청구한다. 권한 확대다. 그러면서 따라붙은 책임 확대가 있다. 과거라면 검찰로 갔을 원성이 이제 경찰로 온다. 하필 경선 시작할 때냐는 정치 원성, 하필 선거 당일 오전이냐는 정치 원성이 다 경찰 몫이 됐다. 수사 판단은 경찰이 한다. 그 판단 평가는 국민이 한다. 경찰이 보는 건 수사의 공정이다. 국민이 보는 건 과정의 공정까지다. 경선일 소환 통보, 선거일 영장 신청. 경찰은 공정한 수사를 말한다. 당당하다 할 거다. 국민은 불공정한 과정을 말한다. 의도 있다 할 거다. 그들의 최종 유무죄와는 별개다. 이런 게 국민 눈이다. 이걸 소홀히 알던 조직이 있었다. 그들만의 기준으로 국민을 보던 조직이다. 이제 그들은 개혁대상이다. 검찰. 그 덕에 지금의 경찰이 있다. 시작부터 그걸 흉내내서야 되겠나. 교묘 혹은 절묘했던 이번 두 개의 과정, 둘 다 국민 눈에 거슬렸다. 主筆

[김종구 칼럼] “시민은 언제나 옳은가”

-책임은 권한이 있음을 전제로 추궁하는 것이니 권한 없는 곳에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이고, 시장 탄핵이 이와 같으니 시장의 권한 없는 일로 탄핵하면 안 되는 것이고, 과천시장 주민 소환 추진이 딱 그러니 과천시장 권한 아닌 일로 끌어내리려 들면 안 되는 것이다.- 주민소환은 불발했다. 유권자 21.7%만 투표했다. 필요한 투표율은 33.3%였다. 개표에 들어가지 못했다. 선관위 창고에 짐만 하나 늘었다. 참으로 어수선했던 몇 달이다. 길거리 곳곳에서 서명이 있었다. 목청 높인 참여 호소도 이어졌다. 과천 주민 소환 기사가 뿌려졌다. 구호는 하나같았다. 과천시장 주민소환! 이래놓고 얻은 결과가 겨우 이거다. 남은 거라곤 민망한 기록뿐이다. 시장 두 번 소환하고, 두 번 모두 실패한 과천시. 반년 이상 허비했다. 그 기간, 과천 행정은 휘둘렸다. 막판에는 시장직도 정지됐다. 비용으로 혈세까지 들어갔다. 7억여원쯤 된다고 한다. 물론, 필요한 제도다. 선출직은 교만할 수 있다. 임기가 성역될 수 있다. 그걸 견제해야 한다. 주민소환제 취지다. 과천시장 소환이 그거다. 적법하게 시작했다. 필요한 서명도 받았다. 조건이 맞아 투표에 부쳤다. 형식부터 절차까지 정당했다. 추진위도 할 말은 있다. 우리 행위는 다 정당했다. 하지만, 반대쪽 주장이 있다. 추진을 비난하는 목소리다. 특히 소환 사유가 논란이다. 시민을 분노케 한 8ㆍ4 대책이었다. 멋대로 청사 부지를 쓰겠다고 했다. 숨도 못 쉴 도시를 만들자는 거였다. 국토부 발표였다. 과천시장은 문구 하나 거든 적 없다. 미리 알았다는 어떤 정보도 없다. 정서적 책임까지 없을 순 없다. 시장이니 고개 숙여야 한다. 하지만, 시장실에서 쫓겨날 일은 아니다. 표심의 최종 결과가 그랬다. 투표 안 한 78.3%다. 시장도 옳소추진위도 옳소. 양비론으로 덮을 생각 없다. 추진위는 끝났다. 지켜야 할 중립도 없다. 이제 판단을 말해야 한다. 잘못된 거다. 과천시장 주민 소환은 잘못한 거다. 시민 분노를 도구 삼았다. 그 분노에 정치가 올라탔다. 처음엔 그럴 수 있었다. 시민들도 소환을 말했다. 하지만, 이내 냉정해졌다. 대열에서 내리는 시민이 많아졌다. 막판엔 말리기까지 했다. 철회하자. 그런데 추진위가 밀어붙였다. 그렇게해서 얻은 21.7%다. 주민 소환은 다른 곳에도 있다. 올해 도내에서만 네 번 있었다. 사유는 다 다르다. 가평군수는 공동 화장장 문제, 고양시장은 측근의 건설비리 의혹, 구리시장은 언론에 제기된 의혹, 이천시장은 화장시설 문제다. 세세히 알지는 못한다. 소환이 정당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 네건은 그 시장들의 일이었다. 그들이 서명한 일, 그들이 하는 일, 그들과 아는 사람의 일이었다. 과천시장처럼 생억지 소환은 없었다. 주민소환제도는 전제를 깔고 있다. -시민은 옳다. 민원은 정당하다. 형성된 여론에 정치는 없다-. 과연 그런가. 주변의 주민 소환 주체들이 그런가. 늘 옳고, 늘 정당하고, 늘 순수한가. 누군가 던질 법한 이 화두. 이걸 염태영 수원시장이 말했다. 나는 요즘 이런 고민을 합니다. 과연 시민은 언제나 옳은가, 과연 민원은 언제나 정당한가. 마침 과천 주민 투표 날이었다. 안타까움을 말하면서 말했다. 굳이 답할 필요를 못 느낀다. -과천시장 주민 소환 추진이 딱 그러니 과천시장 책임 아닌 일로 그를 끌어내리려 들면 안 되는 거였고, 주민소환의 권한을 주장해온 만큼 그 결과의 책임도 져야 하는 거였고, 얻어낸 21%의 자부심을 말하는 만큼 얻지 못한 79%의 부끄러움도 말해야 하는 거였다.- 主筆

[김종구 칼럼] 염태영 시장의 1년, 그리고 다음 정치 자산

한걸음 더(The) 기획단이라 했다. 수원시가 만든 시민 참여 기구다. 이렇게 물어볼 만도 하다. 뭘 하는 기구라더냐. 그런데 하는 질문은 대개 이렇다. 왜 만들었다더냐. 염태영 시장이 밝힌 취지가 있다. 지나간 수원시정을 지적해 달라. 남은 임기 1년에 할 일을 정해 달라. 수원 미래를 위한 밑그림을 그려 달라. 실제 운영도 그렇다. 그런 토론 과제가 부여됐다. 갈등 해소 분과가 있다. 고질적 갈등을 정리하고 조언한다. 미래 행정 분과가 있다. 시정의 미래 방향을 제시한다. 현재 행정 분과도 있다. 지금 부족한 행정에 충고한다. 사실 수원에선 흔한 일이다. 거버넌스 행정이라고 한다. 염 시장이 11년간 끌고 온 소신이다. 정책 제안이 시민사회로부터 나오고, 그것이 행정사회에서 맞닥뜨려져 행정으로 녹아 실천해가는 것, 이것이 바로 수원시 거버넌스다. 고집스럽게 지켜왔다. 이미 곳곳에 그런 조직이 있다. 좋은시정위원회, 시민배심원제, 주민참여예산제, 도시정책시민계획단 등이다. 한걸음 더(The) 기획단도 그런 행정의 하나다. 늘 보던 염태영식 자문 기구다. 그런데도 왜 만들었냐고 묻는다. 그러고 보니 그럴 만도 하다. 3선(2010ㆍ2014ㆍ2018년)이다. 시장직은 마지막이다. 시장직만 마지막이다. 뭐로 보나 놀 거 같지는 않다. 많은 이들이 물어본다. 시원히 답한 적은 없다. 지금 도는 건 전부 남이 지어낸 얘기다. 염 시장이 경기도지사에 출마할 것이다 9월에 출마 선언할 것이다. 이러니 궁금해하는 거다. 한걸음 더 기획단을 수상스럽게 보는 거다. 음절 뜻풀이까지 하면서 도지사에 연결하는 거다. 어쩌다 볼 수 있었다. 하는 일도 알게 됐다. 정치라곤 없다. 구성원부터가 그렇다. 정치와 담 싼 시민들이다. 그냥 연구하는 연구원, 그냥 사업하는 사업가, 그냥 학생 가르치는 교수다. 정해진 토론 방향도 없다. 저마다 각자의 언어로 원하는 걸 말한다. 거기 무슨 도지사 선거가 있나. 흔하디 흔한 시민 참여 기구다. 출범식 때 한 염 시장 우스갯소리도 그랬다. 무대 그림이 하필 석양이네요. 잘 마무리하게 조언 부탁합니다. 3선들이 더러 있다. 세 번 뽑히는 것이다. 연달아 뽑히는 것이다. 무탈히 끝내는 것이다. 떠난 뒤에도 시민의 입은 기억한다. 여전히 시장님으로 부른다. 이천에 유승우 시장님이다. 1996년부터 2006년까지 시장이었다. 과천에 여인국 시장님도 있다. 2002년부터 2014년까지 시장이었다. 양평에 김선교 군수님도 있다. 2007년부터 2018년까지 군수였다. 꽤 전에 퇴임했다. 누구는 3년, 누구는 15년이다. 나중에 국회의원을 한 이도 있다. 그런데도 시민에겐 ○○○ 시장님이다. 3선이 새긴 기억이 그렇게 깊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들의 마지막이 흐릿하다. 퇴임 전 1년의 기억에 희미하다. 앞선 11년은 또렷한데, 그보다 나중인 마지막 1년이 그렇다. 시민들에도 그렇고, 그들에도 그렇다. 이런 시간의 어긋남이 왜 생길까. 짐작해 본다. 두 개의 시선이 있다. 하나는 시장을 보는 시선이다. 현직 시장에서 눈을 뗐다. 다음 권력으로 옮아갔다. 그러니 기억 못 하는 거다. 다음은 시장이 보는 시선이다. 시장 스스로 기억 거리를 만들지 않았다. 정리하고 마감하면서 1년을 보냈다. 그러니 기억할 게 없는 거다. 3선이란 옥(玉)에 남은 티다. 시장을 보는 시선은 세상 몫이다. 어차피 세상은 야박한 것이다. 하지만 시장이 보는 시선은 본인 몫이다. 시민에겐 다를 바 없는 1년이다. 11년과 달라지면 안 된다. 행정 바로 잡고, 미래 구상하고, 현장 챙겨야 한다. 염 시장이 한걸음 더(The) 기획단에 주문한 게 그거다. 알토란같이 채워갈 지혜와 쓴소리를 주문했다. 이런 걸 120만이 다 지켜보고 있다. 그래서 새 역사를 기대한다. 11년보다 중한 1년으로 남길 본(本)이다. 11년보다 더 꽉 찬 1년, 11년보다 더 바쁜 1년, 11년만큼 행복한 1년. 혹시, 도지사에 도전할 것인가. 그렇다면, 더욱 절실해졌다. 거기 보태질 가장 큰 가산점(加算點)이기 때문이다. 主筆

[김종구 칼럼] ‘비행기 굉음’(소닉붐)이 서수원에?

짧은 야구 얘기 하나다. 인천시민은 야구시민이다. 40년간 한결같았다. 처음 우승하기까지 오래 걸렸다. 프로야구 27년만이었다. 150년 전통의 미국 야구도 아닌데. 구단은 또 왜 그리 자주 바뀌었는지. 삼미, 청보, 태평양, 현대, SK가 거쳐 갔다. 그때마다 구단 이름도 바뀌었다. 슈퍼스타스, 핀토스, 돌핀스, 유니콘스, 와이번스. 그래도 인천시민들은 변함없었다. 이게 인천의 야구다. 조건 없는 사랑이다. 그냥 사랑한다. 올해 또 바뀌었다. 이번엔 유통업 재벌 신세계다. 개막 전부터 파격이 계속됐다. 팀 작명도 그랬다. SSG 랜더스. 상륙자(landers)란 뜻의 보통명사다. 형상화하기에 애매하다. 반대가 많았다. 싫어요가 줄을 이었다. 그래도 구단은 밀어붙였다. 인천과 연계된 뜻을 민 거다. 6ㆍ25때의 인천 상륙 작전이다. 인천과 묶으면 상륙(lander)은 고유명사가 된다. 인천만의 이름이 된다. 오직 인천시민을 생각하고 배려한 거였다. 요 며칠 수원은 농구 얘기다. KT 농구단 소닉붐이 수원에 왔다. 시민에겐 더 없는 행복이다. 기쁨을 가늠할 반대 증명이 있다. 원래 연고 부산의 분노다. 그 지역 언론이 사설로 전했다. 프로스포츠는 팬들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고 전제하며 부산 팬을 무시했다고 비난했다. 수원으로의 이전을 야반도주라고 썼다. 부산시와의 마지막 대화는 뒤통수라고 썼다. KT 불매운동도 얘기되는 모양이다. 그만큼이 수원 기쁨이다. 격세지감이잖나. 2001년, 수원이 저랬다. 모두가 좌절에 휩싸였다. 팬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삼성 썬더스가 야반도주했다. 삼성전자 본사가 여기 있었다. 상상도 안 했다. 그 믿음을 버린 배신이었다. 옮겨 간 곳은 서울이다. 이유는 지금과 같다. 돈 되는 시장이다. 경영, 효율, 홍보, 관객 모든 게 서울이 위였다. 가지 말라는 읍소. 불매운동한다는 협박. 소용없었다. 그 좌절은 지금 부산보다 더 컸다. 나 때는이라면 꼰대 되던가. 우리 땐 수원이 농구의 중심이었다. 남자부는 삼일고가 최고였다. 하승진 아버지 하동기가 있었다. 여자부는 수원여고가 있었다. 문경자가 코트를 장악했다. 그런 우리 세대에도 KT 농구는 선물이다. 허훈에 환호할 젊은 팬은 말할 것도 없고. 덕분에 수원은 프로스포츠 왕국까지 됐다. 야구, 축구, 배구, 농구를 다 가진 유일한 지자체(기초)다. KT 소닉붐을 환영한다. 잘 자리 잡기 바란다. 그런데 청이 있다. 사실, 이 얘기 하려고 빙빙 돌렸다. 구단 이름 좀 바꾸면 안 되겠나. 이제 KT 소닉붐은 수원팀이다. 정확히는 서수원이 둥지다. 서수원칠보체육관이 홈이다. 그 서수원엔 아픈 역사-지금도 진행 중인-가 있다. 비행기 소음이다. 삼복더위에도 문을 못 연다. 난청 피해 주민도 많다. 지역 개발에서도 매번 밀렸다. 이 고초를 당한 게 이미 반백 년이다. 주민 20만명이 참여한 굉음 소송까지 있었다. 옮긴다고 하지만 먼 얘기다. 이런 주민들에게 비행장은 한(恨)이다. 비행 굉음은 고통이다. Sonic boom의 해석이 이렇다. -제트기 등이 비행 중에 음속(音速)을 돌파하거나 음속에서 감속했을 때 또는 초음속 비행을 할 때 생기는 충격파가 지상에 도달해 일으키는 큰 충격음을 말한다. 7천500m 이하로 비행할 경우 소닉붐은 유리창을 깨뜨리고 심할 때엔 건축물에도 손상을 가한다-. 서수원권에 피해를 그대로 표하는 단어다. 모두가 잊히길 바라는 단어다. 하필 그 비행 굉음이 이름이다. 듣기에 참 불편하다. KT 농구단 이름은 다섯 번 바뀌었다. 여섯 개 이름-플라망스, 클리커스, 푸르미, 맥스텐, 매직윙스, 소닉붐-이 있었다. 매번 이유가 있었을 거다. 하지만, 그 어떤 개명(改名)의 사유도 이번처럼 절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 안 그렇겠나. 팬들이 섬뜩한데. 인천시민에게 야구단 랜더스(landers), 그건 부르고 싶은 자랑일 거다. 서수원 시민에게 농구단 소닉붐(sonic boom), 이건 부르기 싫은 고통일 거다. 틀림없다. 主筆

[김종구 칼럼] 시민이 정부 이긴 ‘좋은 선례’... 인구 6만 과천이 만든 역사

시장이 대들면 다쳤다. 맞서선 안 되는 중앙정부였다. 그때 쓴 칼럼도 이런 역사다. 90년대 말 심재덕 수원시장 얘기다. 법무부가 구치소 증축계획을 짰다. 당시 부지를 아파트 업자에 주려고 했다. 주민들이 다 반대했다. 시장이 나섰다. 절대 안 해주겠다고 했다. 공원부지로 묶겠다는 말도 했다. 법무장관의 노여움을 샀다. 수원지검에 하명 사건이 떨어졌다. 시장이 구속됐다. 무죄가 됐지만 다 잃고 난 뒤였다. 그땐 그랬다. 지방이 중앙에 대들면 안됐다. 칼럼의 붙인 제목이 이랬다. 교도소 반대하는 시장, 구속 시켜라. 2012년 2월2일자다. 최대호 안양시장의 전화가 왔다. 칼럼은 잘 봤는데, 나를 구속하라는 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다라며 웃었지만 사실 그의 얘기 맞았다. 안양교도소 신증축에 반대하고 있었다. 살벌하게 법무부와 대치 중이었다. 불행하게도 칼럼은 맞았다. 그 뒤 측근들이 다 잡혀갔다. 그도 낙선했다. 국토부 위력도 컸다. 역시 안양시에 남은 역사가 있다. 2005년 국토부가 100만호 건설을 추진했다. 소형 임대 아파트 중심의 공급계획이었다. 안양 관양지구 등 4개 지구를 지정했다. 2만2천700가구를 짓겠다고 했다. 신중대 안양시장이 반대했다. 하수처리 받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기자회견까지 하며 국토부와 맞섰다. 얼마 뒤 그도 털렸다. 공무원에게 인터뷰 자료 쓰게 한 혐의로 엮였다. 벌금 500만원으로 중도 하차했다. 중앙에 맞서면 안 되는 거였다. 교도소 짓겠다면 그러라고 해야 했다. 아파트 짓겠다면 지으라고 해야 했다. 그래야 탈 없이 갈 수 있었다. 아주 오래된 이 사회 질서였다. 관선(官選) 반백년 행정을 지배했다. 민선(民選) 26년에도 달라지지 않는다. 중앙 정부는 명령권자다. 지방 정부는 복종자다. 이를 금과옥조처럼 지켜주는 그룹까지 있다. 언론, 특히 중앙 언론이다. 저들에게 그 시장들은 분수 모르고 나 댄 이들이었을 거다. 과천 청사 아파트 계획이 철회됐다. 작년에 국토부가 냈던 안이다. 시민들이 반대했다. 열 달 동안 싸웠다. 국토부가 물러섰다. 이 결정을 그 언론들이 썼는데. 나쁜 선례란 표현이 많다. 과천청사 4천가구 주민 반발로 급제동나쁜 선례 남겼다(A 신문). 과천청사 주택공급 백지화, 나쁜 선례 되지 않도록 해야(B 통신). 과천 이어 태릉용산까지 84 공급대책 줄줄이 차질 빚나(C 신문). 보는 과천시민은 서운하다. 도대체 8ㆍ4대책이 뭔가. 그 속에 갖가지 문제는 안 보나. 검토도 없이 급조된 대책이다. 짜투리에 아파트 짓자는 거다. 과천 청사 유휴지가 특히 그랬다. 과천 시민엔 공원이고, 운동장이고, 주차장이다. 거기에 갑자기 금표(禁標)를 세웠다. 과천 사람 다 나가라우리(국토부)가 아파트 짓겠다고 발표했다. 좋아할 시민이 어디 있나. 국토부가 봐도 심했을 거고, 그러니 철회한 걸 거다. 뭐가 나쁜 선례인가. 혹시 여전히 이런 추억을 그리는 건가. -법무부가 교도소 증축을 계획한다. 일개 수원시장이 겁 없이 대든다. 검찰을 동원해 한 방에 무너뜨린다. 교도소는 법무부 생각대로 세워진다-. 이런 향수라면 그런 표현이 나올 수 있다. 중앙이 지방에 밀리는 나쁜 선례로 보였을 것이다. 저들에게 좋은 선례란 아마 이런 걸거다. 지방은 중앙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 설사 틀렸더라도. 참으로 반(反) 분권적 발상 아닌가. 제대로 된 교훈을 이번 과천 투쟁에서 본다. 지역의 주인은 지역민이다. 개발의 주체도 지역민이다. 중앙이 틀렸으면 말해야 한다. 말했는데, 안 되면 따져야 한다. 따져도 안 되면 싸워야 한다. 그날 저들의 기사는 오보였다. 과천시민을 주어로 이렇게 썼어야 했다. -과천 주민 힘 합쳐 개발 제동좋은 선례 남겼다 정부 일방 계획 과천에서 백지화, 좋은 선례 됐다 과천 이어 다른 지역도 개발 계획 꼼꼼히 따져봐야-.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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