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야구 얘기 하나다. 인천시민은 야구시민이다. 40년간 한결같았다. 처음 우승하기까지 오래 걸렸다. 프로야구 27년만이었다. 150년 전통의 미국 야구도 아닌데. 구단은 또 왜 그리 자주 바뀌었는지. 삼미, 청보, 태평양, 현대, SK가 거쳐 갔다. 그때마다 구단 이름도 바뀌었다. 슈퍼스타스, 핀토스, 돌핀스, 유니콘스, 와이번스. 그래도 인천시민들은 변함없었다. 이게 인천의 야구다. 조건 없는 사랑이다. 그냥 사랑한다. 올해 또 바뀌었다. 이번엔 유통업 재벌 신세계다. 개막 전부터 파격이 계속됐다. 팀 작명도 그랬다. SSG 랜더스. 상륙자(landers)란 뜻의 보통명사다. 형상화하기에 애매하다. 반대가 많았다. 싫어요가 줄을 이었다. 그래도 구단은 밀어붙였다. 인천과 연계된 뜻을 민 거다. 6ㆍ25때의 인천 상륙 작전이다. 인천과 묶으면 상륙(lander)은 고유명사가 된다. 인천만의 이름이 된다. 오직 인천시민을 생각하고 배려한 거였다. 요 며칠 수원은 농구 얘기다. KT 농구단 소닉붐이 수원에 왔다. 시민에겐 더 없는 행복이다. 기쁨을 가늠할 반대 증명이 있다. 원래 연고 부산의 분노다. 그 지역 언론이 사설로 전했다. 프로스포츠는 팬들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고 전제하며 부산 팬을 무시했다고 비난했다. 수원으로의 이전을 야반도주라고 썼다. 부산시와의 마지막 대화는 뒤통수라고 썼다. KT 불매운동도 얘기되는 모양이다. 그만큼이 수원 기쁨이다. 격세지감이잖나. 2001년, 수원이 저랬다. 모두가 좌절에 휩싸였다. 팬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삼성 썬더스가 야반도주했다. 삼성전자 본사가 여기 있었다. 상상도 안 했다. 그 믿음을 버린 배신이었다. 옮겨 간 곳은 서울이다. 이유는 지금과 같다. 돈 되는 시장이다. 경영, 효율, 홍보, 관객 모든 게 서울이 위였다. 가지 말라는 읍소. 불매운동한다는 협박. 소용없었다. 그 좌절은 지금 부산보다 더 컸다. 나 때는이라면 꼰대 되던가. 우리 땐 수원이 농구의 중심이었다. 남자부는 삼일고가 최고였다. 하승진 아버지 하동기가 있었다. 여자부는 수원여고가 있었다. 문경자가 코트를 장악했다. 그런 우리 세대에도 KT 농구는 선물이다. 허훈에 환호할 젊은 팬은 말할 것도 없고. 덕분에 수원은 프로스포츠 왕국까지 됐다. 야구, 축구, 배구, 농구를 다 가진 유일한 지자체(기초)다. KT 소닉붐을 환영한다. 잘 자리 잡기 바란다. 그런데 청이 있다. 사실, 이 얘기 하려고 빙빙 돌렸다. 구단 이름 좀 바꾸면 안 되겠나. 이제 KT 소닉붐은 수원팀이다. 정확히는 서수원이 둥지다. 서수원칠보체육관이 홈이다. 그 서수원엔 아픈 역사-지금도 진행 중인-가 있다. 비행기 소음이다. 삼복더위에도 문을 못 연다. 난청 피해 주민도 많다. 지역 개발에서도 매번 밀렸다. 이 고초를 당한 게 이미 반백 년이다. 주민 20만명이 참여한 굉음 소송까지 있었다. 옮긴다고 하지만 먼 얘기다. 이런 주민들에게 비행장은 한(恨)이다. 비행 굉음은 고통이다. Sonic boom의 해석이 이렇다. -제트기 등이 비행 중에 음속(音速)을 돌파하거나 음속에서 감속했을 때 또는 초음속 비행을 할 때 생기는 충격파가 지상에 도달해 일으키는 큰 충격음을 말한다. 7천500m 이하로 비행할 경우 소닉붐은 유리창을 깨뜨리고 심할 때엔 건축물에도 손상을 가한다-. 서수원권에 피해를 그대로 표하는 단어다. 모두가 잊히길 바라는 단어다. 하필 그 비행 굉음이 이름이다. 듣기에 참 불편하다. KT 농구단 이름은 다섯 번 바뀌었다. 여섯 개 이름-플라망스, 클리커스, 푸르미, 맥스텐, 매직윙스, 소닉붐-이 있었다. 매번 이유가 있었을 거다. 하지만, 그 어떤 개명(改名)의 사유도 이번처럼 절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 안 그렇겠나. 팬들이 섬뜩한데. 인천시민에게 야구단 랜더스(landers), 그건 부르고 싶은 자랑일 거다. 서수원 시민에게 농구단 소닉붐(sonic boom), 이건 부르기 싫은 고통일 거다. 틀림없다. 主筆
오피니언
김종구 주필
2021-06-15 2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