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부터 2015년까지는 3년밖에 흐르지 않았고, 2025년까지 헤아려도 13년밖에 남지 않았다. 그때 4대 강 사업이 완공됐고, 2015년에 38년짜리 소(小) 가뭄 주기가 정점에 왔고, 2025년에 124년짜리 대(大)가뭄 주기가 기다리고 있다. 그때 물 부족 국가가 예언됐고, 2015년엔 최악의 가뭄이 나타났고, 2025년엔 물 부족 재앙이 예고돼 있다. 논문-‘한국의 가뭄주기에 대한 연구(변희룡 박사)’-과 사업-4대 강 정비사업(이명박 대통령)-이 불행히도 맞아간다. 비가 내리긴 했다. 밭작물 잎새는 촉촉이 적셨다. 그런데 그게 끝이다. 댐들은 여전히 말라 있다. 대청댐이 3㎝, 보령댐이 12㎝ 높아졌을 뿐이다. 4일간 들어간 물이라야 대청댐에 100만톤, 보령댐에 20만톤이다. 앞으로도 대청댐에 7억5천200만톤, 보령댐에 5천300만톤이 더 들어가야 한다. 나흘간 들어간 물의 752배, 265배다. 야속하게 비는 그쳤다. 이제부터 갈수기(渴水期)다. 제발 미신(迷信)이었기를 바랬는데, 가뭄 주기 예언은 과학(科學)이었다. ‘달리 수가 없다. 4대 강 물을 써야 한다.’ 변 교수는 말한다. “국가적인 재난입니다. 큰 재난인데, 여당, 야당, 정치 싸움은 그만 하시고, 재난 앞에서 겸허해야 해요. 옛날에 잘못된 주장을 했더라도, 또 옛날에 반대한 사람도 섭섭한 마음은 그만 털어버리고, 일단 우리 국민이 살고 봐야 합니다. 4대 강 보 안에는 물이 철철 넘쳐 있는데 하도 반대가 심해서 그 수로를 연결하지 못하지 않았습니까? 그 수로를 연결하고 해야죠.”-11월 9일, YTN 인터뷰 중-. 사실 4대 강 사업은 동네북이었다. 야당은 총체적 비리로 단정했다. 국정조사를 하겠다며 별렀다. 환경단체는 망국적 사업이라고 단정했다. 국토 생태계를 파괴할 재앙이라고 비난했다. 새누리당도 삐딱했다. 친박(親朴)의 눈을 거슬리는 친이(親李)의 유산일 뿐이었다. 올 초 ‘성과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없다’고 한마디 했던 이 전 대통령이 융단폭격을 당했다. 정치에 동화된 여론의 마녀사냥이었다. 지금도 국민 68%는 ‘잘못된 4대 강 사업’이라고 답한다. 그런 대한민국에 가뭄이 왔다. 고종 5년 이래 최악의 가뭄이다. 그러자 그 사람들이 입을 닫았다. 국정 조사하자던 야당도, 생태 파괴라던 단체도, 친이 작품이라던 새누리당도 입을 닫았다. 가뭄 속에도 철철 넘쳐나는 4대 강 봇물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다. 불과 3년 만에 반대논리가 틀렸음이 확인됐다. 대한민국은 물 부족 국가로 가고 있었고, 국토는 4대 강이 아니라 가뭄이 파괴하고 있었다. 돌아보면 보(洑)를 더 쌓았어야 했고, 물을 더 담았어야 했다. 오판의 정치, 무지한 정치였다. 그런데도 항복하기는 싫은 모양이다. 안희정 도지사가 금강 물을 끌어가는 공사를 시작했다. 정부 여당에서는 이 물이 백제보의 것이라고 했다. 충남도는 백제보에서 6㎞ 떨어진 물이라고 했다. 여당은 갑자기 4대 강 치적에 올라타려 하고, 야당은 여전히 4대 강 치적과는 담쌓으려 한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얄팍함이다. 논바닥은 갈라져 거북이 등껍질이 됐고, 댐 바닥엔 수풀이 자라 야산이 돼가는데…. 어떻게든 인정하기 싫어 억지를 고집하는 것이다. ‘쿨’하게 반성하고 사과하면 될 일이다. 당대(當代)는 언제나 난세(亂世)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논리로 나라를 걱정한다. 3년 전 그때는 4대 강이 난세였다. 혹자는 찬성했고 혹자는 반대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풀어간 애국(愛國)이었다. 그 결과가 빨리-당혹스러울 정도로- 왔을 뿐이다. 그 당시 난세는 ‘4대 강 사업이 옳았다’로 정리됐다. 2015년 지금의 난세는 가뭄이다. 물을 만들 걱정만 해야 한다. 4대 강 반대론자였던 안희정 도지사도 말했다. 그의 말이 이 시대 정답일 수 있다. “정치쟁점이 아니다. (지금은) 가뭄 극복이 우선이다”. 김종구 논설실장
오피니언
김종구 논설실장
2015-11-11 1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