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개정 시급

우리나라는 소비자 분쟁에 대해 매우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소비자기본법에 의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고시하고 품목별로 분쟁 유형과 해결 기준을 자세히 규정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소비자단체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한국소비자원에서 230여개의 회선을 갖춘 1372(일상처리) 소비자상담센터를 통해 소비자와 사업자의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런데 세계에서 유사 사례가 없을 정도로 소비자에게 유익한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 문제가 많다. 우선 업종 및 품종, 품목에 따른 분쟁 유형이나 해결 기준 등에 표현된 용어 및 구성의 통일성이 없다. 계약 해제, 계약 해지, 계약 취소가 혼용되고 피해배상과 손해배상도 품목마다 다르게 표현돼 있다.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정도 많다. 올해는 폭우와 태풍으로 유난히 자연재해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휴가를 즐기거나 여행을 가려 했던 소비자와 펜션, 캠핑장을 운영하는 사업자 사이에 숙박 예약 취소와 관련한 소비자 분쟁도 크게 늘었다. 숙박업과 관련해서는 성수기 또는 비수기와 주말 또는 주중을 구분해 환급비율을 다르게 규정한다. 비수기 주중보다는 성수기 주말에 예약하고 취소할 경우 환급액이 매우 적게 적용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규정을 지키는 숙박업소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2016년 한 소비자단체에서 포털사이트 검색 순위 상위 100개 펜션업체를 대상으로 환급 규정을 살펴본 결과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환급 규정을 준수하는 업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기준도 있다. 얼마 전 1372 소비자상담센터 상담사를 대상으로 강의를 준비하다가 심각한 오류를 확인할 수 있었다. 공산품 규정 중 ‘소비자가 수리 의뢰한 제품을 사업자가 분실한 경우’는 ‘정액감가상각한 금액에 10%를 가산해 환급’이고 ‘사업자가 부품 보유 기간 이내에 수리용 부품을 보유하지 않아 발생한 피해’는 ‘정액감가상각한 잔여금액에 구입가의 10% 가산해 환급’이다. 두 경우 모두 소비자의 잘못은 없고 사업자가 책임지고 보상해야 하는데 환급액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 밖에도 ‘전기곤로, 카폰, 등사기, 개소주, 포마드, 넥타류 등’ 표준어가 아니거나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품목도 여전히 포함돼 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소비자와 사업자 간의 분쟁 해결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규정이고 1372 상담사들이 상담 업무에 활용하는 표준이므로 시대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 1년에 60만건 이상 접수되는 소비자 분쟁을 예방하고 해결하는 유용한 규정으로 활용하기 위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개정해야 할 것이다. 손철옥 경기도 소비자단체협의회 부회장

[경기시론] 경기도 최초 도립도서관 ‘경기도서관’을 기대하며

도서관을 뒤져보면 그곳이 온통 파묻어 놓은 보물로 가득 차 있음을 알게 된다. 버지니아 울프(영국 소설가). 도서관은 인쇄, 필사, 시청각, 마이크로형태, 전자, 그 외 장애인을 위한 특수자료 등 지식정보자원 전달을 목적으로 정보가 축적된 모든 자료(온라인 자료 포함)를 수집·정리·분석·보존해 공중에게 제공함으로써 정보이용·조사·연구·학습·교양·평생교육 등에 이바지하는 시설(도서관법 제2조 제1호)이다. 도서관은 국민의 정보 접근권과 알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적 책임을 부담하고, 사회 전반에 대한 자료의 효율적인 제공과 유통, 정보접근 및 이용의 격차해소, 평생교육의 증진 등 국가 및 사회의 문화발전에 이바지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경기도에선 1956년 5월 수원시립도서관이 개관한 뒤, 파주, 김포, 평택, 의정부, 가평, 이천, 고양, 양주, 포천, 화성, 연천, 광주, 용인, 안성, 시흥, 여주, 부천, 양평 등 1960년대까지 각 지역 군립도서관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현재는 도서관 연간 방문수 4천366만8천958명, 소장 권수 3천535만7천915권, 공공도서관은 299개관, 작은도서관은 1천825개관이 31개 시군에 분포돼있다. 그동안 경기도는 광역 단위 대표 역할을 수행할 도서관이 부재한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타 지역의 경우 서울도서관, 부산도서관, 대구광역시립 중앙도서관, 세종시립도서관 등이 지역 대표도서관으로서, 도서관정책을 연구, 추진하고, 소속 자치구, 지역 내 공공도서관을 지원하며 협력사업을 통해 도서관자료를 공동으로 제공해 주민들이 체계적인 지역자료들과 새로운 지식을 얻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경기도서관은 최초 도립도서관으로, 수원 영통구 이의동 광교신도시 경기융합타운에 건축 총면적 2만7천775㎡에 지하 4층·지상 5층 규모로 이번달 30일 착공, 2024년 12월 완공될 예정이다. 전시, 체험, 교육의 차별화와 경기도서관 4대 핵심 콘텐츠(경기학·평화의 장·미래발전·인문학)를 통해 광역 대표도서관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31개 시군의 도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도서관 자료에 접근할 수 있도록 최대 규모의 전자도서관은 지역 간 물리적 거리에 따른 정보접근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공도서관은 누구나 평생 무료로 책을 얼마든지 읽을 수 있으므로 지식공유와 기회의 평등을 이루어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경기도서관도 지역 대표 도서관으로서 경기도의 역사, 문화 등 지역자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디지털화를 통해 첨단지식과 배움의 기회를 넓힘으로써 도민들에게 필요한 장소가 될 수 있길 바란다. 최정민 변호사·국가인권위원회 현장상담위원

[경기시론]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공약했다. 선거 결과 0.15%p 차이로 도지사로 당선됐다. 득표율을 분석해보면 도지사 전체 득표율 49.06%에 비해 경기북부지역 10개 시군의 득표율은 45.8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지사는 기존의 경기북도 설치가 아닌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제안했다. 제주특별자치도 및 세종특별자치시, 강원특별자치도를 염두에 둔 것으로 짐작된다. 기존의 경기북도 설치의 주요 논거였던 불균형 내지 이질성에 따른 ‘분도’라는 부정적 개념을 지양하고 지역적 특수성에 따른 발전의 잠재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특별자치도 설치를 제안했다는 점에서 미래가치 지향적이라고 볼 수 있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경기도 지방행정 구역 개편에서 몇 가지 절차를 요구하고 있다. 크게 보면 경기도의회 의견수렴, 경기도민 주민투표, 국회의 별도 입법 마련이다. 그런데 국회의 별도 입법 마련 부분에서 경기북도 신설과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즉, 기존의 김민철 의원(더불어민주당)과 김성원 의원(국민의힘) 대표발의 법안의 경우에는 경기도의회의 의견을 듣거나 경기도민 주민투표를 거쳐야 하는 것(지방자치법 제5조 제3항 제1항) 이외에 분리 또는 분할을 위한 별도의 입법만이 필요하다. 그러나 도지사가 공약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는 경기도의회의 의견을 듣거나 주민투표 이외에 강원특별자치도법처럼 경기북부특별자치도만의 입법을 하는 방안도 있지만, 세종특별자치시법 및 제주특별자치도법처럼 행정특례를 인정한다면, 지방자치법 제197조 제2항(특례의 인정)을 개정해야 하는 입법상 문제가 있다. 입법 절차상 기존의 경기북도 신설보다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가 다소 어려운 측면이 있다. 실익을 잘 따져보고 입법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도지사는 당선인 시절, 경기북도든 경기북부특별자치도든 그에 따른 비전 제시와 그 비전에 따라 경기도가 할 일이 무엇인지 경기도의 청사진 제시를 강조하고, 임기 내 경기북도 또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위해 경기도민의 의견수렴과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위한 실천력과 시간계획표를 제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도지사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추진을 위한 행정조직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만드는지, 그 조직에 인력 배치는 어떻게 하는지, 예산 확보는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하는지, 만약 공론화위원회가 만들어질 경우 그 위원회의 위상을 어느 정도로 하는지 등을 보면, 경기북도 또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가 도지사 임기 내 가능한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경기도의회와 31개 시장·군수 및 시·군의회, 경기도 국회의원과의 협력과 협치도 필요하다. 도지사 정치력의 실험대이기도 하다. 소성규 대진대 교수·경기도지역혁신협의회 위원장

[경기시론] 늦기 전에, 더 늦기 전에

며칠 핸드폰을 꺼 두었다. 들어주면 안 될 부탁을 거절했는데도 자꾸 사정하는 전화에 거절의 말을 되풀이하는 게 싫었다. 전에는 큰일날 것만 같았지만, 며칠 핸드폰 없이 살아도 아무 문제없었다. 세상에는 안 되는 일이 정말 있다는 걸 나이로 배워간다. 살다 보면 길을 잃었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는 때가 있다. 길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면 잘못된 점을 돌아보고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 따뜻한 위로의 말로 충분할 때도 있고,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나 사랑하는 사람의 느닷없는 죽음처럼 커다란 충격이 약이 될 때도 있다. 지금 처한 상황이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면 더 늦기 전에 바라보는 자기 마음가짐을 바꿔보는 것도 좋겠다. 살다 보면 예기치 못한 일도 일어난다. 의지로 어쩔 수 없을 때가 많다. 우리에게 일어난 상황 탓에 불행하고 괴롭다고 생각하는데, 대개는 그걸 불행하고 괴롭게 받아들이는 나 자신 탓이다. 삶이 바쁜 까닭은 우리가 바쁘길 원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정말로 쉬려면 그냥 그대로 쉬면된다. 당장 하지 않으면 큰일날 것 같은 일도 그냥 손에서 내려놓으면 된다. 내 마음이 쉬면 세상도 쉬고, 내 마음이 행복하면 세상도 행복하다. 늦기 전에, 더 늦기 전에! 주어진 상황을 ‘내’ 판단 없이 바라보고, 통제하거나 멈추려고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오히려 수월해질 수 있다. 걱정하는 자신에게 화내거나 그만하라고 다그쳐 봐야 타오르는 불길에 기름만 붓는 꼴이다. 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만 행복한 건 아닐지 모른다. 정말 중요한 일은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다. 공자는 나이 일흔에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해도 도리에 어긋나는 법(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이 없는 경지가 되셨다지만, 나는 아직 멀었다. 저런 진리를 까맣게 잊고 헤맬 때가 많다. 또 하나, 저마다 삶의 경험과 생각을 통해 저런 진리를 깨닫더라도 사회는 개인이 그러도록 맡겨 두기만 해서도 안 된다. 저런 진리조차 사치로 보일 만큼 힘들고 아픈 사람들이 처한 사정을 다른 눈으로 보라고만 해서는 안 되고, 인간적일 수 있을 최소한은 마련해 주어야 한다. 송파와 수원의 세 모녀는 지금 이대로의 정책으로 해결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개인의 파산처럼 파장 클 일이 벌어진다면 그 파장에 대한 모니터링이나 예상이 좀 더 촘촘하게 이뤄져야만 한다. 그걸 또 국가와 사회에만 맡기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기에 이웃 사이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옛날처럼 옆집의 숟가락 개수까지 알고 지내자는 말이 아니라, 최소한의 안부는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때도 ‘내’ 눈으로 판단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직시하려고 해야 한다. 늦기 전에, 더 늦기 전에. 김근홍 강남대 교수·한국연구재단 전문위원

[경기시론] ‘1기 신도시’ 道 차원 종합대책 마련해야

성남시 분당, 고양시 일산, 부천시 중동, 안양시 평촌, 군포시 산본 등 1기 신도시는 1989년 4월 제6공화국 노태우 정부 시절, 주택난 해소와 집값 안정화를 위해 건설계획이 발표된 지역이다. 이후 1991년 9월 분당 시범단지가 처음으로 입주했고, 1993년 2월경 중동 신도시까지 대규모로 입주하여 116만8천명이 거주하는 신도시가 됐다. 1기 신도시는 2022년 현재, 건축 연한이 30년을 경과한 아파트는 전체 36만5천492호 중 6만986호(16.7%)이고, 2026년에는 1990년대 조성된 모든 단지들이 입주 30년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노후 아파트의 경우 건물 내구성이 떨어져 주거 공간 내 벽면 균열, 결로 문제, 창문 뒤틀림, 누수, 철근, 배관부식, 파손, 녹물, 보일러 고장, 주차시설 부족 등 각종 환경, 안전상 문제점이 드러나 거주민들의 삶의 질이 악화되고 청년층 이탈과 인구 수 감소 등 다른 요인까지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런데 1기 신도시 평균 용적률은 169∼226%인데 관할 지방자치단체들이 규정한 시 지구단위계획의 용적률 제한으로 말미암아 재건축 추진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국토연구원에서 발표한 ‘1기 신도시 주택 소유자의 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거주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직장·통근(32.4%)이고 학교·학원 등 교육환경(17.0%), 도시공원과 녹지환경(13.7%), 부모·자녀·지인 등과 가까이 살기 위해(13.2%) 순서로 나타났다. 그리고 1기 신도시에서 전출을 희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택의 노후 및 관리상태(23.1%)였다. 또 1기 신도시 주택 소유자들은 ‘재건축’(46.2%)과 ‘리모델링’ (35.9%) 방식으로 노후주택을 재정비하는 것을 선호했고, 없음 또는 현행 유지는 11.2%이다. 최근 정부가 수도권 1기 신도시 재정비의 경우 올해 하반기 연구용역을 거쳐 2024년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겠다고 발표하자, 당초 1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과 규제 완화 공약 실행을 기대했던 주민들은 구체적인 계획이 없고, 실행도 지연된다는 생각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1기 신도시 문제 해결을 위해 주민들의 여론 수렴, 현재 실태파악 및 노후 단지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용적률 규제완화, 지역 상황과 단지별 특성을 반영한 기반시설 보완과 노후주택 재정비에 대한 구체적 실천계획 등 경기도 차원에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양질의 주택공급을 통한 도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1기 신도시의 계속적인 발전을 기대한다. 최정민 변호사·국가인권위원회 현장상담위원

[경기시론] 로또 번호 상술의 덫

AI를 이용해 예측한 로또번호를 제공한다는 수법으로 소비자를 울린 업체가 적발됐다. 이 업체는 2012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복권 당첨번호 예측 서비스 사이트’를 92개 운영하며 피해자 6만4천104명으로부터 607억원을 챙겼다. 인터넷에 ‘로또’를 검색하면 수많은 사이트가 보이는데, ‘무료 예상번호 받기’, ‘이벤트 당첨’으로 소비자를 유인해 개인정보를 알아낸다. 이와 관련해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상담 건수는 지난해 한 해 2천780건이고, 올해는 지난달까지 이미 2천82건이다. 주요 상담 내용은 로또 당첨번호를 알려준다고 해 100만원 가까운 회비를 결제하면서 회원으로 가입했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 해지를 요구하면 환급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복권위원회 자료를 보니 ‘최근 1년 이내 복권 구입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62.8%인데, 로또복권을 ‘한 달에 한 번’ 구입하는 사람이 26.0%로 가장 많고, ‘매주’(23.9%), ‘2주에 한번’(18.9%) 순으로 응답했다. 지난해 12월 ‘세계불평등연구소’(World Inequality Lab)가 발간한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22’를 보면 우리나라의 빈부격차는 소득과 자산 분야 모두 다른 나라보다 심각하다. 상위 10%의 평균 소득은 전체의 46%인 데 비해 하위 50%의 평균 소득은 전체의 16%에 불과했고, 평균 자산도 상위 10%는 전체의 59%, 하위 50%의 비중은 6%였다. 요즘은 옛날보다 자수성가(自手成家)하기가 어려운 시대다. 하지만 경제적 계층 상승을 위한 방법으로 로또를 선택하고, 쉽게 당첨되기 위해 로또당첨번호를 받으려 회원에 가입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로또정보서비스에 가입한 소비자는 100만원 안팎의 회비를 돌려받을 수 있을까? 가입할 때와는 다르게 회원에서 탈퇴하려 하면 사업자가 연락을 받지 않는다.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데 1372의 주축인 소비자단체나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 피해나 분쟁을 합의권고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만약 악의적인 로또정보 사업자가 합의권고나 조정안을 거부하면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10년간 로또번호 사기로 600억원을 챙긴 사업자라면 합의권고나 조정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평범한 시민이 100만원을 돌려받기 위해 로또정보 업체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 스스로 소송하기가 쉽지 않고 받으려는 금액보다 더 많은 수임료를 주고 변호사를 선임하기도 어려울 것이니 그 가능성 또한 거의 없다. ‘공짜치즈는 쥐덫에만 있다’는 러시아 속담이 있다. 무료 로또당첨번호 제공이라는 솔깃한 치즈를 물면 결국 100만원의 회비를 지불하는 쥐덫에 걸려드는 꼴이 되고 마는 것이다. 소비자가 냉철하고 현명해야 한다. 손철옥 경기도 소비자단체협의회 부회장

[경기시론] 자율방역의 재구성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서 정부와 방역 당국이 난처한 처지에 처했다. 신종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지난주 내내 매일 10만명 이상 발생하고 있고 위중증 환자와 신규 입원환자도 늘고 있다. 우리만이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감염성이 더 높은 변종 바이러스가 나타나 번지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사망률을 최저로 유지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인 셈이다. 정부는 감염이 줄어드는 추세를 타고 또 전 정부의 ‘K-방역’ 기조를 바꿔 ‘자율방역’을 추진해 오고 있다. 개인의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고 방역을 생활화하는 기조는 필요했고 권장할 만했다. 보호막을 치는 방역은 이제 소임을 다한 듯했고 ‘위드코로나’니 ‘엔데믹’이니 앞으로 코로나 감염병이 어느 정도 제어될 거라는 낭만적인 상황 판단도 있었다. 무엇보다 자유주의 국정철학을 방역 정책에서도 구현하고자 했음을 부정할 수 없으리라. 하지만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면서 자율방역의 취지는 무색해졌다. K-방역의 규제에 대해 비난이 들끓었듯이 이제 자율방역의 불간섭주의가 추궁되고 있다. 작금의 감염병 재확산은 물론 자율방역으로의 전환 때문은 아니다. 하지만 자율방역의 기조가 감염병의 예방과 치료에 대응하는 필수 불가결한 역량과 시스템을 전제로 작동하지 못하는 현실은 시정돼야 한다. 자율방역은 K-방역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기조로 구성됐어야 했다. 불가피했더라도 확진자 수를 억제하는 방역, 백신 및 치료제의 적시 제공이 가능하고 의료진과 시설을 갖춘 공공 의료체계의 미비, 상호 불신을 낳게 한 사회적 거리 두기의 결과를 치유하는 안목의 부재, 지원금 산정과 지출을 둘러싼 미숙함, 당국자들의 노란색 제복에서 엿보이는 우리 행정의 전통적인 위기대응 표상 등은 시정돼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제라도 자율방역의 이름으로 보완해야 한다. 그래야 K-방역의 성과를 이어받으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성과를 낼 수 있다. 아울러 개인의 자율과 책임을 키우는 길은 주문하는 것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 예부터 국가에 대한 기대와 의존성이 강한 우리와 같은 동아시아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물며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감염병 예방과 관리에서 이를 위한 지원을 거두고 줄이는 것은 자율방역을 단지 예산 절감을 위한 방편으로 치부되게 만들 뿐이고 개인의 자율과 책임이 성장하는 데에는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원준호 한경대 인문융합공공인재학부 교수

[경기시론] 유럽의 폭염과 탄소중립의 대관령

평지보다 평균 4~5℃ 낮아 에어컨이 필요 없다는 대관령에도 요 며칠 폭염이 이어져 선풍기를 마련해야 했다. 언론에서는 불타는 유럽 소식을 속보로 전달한다. 심각한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세계 곳곳에서 확인되나 보다. 우리보다 위도가 높은 영국에서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높은 40℃ 이상의 기온이 기록됐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기록들이 앞으로 계속 깨질 수밖에 없으리란 점이다. 1980년대 후반 독일 유학 생활에서 건물은 말할 것도 없고, 자동차 에어컨이 특별 옵션일 정도로 여름철 더위 자체가 낯설었다. 당시 무더위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니 북부 유럽인들은 남쪽 프랑스 남부, 이탈리아, 스페인을 비롯해 동남아 지역으로 햇볕을 찾아 여름휴가를 떠나는 것이 일상이었다. 어쩌다 해라도 반짝 드는 날이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옷을 훌쩍 벗고 풀밭에 누워 햇볕을 쬐는 게 일상이었다. 그런데 이젠 영국이나 덴마크까지도 무더위가 지속된다고 한다. 그 모든 게 우리 인간 탓이다. 평균수명 연장과 인구증가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욕심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더 편하고, 조금이라도 더 많이 팔아 돈을 더 벌기 위해 대량생산을 거듭하며 엔진을 돌리고 또 대량소비를 하다 보니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져서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인구증가와 욕심 때문에 자꾸만 자연을 파괴하며 동물의 서식지까지 잠식해 가다 보니 아직도 시달리는 코로나며 사스, 메르스 같은 인수공통감염병도 자꾸만 잦아지고 위험도 커진다.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온실효과로 생태계 변화는 물론 해수면이 올라가 남태평양 섬나라 투발로는 수도인 푸나푸티가 침수되자 지난 2001년 국토 포기 선언까지 했다. WHO(세계보건기구)는 폭염이 점점 더 잦아지고, 그 현상이 적어도 2060년대까지 지속될 거라며 탄소 배출량의 증가를 염려한다. 시간이 별로 없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육식을 줄이고 플라스틱과 에너지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지구가 인간이 마음대로 해도 되는 인간만의 것이 아니다. 인간 멋대로 과용하고 오용한 결과를 더 늦지 않게 살펴야 한다. 감사와 베풂의 마음으로 다른 사람은 물론 다른 생물과 함께 살아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마종기의 사과나무처럼(과수원에서).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그냥 받았다...이제 가지에 달린 열매를 너에게 준다/남에게 줄 수 있는 이 기쁨도 그냥 받은 것...내 몸의 열매를 다 너에게 주어/내가 다시 가난하고 가벼워지면/미미하고 귀한 사연도 밝게 보이겠지... 주는 것이 바로 사는 길이 되는구나’ 그러기에 무한정 받아온 자연에 감사하고 자연 그대로 돌려주려는 우리들에 노력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후손들이 간직할 대관령의 맑은 공기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지 모른다. 김근홍 강남대 교수·한국연구재단 전문위원

[경기시론] 경기도 청년정책과 기회제공의 필요성

‘청년’에 대해 청년기본법과 경기도 청년기본조례는 ‘19세 이상 34세 이하인 사람’으로 정하고 있다. 청년정책은 청년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의 참여 확대, 권익 증진, 청년발전을 목적으로 하고 청년정책 기본계획에는 청년의 능력 등의 개발, 청년의 고용확대 및 일자리 질 향상, 청년의 주거 안정 및 주거 수준 향상, 청년의 생활안정, 청년 문화의 활성화, 청년의 권리보호 등이 포함돼야 한다. 경기도는 청년들을 위한 정책, 지원, 커뮤니티 등 맞춤 정보를 제공하고 청년들의 참여와 소통을 위한 창구 역할을 하는 ‘경기청년포털’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는 경기도 내 활동하는 청년공동체에 보조금, 네트워크 활동을 지원하고 창업카페, 일자리센터 등 도내 청년공간, 청년놀이터가 소개돼 있다. 또 일자리·창업, 교육·자기개발, 주거·복지, 생활·문화(결혼·육아), 금융·법률 등 분야별로 청년정책 최신정보를 제공하며 월별 정책 캘린더, 청년정책제안, 경기도 및 중앙정부정책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청년의 삶을 위해 문화생활, 취업·학업, 추천 여행지, 맛집공유 등 일상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포스팅과 경기청년 마음상담소를 통해 고민과 걱정을 비밀보장 하에 안심하고 상담해주는 코너도 마련돼 있다. 이처럼 청년을 위한 지원 정책도 분명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 사회가 현재 구조적으로 안고 있는 기회의 불평등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 대표적으로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로 인해 발생한 청년층의 교육, 취업, 창업, 사회참여 등 각종 기회가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계층에 편중되는 문제를 들 수 있다. 이미 굳건한 기득권을 형성한 부모 세대들이 자녀들에게 지위를 물려주고자 사회규범을 도외시한 채 소위 ‘아빠찬스’, ‘엄마찬스’ 등으로 경쟁을 방해하고 기회를 박탈하는 행위는 공동체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해 비난 받는다는 인식이 자리잡아야 한다. 더불어 유사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언론을 비롯한 각계 구성원들이 지속적으로 감시해 근절돼야 한다. 이제는 청년들 간의 공평하고 고른 기회와 공정한 경쟁을 독려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할 시기다. 한편으로는 사회 배려 계층 청년에 대한 적극적 우대정책을 통해 차별을 해소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앞으로도 경기도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들의 고충과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정책도 필요하며 보다 많은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자신의 인생을 주도적으로 계획해나갈 수 있길 바란다. 경기도 청년의 미래가 곧 경기도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최정민 변호사·국가인권위원회 현장상담위원

[경기시론] 꼰대세대와 MZ세대

요즘 ‘일부’ MZ세대의 일그러진 행동이 화젯거리다. 펜션을 이용하고 상상하기 어려운 흔적을 남기고, 인형뽑기방에서 급한 일을 해결하고 달아나고, 인터넷게임 접속이 끊겼다고 전봇대 통신케이블을 잘랐다는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하긴 ‘일부’ 꼰대 세대의 행동도 눈살이 찌푸려지긴 마찬가지다.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자제해달라고 사정하는 편의점주를 폭행하거나, 전철 안에서 마스크를 하지 않은 채 큰 소리로 통화하거나, 1년간 130여회 허위신고와 장난전화를 했다는 50대 남성의 기사도 놀랍기만 하다. 꼰대? 원래 아버지나 선생님을 가리키던 말인데, 이젠 고집이 세고, 스스로를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해 남을 가르치려 하는 사람으로 통한다. MZ세대? 디지털기기에 능숙하고, 자신을 위해 즐기며, 타인을 별로 의식하지 않는 세대라면 지나친 표현일까? 어쨌든 우리 집엔 ‘연령 기준’으로 구분해 2명의 꼰대 세대와 3명의 MZ세대가 산다. 일상 생활에서 보면 두 세대가 몇 가지 확연하게 다르다. 냉장고의 식품에 대해 꼰대는 ‘선입선출(先入先出)’이다. 냉장고에 먼저 들어간 식품부터 먹는다. 그러다 보니 꼰대는 늘 버리기 직전의 오래된 식품만 먹게 된다. 그러면서 MZ에게 유통기한 가까운 식품부터 먹어 치우라고 잔소리한다. 반면, MZ세대는 그냥 신선하고 맛있는 것부터 먹는다. 누가 합리적인가? 외식할 때도 다르다. 꼰대는 음식을 남기지 말라며 남김없이 억지로 먹으려 한다. 음식물을 남기지 않는 것이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변하기도 한다. 하지만, MZ는 먹기 싫으면 그걸로 끝이다. 무리하게 먹다가 탈이라도 나면 더 큰 손해란다. 누가 합리적인가? 옷을 사는 기준부터 다르다. 꼰대는 저가중심(低價中心)이다. 싸면 산다. 그러다 보니 옷장에는 비슷한 스타일의 옷이 여러 벌이다. 반면, MZ는 맘에 들면 아무리 비싸도 산다. MZ는 입지 않는 옷은 과감하게 버린다. MZ가 버리려는 옷을 꼰대는 아깝다고 입는다. 누가 합리적인가? 요즘은 매장마다 키오스크(Kiosk) 주문이 늘어나고 있는데, 꼰대들은 익숙하지 않으니 당황스럽다. 뒤에 기다리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식은땀이 난다. 이제는 MZ세대에게 배우자. 남을 가르친다는 것은 그래도 ‘본인이 잘 하고 있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잘못하고 있는 것을 가르칠 수는 없다. 비교적 ‘이기적인’ MZ세대가 남을 가르치다 보면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이 발동할 수 있을 것이고, 공공의 이익을 먼저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용한 펜션을 청소하고 남의 사업장을 더럽히지도 않으며 공공시설물을 훼손하지도 않을 것이다. 꼰대세대도 앞으로는 신선한 식품부터 먼저 먹고, 음식을 무리하게 먹어치우지 않으며 가격보다는 스타일 위주로 옷을 사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MZ세대가 꼰대세대를 가르치는 것이 합리적인 공생 방법일 수 있겠다. 손철옥 경기도 소비자단체협의회 부회장

[경기시론]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하는 문법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2017년 1.05명을 기록한 후 연속 감소하는 추세다. 출생아 수는 26만500명으로, 전년 대비 1만1천800명(4.3% 감소)이 줄었다. 이 정도 인구 규모로 장차 초등학교를 비롯해 각급 학교를 운영해야 하고 또 국방과 병역을 해야 한다면 큰일이다. 저출산·고령화는 노동력의 감소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존속을 위협할 수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오래전부터 예고됐음에도 출산율을 반등시키는 일도, 그러기에 이미 역부족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미래의 노동력 수급에 대비하는 일도 성공적이질 못했다. 방향을 새로 점검하고 종합 대책을 마련해 시행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 우선 고령 인력의 재취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역과 기업 단위로 노인 일자리를 개발하고 잘 작동하는 인사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일은 여전히 필요하다. 외국 인력의 유입을 적극적으로 제도화하는 일도 절실하다. 일방적 동화를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병렬로 방치하는 것도 아닌, 내외 인력 간 삼투 작용이 일어나는 통합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제 이러한 방안들이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을 막거나 늦추지 않는 선에서, 내국인의 일자리를 뺏지 않는 선에서만 검토할 수 있다는 전제를 버려야 할 때다. 특별히 더 역량을 집중해야 할 곳이 있다. 바로 여성의 경제활동을 더 늘이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넘어 결혼, 출산, 육아가 여성의 일과 경력에 전혀 방해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확충하는 일이다. 최근 출산율 반등에 성공한 독일의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출생아 수는 79만5천500명으로 직전 몇 년간 연평균을 상회했고 1997년 이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독일의 교훈은 장기적 종합 대책을 세워 출산, 육아 등을 지원·장려하는 다양한 사업을 펼치며 재정지출을 아끼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또 이를 공동체의 사랑과 연대를 바탕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 역시 놓쳐서는 안 된다. 최근 한 유아동 전문기업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있다. 앞으로 저출산으로 먼저 위협을 받게 될 것은 기업이다. 어떤 이들은 외수가 받쳐주면 될 일이라고 하지만 작금 세계시장이 보여주듯이 희망대로 되지만은 않는 현실이다. 더욱이 장차 적은 인력 중에서 가장 우수한 인력을 채용하는 일이 기업의 성장과 유지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출산율 제고를 위해 선도적으로 여성과 가정에 친화적인 인적자원관리를 펼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정부는 더 이상 시기를 놓치고 에너지를 허비하지 않도록 각계각층의 지식과 지능을 모으고 협력을 유도하여 저출산의 위기에 대응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원준호 한경대 인문융합공공인재학부 교수

[경기시론] 대관령 장맛길에 들려오는 소리

도시에 살 땐 장마나 더위에 그다지 신경을 써본 적이 없었다. 지하 차고에서 차 타고 연구실 가까운 데 주차 자리를 찾는 데에 신경이 가는 정도고, 더위도 대체로 어디 가나 맞아주는 에어컨 덕에 그 존재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제 대관령에서 처음 장마를 맞고 그 뒤의 여름 더위를 맞을 것 같다. 다행히 아직은 도시에 살던 버릇이 그대로 유지될 정도로 신경이 쓰일 정도가 아니다. 아마 창문 넘어 펼쳐지는 산 덕이리라. 다만 골짜기에 아침저녁으로 안개가 끼는 나날들이 유난히 많다. ‘세상 환했을 때 세상 친구들로 가득하더니...묘하기도 하지, 안개 속 거닐기란...삶이란 외로운 것/아무도 다른 이 모르고/저마다 혼자구나(헤르만 헤서, 안개 속에서)’ 마음도 몸도 청춘은 아니지만, 아픔 덕에 겸손해지고 김제 평야지대에서 태어나 산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었는데, 안개 자욱한 산 덕에 다시 겸손해진다. 아프지 않을 때 세상을 내가 산다고 건방을 떨었지만 아픔 덕에 세상에 살 수 있어 고마움도 느낀다. 산에 와서야 아무 말도 없이 오만 가지 말을 다 들려주는 그 너른 품을 맛보고 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산의 기운 덕에 힘이 생겼는지 세상 시끄러운 소리까지 들린다. 돌지 않는 권력은 지고 나르는 부패라는 말, 네 편 내 편 가릴 것 없이 새겨들어야 할 말 같다. 내가 아프면, 남도 아프다.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마태 7:12). 내가 원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행하지 말라(공자, 논어-위령공편).’ 이렇듯 동서양과 종교를 가릴 것 없이 다 일러 놓은 진리지만, 그냥 책 속의 진리일 뿐인가. 세상엔 참 똑똑한 사람 많고, 목소리 큰 사람도 많은데, 한 번이라도 자신이 비판하는 상대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는가? 다른 사람들이 우리가 하듯이 해도 받아들이겠는가? 그래서 또 예수님은 남 눈 속 티는 보되 제 눈 속 들보는 보지 못한다고 하신 모양이다. 지금, 이 순간 다시 눈을 껌뻑이고 거울에 비쳐 보게 된다. ‘지금 우리는 혹시 세상을/너무 멀리서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아니면 너무 가까이서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신경림, 장자를 빌려-원통에서).’ 무릇 위기 앞에서는 진영 싸움보다 위기 극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러지 못할 때 임란과 삼전도와 분단 같은 일이 되풀이된다. 이곳 대관령 700고지 산속에서 지내느라 잘은 모르지만, 아무래도 요즘은 위기가 다가오는 듯, 아니 한참 진행 중이 아닌가 싶다. 그게 위기가 아니면 좋겠지만, 위기인데 그걸 모르면 그건 그야말로 큰일이다. 올여름 장마가 끝나고 열대야로 밤잠 설치기 이전에 도시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이 건강했으면 좋겠는데, 허, 박무가 또 산을 뒤덮고 있다. 김근홍 강남대 교수·한국연구재단 전문위원

[경기시론] 경기도 교통난 개선 정책·실천이 중요하다

매년 6월28일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철도의 날’이다. 기간 교통수단으로서의 철도 의의를 높이고, 종사원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지정한 법정 기념일이다. 조선시대 말 음력 1894년 6월28일 조선 최초의 행정기구인 의정부 공무아문 철도국이 창설된 날에서 유래했다. 128년이나 된 오랜 역사만큼 열차 이름도 수많은 변천사를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 최초 열차는 1899년 9월18일 운행한 모갈 1호였고, 그후 융희(隆熙)호, 히까리(光), 아카스키(曉), 노조미(望), 대륙(大陸)호, 흥아(興亞)호 등이 있었다. 해방 후에는 ‘조선해방자호’라는 명칭의 열차가 있었으며, 운행구간, 열차 등급에 따라 통일호, 무궁화호, 새마을호, 비둘기호 등 기억에 익숙한 열차 명칭부터, 재건호, 태극호, 맹호호, 건설호, 증산호, 백마호, 청룡호, 갈매기호, 대천호, 신라호, 계룡호, 충무호, 풍년호, 관광호, 신라호, 협동호, 약진호, 계명호, 동백호, 화랑호, 상무호 등 중장년층과 어르신들에게는 옛 추억이 담긴 열차가, 요즘 MZ세대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명칭의 열차들이 각 지역들을 운행했다. 2022년 현재 경기도는 KTX 정차역 4곳(광명, 수원, 행신, 양평)을 비롯해 고속철도, 일반철도, 도시철도, 민간철도, 광역철도가 운행되면서 전국을 연결하는 교통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수도권의 심각한 교통난을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경기도가 국토교통부에 제안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 GTX(Great Train Express) A노선(파주 운정-동탄)은 착공 후 공사 진행 중이며, B노선(남양주-송도)과 C노선(양주 덕정-수원)은 올해 말 착공 예정으로 추진되고 있다. 경기도지사직 인수위원회가 마련한 도민 정책 제안 게시판에 1천340건의 글이 게시돼 있는데, ‘GTX’ 키워드로 107건의 글이 검색되는 만큼 경기도민들의 높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음 달 출범하는 민선 8기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의 공약 중 ‘GTX 플러스 프로젝트’ 시행이 있다. GTX-A플러스는 동탄에서 평택까지, GTX-B플러스는 남양주 마석에서 가평까지, GTX-C플러스의 북부 구간은 동두천까지, 남부 구간은 병점·오산·평택까지 각 연장한다. 추가로 GTX-D는 김포부터 팔당까지 구간으로, GTX-E는 인천에서 포천까지, GTX-F는 파주부터 여주까지의 노선을 각각 신설한다는 내용이다. 공약이 구체적인 정책으로 수립되고 이후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GTX가 완공돼 이동거리를 획기적으로 단축함으로써 앞으로 경기도에서 서울로 장시간 출퇴근하는 도민들의 삶의 질이 더욱 향상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최정민 변호사·국가인권위원회 현장상담위원

[경기시론] 코로나 엔데믹의 건강한 게임문화가 필요할 때

며칠 전 조카 가족이 방문했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하고 1등을 놓치지 않던 조카가 이젠 어엿한 변호사가 돼 찾아오니 기특하고 자랑스럽다. 그런데, 초등학교 3학년인 조카의 아이는 집에 들어와도 눈 한번 마주치기 힘들다.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게임을 하느라 처음 보는 집안 어른들은 안중에도 없다. 식사하는 중에도 시선과 관심은 오로지 게임 뿐이다. 조카가 민망해하면서도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는 표정이다. 2년이 넘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은 우리 삶에 여러 가지 영향을 끼쳤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모든 연령대에서 비만율이 증가했고 특히 소아청소년의 비만율 증가가 더 심각하다고 한다. 비만율 증가는 비대면 수업때문에 외부 활동을 하지 못하고 인스턴트 식품을 많이 섭취한 것도 원인이지만, 장시간 스마트폰을 사용한 생활습관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몰입하는 이유는 게임인데,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미성년자 게임과 관련된 상담건수가 2019년 402건에서 2020년 763건으로 두배 가까이 증가한 것만 봐도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디지털게임 국제거래 소비자불만도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법정대리인 동의없는 미성년자의 결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미성년자가 부모의 동의없이 게임 요금을 결제했을 때 환급받을 수 있을까? 현실은 정말 어렵다. 한국소비자원에서 분석하듯이 게임사업자는 구매 이후 환급이 불가하다는 자체 약관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해외사업자인 경우 언어장벽으로 인해 의사소통이 어려우며, 환급 문의에도 잘 회신하지 않아 소비자의 불만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미성년자가 게임 요금을 결제하는 경우는 크게 미성년자 본인 명의로 결제하는 경우와 부모의 명의로 결제하는 경우로 구분할 수 있다. 미성년자 본인 명의로 결제한 경우에는 용돈의 범위를 벗어나는 큰 금액인데 부모의 동의가 없었다면 취소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부모의 명의, 주로 부모의 신용카드로 결제한 경우가 해결이 매우 어렵다. 게임사업자는 부모 명의로 결제한 이상 게임이용자가 부모인지 미성년자인지 확인할 수 없으므로 환급을 해줄 수 없다고 한다. 소비자는 게임 계정이 미성년자 명의이고 미성년자가 게임이용자라는 점, 신용카드 명의가 부모인데 미성년자가 부모의 동의를 받지 않고 결제한 점 등을 주장해야 한다. 이 경우에도 미성년자가 부모 동의를 조작하는 등 적극적으로 게임사업자를 속였다면 환급받기 어렵다. 코로나19 엔데믹(Endemic)을 맞아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게임문화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할 때다. 이제는 활기찬 외부 활동과 바람직한 식습관, 그리고 올바른 게임문화로 미래의 주역 어린이와 청소년이 건강하게 자라나야 할 때다. 다음에 만날 때에는 외종손(外從孫)과 눈이라도 마주치고 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손철옥 경기도 소비자단체협의회 부회장

[경기시론] 경기도가 펼쳐야 할 협치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났다. 전체적으로 국민의힘이 이긴 선거이고, 유권자들은 여당의 국정지도력을 안정화시키는 데에 힘을 보탰다. 경기도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의 김동연 후보가 지사로 당선돼 도정 인수 준비에 정성을 쏟고 있다. 희비가 뒤바뀌는 개표 결과, 결코 크지 않은 차이로 당선인에게 승리를 안겨 준 것은 자만해지지 말 것을, 우쭐해서도 안 된다는 주문을 한 듯하다. 또 경기도의회 의석수가 절묘하게 여야 동수로 배분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우연이라 치부할 것이 아니라 유권자 도민의 뜻을 살펴 도정의 이정표로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 도의회 의사결정에서 협치의 정치력과 리더십이 절실해질 것이다. 다수결에 의존하는 의사결정방식으로는 일을 내지 못할 것이다. 상급기관의 권위, 말하자면 광역지자체의 실체적 지위를 내세워 밀어붙이는 방식도 잘 통하지 않을 것이다. 경기도 여야는 서로 협의하며 도민의 행복과 성장을 위한 길을 궁리해야 한다. 더 좋고 더 옳은 방법을 찾는, 그것도 제시하니 따라오라는 식이 아니라 그 방법을 함께 탐구하며 지식과 지능을 모아 결정하고 실천하는 협치 도정(協治 道政)을 펼쳐야 할 것이다. 야당의 지형에 속한 경기도로서는 여당의 국정 지도력과 영향을 살펴야하고 여당이 이끄는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와 협의하며 메가시티 초광역권 전략 등 광역행정 제반에 있어 경기도의 특별한 역할을 찾아야 한다. 정부 간 관계에서 잘 작동되는 다층거버넌스를 구현하는 것도 경기도가 풀어야 하는 협치 과제다. 한편, 우리의 협치 담론이 주로 제도권 내 조직들 간이나 정당들 간에 일을 타결 짓는 것으로 좁게 말해지는 것은 마땅치 않다. 협치의 백미는 시민과의 협치, 시민사회와의 협치다. 시민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일을 그렇게 하도록 하는 데에 있다. 요컨대, 협치는 시민의 자치와 자율을 자라게 해 행정과 정책의 신중한 파트너가 되도록 하는 데 있는 것이다. 시민 협치는 소수당이 도의회에 전혀 진출하지 못한 여건에서 다양한 도민 의사를 살피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의석수가 동일한 도의회에서 제3의 의안을 만들어가는 데에도 유용할 것이다. 시민 협치를 중대 도정 사안들 모두를 반드시 시민 숙의를 거쳐 결정해야만 하는 것으로 도식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시민을 단지 동원 대상으로 삼는 행정이나 시민과 숙의하고 결정하는 기회를 애써 배제하는 행정은 안 되지만, 대의제로 처리해야 할 사안과 숙의로 풀어야 할 사안을 구별하고 사태에 맞게 병행·혼합하는 시민정치 리더십은 필요하다. 원준호 한경대학교 교수·한국NGO학회장

[경기시론]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지금 여기

현재는 과거 영향을 받고 미래에 영향을 준다. 상상을 통하면 현재도 과거에 영향을 미치고, 미래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사실과 상상은 항상 현재에 터 잡기 마련이다. 실제 세계와 가상 세계가 공존하는 메타버스(metaverse) 시대에는 세상을 더욱 통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 여기는 많은 시공간 중 하나의 점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연결된 자리요, 시간이다. 다시 말해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지금 여기에서 관계를 맺는 셈이다. 행복은 소유가 아니라 관계에서 비롯한다. 그것도 긍정과 능동의 관계 말이다. 사랑이 대표적이다. 시인들이 이미 설파하지 않았던가. 주지 않는 사랑은 지고 나르는 고통이라고(시인 박노해). 또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고, 사랑했으므로 행복했다고(시인 유치환). 저 사랑을 바로 긍정과 능동의 관계로 읽을 수 있다. 결국 내가 행복해지려면 다른 이들이 먼저 행복해지도록 해야 한다. 왜 나는 부자가 아닌가. 왜 나는 유명해지지 못할까?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이런 생각은 긍정의 관계, 사랑을 아예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다른 사람들이 나보다 먼저 부자가 되고, 유명한 사람들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 저 고민이 버텨낼까?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내가 왜 지금 행복하지 않을까?’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하루, 하루를 즐겁게 사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재물이 풍족하다거나 사회적으로 명성이 있다거나 성공한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평범하고 소박하지만, 자기 삶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이들이다. 그러면서 삶에 더 큰 만족과 행복을 느낀다. 이들은 자기 삶과 다른 사람의 삶을 결코 비교하지 않고, 먼 미래에 있는지 모르지만, 도무지 가까워지는 기미가 없는 행복을 기다리며 조바심 내지 않는다. 지금 여기에서 이 순간을 소중하게 보낼 때 그것이 바로 행복이라는 걸 안다. 그러니 삶이 즐거울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걱정은 마음이 자꾸만 미래로 향할 때 생기는 심리 현상이다. 스님처럼 마음 수행하기야 어렵지만, 우리 걱정의 뿌리가 다 ‘나(自我)’에게 있다는 걸 깨닫고 자꾸 실천하다보면 적어도 걱정과 노여움, 스트레스는 줄일 수 있다. 얼마 전 거처를 이곳 강원도로 옮겨 ‘적막한 대관령 산자락을 거닐면서 그간 고정관념으로 때 끼어 굳어진 잘못된 사고와 행동을 바로 보고 버려갈 수 있게 됐다. 그렇게 애지중지했던 것들 버리는 법, 생각의 거품과 군살을 걷어내 복잡한 머리와 주변을 정리하는 법도 배워간다. 고통에 강요당한 것이라고 전 같으면 생각했을 것을, 이제는 고통과의 관계 속에서 고통 덕에 배운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나니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지금 통증도 한결 덜하고, 내 삶도 괜찮다 싶다. 김근홍 강남대 교수·한국연구재단 전문위원

[경기시론] 6·1 지방선거-경기도 발전을 기대하며

6월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졌거나 지방자치단체의 관할구역에 주민등록이 돼 있는 사람 또는 영주의 체류자격 취득일 후 3년이 경과한 외국인이고 지방자치단체의 외국인등록대장에 올라 있는 사람으로서 만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지방자치단체의 장 및 의회 의원을 선택해 투표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지방선거 역사는 90년이 넘는다. 1919년 3·1 만세운동 이후 일제는 1931년 도 평의회, 부협의회, 면협의회 의원을 선거로 선출하도록 했는데, 25세 이상 남자로서 1년 이상 그 지역에 살며 연 5원 이상 세금을 납부한 사람만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있었다. 대한민국 건국 후 1949년 7월4일 지방자치법이 제정됐고, 6·25 전쟁 중이던 1952년 4월25일 시·읍·면 의회 의원 선거 및 같은 해 5월10일 시·도 의회 의원 선거가 처음 실시됐다. 이후 제2회 지방선거는 1956년에, 제3회 지방선거는 1960년에 각 실시됐으나, 1962년부터 1979년, 1980년부터 1988년까지 30년간 지방선거는 실시되지 않았다. 그 후 1991년 3월26일 시·군·구의회의원 선거, 1991년 6월20일 시·도의회의원 선거가 각 실시돼 지방자치제가 부활했고 1995년 6월27일 지방자치단체장도 주민들이 선출하는 제1회 전국지방동시선거가 실시됐다.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지역대표를 통해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의 행정과 사무를 자율적으로 처리하고, 주민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결정 및 집행 과정에 참여하는 지방자치제도는 관료주의 중앙집권제가 아닌 지방분권 자치행정제로서 민주주의를 경험하고 실천할 수 있는 장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전국 최대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의 선거인은 1천149만7천206명이다. 지방선거 후보자들은 부동산, 일자리, 교통, 복지, 교육, 민생, 청년, 여성, 가족 등 각 분야별 지역현안과 문제점을 개선할 공약을 내세우며 경기도민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당선자의 공약이 구체적인 정책으로 실현되어 지역 주민들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경기지역의 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은 19.06%로써 역대 경기지역 지방선거 사전투표율 중 가장 최고치를 기록했다. 후보자의 철학과 가치관이 올바른지, 지역상황과 지역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된 공약인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스스로 검증해보고, 투표하는 경기도민들의 현명한 정치참여를 통해, 성실하고 주민들에게 봉사하는 자세를 갖춘 ‘지역일꾼’을 선택함으로써 경기도가 더욱 발전하고, 경기도민들의 삶이 나아지길 기대한다. 최정민 변호사·국가인권위원회 현장상담위원

[경기시론] 적반하장보다 역지사지

적반하장(賊反荷杖). 도둑질한 놈이 오히려 매를 드는 격으로, 잘못한 사람이 사과하거나 미안해 하기는커녕 오히려 화를 내는 경우를 말한다.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주식정보서비스 회원에 가입했다가 수백만원의 피해를 본 소비자가 있었다. 처음에 300만원 정도의 회비를 결제했는데, 보내주는 주식 정보가 도움이 되지 않아 해약을 요구했더니, 오히려 ‘VIP 회원으로 가입하라’면서 추가 결제를 강요하고, 심지어 신용카드를 임의로 결제하는 등 악의적인 수법으로 심각한 피해를 봤다. 소비자가 결제 카드사에 항의해 일부 금액의 결제를 취소하고 환급 받았는데,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유사투자자문 사업자 법무팀이라며 협박과 회유 문자가 이어진다. 소비자가 일방적인 주장으로 카드사에서 결제를 취소했으니,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며 환급 금액 전액을 다시 입금하거나 소송비용으로 몇십만원을 송금하라는 것이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최근, 어떤 정신과전문의가 출연하는 공익캠페인도 동의하기 어렵다. 공공 장소에서 뛰어다니는 어린이와 부딪친 남녀는 커피도 쏟고 신발도 더렵혀졌다. 식당에서 큰 소리로 울고 있는 아이 때문에 같은 공간의 다른 사람은 소중한 시간을 방해 받는 장면도 있다. 하지만, 부모가 사과하는 장면은 없다. 무조건 어린이만을 나무랄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즐거운 데이트를 망치고 행복한 외식을 방해 받았다면 아이의 부모가 미안해 하고 사과하는 것이 우선이다. 불쾌해 하는 사람들에게 “아이가 다 그렇지”라며 부모가 대응한다면 이것 또한 적반하장이다. 산책길에 애완견이 갑자기 달려들며 짖으면 깜짝 놀라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견주가 사과하는 대신 마치 놀란 상대방의 반응이 애완견에게 위협을 한 것처럼 애완견을 안아주며 “괜찮아” 한다면 이 또한 적반하장이다.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사과와 보상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거짓과 기만상술로 주식정보서비스 회원에 가입한 소비자에게 수백만원의 피해를 입혔다면 소송 운운하며 소비자를 협박할 것이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고 보상하는 것이 마땅하다. 공공장소의 예절을 배우지 못해 뛰거나 울거나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면 그 어린이 부모의 사과와 보상이 우선이다. 자식처럼 여기는 애완견이겠지만, 지나가는 사람에게 달려들어 놀라게 했다면 견주의 사과가 먼저다. 적반하장의 세상, 사과보다 큰소리치면 이기는 세상이 돼서는 안된다. 선량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면, 피해를 입힌 사업자, 어린이의 부모, 애완견의 주인은 적반하장보다는 역지사지 즉, 서로의 입장을 바꿔 생각할 필요가 있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잘못은 인정하고 사과하는 마음을 서로 가져야 할 것이다. 손철옥 경기도 소비자단체협의회 부회장

[경기시론] 고용 지원정책의 새로운 자리매김

얼마 전 발표된 주요 고용지표는 고무적이다. 지난달 말 기준 고용보험 상시 가입자는 1천475만3천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9% 증가했다. 더욱이 모든 산업과 전 연령층에서 피보험자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세 이상 인구의 고용률은 62.1%, 15∼64세 고용률은 68.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편, 전년 대비 증가한 86만5천명 중 42만4천명이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나타났고, 업종별로는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과 공공행정에서 증가분이 컸다. 기획재정부는 취업자 증가가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더욱이 정부 재정지출로 만든 공공일자리로 발생했음을 확인했다. 향후 고용정책은 양관리보다 질관리에 중점을 두고, 공공부문보다 민간부문에서 일자리 창출을 주도해야 함을 예고했다. 관건은 역시 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는 데 있는 듯하다. 하지만 자동화와 로봇공정,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과학 기술의 적용은 일자리 창출만을 낳는 것은 아니다. 미중 패권 다툼, 코로나 팬데믹,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의 차질은 한동안 경기침체를 가중시킬 수 있다. 이렇듯 기업이 공격적으로 일자리를 공급하기에 제약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고용형태와 근로시간의 유연화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조건으로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유연화만으로 될 일은 아니다. 고용의 유연화는 노동자의 다숙련성, 복수의 취업능력을 전제로 한다. 공백 없이 이어지는 구인 구직의 매칭도 필수적이다. 관대한 실업급여 및 실업부조도 빠져선 안 된다. 유연하게 고용되거나 노동을 해도 적정한 수준의 보상과 소득이 보장돼야 그렇게 할 만한 일이 된다. 또 그것은 고용형태와 근로시간의 유연화로 신분과 보상에서 차별이 없거나 최소 수준으로 허용되는 조건에서야 다른 복지 수요를 발생시키지 않고 작동된다. 또 노동력이라는 상품은 여느 상품과 달리 한 번 쓰고 마는 재화가 아니다. 인간의 삶을, 그것도 행복하게 지속적으로 영위하게 하는 재화다. 본인만이 아니라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고 사회와 국가의 존속을 위해 기여하는 재화인 것이다. 노동력과 일자리가 공적 손길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자리 지원정책은 시장 기제와 정부 재정지원을 병행·혼용해야 한다. 정부마다 일자리 만들기와 함께 일자리 나누기도 한 데에는 불가피한 이유가 있다. 고용의 유연화와 탈규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지만 이것 역시 또 다른 규제와 보호가 있어야 가능하고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원준호 한경대학교 교수·한국NGO학회장

[경기시론] 도시와 대관령에서 토닥토닥

대관령은 바람이 참 많이 분다. 그 바람에 산등성이 나무들까지 세차게 흔들리지만, 그럴수록 나무는 뿌리를 깊고 튼튼하게 내릴 것이다.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땅속은 고요하다. 그런데 대관령이라서 바람이 많은 걸까? 아니면 대관령에 내려오고 나니까 그 많던 바람이 비로소 보이는 걸까? 바람이 보인다? 제자가 스승에게 묻는다. 저 흔들리는 나무는 제가 제 몸을 흔드나요, 아니면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드나요? 스승이 말한다. 흔들리는 건 나무도 바람도 아니고 네 마음이란다. 무슨 말인가 했었다. 지금도 제대로 이해했다고 자신할 수 없지만, 아마 저런 뜻이었는가 보다. 정신없이 하루를 시작하고 또 정신없이 하루를 끝내는 걸 매일같이 되풀이하면서 묻는 사람도 없는데 손사래 쳐대며 ‘시간이 없어서’를 외쳐대는 수선을 떨며 살았다. 어제가 소화도 되지 않았는데 내일을 준비하고 내일 해도 될 일마저 당기다 보니 시간이 없다고 해야 할까? 아니, 본디부터 시간은 없지도 있지도 않았다. 다만 내가 시간이 없다고 외쳐대며 그게 성실한 삶이라고 자기 최면을 걸었다. 이제 보니 바람도 다 같은 게 아니다. 살랑살랑 가지를 흔들며 나뭇가지와 어울려 노는 바람, 나무에 화가 난 듯 거세게 밀어붙이는 바람, 세상 전부를 뒤흔들어 엎어버릴 듯한 바람.... 도시라고 바람이 없으랴. 건물도 바람이 불면 받아 흔들려야 한다. 흔들리지 않도록 만들면 부러지고 만다. 나무들 사이에 빈터가 임자 없는 땅이려니 했더니, 인제 보니 민들레 자리였다. 그 옆은 또 애기똥풀, 얼레지, 소리쟁이 자리다. 정의(正義, rightness)에 관한 정의(定義, definition) 중에 ‘저마다 저마다의 몫을’이란 게 있다. 그러고 보니 참 그럴듯하다. 그런데 저 정의가 내려지던 시대를 놓고 보면 또 그렇지도 않다. 귀족은 귀족의 몫을 누리고 종은 종의 몫으로 만족하라는 말일 테니까. 아니, 그것도 말이 될까? 저 민들레 자리가 내년에도 민들레 몫일까? 바람이 민들레 홀씨를 날려 데려다준 곳이 민들레 몫이 된다. 하필 그게 아스팔트 위라면 민들레 몫이 되지 못하고 말겠지만, 그렇다고 바람을 탓해야 할까. 세상을 내가 산다고 생각했다. 늘 모자란 건 내 탓보다 세상 탓이려니 했다. 모자라다 느낄수록 시간이 더 모자라고 할 일은 늘어만 갔다. 아마 그러다 정년을 맞거나 질환의 고통들을 맞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바람과 놀고 민들레와 어울릴 수 있게 됐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부쩍 따스해진 햇볕이 소나무에 비치고, 바람이 살랑살랑 가지를 흔드는데, 그걸 보는 이 순간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는다. 벤야민의 아우라. 그래, 오늘은 돌아오지 않는다. 오늘, 이 순간을 잘 살아보자. 김근홍 강남대 교수·한독교육복지연구원 원장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