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피해자가 더 힘든 세상

요즘 학교폭력이 큰 이슈다. 중학교 3학년 때였다. 뒷자리의 덩치 큰 친구가 이유 없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수업 끝나고 화장실 뒤로 오라고 했다. 그날 하루 종일 선생님의 강의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불안감과 공포심에 떨어야 했다. 그 친구는 교실 뒤편에서 시시덕거리며 즐기고 있었다. 학창시절의 추억이라 하기엔, 지워버리고 싶은 끔찍한 경험이었다. 학교폭력의 가해자는 활개치고, 피해자는 주눅들어 숨어야 했다. 손자를 태운 할머니가 자동차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사고를 당했다. 본인의 목숨보다 소중한 손자는 유명을 달리했고 당사자는 중상을 입었다. 하지만 더 큰 비극은 운전자의 아들이자 사망한 어린이의 아버지가 자동차 결함을 입증하기 위해 증거를 수집하고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자동차 급발진 사고의 피해자는 슬퍼할 겨를도 없다. 최근 여러 개의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약 80만명의 소비자에게 74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힌 운영자가 검찰에 송치됐다. 총 주문 건수의 90%를 배송하지 않거나 환불해 주지 않았다. 불과 3년 전에 같은 수법으로 10개월을 복역한 후 출소해 비슷한 수법으로 거액을 챙긴 것이다. 또다시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다수의 선량한 피해 소비자는 보상받을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다. 피해자는 차라리 사기당한 사실을 잊고 사는 게 나은 세상인 것 같다. 가해자는 양심의 가책을 느껴 숨어 살아야 하고, 사죄해야 하며 처벌받아야 한다. 학교폭력 가해 학생은 기회가 제한돼야 하고, 자동차 결함은 제조사가 입증해야 하며, 사기상술 사업자는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피해자는 떳떳해야 하고, 당당하게 보상받아야 하며, 보호받아야 한다. 학교폭력 피해 학생에게는 더 많은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자동차 급발진 피해자는 입증 책임에서 자유로워야 하며, 사기상술 사업자의 모든 이익을 환수해 피해 소비자가 보상받을 수 있어야 한다. 당사자 스스로 해결하도록 맡길 일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고, 국가적으로 제도가 가동돼야 한다. 적어도 피해자가 피해 입은 것 이상으로 힘들어하지 않는 세상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공정(公正)하고 정의(正義)로운 사회다.

[경기시론] 경기도 학교폭력, 예방이 중요하다

3월을 맞이해 학생들은 입학식과 개학식을 시작하고 한창 새 학기를 보내고 있다. 대면 수업이 일상화된 지금, 반드시 학교와 교사, 부모들이 주의해 살펴볼 한 가지가 있다. 바로 학교폭력이다. 경기도교육청은 도내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재학생 전체 112만2천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피해응답률은 1.5%로 전국 1.7%에 비해 0.2%포인트 낮다. 가해응답률 역시 0.5%로 전국 0.6%에 비해 0.1%포인트 낮았다. 피해 유형은 언어폭력(42.4%), 신체폭력(14.7%), 집단따돌림(13%), 사이버폭력(10.1%), 스토킹(5.8%), 강요·강제 심부름(5.0%), 금품갈취(4.8%), 성폭력·성추행(4.1%) 등의 순이었고, 피해 발생 장소는 학교 안 56.6%, 학교 밖 43.4%였다. 가해 이유는 특별한 이유 없음(35.3%), 상대방이 먼저 나를 괴롭힘(20.8%), 오해와 갈등(12.9%) 등이었고 목격 후 긍정 행동은 70.1%, 피해를 받은 친구를 위로하고 도움(32.2%), 때리거나 괴롭히는 친구를 말림(20%), 보호자, 교사, 경찰관 등 주위에 알리거나 신고함(17.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을 당한 학생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고 성인이 돼서도 대인기피증을 겪거나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은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우려가 높고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더욱 문제다. 학교폭력 발생 시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 피해 학생의 신체적·정신적 치유 및 치료 지원, 가해 학생의 선도와 교육을 위한 프로그램 마련 등 대책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학교폭력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예방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움의 기회를 통해 주도적으로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활동을 하면서 학교폭력의 문제점을 스스로 깨닫고 인식을 개선할 수 있도록 교사와 학부모, 지역사회가 함께 협력해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위의 조사에서도 학교폭력 가해자들은 가해 중단 이유에 대해 학교폭력으로 괴롭히는 말과 행동이 나쁜 것임을 알게 돼서(33.6%), 선생님과 면담하고 나서(17.7%), 화해하고 친해져서(12.4%),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받고 나서(12.2%)라고 응답(합계 75.9%)함으로써 경찰에 신고되고 조사를 받아서(2.1%)보다 훨씬 많았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학생들이 새로운 친구들, 선생님과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즐거운 날들을 보낼 수 있길 소망한다.

[경기시론] ‘경기북부특별자치도’, 기울어진 운동장부터 바로잡아야

최근 경기도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추진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 시행하고 있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추진단 행정조직을 만들고 민관합동추진위원회도 설립했다. 공론화위원회와 분과위원회를 만들겠다고도 한다. 제주특별자치도를 비롯해 강원, 전북특별자치도에 이어 경북도와 충북도 역시 특별자치도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특별자치도와 경기도가 추진하고 있는 특별자치도는 사뭇 다르다. 우선 경기도는 경기 북부와 남부를 분리하는 행정구역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 이후 경기 북부지역을 특별자치도로 해야 하는 두 단계의 절차가 필요하다. 두 단계 절차를 거처야 한다는 점에서 다른 특별자치도 사례와는 다르다. 이런 두 단계를 위해 21대 국회에서는 이미 김민철, 김성원 의원 대표발의 ‘경기북도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돼 있다. 지난 15일에는 김민철 의원 대표발의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가 되기 위해서는 두 개 법안을 병합 심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 통합법안이 나온다면 더욱 환영할 일이다. 병합심리 입법은 국회 몫이지만 중앙정부, 경기도, 국회의 협치가 필요하다. 아울러 경기도민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는 일 또한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경기 북부지역 주민들은 1987년 노태우 대통령과 1992년 김영삼 대통령 선거공약을 시작으로 촉발된 오랜 논의에 종지부를 찍고 싶어 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대표 선거공약 중 하나인 경기북부특별자치도가 도지사 임기 내 이뤄지길 희망하고 있다. 경기도는 경기 북부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벗어나 공정한 경쟁을 하기 위한 특례 발굴 못지않게 ‘수도권 제외 법률’같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드는 불합리한 법률을 개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왜냐하면 법률 적용 대상에 경기 북부가 배제되는 독소조항을 두고 개별 특례를 발굴하는 것은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경기도의회 의견 수렴 또는 경기도민 대상 주민투표 실시 시기 및 범위(경기도 31개 시·군 전체로 할지, 경기 북부 10개 내지 11개 시·군으로 할지), 두 개 법안의 병합심리와 법 통과 시점 등 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경기 북부지역 주민들은 2026년 경기 남북 도지사 동시 선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한 국회, 중앙정부와 경기도, 경기도의회의 상황(여야 의원 동수)이 만만치 않다. 협치를 기대해 본다.

[경기시론] 수원시민햇빛펀드

기후위기는 우리가 아는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고, 다시 그 모든 것은 기후위기로 연결되기 때문에 ‘만능열쇠’라는 것이 있을 리 없다. 그래도 핵심 방법은 몇 가지 있다. 그마저도 짧지만 강력한 ‘화석연료 중독’이라는 관성으로 인해 달성이 쉽지는 않겠지만 길은 있다. 이미 태어나 보니 화려하고 풍요로운 도시 문명에서 떠다니는 생활이 현대인들에게 주어진 삶이지만 전혀 선택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생존을 위해 필요한 기본 인프라에 다시 집중해보자. 도시의 전기·통신과 가스, 도로와 상·하수도망, 집단에너지(지역난방)와 식량 및 먹거리, 그리고 폐기물 처리가 어떻게 자동으로 되겠는가. 막대한 에너지와 다른 동료 시민들의 노동이 없다면 우리는 단 일주일도 생존하기 힘들 것이다. 특히 모든 생활이 전력화돼 가는 현실도 되돌리기는 불가능하다. 수원을 비롯한 경기 남부권의 도시들은 대부분 당진과 태안의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연소해 만든 전기에 의존한다. 온실가스를 급격하게 줄이기 위한 직접 행동의 시작이 석탄화력발전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길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반복하지만 기후위기는 화석연료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 생태계 파괴와 자원 고갈, 이상 기후와 생물 멸종, 물과 식량의 위기, 인간 사회의 불평등과 갈등 심화라는 여러 원인과 결과들이 서로 계속되는(되먹임) 영향의 총합을 말하지 개별적인 어떤 하나의 원인과 결과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방아쇠는 산업문명 이후 인류가 인위적으로 배출한 온실가스인 것은 자명하다. 각자이면서 서로, 우리는 동시에 여러 곳에서 새로운 길을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도시에 햇빛발전소를 건설하고 거기서 나온 이익을 서로 나누기로 했다. 2021년 7월12일 가동을 시작한 수원동부버스공영차고지 나눔10호 태양광발전소는 2천대에 달하는 수원시내버스를 전기버스로 빠르게 교체하고 깨끗한 전력을 사용하기 위한 시민발전협동조합과 버스회사, 수원시의 합작품이다. 전기버스 충전시설 허가를 위한 필수시설(비 가림)을 태양광발전소가 대체했고 가까운 전력망에 연결함으로써 일부나마 석탄전력을 밀어내고 태양광발전으로 버스를 충전하는 간접효과도 누린다. 발전소 건립비 90%(13억5천만원) 이상을 시민조합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으고 발전소 수익금을 기반으로 지난 15일부터 원금과 이자 지급을 시작했다. 이런 사례가 10곳, 100곳 늘어간다면 깨끗한 에너지를 바라는 ‘시민자산’이 석탄전력을 밀어내고 새로운 에너지산업 생태계를 형성할 것이다. 만약 내 가족과 마을과 도시와 공동체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면 이런 실천들이 그렇게 어려운 문제겠는가.

[경기시론] 물가상승에 기만상술까지... 소비자는 힘들다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월 대비 0.8% 높아졌고, 전년 1월 대비로는 무려 5.2% 상승했다. 한 모바일 식권 서비스업체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평균 식대 결제 금액이 9천633원이었는데 2021년 같은 기간의 8천302원 대비 약 16% 상승했다고 한다. 이제 ‘점심값 1만원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은 소비 위축으로 연결된다. 1372소비자상담센터의 상담건수를 살펴봤다. 2022년 12월 소비자상담은 총 4만8천612건이었는데 이는 11월 5만857건에 비해 2천245건(4.4%)이, 2021년 12월 5만5천58건에 비해서는 6천446건(11.7%) 감소한 것이다. 소비자분쟁이 감소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 하겠지만 결국 위축된 소비생활로 인해 소비자분쟁조차 감소한 것 아닌가 싶어 씁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만상술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12월 소비자상담 이슈를 보니 ‘무료체험 및 할인 이벤트’ 관련 소비자상담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내용은 ‘무료체험 후 효과가 없으면 환급을 해준다고 해놓고 사업자가 계약 취소를 거부하는 경우, 과도한 반품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 이벤트 가격으로 결제했는데 해지할 때는 정상 가격으로 해지 수수료를 부과하는 경우’ 등이 많았다. 뿐만 아니라 라면이나 커피 등 생활필수품을 몇 푼이라도 저렴하게 구입하려는 소비자를 기만한 상술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가와 비교해 반값 이하의 가격으로 판매한다고 광고하고 배송을 하지 않거나 연락이 두절되는 사례가 그것이다. 파렴치한 사기수법으로 이미 한번 당한 소비자를 노리는 사례도 있다. 주식정보서비스 회원으로 가입했다가 수백만원의 손해를 입은 소비자에게 연락해 금융감독원과 연계해 손해를 배상해 주려 한다며 또다시 소비자를 현혹하는 수법이 수없이 접수되고 있다. 소비자는 괴롭다. 가스요금 폭탄과 택시비 폭등으로 집 안팎이 비상이다. 그런데 이에 그치지 않고 올해 안에 버스요금, 전기요금까지 인상된다고 한다. 선량한 소비자는 생필품값 아끼려고 생활비 좀 보태려고 할인 이벤트나 주식정보 찾다가 오히려 악성 사업자의 기만상술에 속아 큰 피해를 입기도 한다. 하루빨리 정부의 현명한 정책과 양심적인 거래문화를 통해 소비자가 행복한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다린다.

[경기시론] 경기도 전세사기 방지대책의 필요성

경기도 소재 빌라 입주 희망자들을 상대로 이중계약 사실을 숨기거나 담보신탁등기를 말소해주겠다고 속여 보증금을 편취한 전세사기 사건, 임대차보증금과 대출금이 주택 가격을 초과하는 다세대주택을 무자본으로 사들인 뒤 피해자들에게 권리관계를 속여 전세계약을 하는 전세사기 사건, 중개인이 임차인과 전세계약을, 임대인과는 월세계약을 체결해 보증금 차액을 가로채는 전세사기 사건 등 수년 전부터 다양한 수법의 전세사기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임대차시장 사이렌’에 따르면 2022년 12월 전국에서 발생한 전세보증사고 금액은 1천830억7천570만원으로 지역별로는 경기도에서 발생한 전세보증사고 금액이 708억2천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세사기는 어느 날 갑자기 집이 압류되고 경매로 넘겨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집주인이 전세금을 반환하지 않는 피해로 이어지는데, 그 피해가 심각하다. 피해자들은 계약한 집에 들어가보지도 못한 채 월셋방에서 생활하고 전 재산인 보증금을 잃는 경제적 피해뿐 아니라 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 건강 악화, 가정불화로 이혼 위기에 몰리는 등 회복이 어려운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신축 빌라의 객관적인 시세를 확인할 만한 정보가 없거나 집주인의 채무정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임차인은 계약 전 위험성을 사전에 파악할 방법이 없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국토교통부는 ‘전세사기 피해 예방을 위한 유의사항’을 통해 계약 전 선순위 권리관계, 임대인 세금체납 여부, 적정 전세가율, 부동산등기부등본 등 필수 확인사항과 계약체결 시 당일 임대인 신분, 계약체결 후 임대차신고, 잔금 및 이사 후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등 시기별로 구체적인 방법을 안내하는 자료를 배포했다. 경기도 역시 경기부동산포털에서 ‘깡통전세 확인하기’ ‘유형정보 제공 및 주의사항’과 최근 전세가격과 매매가격 정보 제공, 최근 거래가 없는 물건의 경우 해당 위치 반경 1㎞이내 모든 거래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경기도는 ‘깡통전세 피해예방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전세사기의 피해자 중 상당수가 서민, 노년층,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청년층 등 취약계층이거나 사회 경험이 부족한 점을 고려해 전세사기유형 정보 제공과 경기도에서 마련한 정책 홍보 및 안내를 통해 지속적으로 피해를 예방할 뿐만 아니라 긴급 주거지원, 전세피해 지원센터 운영 등 피해 구제도 신속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 경기도민이 삶의 터전을 지킬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정책 실현도 중요하다.

[경기시론] 새로운 가족 형태, 언제 법·정책으로 도입될까?

2019년 11월24일 가수 구하라가 서울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자 그녀의 죽음 못지않게 구하라가 소유했던 부동산에 대한 매각 대금을 오래전에 가출한 생모가 요구했던 사실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구하라 오빠 등 유족은 친모이긴 하지만 그동안 양육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속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행 민법은 상속인 결격사유에 친모에게 상속을 인정할 수 없는 결격사유 규정이 없기 때문에 결국 친모가 상속재산의 일부를 상속받은, 세간의 이목과는 다른 판결이 나왔다. 이후 민법 제1004조(상속인의 결격사유)와 민법 제1008조의 2(기여분)의 개정을 요구했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반면 ‘공무원 구하라법’이라 불리는 공무원재해보상법과 공무원연금법은 재해유족급여를 받을 수 있는 공무원이 사망한 경우 양육 책임이 있는 부모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심의를 거쳐 부모에게 급여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평성 차원에서 민법 개정 목소리가 높다. 과연 가족이 뭐길래 이런 일이 벌어질까. 우리나라 건강가정기본법 제3조 제1호는 ‘가족이라 함은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한부모가족(비혼출산), 동거부부, 계약결혼, 무자녀가족, 재혼에 의한 재결합가족, 노인가족, 독신자가족, 동성애가족, 비동거가족, 공동체거주가족 등 가족 형태는 다양해지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가족 형태를 법 제도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여성가족부는 시대에 맞지 않은 현행 ‘가족’ 정의 규정을 삭제하고 동거 및 사실혼 부부, 위탁가정도 법률상 가정으로 인정받게 해 새로운 가족 형태 및 가정을 반영하겠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정부 출범 이후 이를 뒤집었다. ‘혈연 중심 정상 가족’이라는 전통적 가족관계로 회귀한다는 비판도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정부가 바뀌니 정책도 바뀌는 것 같다. 정책판단의 문제다. 정부가 바뀐다고 사회 현상이 바뀌는 것은 아닌데 말이다. 새로운 가족 형태를 모두 법 제도에 반영할 수는 없겠지만 사회 현상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가족 형태는 법률과 정책으로 반영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우리나라는 저출산, 초고령사회로 가고 있다. 저출산, 초고령사회 대응전략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전통적 혈연 중심의 가족 개념으로 과연 저출산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경기시론] ‘탄소중립’이라는 약속

필자는 지난 칼럼에서 민주주의 위기가 기후위기를 더욱 위험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든 행위에서 기후위기 영향에 주목하면서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행정조직 개편과 기후위기 예산 편성에 각 정당이 갑론을박하고, 온 나라와 국회, 지방의회가 떠들썩해야 정상적인 정치라고 말했다. 정치가 지구촌 절대 현안인 ‘기후위기’를 외면하면서 자신의 다른 존재 이유를 찾는 것은 모순이다. 정치가 스스로 모순에 빠지면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고 전제정치의 불씨가 살아나게 된다. 전제정치는 폭증하는 위기와 위험을 먹고 산다.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바뀌었고 지방정부는 민선 7기에서 8기로 바뀌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스스로의 노력으로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한계선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 1월9일 ‘기후위기 경기비상행동’에서 발표한 ‘경기도 및 도내 31개 시군 탄소중립 이행기반 구축현황 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지자체들은 탄소중립과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이행 기반을 구축하는 데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으며 제도적·행정적·재정적 측면은 물론 시민사회와의 거버넌스 구조도 매우 취약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모든 지자체에서 임기 내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부재하며 다량배출 사업이 과다해 사업의 적정성 재검토가 필요하고 부득이한 경우라도 재생에너지 생산 시설을 우선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또 탄소중립기본법 제정과 시행에 따라 각 지자체도 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협의 및 시민 참여를 통한 방법을 강조하고 있다. 새로운 탄소중립기본조례와 기존 자치법규 간의 충돌을 방지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조례와 기본계획이 사문화되지 않도록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탄소중립위원회’의 구성과 함께 실질적인 인력과 예산을 갖춘 총괄전담부서 설치를 핵심 조치로 제안하고 있다. 위기로 인한 위험의 최전선은 내가 발 딛고 선 바로 그 자리다. 안정되고 예측 가능한 기후 조건에서 누렸던 생활의 패턴과 예측 가능한 생애주기를 잃어 가는 것, 기후위기의 한계선을 넘게 되면 우리가 맞닥뜨릴 현실이다. 그래서 이미 시작된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대비한다는 것은 ‘탄소중립’이라는 온실가스 배출 원인을 줄여나가는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는 것 못지않게 변화하는 생활의 조건들을 우리가 스스로 판단하고 조정할 수 있는 ‘더 좋은 민주주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주기적 생활들이 갑자기 변화하게 될 때 우리는 더 고통받고 서로 갈등하고 싸우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경기시론] 올바른 게임문화 교육이 필요하다

초등학생의 92.6%가 게임을 하고 그중 41.2%는 ‘매일’, 86.5%는 ‘일주일에 2일 이상’ 게임을 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학부모에게 초등생 아이가 게임을 하는 정도를 질문했더니 ‘과다하다’는 응답이 44.3%로 ‘그렇지 않다’는 응답 14.7%의 3배 정도였다. 초등생 게임 관련 소비자상담도 심각하다. 최근 3년간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미성년자의 게임 관련 소비자상담을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 초등학생이 28.4%, 취학 전 아동 10.4% 등으로 초등학생 이하의 소비자 불만 및 피해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게임 관련 불만이나 피해는 주로 아이가 부모의 동의없이 게임을 이용하면서 게임 및 아이템을 구입한 비용 때문에 발생했다. 실제 학부모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게임 이용 피해에 대해 ‘게임 이용할 때 아이템 구입을 유도한다’ 29.8%, ‘게임 이용료 결제가 너무 쉽게 이루어진다’ 27.7%, ‘본인 확인 절차가 미흡하다’ 20.2% 등으로 게임 결제 관련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게임이 갖는 긍정적인 면도 무시할 수 없다. 다양한 비디오 영상, 애니메이션, 음향 등 멀티미디어의 활용, 지역이나 국가를 넘어서는 글로벌한 세계의 체험 등 어린이들에게 기존의 놀이문화나 학습 현장에서 경험할 수 없는 세계를 접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다만 어린이가 바람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우선 미성년자가 게임 아이템을 구입할 때마다 부모의 동의를 거치도록 결제 확인 절차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처음 게임을 시작할 때뿐만 아니라 게임 아이템을 구입할 때마다 부모에게 동의를 받도록 해야 한다. 또 ‘게임 과몰입’ 기준을 마련해 게임 이용시간, 금액, 몰입 정도, 심리적, 행동적, 의학적으로 나타나는 다양한 요소를 관리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미성년자, 특히 초등생 이하 어린이들의 게임 요금 결제에 대한 게임업체의 요금정책을 세분화하도록 개선하고 소비자 피해가 합리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도 관련 규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예전에 부모 몰래 월 게임요금 수백만원을 결제한 사례에 대해 부모 동의 절차를 소홀이 한 게임업체가 환불해야 한다며, 아이를 관리하지 않은 부모의 책임도 절반이라는 판례가 있었다. 무엇보다 어린이가 올바르게 게임을 즐기도록, 부모의 관리 소홀로 피해나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기관과 게임업계의 게임요금 정책에 관한 개선이 필요하다. 또 게임 관련 기관과 소비자단체가 협력해 학부모와 초등생을 대상으로 올바른 게임문화에 대한 소비자교육을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확산해야 할 것이다.

[경기시론] 작심삼일 그 끝에 서서

2023년 계묘년(癸卯年)이 밝았다. 올해는 육십간지의 40번째로 계(癸)는 흑색, 묘(卯)는 토끼를 의미하는 ‘검은 토끼의 해’다.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1월1일, 사람들은 한 해 목표를 세우고 반드시 이루리라 다짐한다. 그러나 단단히 먹은 마음이 사흘을 가지 못하는 작심삼일(作心三日)이 되고 만다. 실제 연구 결과 새해 결심을 연말까지 유지한 경우는 8%에 불과하고 27.4%는 일주일도 지키지 못했다고 한다. 작심삼일은 과학적으로도 근거가 있다. 사람에게 무언가를 하도록 뇌를 자극하는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힘든 일을 시작할 때 분비돼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데 세로토닌 분비는 약 72시간 정도만 지속되므로 3일(72시간)이 지나면 세로토닌 작용이 끝나 목표가 더욱 힘들게 느껴져 포기하고 싶어진다고 한다. 새해 첫날 마음먹은 목표와 결심을 3일만 넘겨보면 어떨까. 우선 큰 목표 하나와 1월 동안 실천 가능한 작은 계획을 만들고 매일 해야 할 행동들을 미리 정한 뒤 종이에 반드시 기록하자. 그리고 그 종이를 집 안에서 자주 오가고 눈에 잘 띄는 장소에 붙여 보자. 나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해도 좋다. 작은 계획을 31일로 나눈 하루 할 일을 적으면서 구체적인 숫자가 들어가면 훨씬 행동하기 쉬울 것이다. 그리고 내 목표를 가족, 동료, 친구와 공유하면서 가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물어봐 달라고 부탁하자. 목표를 함께하며 응원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훨씬 잘될 것이다. 이렇게 하루하루 지내면서 내가 스스로 정한 그 일을 해낸다면 나 자신을 칭찬하고 작은 선물로 기쁨을 주자. 개인적으로 연초에 세운 나 자신만의 목표를 연말까지 이어간다면 분명 큰 성취가 따를 것이고 자존감 향상과 더불어 인간적으로도 더욱 성장하는 보람 있는 한 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우리가 속한 사회공동체적인 관점에서도 이를 적용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흐지부지돼 지키지 못할 약속이 돼 버리는 작심삼일 같은 정책보다는 장기적인 시각으로 도민들을 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민선 8기 경기도가 출범 두 번째 해를 새로 시작하고 있다. 출범 첫해 ‘민생·경제·소통’ 중심으로 ‘변화의 중심 기회의 경기’를 위해 달려온 지난 2022년을 돌아보고 잘한 점과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을 구분해야 한다. 그리고 2023년에도 경기도민을 위해 구체적인 민생 정책을 수립하고 월별, 분기별 등 기간별로 실천 가능한 계획, 실행안을 통해 도민들과 꾸준히 소통하면서 더 많은 도민의 삶을 점차 개선할 수 있기를 바란다.

[경기시론] 지뢰로부터 안전한 사회인가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젊은이들로 인해 온 나라가 시끄럽다. 우리 사회는 왜 그들을 안전하게 지켜주지 못했을까. 세월호의 아픔을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다른 안전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이 시점에 지뢰로부터 우리 사회가 안전한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흔히 지뢰는 전방지역인 접경지역에 매설돼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최근 서울 서초구 우면산에 지뢰 18발이 남아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그런데 서울 우면산을 등산하는 일반 시민들은 지뢰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의결서·제2021-346호, 2021.6.7.)에 따르면 전·후방지역에 군이 매설․관리하는 지뢰는 총 82만8천발로 추정하고 있다. 전방지역에는 1천275개소 약 82만5천발이 매설돼 있고 후방지역에는 35개소 약 3천발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매년 폭우나 산사태로 지뢰가 유실되는 일이 빈번하다. 특히 매설된 M14 대인지뢰는 작고 가벼워 맨눈으로 찾기 어렵다. 물에 뜨기도 해 유실되면 발견하기 어렵다. 매년 장마나 집중호우 등으로 지뢰 유실 우려가 크다. 그 피해자는 우리의 이웃일 수 있다. 국방부는 한반도 안보환경이 호전되지 않는 한 지뢰는 유용한 군사적 방어수단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1999년 3월에 발효된 대인지뢰금지협약에도 가입하지 않고 있다. 현재 193개 유엔 회원국 가운데 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는 한국을 포함한 32개국에 이르고 있다. 동시에 우리나라는 군사적 효용이 소멸된 지뢰에 대해서는 유엔이 정한 국제지뢰행동기준(IMAS)에 따른 인도적 제거 방식으로 지뢰를 제거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지뢰의 제거 등 지뢰대응활동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군사적 활용성이 없는 지뢰의 탐지 및 제거는 명시적인 법률적 근거 없이 합동참모본부의 군사상 작전 통제의 일환으로 수행되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국민의 재산권 제한 및 보상 등 지뢰의 탐지 및 제거 절차와 관련해 여러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남북 분단의 상황에서 지뢰의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시민의 안전과 관련된 곳의 지뢰는 제거해야 할 것이다. 지뢰 제거의 책무는 국가다. 국가가 뒷짐을 질 일이 아니다. 더 이상 지뢰로 인해 국민 안전이 위협 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지뢰의 제거 등 지뢰대응활동에 관한 법률’의 조속한 제정과 유엔이 정한 국제기준(IMAS), 한국적 실정(지형, 기상, 매설 지뢰의 종류 등), 그리고 지뢰 제거 관련 기술 수준(지뢰지대 특정, 관목 제거, 탐지, 제거, 제거 확인 관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실효적이고 실천 가능한 하위법(시행령, 시행규칙)과 훈령(지뢰대응 지침)도 함께 만들어야 할 것이다.

[경기시론] 민주주의 위기가 기후위기를 증폭한다

시끄러운 정치가 민주주의의 참 모습이라며 넘어가기엔 최근에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는 너무나 엄중하다.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10·29 참사 유가족과 화물연대파업에 나선 노동자,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과 정치적 경쟁자를 견제하는 것을 넘어 비판 언론에 대해 취재 권리를 배제하고 세금과 명예훼손 소송으로 강압적인 길들이기를 하거나, 협치의 파트너와 경쟁자를 적으로 간주하고 적극적 제거를 시도하면서 우군들의 불법행위에는 정권에 우호적인 사정기관을 동원해 ‘합법적’으로 면죄부를 주면서 정적 탄압을 물타기 하고, 노동과 국민을 전시 상황의 적대국이나 죄질이 나쁜 범죄자에게나 사용할 용어들을 동원해 적대시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것은 분명 ‘민주주의의 위기’가 맞다. 민주주의 위기가 가져올 파장은 권력 다툼의 시끄러움에 그치지 않는다. 올해 연달아 치러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통해 중앙과 지방정부 리더십이 어떻게 교체됐는지 정치에 관심도가 높은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고 보수정치를 자처하는 세력이 일반적인 권력 교체가 아닌, 마치 정치를 점령군과 피지배민 관계처럼 풀어가겠다는 것은 자기를 부정하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지난 시기 국민과의 약속들 모두 부도수표가 된다면 안정과 지속가능성을 핵심 가치로 하는 보수정치도, 아니 어떤 민주주의도 소멸되고 말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정치가 가장 현실적인 과제에 집중함으로써 ‘민주주의의 위기’를 헤쳐나가기를 바란다. 지난 3년간 이어진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은 잠시 멈춰진 우리의 현재를 뒤돌아볼 수 있는 기회였다. 집단 정주와 인구 폭발로 인한 자연생태계 잠식은 감염병에 취약한 생활구조를 만들어 왔고 이에 대응하는 공중보건 인프라와 의료체계도 함께 발전시켜 왔다. 하지만 기후위기로 인한 위험은 이러한 기존 문명의 도전과 응전을 기다려줄 여유가 더 이상 없다는 것도 인간의 과학기술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 됐다. 2020년 6월, 2021년 5월 전국의 226개 기초자치단체와 17개 광역자치단체는 연달아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결의했다. 세계사에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불과 1년 사이 선언과 결의에 앞장서고 서명한 지자체들은 시장과 도지사가 바뀌고 정당도 바뀌었으니 ‘기후위기’도 그대로 사라졌다는 것인가. 이 문제에 답하는 것이 정치의 가장 시급한 현실 과제다. ‘비상사태’인데 모든 행위에서 기후위기 영향에 주목하면서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행정조직 개편과 기후위기예산 편성에 각 정당이 갑론을박하고, 온 나라와 국회, 지방의회가 떠들썩해야 정상적인 정치라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윤은상 수원시민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경기시론] 고령층 디지털 디바이드 교육 확대해야

얼마 전 급한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햄버거 매장에 들렀다가 당황한 적이 있다. 평소 햄버거를 자주 먹지 않기에 무인단말기-키오스크(Kiosk)-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데 마침 점심때라 그런지 사람이 줄지어 서 있었다. 차례가 되고 키오스크 앞에 섰지만 뒷사람을 의식하다 보니 빠르게 주문한다는 생각에 전혀 원하지 않은 음식을 받아 들게 됐다. 명색이 소비자 문제 전문가인데 키오스크 정도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헛웃음이 나왔다. 스스로 디지털 디바이드를 체감한 것이다.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 경제적, 사회적 차이에 따라 발생하는 ‘디지털 기기 활용의 정보격차’를 말한다. 요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주최로 경로당을 방문해 고령층을 대상으로 ‘2022 청년소비자 역량 제고 및 디지털 디바이드 해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청년 강사 및 봉사자 몇 명과 함께 경로당 어르신들께 ‘디지털기기(스마트폰, 키오스크 등) 사용 방법, 모바일 전자상거래 이용과 주의 방법, 다단계 유사투자자문 등 디지털 금융사기 예방법, 1372 소비자상담센터 이용 방법’ 등을 강의하고, 일대일로 설명해 주는 사업이다. 처음 경로당 어르신들의 반응은 용어조차 어려워하는 분위기였다. ‘디지털, 키오스크,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청약철회, 유사투자자문’ 등에 대해 갸우뚱하시는 어르신들에게 설명하는 청년 강사나 일대일 설명에 나선 봉사자들도 곤란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질문하고 실습해보는 어르신들도 적지 않았다. 필요한 앱을 설치해보거나 직접 키오스크 체험에 나서기도 했다. 무엇보다 청년들과 교감하고 소통하며 배우는 것에 큰 호감을 느끼시는 것 같았다. 경로당 방문교육을 마치고 나오는데 한 경로당 회장님의 배웅하는 목소리가 기억에 남는다. “오늘 고마웠어요. 앞으로 자주 좀 와요.” 짧은 시간에도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며 청년 봉사자들과 함께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고령인구가 최초로 900만명을 넘어섰고 2025년에는 고령인구 비율이 20.6%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구 5명당 1명인 셈인데 이들에 대한 디지털 정보화교육은 더욱 확대돼야 할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대한노인회 등 노인 기관과의 협약을 통해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고령층 디지털 디바이드 교육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손철옥 경기도 소비자단체협의회 부회장

[경기시론] 경기지역화폐로 경제활성화 도모해야

경기지역화폐는 지역별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의 실질적 매출 증대, 지역경제의 선순환을 도모하기 위해 도내 31개 시·군에서 발행하고 지역 내에서 사용하는 화폐다. 지역화폐 이용자인 도민 입장에서는 최대 6~10% 할인되고 현금영수증 30% 소득공제 혜택을 받는 데다 연 매출 10억원 이하인 소상공인 점포인 전통시장, 골목상권, 헬스클럽, 필라테스, 수영장, 골프연습장, 병·의원, 편의점, 학원, 안경, 미용원 등 다양한 업종에서 사용할 수 있으므로 여러모로 이득이다. 가맹점도 지역 내 고객 수와 매출이 증가하고 신용카드 대비 수수료가 0.3%포인트 절감되는 혜택이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코로나19로 위축됐던 가계소비가 지역화폐로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후 회복됐으며 지원금 사용 가능 업종에서 전체 투입 예산 대비 26.2~36.1%의 매출 증대 효과가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밝힌 바 있다. 경기연구원 역시 소상공인 3천800개 업체, 소비자 3천200명을 대상으로 경기지역화폐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바탕으로 ‘경기지역화폐가 경기도 내 소비자 및 소상공인에 미친 영향 분석’을 발간했는데 ‘경기지역화폐가 소상공인 매출액 회복과 증가에 도움이 되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67.6%였고 ‘소상공인 지역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됐는가’라는 문항에도 70.8%가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지역화폐 구입과 사용으로 소비자가 받는 혜택은 지역 상인들의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그로 인한 고용의 증가, 지역 상권 회복 등 선순환이 이뤄진다. 그러나 반대로 각종 복지 혜택이 지역화폐가 아닌 현금으로 지급됐다면 ‘저축하거나 경기도 지역 외에서 소비할 것’이라고 응답한 합계 비율이 위의 설문조사에서 99%나 됐으므로 실제 경기지역화폐는 도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지역화폐는 1983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실직한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동네 사람들의 컴퓨터를 고쳐주고 받는 가상의 돈을 동네 가게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약속한 데서 시작됐는데 이는 지역 내에서 구성원들 간 경제활동 참여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12월1일 국회는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지역화폐 예산을 5천억원으로 편성한 상태이고 경기도의회는 12월9일까지 내년도 본예산안을 심의할 예정인 가운데 지역화폐 예산은 약 904억원에서 221억원 삭감됐다. 경기도 지역화폐 발행과 구매자 인센티브 10%를 위해서는 지방비 외에도 국비 지원도 필요한 상황인데 도민들의 경제활동을 돕는 지역화폐 발행과 소비를 적극 지원함으로써 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길 바란다. 최정민 변호사·국가인권위원회 현장상담위원

[경기시론] ‘사람’ 중심의 택배서비스 특별법 제정방안

택배서비스 산업은 최근 우리 실생활과 밀접한 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더욱더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택배산업의 성장과 함께 관련 사업자 및 종사자를 둘러싸고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이러한 택배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2021년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 제정됐다.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은 택배서비스를 정의하고 택배서비스사업의 등록, 택배서비스 사업자 및 종사자의 보호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택배서비스 대상의 불명확 문제, 생활물류서비스 종사자의 자격인정 기준 관련 문제, 생활물류시설의 설치·운영 문제 등에 대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 법은 일반 화물 및 물류와는 다른 소형·경량의 물류 운송이라는 특성을 감안해 생활물류서비스 종사자 및 소비자의 권익 보호에 이바지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여전히 복잡한 택배서비스 프로세스를 감안할 때 한계가 있다. 즉, 택배서비스는 송화주가 요청한 물품을 영업점 내지 서브터미널을 거쳐 허브터미널로 모이고 다시 영업점 내지 서브터미널을 거쳐 고객에게 전달되는 복잡한 법률관계로 이뤄져 있다. 각 단계에서 당사자들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법적 문제를 현행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물론 현행 법령의 개정을 통해 해결하는 방안도 있다. 즉, 생활물류서비스 대상을 명확히 하고, 생활물류서비스사업 종사자의 자격인정기준 완화를 통한 확대 방안, 영업점의 특성에 따른 자격기준 구분, 생활물류시설의 설치·운영 기준에 대한 개선, 그리고 택배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개인정보 누출 및 방지를 위해 제도를 개선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택배서비스 산업의 구체적인 특성을 고려한 산업의 보호 및 관련 종사자들 간의 규율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소비자와 보다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택배서비스 사업자 가운데 중소 규모 택배서비스사업자 내지 영업점사업자의 경우에는 시설의 설치 및 인허가와 관련해 도심 외곽이 아닌 도심 내에 설치할 수 있도록 하거나 물류시설 설치와 관련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등에 관한 사항을 둘 필요가 있다. 또 택배서비스와 관련된 택배서비스사업자, 영업점사업자, 택배서비스사업 종사자 사이의 권리와 의무관계를 명확히 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해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 밖에도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합리적으로 분쟁을 조정하고 처리할 수 있는 분쟁조정위원회를 규정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근본적으로 ‘물류’에서 ‘사람’ 중심의 특별법 제정을 기대해 본다. 소성규 대진대 교수·경기도지역혁신협의회 위원장

[경기시론] 어리석음에 지배당하지 않으려면

다시 이런 질문을 하게 됐다. 아침에 일어나 잠자리에 들 때까지 종일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곤 한다. 내 앞에 놓인 많은 선택지는 누가 만들고 결정한 것일까? 또 이 선택지들의 배열은 누가 결정했을까? 누군가가 결정했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했을까? 오늘 아침은 갑자기 날씨도 쌀쌀해졌으니 운동을 한 번 거를까? 내가 앉아 있는 시립도서관은 우리 집에서 걸어서 10분 이내에 있어 이용하기 참 편리한데 다른 사람들도 그럴까? 같은 일을 하는데도 왜 회사마다 사람마다 처우가 다를까? 사람들은 왜 직업을 중심으로 관계를 맺을까? 길은 왜 이 방향으로 놓았으며, 어떤 시간 때 어떤 요일에만 꽉꽉 막히고 어떤 때는 한가할까? 아주 개인적인 사소한 문제부터 직장, 도시, 사회 문제까지. ‘선택’은 단지 개인 차원의 문제일까? 법률과 제도, 정책, 시스템, 거기에 종교와 윤리, 도덕까지, 시민들이 크게 영향을 받고 살거나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는 사회의 구조는 누가 결정할까? 건물과 도로와 철도, 도시의 혈관 같은 상하수도, 전기통신망과 에너지와 식량 공급망들이 복잡하게 얽힌 도시에서 우리는 어떻게 관계하면서 생활하는가? 물리적 공간에도 민주주의와 인권, 배려와 공존, 생명 존중과 평화라는 가치를 구현할 수 있을까? 이 선택들에 위계질서는 있는가? 물질적 풍요와 자원 고갈, 개발과 환경보전, 이윤과 생명안전, 이 불편한 이분법들에 언제까지 시달려야 하는가? 매 순간 자신과 타인에게 선택을 강요할 수밖에 없는가? 우리가 발전시켜온 정치시스템 ‘민주주의’는 어떻게 답할까? 민주공화국의 시민인 ‘나’는 어떤 선택권을 갖고 있는가? 전쟁이나 재난도 아닌 일상생활에서 젊은이들이 압사당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충분히 예상했고 과거에도 잘 관리해 왔던 상황들, 재난대응시스템도 아닌 일상의 공공행정이 갑자기 무너졌다. 이것을 개인적 선택의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복잡하고 고도화된 사회 시스템에 의존해 살면서 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 서로 선택지가 돼 영향을 주고받으며 생활한다는 자신의 현실도 부정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도시를 사바나로 착각하는 사람들. 죽음을 내려다보는 사람들, 반지하 안타까운 죽음을 사건 현장처럼 내려다보던 대통령은, 어리석은 왕과 간신들이 민중들의 지지를 받는 최전선의 사령관을 역적으로 몰아 처형하는 과거 왕권시대 역사의 한 장면처럼, 참사의 책임을 아래로 아래로 내려보낸다. 위와 아래로부터 동시에 무너지는 사회적 신뢰와 일상의 공공행정, 무엇이 신호고 방아쇠였을까. 민주주의의 취약성인가. ‘권력’ 자체가 목적인 사람, 민생을 자율과 책임에 적당히 두면 알아서 돌아가는 것쯤으로 여기는, 나라 경제와 기업활동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 놓았다. 되돌릴 수 없다면 다음 선택지를 서두를 수밖에 없다. 윤은상 수원시민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경기시론] 권리‚ 그리고 책무

‘책무(責務)’. ‘맡은 일에 대한 책임과 의무’다. 요즘처럼 이 단어가 무겁게 느껴진 적이 없다. 소비자 문제도 소비자, 사업자, 그리고 정부 등 각자의 위치에서 책무가 있다. 최근 소비자상담센터의 상담 증가율 1위 품목이 ‘봉지면’이다.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라면 등 주요 생필품을 시중보다 70% 이상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광고해 소비자를 유인한 후 배송을 지연한 사례다. 거래 금액이 소액인 점을 고려하면 상담을 신청하지 않은 실제 피해 소비자는 몇 배가 될 것이라 짐작된다. 소비자기본법에는 소비자가 갖는 기본적 권리뿐만 아니라 책무가 규정돼 있다. 소비자의 8대 권리 중에는 ‘물품 등을 사용함에 있어서 거래상대방·구입장소·가격 및 거래조건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와 ‘물품이나 서비스의 사용으로 인해 입은 피해에 대해 신속·공정한 절차에 따라 적절한 보상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반면 ‘소비자는 물품이나 서비스를 올바르게 선택’해야 할 책무도 명확하게 규정돼 있다. 지나치게 저렴한 물품을 선택한 것은 물품을 올바르게 선택하지 않은 대가라고 볼 수도 있다. 물론 문제를 일으킨 쇼핑몰이 지키지 않은 책무는 훨씬 심각하다. 소비자기본법에 명시한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하는 책무’,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이나 이익을 침해하는 거래조건이나 방법을 사용해서는 안 되는 책무’, ‘소비자의 불만이나 피해를 보상해야 하는 책무’ 등을 저버린 위법행위다. 게다가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에서 규정한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해 소비자를 유인 또는 소비자와 거래’한 금지행위의 위반이다. 공정거래위원회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위반 사업자에게 시정조치(공표명령), 임시중지명령, 영업정지, 과태료 부과 등을 할 수 있다.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고 소비자 피해를 보상받도록 조치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고 책무다. 오랜 기간 유사 투자자문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가장 많은데도 불구하고 정부와 국회는 소비자 피해의 예방과 공정하고 신속한 해결을 위해 제 역할과 책무를 다했는지 묻고 싶다. 소비자를 기만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편취한 위법 사업자들에게 어떤 조치가 취해졌는지 알고 싶다. 2022년의 가을은 수많은 생명을 떠나 보낸 우울한 가을이었다.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책무를 다했는지 준엄하게 묻고 있다. 소비자 문제 또한 피해를 예방하고 보상받을 수 있도록 소비자와 사업자, 정부와 사법기관이 제 역할과 본연의 책무를 철저하게 준수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 손철옥 경기도 소비자단체협의회 부회장

[경기시론] 금리 인상과 경기도민 주거안정 정책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올해 11월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3.75~4.00%로 인상하면서, 오는 24일로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3.0%인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대출 부담 상승으로 이어지고 경기도 지역경제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친다. 전국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이미 연 7%를 넘어섰고, 올해 연 8%대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대출을 받아 경기도 내 주택을 구입한 소유자나 전세대출, 신용대출을 받은 임차인들도 치솟는 이자 부담으로 인한 가계부채와 월세 가격 상승, 채무 미상환으로 인한 경매, 금융위기, 경기침체, 소비위축, 부동산가격 하락, 신용 위험과 부실화, 이른바 ‘깡통전세’ 등 전세사기 피해 위험 증가, 생활고에 내몰림, 불안정한 시장 상황으로 초래될 수 있는 경제위기 등 예상되는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다. 이로 인해 고통받는 도민들을 위해 경기도에서도 특단의 주거안정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실수요자, 무주택 임차인, 서민층, 주거취약계층 등 소득별 경제 상황과 청년층, 중장년층, 노년층 등 연령별, 1인 가구, 미혼, 신혼부부, 3~5인 가족 등 구성원별 및 경기 북부, 남부 등 지역별로 세분화해 맞춤형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와 협의해 규제지역 완화, 해제, 주거비용을 덜기 위한 고금리 대출 대환, 저금리 장기 정책모기지 등 금융지원제도, 생계곤란 가구, 연체 차주에 대한 채무조정, 전세대출금 이자 지원, 전월세제도 개선, 조세 부담 감면, 주거복지사업, 도시재생사업, 재개발을 통한 택지 조성, 1기 신도시 재건축, 리모델링, 수요자 중심의 공공분양아파트 및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저소득층 임대보증금 지원사업 등 서민층, 기초수급자와 위기 가구를 위한 주거 지원, 주거급여제도,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주거비용 마련 지원, 장애인, 노년층을 위한 돌봄형 주택 확대, 신도시정비, 복지정책과 연계한 반지하 가구 등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 복지사각지대 발굴, 취약계층 주거 상향 지원, 원도심 노후주택 개·보수, 교통을 비롯한 사회 문화적 기반시설 인프라 확대와 주변 환경 개선 등 다양한 단기·중장기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집은 삶의 터전이자 나 자신이 온전하게 몸과 마음을 휴식할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행복한 추억을 쌓는 공간이다. 지방자치단체는 도민들의 삶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주거 안정 정책 마련과 조속한 시행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시장의 자율성에만 맡기기에는 위기가 다가오는 시기다. 최정민 변호사·국가인권위원회 현장상담위원

[경기시론] 팔당 주변 수질보전 규제 피해와 갈등 대안

서울과 경기도를 포함한 2천만 시민의 먹는 물을 공급하는 팔당상수원. 1973년 용수 공급과 홍수 조절, 수력발전을 위해 팔당댐이 축조됐다. 댐 건설로 팔당호를 상수원으로 사용하면서 수질 보전을 위한 각종 규제 정책을 시행하게 됐다. 먼저 1975년 7월에는 한강 상류인 북한강과 접한 경기 남양주, 광주, 양평, 하남 등 4개 시·군 158.8㎢를 팔당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팔당상수원보호구역의 지정으로 말미암아 건축물의 신축이 제한되고, 어업은 물론 음식점이나 펜션도 불가능하게 됐다. 1984년에는 자연보전권역으로, 1990년 7월에는 팔당호를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고시해 각종 시설의 입지를 규제했다. 1999년에는 수변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다수의 법률에 따른 중복 규제로 인해 지역 주민의 생존을 위협하며, 그들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했다. 과학적 근거 없이 행정 편의적으로 규제지역을 선정한 것이다. 충분한 검토와 보완 없이 이어져 온 팔당 주변 지역에 대한 중첩 규제는 결국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고통과 눈물을 흘리게 했다. ‘공익’이란 이름으로 합리화한 것은 아닌지 돌이켜볼 때다. 그렇다면 이들의 눈물을 닦아 줄 제도적 장치는 없는가. 상수원 규제지역에 대해서는 한강수계법, 환경정책기본법 등을 통해 주민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직접적인 손실보상이 아닌 주민지원사업만으로는 규제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는 데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2020년 10월 남양주 시장과 조안면 주민대표는 상수원 규제의 적법성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본안 심의에 들어가 결정을 앞두고 있다. 어업 등의 제한에 따른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와 토지 이용 규제에 따른 평등권 및 재산권 침해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어떠한 결정을 하리라 본다. 헌법재판소 판단과는 별개로 상수원 규제체계의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모든 국민에게 깨끗한 물을 마실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물’이 누군가의 눈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그들의 아픔을 달랠 수 있는 적절한 보상과 지원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구시대의 유물처럼 남겨진 팔당호 주변 규제지역에 대해 과학적 기준에 따른 재조정이 선행돼야 한다. 또한 오염물질의 정화 능력이 향상됐음에도 어업 등 영농행위와 건축물의 증·개축을 제한하고, 비교적 오염 배출이 적은 시설의 입지조차 규제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2020년 기준 6천500억원에 이르는 한강 수계의 물이용부담금이 팔당호 주변 규제지역의 보상을 위해 적절히 지원될 수 있도록 수도법 및 한강수계법 등 관련 법률의 입법적 대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소성규 대진대 교수·경기도지역혁신협의회 위원장

[경기시론] 정치 엘리트의 소명

법 관료들이 법률에 따라 수사∙기소하고 판결함으로써 사회와 국가 시스템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것처럼 법치의 기준에 따라 조직되고, 구성원들이 예측 가능한 법질서 안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한다는 자부심 충만한 역할에 머물기보다는, 더욱 ‘거대한 소명’을 받들어 한 번쯤 국가 경영과 통치의 욕심을 부릴 수도 있겠다, 생각은 한다. 하지만 범죄 수사와 기소, 판결을 전문으로 하는 관료 시스템 안에서 단일 집단의 가치 체계 및 행동 양식과 인간관이 그대로 옮겨와 온 국민을 상대로 그들만의 정치를 실험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 더구나 그 법치 기준이 자기 집단엔 지극히 관대하면서, 정치적 경쟁 상대나 시범 케이스 국민에게는 비상식적으로 가혹하다면 누가 동의하겠는가. 정부의 핵심 물리력으로서, 국가운영 체계의 핵심 축을 담당한다는 엘리트 의식으로, 정∙재계 이권과 쉽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정치권력과 경제적 이익을 좇았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기존 정치와는 비타협적으로 검찰 조직의 상징 자산까지 모두 끌어다 쓰는 모양새는 전례가 없어 보인다. 경제관료집단이야 더 뿌리 깊고 광범위하게 진영을 가리지 않고 정치∙경제적 이권 카르텔을 형성한, 더욱 무서운 세력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한 조직이 대놓고 정치권력을 장악하겠다고 나서는 모양은 정치군인들 이후 처음인 것 같다. 스스로를 새시대 ‘신진 사대부’쯤으로 착각하는 것 아니겠는가. 검찰이 검사들만의 것은 아니다. 그들의 대장격인 현직 대통령이 아직도 사람을 ‘인적 자원’이라는 한정된 모델 속 하나의 도구로 인식하고, 교육을 ‘자원’의 공급처쯤으로 보는 천박한 인간관을 가지고 있다면. 종북∙주사파와 협치할 수 없다는 공개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할 정도로 다시 색깔론으로 극우 정치로 퇴행하고, 대량생산 체제를 위해 보릿고개 시대 농촌을 개량하던 새마을운동정신을 되살리자고 부르짖는 철 지난 상황 인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여러분은 코로나19 대유행 같은 상황이 다시 시작되고,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 상황이 일상이 되고 사회∙경제적 국가 지표가 심대한 타격을 받으면서 붕괴의 도미노가 취약한 부분과 사람들부터 사회 전체로 퍼지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아니, 굳이 위기를 상정하지 않더라도. 점점 고도화된 산업생산과 소비 시스템, 이에 기반한 이윤 추구와 자본 축적 체계와 함께 법∙제도와 관료 시스템도 비대해지고 고도화됐다. 이는 필연적으로 엘리트주의를 양산한다. 선악을 구분할 수 없게 여러 다발로 얽히고설키면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서로를 생산하고 조직해 왔다. 민중에겐 민주주의마저도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든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당부하고 싶다. 이제 권력놀음은 됐으니 ‘좋은 삶’ 민생에 집중하기 바란다. 만 가지 시각과 방법으로,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 인식’으로 우리에게 닥친 과제를 하나하나 풀어가길 바란다. 돌아올 수 있는 다리를 불사르면서 국민들과 싸우려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 윤은상 수원시민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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