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31일 아침,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초 활발하게 활동했던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록 밴드 ‘산울림(김창완, 김창훈, 김창익)’의 김창훈 가수가 “희생자분들의 명복과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자작곡을 카톡으로 보내 왔다. 노래 제목은 윤후명 소설가 겸 시인이 쓴 시 작품을 그대로 옮겨 온 ‘어쩌자고 어쩌자고’였다. 노랫말 중에서 “숨막혀, 숨막혀, 숨막혀, 숨막/혀를 깨물며 나는 자지러지지/산 자 필(必)히 죽고/만난 자 정(定)히 헤어지는데/어쩌자고 어쩌자고 너는/어쩌자고 어쩌자고”라는 구절이 특히 가슴을 울렸다. 10월29일 이태원 핼러윈 축제 참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압사 장면이 선명하게 연상된 것이다. 참사가 일어난 지 20일이 넘었지만, 어떻게 사람들이 일상으로 다니는 골목에서 158명이나 사망했는지 믿기지 않는다. 사고 발생 전부터 시민들의 신고가 경찰에 여러 건 접수됐는데도 불구하고 경찰은 곧바로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고, 정부가 세워 놓은 안전관리 매뉴얼도 전혀 활용되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한 엄정한 조사가 있어야 하고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 희생된 사람들의 억울함이며 유가족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보듬어줄 수 있을 것이며, 공직자의 책임을 확립하는 계기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자고 어쩌자고’를 듣고 나서 우리에게는 지금 산울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산을 바라보고 소리치면 그 소리가 되울리는 현상인 산울림처럼 10·29참사로 인한 안타까움과 슬픔이 그냥 바람에 실려 사라지지 않고 되울리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참사는 벌어졌는데, 책임을 지겠다는 관계자는 아직 아무도 없다. 모두 지금의 상황을 적당히 넘기면서 시간을 보내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진정한 애도가 있어야 신뢰할 수 있는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참사의 원인을 밝히고, 책임을 묻고,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그리고 김창훈 가수의 노래처럼 아픔을 공유하는 추모기록이 필요하다. 맹문재 시인·안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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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
2022-11-20 1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