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우리 딸의 12월

요즘 우리 딸의 얼굴이 심각해 보인다. 평상시보다 부쩍 말이 없고 자기 방에서 무얼 하는지 잘 나오지도 않는다. 나는 짐짓 모르는 척하고는 있지만 그 이유는 알고 있다. 아마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재계약 통보를 아직 못 받은 모양이다. 딸아이는 현재 직장을 비정규직으로 1년을 다녔고 추가로 1년 정도는 연장될 걸로 기대했는데 다시 취업문을 두드려야 하는 현실에 힘들어하는 것 같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돌아보니 연말을 맞아 계약 종료로 인해 정든 직장에서 짐을 싸야 하는 계약직 근로자들을 볼 수 있다. 우리 학교 내 조교들도 여럿이 그러하며, 위탁이 종료된 지자체 산하 여러 센터의 직원 등도 그러하다. 필자도 평상시에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피상적으로만 생각하다가 내 딸이 그러한 문제로 고민하는 것을 보니 실감이 난다. 같이 힘들다. 지난 10월 발표된 고용 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의 34%가 비정규직이라고 한다. 또 국내 500대 기업 중 352개 기업의 고용 변화를 분석한 리더스인덱스 결과를 보면 정규직은 1.1% 증가한 반면 기간제 직원은 17.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도 정규직 일자리는 늘지 않고 기간제 고용 인원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혹자는 이제는 패러다임이 바뀌어 평생직장보다는 평생직업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전 경제에 걸쳐 4차 산업과 글로벌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조직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유연한 인력관리가 필수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근로자들도 이러한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추구하는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성장과 안정이 모두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공유해야 한다. 큰 나무는 가지가 크고, 푸르른 잎사귀를 자랑하지만 이는 뿌리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땅에 뿌리를 깊게 내려야 비바람에도, 추위에도 안정적으로 자리를 지키며 매년 푸르름과 과실을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이다. 청년들이 사회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침 최근 호봉제에서 성과급제로의 논의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논의 과정에서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도 같이 고민되기를 바란다. 김재호 청운대 글로벌무역학과 교수

[천자춘추] 수원에서의 삶 지속가능한가요

‘지속가능발전’이라는 말은 1987년 세계환경개발위원회에서 언급한 것으로 우리 공동의 미래에서 ‘미래 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이라는 뜻이다. 2015년 9월, 유엔 지속가능개발 정상회의에서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las)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169개의 세부 목표를 세웠다. 이 목표를 2030년까지 이루지 않으면 세계는 지금보다 더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를 근거로 우리나라도 K-SDGs라는 17개의 목표를 세운다. 수원은 17개 목표를 토대로 수원에 맞는 10개의 목표를 세웠다. 예를 들어 보자. 사는 데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것 중 하나는 ‘물’이다. 그렇다면 수원시민이 물 걱정 없이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물 공급과 물 이용 면에는 아무 문제가 없을까. 수도꼭지만 틀어 물이 나오면 문제가 없을까. 우리 동네 하천에 잉어만 산다면 문제가 없을까. 개인, 기업, 상가 등에서 물을 마음껏 써도 문제가 없을까. ‘물’ 하나만 보더라도 위생, 생태계, 생명, 먹거리 등 다양한 문제가 연결돼 있다. 6년 전 수원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환경, 경제, 사회를 아우르는 10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57개 세부 목표, 133개 평가지표 포함)를 만들었다. 물론 과정 속에서 전문가, 기업, 학교, 행정이 함께했다. 그리고 2030년까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현재 상황을 판단하고 매년 평가를 위해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왜냐하면 수원이 2030년까지 제시한 10개의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면 수원의 미래는 지금보다 더 암울할 수 있다고 수원에 사는 시민들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원의 정책을 만들고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시민들이 만든 10개의 목표를 귀담아 듣고 이것의 필요성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동참해야 한다. 지난 6년간 목표를 세우고 평가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130만에 가까운 수원시민들의 삶이, 수원이라는 이곳이 살 만한 이유가 있음을 목표로써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홍은화 수원환경운동센터 사무국장

[천자춘추]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기억하며

10월29일 토요일 오후 10시15분경, 일어나서는 안 될 사고가 일어났다. 이태원 해밀톤호텔 앞 골목에서 사망 158명, 부상 19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서울 한복판 도심에서 일어날 수 있을까? 그 젊음이 안타깝고, 참사를 막지 못한 어른으로서 미안한 마음에 지금도 힘든 시간이다. 이 사고는 304명이 사망한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최대 인명 사고로, 특히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대형 참사로는 502명이 사망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처음이다. 보도를 통해 사고 상황을 살펴보면 압사 사고 발생전 경찰은 부족한 현장 인력과 밀집된 인파로 인해 군중 통솔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6시17분과 26분 ‘압사’를 언급한 신고 두 건과 압사 가능성을 제기한 신고 등 79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에도 인파가 몰려 있어 100m 가는 데 평소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고, 워낙 많은 사람이 쌓여 있어 구조도 쉽지 않았다. 경찰, 소방, 시민들이 나서 심폐소생술 등을 진행했지만 이미 골든타임을 놓친 상황으로 보인다. ‘1:29:300’ 한 번의 큰 사고는 그 이전의 29번의 작은 사고, 또 그 이전의 사소한 300건의 사고 징후를 이야기하는 ‘하인리히 법칙’으로 미국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가 수많은 사고를 분석한 결과 큰 사고는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그 앞에 경미한 사고 등의 전조가 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밝혀낸 이론이다. 사고에 가정이란 있을 수 없지만 이태원 사고가 발생하기 전 사소한 여러 번의 사고 징후가 있었을 때 더 빠른 대처를 했더라면 참사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이번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들이 우리 사회에 어떠한 메시지를 주고 있는지 우리는 잘 들어야 한다. 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어른으로서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차원으로 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지난 제283회 제2차정례회에서 시의원 전원 발의로 ‘옥외행사 안전관리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켰고, 재난이나 각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소방본부, 경찰, 인천시의 협업체계를 구축해 300만 인천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도록 주문했다. 인천은 1999년 인현동 화재의 아픔을 기억하고 있다. 고인들의 넋을 기리며, 다시는 이 나라에 아픔이 없기를 희망한다. 신동섭 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장

[천자춘추] 노인 사회적 배려·지원 필요한 때

정년 연장은 노인 취업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의 정년 연한이 연장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연공서열형 임금 구조 때문이다. 이런 저해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임금 구조의 재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그러나 정년 연장은 청년세대의 취업을 차단하는 불합리성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제도적 정비 없는 정년 연장은 세대 간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 2020년 조사에서도 30대 이하 젊은층의 세대 갈등이 40대 이상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청년세대와의 대화는 물론 사회적인 합의가 뒤따라야 할 사안이다. 현재 노인에게 맞는 일자리 사업이 노인의 전문성을 살리지 못하고 단기적인 일자리이거나, 아니면 단순 육체노동에 불과한 이유는 노인 일자리 사업이 노인에 대한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편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법제도의 정비와 아울러 사회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노인 인구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노인 빈곤과 연결된다. 우리나라 노인의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노인의 소득 증대는 국가정책상 중요한 부분으로, 이에 따른 노인 일자리 창출은 시대적 요구 사항이 됐다. 그러므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사회적 합의가 없는 노인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으므로 사회적인 지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다양한 지원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현대사회에서 노인은 단순히 생물학적 의미만을 지니고 있지 않으며 그들이 지닌 능력과 자질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을 수 있다. 또 연령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지적 능력이 쇠퇴하지 않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즉, 노화에 있어서 인지능력은 정신연령이나 달력연령에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노인은 자신이 자녀를 비롯해 주위와 사회적 지원만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노인 스스로 경제 주체가 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인 빈곤 의식에 대한 기본적 인식이 필요하고 노인 빈곤을 탈출하고자 하는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 노년기를 충실하고 아름답게 보내기 위해 청년시절부터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건실한 노년기를 보내기 위해 젊었을 때부터 대비해야 하는 것은 건강은 물론 경제적 안정, 일이나 여가 등을 적극적으로 준비해 가는 자세다. 노년기에 일을 즐겁고 충실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세 가지 요소가 불가결하다. 즉, 건강 없이 일할 수 없으며 보람이 있는 일을 하기 위해 항상 새로운 지식을 익히고 자신의 능력을 더욱 연마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러므로 노인 스스로 능력에 따른 일자리 선택에 나서야 하며, 이에 정부는 다양한 노인정책 및 노인 일자리 확대를 위해 법제도의 개선과 노인에 대한 사회적 배려 및 지원이 있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노인 일자리 사업은 고령사회에서 노인 빈곤을 해결하는 소득 증대의 일환이며 노인들의 적극적인 경제활동 참여가 요구된다. 김영철 디딤병원 총괄본부장

[천자춘추] 송년음악회로 나누는 희망

2022년을 마감하는 12월이 되면 바쁜 마음과 새해를 준비하는 설렘으로 지내게 된다. 음반시장에서 음원시장으로 변화된 스마트한 세상 속 12월의 풍경은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거리에서 들리던 크리스마스캐럴은 사라지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선택돼 소비되고 있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풍경은 어느 공연장에서나 볼 수 있는 송년음악회 포스터다. 해가 거듭할수록 많은 공연단체와 공연장의 빼놓을 수 없는 사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 시작은 유럽을 대표하는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송년음악회와 신년음악회가 세계의 이목을 끄는 공연으로 하나의 상품이 됐고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어느덧 도시마다 공연장에서 꼭 해야만 하는 아이템이 됐다. 특히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2월31일에는 새해맞이를 앞둔 시점에 야외 행사와 더불어 제야음악회로도 개최되곤 하는데 올해는 이태원 참사로 인해 야외행사를 자제하다 보니 여러 공연장에서는 차분한 가운데 송년음악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제 연례 행사가 된 송년음악회는 12월의 다양한 감정을 차분히 정리하고 음악을 통해 위로받고 희망을 갖는 시간이 돼 이제 누구나 쉽게 누릴 수 있는 선물이 아닐 수 없다. 교향악단, 합창단과 같은 단체의 기획자들은 다양한 계층의 관객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가장 고심하는 공연이며 국내 정상급 연주자들을 서로 초청하려고 경쟁하는 공연이 됐다. 클래식이 어렵게 느껴지고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라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송년음악회를 찾아보기를 권한다. 최근엔 회사 동료와 함께 송념모임을 공연장에서 마무리하는 단체 관람객도 눈에 띄게 늘고 있으며 가족들과 함께하는 관객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공연이기도 하다. 다행히 평소 접하기 어려운 유명 연주자들의 공연을 의외로 저렴한 티켓 가격으로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올해는 유난히 많으니 더욱 반가운 일이다. 올해의 12월은 가족들과 함께 가까운 공연장에서 음악으로 감동을 나누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한다. 류성근 성남아트센터 예술사업본부장

[천자춘추] 민주와 자치

권력의 힘은 무한하다. 권력을 쥔 자는 법 위에 존재하지만 권력에서 벗어난 자는 매서운 칼바람을 맞는다. 법을 어긴 자에게 죄를 묻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허나 우리 주위에는 눈을 감으면 죄가 사해지고, 부릅뜨고 두들기면 없는 죄도 만들어 낸다. 법 집행은 정말 동등하게 이뤄지고 있는 걸까. 어찌 보면 권력이란 놈은 견제가 없으면 그럴 수밖에 없는 속성이 있다. 독재로, 민주의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다. 권력을 분권하고자 하는 이유다. 민주를 이야기하면서 권력을 집중시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민주를 외치며 독재를 하는 휴전선 위의 독재자들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분권은 소위 삼권분립이 있다. 하지만 강력한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대한민국에선 무기력하기 그지없다. 제4의 권력이라 치부되는 언론도 본연의 모습을 찾기가 쉽지 않다. 집행부의 권력이 너무 막강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에겐 대안이 있다. 또 다른 분권의 형태가 있는 것이다. 중앙과 지방과의 분권이다. 확실한 권력구조 개편이다. 중앙정부의 장과 마찬가지로 자치단체의 장 또한 민(民)에 의해 선출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군·구를 통칭해 지방자치단체라고 부르며, 그것을 통해 지방분권을 이뤄 간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중앙이 권력을 독점한 채 나누기를 꺼리고 있다. 시·군·구를 단체라 부르는 것 자체가 하위 개념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중앙을 중앙정부라 칭한다면 당연히 지방은 지방정부라 불러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분권의 시작이다.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서도,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중앙과 지방의 분권은 필수다. 지방분권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중앙으로부터 지방으로의 권력 이양이다. 30%도 안 되는 예산을 주고 자치를 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개칭하고 지방정부에 예산을 대폭 이양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밑으로부터 이루어지는 자발적인 주민자치의 확대다. 풀뿌리 민주주의라고도 일컫는다. 민의 역할이다. 시민이, 주민이 참여해야 한다. 중앙도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자치위원회를 시범사업으로 시작, 확대해 가는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이 힘들다며 스스로 포기하자는 이야기도 들린다. 안타까운 일이다. 민은 더욱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 한다. 지방정부가 공고하게 자리 잡을 때 국가의 혼란도 줄일 수 있다. 중앙정부와 일사불란함도 필요하지만 때론 지방정부 스스로 다양성을 추구하는 힘을 키울 필요가 있다. 다양성은 한쪽의 축이 무너져도 서로 보완하며 지켜주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권력의 분산으로 다양성을 확대해 나간다면 민주주의는 더욱 확고하게 발전해 나갈 것이다. 박문신 여주지역자활센터장

[천자춘추] 해임 건의 다음은 탄핵 소추?

민주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적지 않은 수의 언론은 대통령이 해임 건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는데, 이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해임 건의안은 법안이 아니고 단지 건의안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기 싫으면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되는 것이다. 아마 윤석열 대통령은 해임 건의안을 수용하지 않을 것 같다. 민주당은 해임 건의안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이 장관에 대한 탄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런데 해임 건의안과 탄핵은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른 사안이다. 해임 건의안은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묻는 ‘정치적 행위’인 데 반해 탄핵 소추의 경우는 중차대한 법적 하자가 드러나, 이를 이유로 추진할 수 있는 ‘헌법적 행위’다. 그런데 민주당이 국정조사를 주장해 이를 관철시켰으면 도의적 정치적 책임을 묻자고 주장할 수는 있지만 법적 하자를 근거로 추진해야 하는 탄핵 소추를 주장할 수는 없다. 국정조사의 목적은 이태원 참사를 철저히 조사해 위법은 없었는지 등을 파헤치는 것이다. 그런데 국정조사 진행 과정에서 탄핵을 하자고 주장하면 이미 법적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스스로 주장한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셈이 된다. 한마디로 자기 모순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 지도부는 이재명 대표 취임 100일이 민주와 민생을 위한 여정이었다고 자평하고 있는데 장관에 대한 탄핵 소추를 하게 되면 헌법재판소가 탄핵 인용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이상민 장관은 직무정지 상태가 될 수밖에 없어 자신들이 주장하는 민생에 심각한 하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 탄핵 소추를 했지만 헌법재판소가 이를 인용하지 않게 되면 참사를 정치에 이용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상태에 처해질 수도 있다. 더구나 헌법재판소의 인용 여부가 내년 중반 정도에 나오게 된다면 헌재의 결정이 내후년 총선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래저래 민주당으로서는 모험이라는 것인데 그래서 민주당은 신중해야 한다. 이상민 장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기 때문에 민주당은 여론이 자신들의 행위를 뒷받침해준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다고 ‘선’을 넘어 버리면 역풍을 맞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

[천자춘추] 지금까지 흘려보낸 감사들

같은 노력을 해도 어떤 사람은 실패하고 어떤 사람은 성공한다. 자식 농사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학군에서 공을 들여도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자녀가 있고, 그냥 방임하듯이 놔둬도 알아서 잘 성장하는 자녀가 있다. 성경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일의 계획은 사람에게 달렸지만, 일의 성취는 하나님에게 달렸다.” 세상을 어느 정도 살다 보면 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도 성경의 이 말만큼은 분명한 진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 역시 딸을 한 명 키우면서 이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어렸을 때는 자녀의 모든 것이 맘에 안 들었다. ‘공부는 왜 이리 안 하는지’, ‘커 가면서 왜 이리 툴툴대는지’, ‘책 좀 읽었으면 좋겠는데’....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 딸이 그저 건강히 자라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슴 아픈 사건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 요즘, 많은 부모가 나와 같은 심정일 것이다. 아이가 곁에서 건강히 자라던 그 수많은 날, 이 당연한 감사를 나는 왜 놓치고 있었을까? ‘아카데미의 여왕’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그래서 이런 말을 했나 보다. “세월이 인내심을 길러준다는 사실은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문득 든 이 생각을 통해 나는 우리의 일상이 온통 감사할 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출근길에 옆 사람에게 발을 밟힌 사람은 십중팔구 이런 말을 한다. “에이, 오늘 재수 더럽게 없네.” 그렇다면 발을 밟히지 않은 364일은 재수가 있는 날이란 말이 아닌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한 평범한 오늘이, 사실은 온종일 감사해도 모자랄 축복받은 날일 수도 있다.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은 무수히 많은 감사의 축복을 놓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국 켄터키대병원 데이비드 스노든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감사를 더 많이 한 사람들은 평균 수명이 7년 더 길었고, 노화로 파괴되는 뇌세포도 더 적었다고 한다. 수십년이 걸린 이 연구의 유일한 변수는 오직 ‘감사’였다. 월스트리트의 전설적인 투자자 존 템플턴의 말처럼, 우리가 감사할 때 행복으로 향하는 문이 열리고, 모든 근심이 풀릴 것이다. 감사를 일상에 적용하며 살아가고 있는 지금 나의 삶 역시 조금씩 행복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한 해의 마무리를 목전에 둔 지금, 이제 지금껏 놓친 감사를 돌아보면서 다짐해본다. 다가올 감사들을 놓치지 말자. 좋은 일이 생겼다면 감사하자. 더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 힘든 일이 생겼다면 그래도 감사하자. 어려운 일이 더 빨리 끝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자. 일상의 모든 순간이 행복으로 변할 것이다. 조승원 한국장애인연기자협회 이사

[천자춘추] 우리는 누구 편도 아니다

갈등이란 개인 혹은 집단 간 이해관계의 충돌 또는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의 차이에 의해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정치학자 이스턴은 ‘정치란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 분배’라고 했다. 다시 말해 정치란 다양한 이해관계에서 발생하는 집단 간의 대립을 조정하고 통제함으로써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일련의 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개념 정의를 조합하면 ‘갈등 해결이 정치의 존재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논리적 귀결과는 달리 최근 정치권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행태를 보면 정치가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현대사회의 갈등은 물질적, 가시적 이해관계에서 발생하기보다는 사실관계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발생하는 ‘가치갈등’의 비중이 크다. 이러한 가치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치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 사회에서는 정치가 오히려 갈등을 심화시키는가? 여기서 우리는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갈등 양상의 몇 가지 특징과 정치의 관계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예전의 갈등 원인과 해결 방법은 구체적이고 명확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갈등 양상의 원인은 이해당사자 간의 감정적인 측면, 소위 갈등의 감정화 현상이 강하고, 이는 갈등 원인의 불명확화로 이어진다. 즉, 갈등이 사안에 대한 사실관계 또는 당사자(또는 집단) 간의 현실적인 이해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막연한 기대와 막연한 미움에서 발생하는 편 나누기’가 우리 사회 갈등의 주요 원인이 됐다. 사실 정치적 지향성을 지닌 소수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시민은 누가 우리 편이고 누가 상대편인 줄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이 같은 갈등의 감정화와 갈등 원인의 불명확성은 특히 정치적으로 조직화된 이해당사자들의 개입, 소위 갈등의 조직화로 인해 갈등이 심화된다. 이와 더불어 갈등의 정치화를 부추기는 또 하나의 현상은 바로 ‘갈등의 공론화’다. 갈등의 이해당사자는 공론의 장에서 자신만이 정의라고 인정받고자 한다. 그러다 보니 이 공론장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담론장이 아니라 진(陣)이 구축된 전장(戰場)이 된다. ‘갈등의 정치화’를 벗어나 갈등을 사회 발전의 동력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시민이 ‘내가 누구의 편이다’라는 미몽에서 깨어나야 한다. 시민은 정치적 진영이 아닌 옳음과 정의에 의해 ‘우리 편’이 결정돼야 한다. 그랬을 때 정치가 우리를 두려워하고 옳음의 실천만이 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오늘부터 우리는 누구 편도 아니다! 최순종 경기대 행정복지상담대학원장

[천자춘추] '리더'의 덕목

재승박덕(才勝薄德), ‘아는 것이나 능력은 뛰어나나 인품이 부족한 사람’을 가리킬 때 쓴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어려움을 겪어보지 않고 원하는 바를 손쉽게 얻다 보니 주변에 있는 어려운 사람들의 애환을 잘 모른다. 그들이 어려운 과정을 어떻게 견디고 이겨냈는지, 아니면 어떻게 좌절했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 경험치가 없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영장류 학자 프린스 드 발의 공감 3단계 주장에 따르면 1단계가 강아지 등 동물도 가지고 있는 ‘정서적 전염’이고 2단계는 침팬지가 가지고 있는 ‘동정심’, 3단계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다는 ‘역지사지(易地思之)’라 한다. 총명하고 재주가 뛰어난 사람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해결하거나 주위에서 떠받듦을 받으며 성장한 관계로 공부 못하거나 일을 잘하지 못하는 보통 사람의 어려움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처지를 바꿔 생각하는 역지사지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외곬이고 독단적인 일 처리가 많다. 자신의 지식이나 실력을 과신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과 부딪침이 잦아 사람이 모이지 않고 그 인연이 오래가지 않는다. 우리가 역사에서 보듯이 똑똑한 사람들이 참모로 인정받고 성공한 사례는 있지만 리더(leader)로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리더는 소통하고 공감해야 한다. 한 사람의 생각이 아무리 좋고 훌륭하다 해도 중의(衆意)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 또 뜻을 모으는 과정에서 소통과 공감을 통해 ‘내’가 아니라 ‘우리’라는 관계가 형성되고 우리의 것이 되면 ‘너’의 것이 아니라 ‘나’의 것이 돼 믿음이 생기고 추동력(推動力)이 생기기 때문이다. 소통을 하다 보니 의견을 주고받느라 결정이 늦어지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 따르기도 하느라 어찌 보면 결단력이 없거나 우유부단하게 비칠 수도 있다. 카리스마가 없다는 평을 들을 수도 있다. 우린 주변에서 ‘NO’라고 하는 사람,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사람을 가끔 본다. 그런데 이런 사람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모두가 ‘Yes’만 하면 잘못된 것을 모르고 한 방향으로만 올인하기 때문에 제동장치 부재로 멈출 수가 없다. 그래서 실패했을 때는 완전히 망하게 된다. 따라서 밉지만 ‘NO’라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잠시 멈추고 의사 결정이나 판단을 위해 다시 한번 되짚어 볼 수 있어 그만큼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 총명하고 재주가 뛰어난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그러므로 실패할 확률이 그만큼 높고 실패 시 큰 대가를 치른다. 하지만 공감능력이 뛰어난 리더는 ‘NO’라고 하는 사람도 품고 갈 수 있다. 그만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재능이 넘치는 리더보다 공감하는 능력을 가진 리더가 필요하다. 정의돌 육영재단어린이회관 사무국장

[천자춘추] 1기 신도시 재정비, 30년 후를 생각하며

영화 ‘배트맨’은 오래된 초고층 빌딩으로 빽빽하게 채워진 컴컴하고 칙칙한 분위기의 ‘고담(Gotham)’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도시는 공권력도 힘을 못 쓸 만큼 온갖 범죄가 극성을 부려 배트맨이라는 히어로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 수밖에 없는 곳으로 묘사된다. 여기서 고담시의 이미지를 이러한 모습으로 연출한 것은 우리가 보편적으로 떠올리는 도시의 디스토피아적인 이미지와 부합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며 고담이라는 도시에서는 별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으리라. 요즘 건설된 지 30년이 되는 1기 신도시를 초고층, 초고밀로 재건축할 수 있도록 조속히 허용해 달라는 요구를 접하며, 만약 요구대로 1기 신도시 전체가 30~50층의 초고층, 고밀도로 재건축될 경우 앞으로 30년 후의 모습과 그 이후의 낡은 도시는 어찌해야 할까 상상해 보면 고담이라는 도시 이미지와 겹쳐지는 느낌도 드는데 과한 걱정일까. 분당, 일산, 평촌, 중동, 산본 등 1기 신도시 아파트의 최초 입주가 1991년 10월부터라고 하니 5개 신도시 전체 주택 수인 30만여가구가 앞으로 건설된 지 30년이 되는 노후 주택으로 대거 편입된다. 주민 입장에서는 좁은 주차장, 낡은 설비 등으로 인해 최신의 아파트단지로 재건축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욕구일 것이다. 그러나 옷이라면 첫 단추를 잘못 채우더라도 다시 풀고 채우면 되지만 도시는 한 번 잘못 건설되면 돌이킬 수 없을 뿐더러 실로 막중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치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므로 몇 가지 수반되는 문제부터 함께 해결해야 원활히 추진돼 주민 입장에서도 원하는 쾌적한 주거환경과 경제적인 가치를 더 빨리 보전받을 수 있을 것이다. 첫째, 1기 신도시보다 더 오래된 노후 원도심과 개발 시기가 유사한 서울, 지방권 등의 노후한 신시가지나 공공택지와의 정책 형평성을 고려해 보다 균형적이고 종합적인 정비 대책을 마련함으로써 갈등의 소지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둘째, 수백개나 되는 1기 신도시 아파트단지를 정비할 경우 주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부작용이 클 것이므로 인근 유휴토지나 진행 중인 공공택지를 활용해 순환 이주단지로 먼저 조성한 후 순차적으로 정비하는 방식의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셋째, 1기 신도시 재정비는 단순히 부동산 측면의 재건축이 아니라 대중교통지향형(TOD) 콤팩트시티, 탄소중립, 모빌리티,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한 스마트시티 등 새로운 미래 도시로 거듭나는 종합적 도시 재창조 전략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 같은 선결 과제에 대한 기본전략을 우선 수립하고 관계기관과 지자체, 시민 등과의 사회적 협의 과정을 충분히 거치고 추진해야 주민에게도 이익이고 사회·경제적으로도 상생, 발전하는 동인이 될 것이다. 지금은 이러한 사전 준비를 위한 지혜와 인내의 시간이 필요할 때다. 김동근 LH 경기지역본부 지역균형재생처장

[천자춘추] 도약하는 한국 무역

올해 우리 수출은 또 한 번 최고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총 수출 6천444억달러라는 눈부신 실적으로 기염을 토한 데 이어 올해 11월 누계 수출액도 벌써 6천억달러를 넘어섰다. 남은 12월까지 추산해 보면 올해 수출은 6천800억달러를 훌쩍 넘을 전망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주요국 통화긴축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로 유독 어려웠던 대내외 여건을 생각하면 올해 거둔 수출 성과가 더욱 남다르다. 내용도 비교적 알차다. 자동차, 석유제품 수출이 승승장구하고 있고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등 나머지 주력품목 수출도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하며 선방했다. 특히 신산업 품목이 날로 성장하고 있는 점이 반갑다. 2차전지는 10월까지 넉 달 연속 월 기준 최고 수출액을 돌파했고 전기차는 금년 내내 두 자릿수 증가세를 유지하며 순항 중이다. 차세대 반도체, 바이오헬스 등 8대 신산업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수출 순위 역시 한 단계 올라섰다. 우리나라는 홍콩을 제치고 작년 세계 7위에서 올해 6위로 입지를 다졌다.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과 물류난 등 여러 악조건 속에서 수출이 뚝심있게 우리 경제를 잘 지탱해줬고 여전히 중요한 미래 성장전략임을 다시 한 번 각인한 한 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내년 수출이 올해 같은 성장 행진을 이어갈 수 있을까. 상황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한국 경제의 주춧돌인 반도체 수출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데다 중국과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도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에 나서면서 수출 장벽이 한층 높아졌다. 탄소중립, 디지털규범, 인권, 안보가 무역의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면서 통상환경 또한 더욱 복잡해졌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가 휘청일 때마다 우리 수출은 특유의 회복력으로 단단한 성장 저력을 보여줬듯이 내년 한국 경제를 이끄는 중심에는 여전히 무역이 있으리라 의심치 않는다. 지금도 우리 무역인들은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혁신제품을 속속 세계시장에 내놓고, 원료에서 나아가 생산 방식을 친환경으로 시도하면서 미래 경쟁력을 위한 내실을 다지고 있기 때문이다. K브랜드 가치도 급부상하면서 한국은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모두 갖춘 무역 강국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무역의 날을 맞아 올 한 해 이뤄낸 자랑스러운 성과에 박수를 보내며 2023년 불확실성 파고를 슬기롭게 넘어 더 높이 도약하는 우리 수출의 당찬 모습을 기대해본다. 배길수 한국무역협회 경기지역본부장

[천자춘추] 전세보증금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주택 가격은 그동안 저금리 기조에 편승해 갭투자, 영끌투자 등 투자 바람을 타고 가파르게 상승했으나,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과 물가상승 그리고 금리 인상 등의 영향이 맞물려 작용하면서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종합주택매매가격지수가 올 7월 전국 104.8, 수도권 105.8이던 것이 계속 하락세를 보이면서 3개월 만인 10월에 전국 103.1, 수도권 103.7로 각각 떨어져서 그 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주택가격의 하락은 결국 전세시장에도 영향을 줘 주택가격 상승기에 높게 형성된 전세가격이 이제는 깡통전세의 우려까지 보이고 있다. 깡통전세는 발생 원인에 따라 유형이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결국은 주택의 매매시세에 전세보증금 등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집주인에게는 남는 것이 없고, 임차인에게는 임대차가 종료되는 경우 전세보증금 전액을 안전하게 반환 받는 것이 매우 위험한 상태에 있는 것을 말한다. 한국부동산원의 임대차시장 사이렌에 따르면 지난 10월 주택의 매매가격에 대한 전세가율은 최근 3개월 평균 전국 아파트가 75.4%, 연립·다세대가 82.2%를 차지한다. 이중 수도권의 경우 아파트 70.6%, 연립·다세대 82.7%, 인천 아파트 73.5%, 연립·다세대 88.7%, 경기도 아파트 71.9%, 연립·다세대 82.2%의 비율을 보여주면서 연립·다세대가 아파트에 비해 전세가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전국에서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아파트의 경우는 경북 86.8%, 연립·다세대 주택은 세종시가 116.8%로서 최고 높게 나타나 세종시의 경우는 역전세 현상까지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각 지역의 전세가율이 해당 지역 주택의 매매가격보다 높은 경우에는 전세보증금의 안전한 회수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 10월 전국에서 발생한 전세보증사고 금액은 1천526억 2천455만원으로, 9월의 1천98억 727만원보다 39% 상승했다. 같은 기간의 사고 건수는 523건에서 704건으로 34% 증가했으며, 사고율은 2.9%에서 4.9%로 2.0%포인트 상승했다. 이러한 주택시장 상황이 전개되면서 집주인의 보증금반환에 대한 고충도 크겠지만, 임차인의 경우는 전 재산인 전세보증금에 손해가 발생하게 되고, 이사를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에서는 임대차가 종료되고 임차인이 이사를 가야 함에도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경우 임차인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임차권등기명령제도를 두고 있다. 즉, 임차인은 자신의 전세보증금에 대한 대항력과 우선변제의 순위 보존을 위해 주민등록 이전과 이사를 하기 전에 먼저 소재지 관할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면 부동산등기부에 임차권이 등기돼 주택에 대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취득하게 되므로 이사를 가도 무방하다. 만약 그 이후에도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해당 주택에 대하여 법원 경매를 신청해 그 경매낙찰대금에서 전세보증금 등을 찾아갈 수 있다. 하지만 주택의 경매낙찰가율이 높아 임차인이 임대차보증금을 손실 없이 찾아올 수만 있다면 다행이지만 요즘같이 주택가격의 하락 시기에는 경매낙찰가가 임대차보증금보다 낮아질 수도 있으므로 임대차 보증금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따른다. 이렇게 위험한 전세보증금을 안전하게 지켜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택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 임차인이 해당 주택에 대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의 가입 가능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한 주택에 대해서만 임대차계약을 체결해야 하며 계약체결 후에는 반드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해야만 전세보증금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은 임차한 주택의 임대차계약이 종료됐음에도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거나, 임차한 주택이 전세 기간 중 경매 또는 공매 절차가 개시돼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 보증기관이 전세보증금을 임차인에게 돌려주는 금융상품이다. 보증기관으로는 주택도시보증공사와 한국주택금융공사 그리고 서울보증 등이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의 가입을 위해서는 먼저 해당 주택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임차인이 기본적으로 파악해야 할 사항으로는 ①해당 주택에 대한 전세가율을 파악해야 한다. 왜냐하면 해당 주택에 대한 KB시세나 한국부동산원의 부동산테크 시세의 주택매매가격 상한가와 하한가의 산술평균을 낸 시세가 전세가격보다 높으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의 가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②임대차 계약서에는 임대보증금 총액의 5% 이상이 계약금 등으로 지급돼 있어야 한다. ③임대차계약은 이사와 전입신고를 마치고 대항력을 갖추어야 하며 그리고 우선변제권으로서 확정일자를 취득해야 한다. ④보증 대상인 주택의 임대차 계약서는 개업공인중개사가 작성한 것으로 개업공인중개사의 날인이 있는 계약서라야 한다. ⑤보증보험의 가입 시기는 임대차계약 체결 후 계약기간의 2분의 1이 경과하기 이전까지 가입하면 된다. 이 외에 기타 상세사항은 해당 보증기관의 홈페이지를 통하여 알아보면 된다.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시기에 깡통전세로 인해 귀중한 재산인 전세보증금을 안전하게 지켜내기 위해서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보험료를 아끼려다 더 큰 재산을 잃게 되는 소탐대실의 자세를 견지해야 하며 반드시 사전에 이를 파악해보는 유비무환의 자세도 필요하다. 이기찬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부동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천자춘추] 정치적 문제는 정치의 장에서

권위주의 체제 시기에는 종종 법적인 문제가 정치적으로 해결되곤 했다. 법보다 우위에선, 그야말로 정치 만능 시대의 정치권력은 명백한 위법 행위에 대해서도 사법 절차를 얼마든지 무력화시킬 수 있었다. 정치가 검찰을 권력의 도구로 사용할 때 정치 부패가 싹트는 것은 필연이다. 그런데 민주화된 오늘날 우리는 정치적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하려는 정치인이 많은 것을 목격하고 있다. 고소·고발장을 접수하는 행위가 중요한 정치적 성과인 양 접수처를 향해 걷는 모습이나 접수 장면은 종종 주요 뉴스가 되기도 한다. 고소·고발은 난무하지만 상당수가 소 취하의 형태로 유야무야로 끝나고 만다. 그럴 때면 고소·고발은 처음부터 왜 했는지 의아하기만 하다. 상대를 욕 보이는 것과 잠시나마 자신이 뉴스의 중심에 서는 것의 효과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고소·고발의 남발은 그러한 소기의 목적 달성(?)과는 달리 한국 정치의 후진성이라는 꽤 깊은 내상을 남기게 된다. 정당이나 정치인의 고소·고발 대부분이 법적 정의의 실현을 위해서라기보다 권력 다툼 과정에서 파생된 것으로, 상대에 대한 공격 수단으로서의 의미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문제를 법으로 해결하려는 행태는 정치의 실종을 의미한다. 그러한 정치의 실종에 정치인 스스로가 앞장서는 것은 아이러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행태가 사법 만능 시대의 도래를 보여주는 것 같지만 정치적 문제를 법에 호소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사실은 법을 너무나 가볍게 여길 뿐 아니라 심지어 불신한다는 점이다. 선고 결과에 따라 판사를 겨냥한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는다. 이러한 행태는 사법 불신을 가중할 뿐 아니라 그만큼 정치 불신을 키우는 일이기도 하다. 일부 판사가 정치적 쟁점에 관해 의견을 피력하는 일도 있다. 그 역시 정치적 주권자라는 점에서 판사가 정치적 논란에 무조건 침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판사의 정치적 의견이 이른바 진영논리 속에서 소비될 경우 사법적 정의가 크게 동요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기도 하다. 여하튼 국회에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설치된 것은 사법이 정치 무대의 전면에 등장했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정치의 사법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점도 사실이다. 정치인은 물론 일반인 역시 공론장에서 법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를 전개하는 것은 시대적 요청이기도 하다. 판사 개인의 정치적 의견 표명보다도 더욱 심각한 것은 정치인이 판사나 법원을 압박하며 사법조차도 정치로 재단하려는 행태다. 정치인의 판사 및 법원에 대한 공개적인 공격이나 압박이 점차 심해지고 있다. 삼권분립이라는 헌법정신에 반하면서까지 사법에 대한 과도한 정치의 침윤이 일어나는 것은 민주주의 퇴행이다. 정치권에서는 정치적 문제는 정치의 장에서 풀어 가는 합의를 하기 바란다. 정치와 법의 관계에서는 법 만능도, 정치 만능도 경계해야 하며 정치와 법의 팽팽한 긴장 관계 속에 비로소 민주주의는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송석원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천자춘추] 도로 빗물받이‚ IoT로 스마트하게

2022년 8월 서울 강남역 인근 물난리를 비롯해 그동안 반복적으로 발생한 도시 침수 피해를 계기로 강우 시 빗물의 신속한 배제와 침수 예방이 사회적 이슈로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강우 시 빗물은 도로나 주차장 위에 쌓인 각종 쓰레기나 나뭇잎, 타이어가루, 자동차 기름, 흙탕물, 동물의 배설물 등 비점오염물질과 함께 빗물받이와 우수관로 및 우수토실을 통해 인근 하천으로 신속하게 배제된다. 그러나 부실한 빗물받이 관리로 빗물받이 및 우수관로가 각종 쓰레기나 토사로 꽉 막혀 빗물이 신속하게 하천으로 배제되지 못함에 따라 역류에 의한 도시 침수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실험한 바에 의하면 시간당 100mm의 집중 호우 시 빗물받이에 담배꽁초 등 쓰레기가 들어차 있는 경우 역류 현상이 발생해 침수가 3배가량 빠르게 진행되며, 특히 담배꽁초나 쓰레기가 함께 섞이면 20초 만에 우수관이 막혀 빗물이 역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에만도 빗물받이가 55만개 이상 설치돼 있고, 경기도를 비롯한 전국의 주요 도시에도 엄청난 수의 빗물받이가 설치돼 운영 중이다. 매년 많은 장비와 비용을 들여 준설하지만 관로막힘과 침수피해를 완전히 막기에는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빗물받이로 유입되는 쓰레기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는 대심도터널 등 차세대 우수배제시스템과 더불어 도시 침수 예방의 핵심 관건일 수밖에 없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초기 강우 시 유입되는 각종 비점오염물질은 도시 하천 오염의 약 68~7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천의 수질 개선을 위해서는 유역 내 발생하는 모든 오염물질을 한꺼번에 모아 처리하는 대형구조물 형태의 집중화 관리보다 오염물질 유입 1차 관문인 빗물받이 유입 단계부터 원천 차단하는 소규모 분산형 발생원 관리를 통한 적극적인 예방조치가 훨씬 효율적이며 필수적이다. 현재 빗물받이에 유입되는 쓰레기나 비점오염물질을 포집하고 제거할 수 있는 스크린이나 여과트랩 장치, 악취방지덮개 등이 다양하게 개발 및 적용되고 있으나 작업자가 일일이 현장을 방문해 포집 및 반출 여부를 점검해야 하는 어려움으로 인해 관리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빗물받이에 설치되는 스크린이나 여과트랩은 사물인터넷(IoT) 융합형 원격제어 빗물받이 관리 방식으로 강우감지센서 및 무게센서와 고효율 여과포 및 무선통신 모듈을 장착해 포집된 쓰레기나 오염물질의 교체시기를 관리자에게 자동으로 알려주도록 함으로써 관리자 한 명이 쉽게 점검 및 교체가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이런 장치는 현재 시중에도 개발 보급되고 있는 기술로 별도의 동력이나 제어반이 필요 없이 초소형 배터리로 운영할 수 있으며 클라우드와 대시보드로 편리하게 관리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많은 도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셸터정류장, 스마트가로등, 스마트횡단보도, 쿨링포그, 클린로드, 쿨루프, 쿨페이브먼트 등 다양한 차세대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그린도시조성사업이나 스마트시티조성사업, 스마트그린산단조성사업, 비점오염저감사업, 스마트관망관리시스템구축사업, 수질오염총량관리사업 등과 연계해 IoT 융합형 빗물받이 여과망(트랩)을 이용한 소규모 스마트 분산관리시스템의 단계적이고 신속한 도입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며 이는 곧 ‘탄소중립시대 친환경 ESG’와 ‘안전한국 Safe Korea’에 기여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김흥섭 수생태복원㈜ 대표이사·환경공학박사

[천자춘추] ‘경제 성장 동력’ 여성기업 키워야

산업의 최전선에서 어떻게 하면 최저 성장과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혁의 시기를 변화와 혁신에 성공해 성장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밤잠을 설치고 있는 여성 기업인들이 있다. 여성은 소비의 주체이기도 하며 생산자이기도 하다.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을 높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0% 더 늘어날 수 있다’고 국제통화기금(IMF) 첫 여성 총재가 말한 바 있다. 이를 반영하듯 여성의 기술기반 창업 또한 연평균 증가율이 7.6%로, 남성 기업의 2.8%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여성 특유의 감각과 소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기술 기반 산업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며 기여하고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는 경제성장과 사회 문제 해결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미래 경제의 대안이자 선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주요 자원이며 성장동력이다. 또 경제성장은 물론 저출산, 고령화, 인구 문제, 일자리 창출 등의 주요 사회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도 여성이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1999년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출범한 최초의 법정 여성 경제단체로서 약 295만 여성 기업인들이 활동하고 있다. 여성 기업의 수는 매년 증가해 전체 중소기업 대비 40%를 넘어선 데 비해 매출 비중은10% 안팎으로, 여성 기업 대부분이 소규모 영세기업임을 나타낸다. 출산, 육아 등으로 남성에 비해 늦은 사회 진출과 그에 따른 인프라 부족 등이 여성 기업들의 판로 개척과 자생력 부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는 ‘여성 기업 맞춤형 정책 지원’이 절실함을 보여준다. 현장에서 체험한 여성 기업 운영의 어려운 점은 자금 조달, 판로 확보, 인력 발굴, 일·가정 양립 문제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여성에게 더 과중하게 할당된 가사와 보육에 대한 부담은 여성 기업인과 여성 기업의 경쟁력 약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32위다. 여성 고용률을 살펴보면 20대까지는 증가하다가 30대가 되면 대폭 축소되고, 40대 중반 이후로 회복되는 M자형을 이룬다. 이는 여전히 임신, 출산, 육아가 여성의 경력 단절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육아와 가사 분담이 여성에게 가중된 사회구조적 문제와 이러한 현실적 제약이 많은 여성들의 경제 활동을 제한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따라서 여성 기업 지원 정책은 기존의 기업 지원과는 다른 시각의 접근과 이해가 필요하다. ‘여성 기업 맞춤형’ 중장기적인 정책 수립을 통해 한국 경제의 새 동력을 여성 기업에서 찾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여성 기업인, 여성 근로자, 더 나아가 여성 기업의 자생력 향상을 위해 일·가정 양립 지원과 기업 네트워크를 강화해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여성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보다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정책이 연구되고 현장에 적용되기를 바란다. 가장 많은 여성기업을 보유한 경기도부터 이 귀중한 경제동력인 여성 기업에 대한 관심과 실질적 정책 개발 및 지원이 동반되기를 희망한다. 더불어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기지회는 여성 창업자들과 여성 기업인들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가장 먼저 행동하는 든든한 울타리로 함께하겠다. 송영미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기지회장

[천자춘추] 그라운드 위, 여성들이 반갑다

전 세계가 축구의 매력에 빠지는 시간, 월드컵 기간이다. 축구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랑곳없이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승리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리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선수들의 환희가, 때로는 허탈함이 ‘우리 팀’이라는 연대의식 아래 팬들에게까지 고스란히 전해진다. 월드컵을 통해 코로나19가 빼앗아간 함께 뛰고, 땀 흘리는 즐거움을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본다. 누군가와 팀을 이뤄 스포츠를 즐겨본 것이 언제가 마지막일까. 평소 운동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면, 특히 여성이라면 학창시절 이후 팀스포츠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을 것이다. 내가 속한 사회적협동조합 플랜비스포츠는 지난 2019년부터 꾸준히 여성 축구 동호인들을 지원하는 일을 해오고 있다. 처음 그들을 접한 것은 대학생들이 중심이 된 여대생 축구 동아리였다. 체육전공자가 있는 학교는 형편이 괜찮은 편이었지만 체육학과가 없는 학교는 맨땅에 헤딩하는 수준이었다. 축구 규칙을 잘 몰라도, 경기에 가서 한 골도 못 넣어도, 학교 운동장에서 연습하는 모습을 보는 사람들의 낯선 시선에도 반짝이던 그들의 열정이 참 좋았다. 코로나19가 한창 극성이던 2020년 야외 운동장에서도 마스크를 끼고 아마추어 여성 동호인을 위한 축구대회를 열었다. 마이너한 취미를 가진 동호인들끼리의 연대, 자신들의 무대가 있음에 기뻐했던 그들의 모습이 잊히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 다시 그들을 위한 대회를 개최했다. 대회를 열어 보니 여성들의 스포츠 참여에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체감했다. 미디어의 영향과 땀 흘리는 여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이전보다 많은 여성들이 팀스포츠와 격렬한 운동을 즐기고 있었다. 여성 축구 동호인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처음 축구를 하러 가는 것이 너무 망설여졌다고. 시작하고 보니 축구를, 체육을 싫어한 게 아니라 낯설었던 것이라고. 유년 시절 운동에 대한 적은 경험이 여성들에게 스포츠의 높은 진입 장벽을 만든 것이다. 더 이상 소수의 엘리트를 위한 스포츠가 아니라 관중에 머물지 않고 직접 뛰겠다는 그들의 변화가 반갑다. TV 프로그램을 보고 ‘나도 한번 해볼까’로 시작했던 여성 축구 동호인들의 변화는 여성 풋살화 판매량 급증이라는 객관적 수치까지 만들어 냈다. 이번 월드컵이 우리 청소년들에게도 이런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한국 청소년은 운동하지 않는 것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통계는 이제 더 이상 낯설지도 않다. 항상 생활체육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계층이 여성과 청소년이다. 여성 생활체육 인구의 증가처럼 우리 청소년들도 스포츠를 즐기고, 스포츠를 통해 저마다 아름다운 인생의 경기를 즐겼으면 한다. 장보미 사회적협동조합 플랜비스포츠 이사장

[천자춘추] 민간위탁 사회복지공공시설, 노동자에 대한 문제와 대책

한국 사회는 외환위기를 맞이하면서 공공 부문의 비효율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고 정부는 신공공관리(NPM)적인 정부 개혁을 단행했다. NPM적인 개혁 중 가장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것 중 하나가 공공 부문의 민영화다. 민영화와 민간위탁의 주목적은 전문성과 무엇보다도 예산 절감일 것이다. 하지만 민영화와 민간위탁에 대한 문제점 또한 날로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사회복지시설 민간위탁에 대한 문제점으로는 지방자치 단체장이 4년에 한 번씩 바뀔 때마다 그 숫자는 늘고 있으며 이는 선거에 함께한 사람들이나 단체에 보은의 행위로 필요성에 대한 구체적 조사나 검토 및 당위성도 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비일비재하다. 고용 또한 적정 인원, 필요성, 전문성, 자격에 대한 검증보다도 앞서 언급한 보은 인사 행정으로 조사되고 있다. 경기도 같은 경우 사회복지 이용시설(종합사회복지관,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 영유아 시설 등)의 92%가 민간위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경기도 31개 시군 중 2개 시군을 제외하고 지방조례에서 명확한 심사기준을 규정하지 않아 심사항목별 채점 기준 심사 서류 등에 대한 규정이 없는 것으로 조사 결과 나타났다. 문제는 민간위탁 시설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와 열악한 근무환경이다. 공공시설 민간위탁은 전문성이 전제돼야 하며 비전과 미션, 사회복지적 가치, 종사자에 대한 고용안정, 처우개선, 노동관계법 준수 등 지자체 직영체제보다 우월하다는 확증적인 결과가 담보돼야 하나 많은 지자체가 이러한 검증을 할 수 있는 기준과 세밀한 조례가 없다. 일반 산업현장은 영리만을 목적으로 하다 보니 합법을 가장한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그렇다고 하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국민들의 행복 추구를 위한 일을 하는 정부나 지자체가 예산 절감이라는 이유로 기본적인 근로기준법 내 보호나 보장을 하지 않는 것은 지위와 권력이 휘두르는 또 다른 기득권이다. 현재 경기도와 성남시 안산시 등은 생활임금보장조례와 노동인권조례 등을 제정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와 보상에 일조하고 있으나 그렇지 못한 지자체가 더 많다. 정부나 지자체가 당연히 운영해야 하는 공공복지시설을 민간 영역에 떠맡겨 그 책임을 다하는 민간위탁 종사 노동자 공무원, 정부 또는 지방자치 출자출연기관 노동자, 민간위탁 노동자들의 기관별 업무량이나 전문성, 자격을 비교해보면 민간위탁 노동들이 얼마나 차별을 받고 있는지 상세히 알 수 있다. 정부가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 및 지자체가 양성한 비정규직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실행해야 하며 이후 산업현장과 생활현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은철 전 안산시근로자종합복지관장

[천자춘추] ‘유치원 자율경쟁’이 미래교육의 답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아이가 태어나 가정에서 양육과 교육이 이뤄지던 것이 산업화된 현대에 들어서는 어린 시기부터 교육기관에서 보육과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교육기관이 유치원이며 상당 부분 민간이 설립한 사립유치원에서 책임지고 있다. 우리나라 유아교육의 중심에서 유아교육을 책임지고 이끌어 왔던 사립유치원이 여러 상황으로 인해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는 곧 우리나라 유아교육의 위기라 볼 수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이 세계 선진국 대열에서 선전할 수 있는 것은 열정적인 교육열의 힘이라는 것을 부인하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특히 사립유치원은 생의 첫 교육기관으로서 11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발전해 왔다. 시대마다 그 시절의 인재를 양성하는 초석의 역할을 해왔으며 앞으로도 교육의 견인차 역할을 해낼 것이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이 발달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야 할 우리 아이들에게 과연 어떠한 교육이 필요할까. 현재 유치원은 국공립과 사립유치원을 통틀어 누리놀이과정의 교육과정이 있다. 유아교육의 다양성과 창의성이 강조되는 현 시대에는 교육의 일률적인 교육과정보다는 유연성과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오랜 기간 각 기관의 특성을 살려 교육을 담당해 온 사립유치원은 학부모들과 소통하며 학부모의 요구에 적극 공감하면서 각 유치원의 교육과정을 창의적으로 실현하고 있으며 선의의 경쟁 속에서 성장해 왔다. 그 결과 교육의 다양성과 자율성에 있어 어떠한 교육기관보다 월등한 경쟁력이 있으며 축적된 교육 노하우를 갖고 있다. 반도체산업 또는 케이팝이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처럼 우리 유아교육기관이 갖고 있는 교육의 다양성과 자율성은 미래 사회에는 더더욱 중요한 교육 영역이 될 것이다. 유아기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미래 사회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우리나라 사립유치원이 가진 교육적 자산은 높이 평가돼야 할 것이며 이는 오랜 기간 서로의 발전을 독려하며 성장해온 우리 나라 사립유치원의 발전의 산물이며 자랑거리다. 본인은 오랜 기간 사립유치원의 교육을 담당해온 전문가로서 유아들의 미래를 위해, 위기를 맞고 있는 사립유치원의 교육적 자산이 사장되거나 폄하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사립이나 공립의 기준이 아닌 교육 그 자체의 척도로 유아교육을 바라보길 바랄 뿐이다. 박정순 수원시 유치원연합회장

[천자춘추] 세계 최저 출산율 한국의 미래

한국이 세계 200개국 중 최저 출산율 국가가 됐다. 2021년 합계 출산율 0.81로 미국의 1.46, 우리보다 저출산 고령화에 먼저 진입한 일본의 1. 37에도 크게 못 미친다. 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일반적인 합계 출산율 2.1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충격적인 세계 최저 출산율에 뉴욕타임스, BBC 등 외국 언론들도 앞다퉈 기사를 내고 있다. BBC는 한국에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우리가 되새겨 봐야 하는 심층보도를 내보냈다. 한국의 저출산 원인으로 육아비용 등 경제적 요인과 출산과 육아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을 꼽고 있다. 남성과 여성의 임금 격차가 크고 가사 육아 등의 업무가 여성에게 집중돼 있어 출산 후 직장을 그만두거나 경력의 정체를 겪어야 하는 한국의 많은 여성들이 출산을 포기하고 경력을 선택하고 있다며 “한국의 여성들이 출산파업 중”이라는 인터뷰를 함께 보도하기도 했다. 2015년 이후 7년간 계속해서 곤두박질치고 있는 합계 출산율은 2022년 2분기 0. 75까지 떨어졌다. 세계 최저 출산국 한국은 출산율이 이대로 계속되면 국가경쟁력 하락과 성장동력을 잃는 것을 넘어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국가 중 하나로 유엔에서 지목하고 있다. 통계청의 2022 사회조사 결과에서 한국 미혼 남성의 63%, 미혼 여성의 78%가 결혼을 안 해도 된다고 답했다. 결혼하지 않으니 당연히 아이도 낳지 않을 확률이 높다. 미혼 남녀가 결혼하지 않는 이유 중 출산 양육 부담과 일. 결혼 병행이 어려워서가 남성 14%, 여성 21%로 청년들이 결혼을 미루는 큰 이유 중 하나이자 출산을 포기하는 이유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청년세대가 결혼과 출산, 아이 키우는 일이 행복한 삶의 선택이 될 수 있도록 정책의 전환과 집중이 필요하다. 결혼하는 청년들에게 주거의 우선 공급,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직장문화, 싱글맘 싱글대디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서도 돌봄과 양육의 공백이 없는 보육 정책 등 이제까지 해온 국가정책의 실패 요인을 분석하고 뼈대부터 새롭게 세우는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저출산 고령화 국가 중 하나인 일본은 11개 부처에 흩어져 있던 출산 및 육아 지원 정책을 통합하는 어린이가족청을 설립하고 결혼하기 좋은 환경 조성, 아동 1명당 (0세~ 중학생) 1만~1만5천엔의 육아수당, 대기 아동이 없도록 보육원 확대, 남성의 육아 휴직을 10%에서 2030년까지 30%로 확대토록 하는 등의 일과 육아 양립 정책으로 2021년 대졸 이상 고학력 여성들의 평균 합계 출산율이 1.74를 기록해 19년 만에 처음으로 늘었다. 특히 여성들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무엇보다 일본의 저출산 정책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메시지다. 오현숙 서정대 사회복지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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