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소방본부가 나아갈 길

우리나라 소방서비스의 발전은 불을 끄는 기본적인 서비스에서 고도로 조직화되고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발전해 화재를 예방·경계·진압하는 일과 구조·구급 업무로 확대되는 등 수년에 걸쳐 중대한 변화를 겪어 왔다. 초기의 소방서비스는 1970년 정부조직법에 따라 지역 사회 기반으로 이양돼 운영되다 1977년 소방공무원법을 제정해 소방공무원으로 신분이 일원화되고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사건을 계기로 2004년 소방방재청이 설립됐다. 현대적인 소방 기술과 장비의 도입으로 정부는 더욱 중앙집중화된 시스템의 필요성을 인식해 2020년 4월1일 소방공무원 전부가 국가직으로 신분이 전환됐다. 그러나 국가직으로 옷을 갈아입은 지 3년이 지난 현재도 여전히 ‘무늬만 국가직’이라는 오명을 남기고 있다. 신분만 국가직으로 바뀌었을 뿐 예산과 조직운영은 지자체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소방공무원들조차 조직, 인사, 예산 등이 여전히 지자체에 권한이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국가직 전환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조직체계는 소방본부장과 학교장을 제외한 전체 인원이 시·도지사 직속으로 운영되고 임용권도 시·도지사에게 있다. 일반직공무원(1~9급)보다 1계급이 더 많아 승진에서 상대적 손해를 보고, 인사 적체도 심하다. 재난상황 발생 시 현장의 지휘·통솔 권한을 가진 소방본부장도 군, 경찰보다 직급이 낮아 일사불란한 현장지휘를 하기 힘들다. 부본부장 직제를 신설해 소방본부장 직급을 격상시키고 신속한 대응 및 현장지휘체계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인천검단소방서 개서 시 인력 충원이 제때 되지 않아 각 소방서에서 차출해 운영하고 있는 등 소방인력과 근무환경은 국가직공무원의 위상에 미치지 못한 실정이다. 소방 예산 또한 시·도에서 소방특별회계 예산을 편성하고 인건비 일부만 국가로부터 지원(교부금) 받는 등 80% 이상을 지자체가 부담하고 있으며 시·도의회의 예산심의와 행정사무감사를 받는다. 경찰처럼 소방청 예산을 국가예산으로 통합 편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소방조직은 희생의 아이콘이자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발전해 온 조직이다. 안전은 시민 모두가 보장받아야 할 기본적인 권리다. 교육, 장비 및 자원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계속 진화하고 변화해 지역사회의 안전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조직이 돼야 한다는 바람이다.

[천자춘추] 신기술 우대정책 적극적 이행 필요

국가에서는 신기술의 개발과 발전을 장려하고자 연구개발(R&D) 정책 지원은 물론 개발된 기술의 상용화와 구매 거래 촉진을 위한 관련 법과 제도의 정비 등 효율적이고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신기술(NET), 신제품(NEP), 우수조달물품, 혁신제품 등 국가가 지정하는 각종 신기술의 종류는 그 지정 목적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새로운 우수기술’이라는 신기술의 기본 개념은 동일하다. 이러한 신기술의 상용화와 구매 촉진을 위해 약칭 국가계약법, 지방계약법, 조달사업법, 판로지원법 등을 통해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하거나 수요 기관의 연간 신기술 우선구매 또는 의무구매 비율을 정하는 등 국가에서는 관련 법률로써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혁신제품의 경우 이러한 지원책에 더해 구매담당자의 고의나 과실이 없는 손실에 대한 면책이나 사업자의 계약 지체에 대한 책임 면제, 낙찰자 선정 시 실적 제한을 면제하는 요건 등의 파격적인 추가 혜택을 법적으로 제도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탄탄한 정부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신기술의 현장 적용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신기술 적용에 가장 큰 장애 요소는 바로 감사를 우려한 구매담당자의 복지부동이 첫째 이유라고 필자는 판단한다. 공공기관의 사업 수행에는 내·외부 감사가 반드시 수반되며 이때 수의계약건은 대부분 집중감사 대상이다. 구매담당자는 아무리 법적 타당성 자료와 면책요건이 있더라도 지속적으로 자료를 준비하며 감사에 대응하는 데에서 오는 업무적 손실과 스트레스는 반드시 피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신기술의 적극적인 활용에 따른 감사 결과는 ‘잘하면 귀찮거나 본전, 못하면 징계’가 되기 일쑤다. 결국 향후 귀찮아질 수도 있는 신기술의 적극적인 활용보다는 통상의 규격을 가진 종래 기술 중에서 선택 적용하는 것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아주 드문 경우일지는 몰라도 어느 공공기관 담당자가 조달청에 등록된 동종 우수조달인증제품이 하나밖에 없어 특혜 시비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미인증 일반 제품으로 바꿔 설계에 적용한 사례가 있다. 이는 신기술 우대정책의 또 다른 뒷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극단적이지만 세계 최고의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상용화해도 특혜 시비가 없도록 경쟁 제품이 출현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신기술의 개발과 상용화에 대한 과감한 지원 없이는 국가 과학기술의 발전은 요원할 것이다. 국가의 최우선 과제는 탄탄하고 효율적으로 이미 구축된 각종 신기술 우대 정책을 적극적으로 이행·감독하고 특히 이행실적을 더욱 면밀히 평가함은 물론 감사를 통한 징계보다는 적극 활용하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오히려 포상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다만 신기술 인증에 대한 법적, 제도적 지원은 아끼지 말아야 하지만 인증은 매우 엄격하고 공평하게 진행돼 일명 하늘의 별 따기 정도로 검증 절차가 까다로워 그야말로 진정한 신기술이 선정돼야 할 것이다. 이렇게 선정된 신기술은 최대한의 특혜로 현장에 곧장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행여 잘못 선정된 신기술이 있다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될 것이므로 걱정할 필요 없다. 그래야 기업의 기술 개발 의지를 한층 북돋울 수 있고 나아가 그것이 국가 과학기술 발전의 튼튼한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천자춘추] 한 아이 키우기 위해 온마을이 필요

2022년 한 해 한국의 출생아 수는 24만9천명, 합계출생률은 전 세계 국가 중 최저인 0.78이다. 10년 전인 2012년의 출생아 수 48만5천명과 비교하면 한 해 출생아 수가 절반으로 줄었고 불과 40년 전인 1982년 한 해 84만8천명 출생인구와 비교하면 1년간의 출생인구가 약 60만명 (70%) 감소했다. 출생아 수의 끝 모를 추락으로 사회 각 분야의 삶도 가파르게 변화하고 있다. 교육, 주택,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우리 사회의 근본을 이루는 복지제도들도 위기에 처하고 있다. 삶에서 아이를 우선으로 선택하지 않겠다는 젊은이들의 의식을 바꾸려면 무엇보다도 아기 낳고 키우는 일이 행복하고 삶의 보람이 되도록 아이 낳기 좋은 환경,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그리고 태어난 아이가 행복하게 잘 자랄 수 있는 사회환경이 돼야 한다. 지난 2월 법원은 엄마가 돈을 벌러 나가면서 8개월 아기의 젖병을 고정하기 위해 가슴 위에 쿠션을 올려놓았다가 숨진 사건에 대해 우리 사회가 돌봄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며 이례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가족과도 단절되고 기초생활수급자인 아기 엄마는 어린이집, 아이돌보미 등 공공에서 아이를 맡길 곳을 왜 찾지 못했을까.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21년 보육시설 이용 아동은 118만4천명, 국·공립어린이집 이용 아동은 26만8천명으로 국·공립 어린이집의 이용률은 22.7%다. 어린이집 정원 대비 이용률은 76.1%로 37만2천명에 달하는 어린이집 자리가 비어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률은 82.5%,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 63.6%, 민간 어린이집의 이용률은 74.8%다. 일하는 엄마들에게 필요한 야간 연장 어린이집은 1만9천949명이 이용 중으로 정원의 4.9%만 이용하고 있으며 휴일 어린이집 이용 아동은 112명으로 정원의 0.5%, 24시간 어린이집은 정원의 5.3%(401명)만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어 있는 시설은 많은데 한편에서는 돌봄을 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보육시설이 필요한 사람이 필요한 시기와 시간대에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왜 이용률이 0.5~ 5%에 머무는지에 대한 심층 분석과 대책이 필요하다. 비어 가는 보육시설에 대한 정책 전환과 함께 시설 중심의 돌봄에서 가정 파견 육아 교사, 언제나 일시적 보호를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등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필요로 하는 수요자 중심의 아기를 안전하게 믿고 맡길 수 있는 다양한 보육 서비스가 확대돼야 한다.

[천자춘추] 교섭단체

지방의회는 의원 전체의 합의로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제 기관의 성격을 띠고 있다. 정치적 이념과 목표를 가진 의원들의 의사를 사전에 통합·조정해 창구 역할을 하는 교섭단체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교섭단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개별 의원들의 의견을 조정할 수 있는 창구가 없어 의회 운영의 비효율성이 극대화되고 그에 따른 도민의 피해도 커질 수밖에 없다. 국회는 제헌국회 때부터 교섭단체의 필요성이 제기돼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1949년 7월29일 국회법을 개정하면서 교섭단체에 대한 규정을 넣은 것이다. 그러나 국회에 비해 지방의회는 지방자치제도의 부활 이후 30년 넘게 교섭단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못했다. 헌법상의 기관이면서 주민대표 기관인 지방의회를 지방자치단체의 하위기관으로 보는 잘못된 인식도 한몫했다.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지방의회는 교섭단체를 지원할 수 없어 운영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교섭단체가 실질적인 의회 운영의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정책 인력이나 예산 등을 지원받을 수 없었고 설령 조례에 명시해도 법령에 위배돼 법률불합치 판정을 받기도 했다. 마냥 어린이처럼만 보이던 아우나 자식들이 어느새 훌쩍 커 버린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지방의회도 30년이 넘는 기간 어느새 몰라보게 많은 성장을 했다. 제도적 미비에도 불구하고 입법, 집행기관 견제, 주민대표 등의 의정활동을 통해 역할과 권한을 확대해 왔다. 아이가 성인이 되면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줘야 하는 것처럼 지방의회의 역할 증대에 따라 환경과 제도적인 정비 역시 이뤄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2월27일 지방의회 교섭단체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지방자치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지방의회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인사권 독립과 정책지원인력 도입 등이 포함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이후 지방의회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이제 지방의회는 교섭단체를 둘러싼 법적 굴레를 벗어던질 수 있게 됐다. 앞으로 개정된 법률이 시행되기까지 6개월의 시간이 남았다. 법률 개정에 맞춰 교섭단체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조례 등을 손질해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또 교섭단체의 권한과 역할이 커지는 만큼 그에 걸맞은 책임감과 사명감도 잊지 않도록 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천자춘추] 공정을 포용하라

3월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았다. 1908년 3월8일, 1만5천여명의 미국 여성 노동자들이 생존권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벌인 역사적 시위가 그 기원이다. 1975년 유엔은 ‘여성의 날’을 국제기념일로 공식 지정했으며 한국에서도 민간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여성의 날 기념일이 2018년 법정기념일로 공식 지정돼 매년 기념하고 있다. 2023년 세계 여성의 날 캠페인 주제는‘#EmbraceEquity #공정을 포용하라’다. 세계여성의 날 조직위원회에서는 이번 주제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평등(Equality)이라는 단어에 숨겨져 있던 공정(Equity)의 가치를 발견하고, ‘평등한 기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세계적으로 알리기 위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세계여성의 날 조직위원회에서는 평등과 공정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며, 공정은 그냥 좋은 것이 아니라 꼭 있어야 하는 필수적인 것이라고 설명한다. 모두에게 동일한 기회를 준다고 해도 모든 사람이 가진 조건이 같지 않기 때문에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성별, 인종, 세대 등 다양한 개인의 상황을 인지하고 그에 맞는 지원과 기회를 배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기회의 평등이라는 개념은 매력적이지만 기회의 평등이 결과의 평등과 공정함까지 보장된다는 믿음은 깨진 지 오래됐다. 경기도 여성들의 현실은 어떠한가. 2021년 기준 경기도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은 50.2%로 남성의 경제활동 참여율 74.7%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것이 현실이며 2021년 기준 경기도 여성의 월평균 임금은 217만5천원으로 남성(341만8천원)에 비해 124만3천원이나 적다. 또 지방의회의 여성 대표성의 현실을 보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2022년 6월1일) 경기도 광역의회 당선자 156명 가운데 여성 당선자 수는 35명으로 22.4%에 불과하다. 이러한 경기도 여성의 현실은 우리에게 공정의 개념을 질문하게 한다. 우리가 사는 경기도에는 성 고정관념이 없고, 차별을 지적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 있는가? 오늘 사후적으로 나타난 결과는 내일 삶의 사전적인 조건이 된다. 즉, 오늘 결과의 평등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내일 자녀들에게 공평한 이익을 물려줄 수 없다.

[천자춘추] 노동 69시간

지난 6일 정부는 일주일의 노동시간을 69시간까지 늘리는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 제도가 장기휴가를 활성화하는 등 노동자에게 이전보다 유리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한마디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종속적인 관계에 있는 노동자가 장기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사업체가 얼마나 될까? 앞으로 주 52시간 체제에서 가졌던 노동자들의 휴식과 자기계발 기회는 사라지고 일에만 매달려야 할 것이다. 지금도 업무 공백 때문에 눈치를 보면서 휴가를 쓰고 있는 형편이므로 장기휴가는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대기업은 노동시간이 늘어나도 대체인력이 있는 데다가 노동의 대가를 지불할 것이므로 부작용이 적고,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체도 단체협약을 가질 것이므로 노동자에게 불리한 면이 줄어들 수 있다. 그렇지만 규모가 영세하거나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체는 장시간 노동하던 시대로 돌아갈 것이다. 노동시간만 늘어날 뿐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개편안이 발표되자마자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고, 구인난 해결과 납기 준수 등 경영 애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중소기업 등에서 환영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정부는 노동 개혁을 국정 과제로 내걸고 노동조합을 부패집단 내지 폭력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 노조 회계의 투명성을 문제 삼아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있는 것이 그 단적인 예다.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에게 회계에 대한 보고와 감사 의무가 있을 뿐 정부에 제출해야 할 법적인 의무가 없다. 오히려 세금을 사용하는 정부가 회계를 투명하게 국민에게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수천억원대의 특수활동비를 사용하면서 왜 공개하지 않고 있는가? 노동조합의 활동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권리다. 정부는 노동자의 노동시간, 임금, 고용, 처우 등의 권리를 추구하는 노동조합을 무력화해서는 안 된다. 정부 정책에 반대한다고 해서 노동조합 사무실을 국가보안법 혐의로 덮어씌워 압수수색하면서 탄압하는 것은 독재국가의 전형이다. 노동시간을 69시간으로 일방적으로 늘릴 게 아니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열고 협의해야 할 것이다.

[천자춘추] 스포츠클럽 활성화 위한 ‘적극행정’ 절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사람들과 교류하며 꾸준히 운동하는 스포츠클럽 활동은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필수다. 또 생활체육을 즐기며 전문 체육까지 꿈을 키워가는 선순환 생태계 구축은 스포츠 정책의 오랜 숙제다. 이러한 스포츠계의 과제 해결을 위해 스포츠클럽법이 제정됐다. 스포츠클럽법의 핵심은 등록제와 지정제다. 생활체육 동호회 등 지역사회의 체육활동 진흥을 위해 운영되는 법인 또는 단체가 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고 지자체에 스포츠클럽으로 등록하면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등록된 스포츠클럽 중 공모를 통해 지역 차원에서 공공사업을 할 클럽을 지정한다. 경기도에는 필자가 소속된 사회적협동조합 플랜비스포츠를 포함해 총 10개의 클럽이 지정스포츠클럽으로 선정됐다. 지정스포츠클럽은 지역을 위한 스포츠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사업 운영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지역 입장에서는 국비를 확보할 수 있으므로 당연히 지정스포츠클럽이 늘어나면 좋다. 전국 107개의 지정스포츠클럽 중 경기도의 인구와 행정적 규모를 생각하면 10개 클럽은 부족한 숫자다. 스포츠클럽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거버넌스 구축, 체육시설 사용에 대한 접근성 확보가 필수적이나 지역에서의 행정적 지원은 걸음마 수준이다. 실제로 지역에서 공공체육시설을 사용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렵다. 그리고 최근 교육부는 지정스포츠클럽과 연계해 학교체육을 활성화하는 지원사업을 펼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현장에서 진행은 어려웠다. 본 조합이 국비 지원사업을 진행해 보고자 여러 기초지자체 단체에 협조를 구했을 때 시·군·구 단위의 지원책까지는 수립하지 못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물론 법의 제도가 현장에 정착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스포츠클럽법 제정 전 ‘공공스포츠클럽 육성사업’의 진행 과정을 지켜봤기에 지금의 행정적 지체가 더 우려스럽다. 지역의 터줏대감인 오래된 체육 동호회와 체육 단체는 시설 공유를 거부한다. 공공스포츠클럽은 행정적 지원 없이 지역에서 갈등을 피하고자 어린이 프로그램에만 집중했고 결국 다연령, 다종목, 다계층을 추구하는 정책 방향성을 실현하기 어려웠다. 공공스포츠클럽 때 겪은 문제점은 이제는 극복하고 보완해야 한다. 스포츠클럽법도 제정된 만큼 스포츠클럽이 우리 생활에 뿌리를 내리고 숨을 쉬어야 할 때다. 더 많은 등록스포츠클럽과 지정스포츠클럽이 우리 지역을 위해 생겨나야 한다. 이런 스포츠클럽이 확대되고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그저 그런 협치의 시늉이 아닌, 공공과 민간이 공생할 수 있도록 모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천자춘추] 약국 영수증의 ‘비밀’

‘돈(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정보’가 누락된 채 약국의 영수증이 발급되고 있는 이상한 일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다가 감기 등 가벼운 질병에 걸려 의료기관에서 ‘외래진료’를 받게 되면 반드시 그 의료기관 인근에 있는 약국에서 약을 받아간다. 이 같은 ‘진료(처방)는 의사에게 약(조제)은 약사에게’라는 의약분업제도는 2000년 7월부터 시행됐다. 의약분업제도의 첫 번째 목적은 의약품의 오남용을 방지해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 다음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의약품에 대한 정보와 함께 ‘돈(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하는 것도 의약분업제도의 목적 중 하나다. 2021년 건강보험 진료비는 약 93조원(건보재정부담금 70조원+본인부담금 23조원)이다. 93조원 중 의료기관(의과-치과-한방)에 70조원이 지급되고 약국(전국 2만3천773개)에 19조원이 지급된다. 약국의 19조원은 의약품비 15조원, ‘약사의 수고비 및 약국의 관리비 4조원’으로 나뉜다. 우리가 의료기관과 약국을 이용할 때 받는 영수증에 표기되는 돈의 액수를 합하면 93조원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약국의 영수증은 ‘돈(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정보 중 ‘의약품비에 대한 정보’는 포함돼 있지만 ‘약사의 수고비 및 약국의 관리비(조제기본료, 복약지도료, 조제료, 관리료)에 대한 정보’는 누락된 채 발급되고 있다(그동안 필자의 경험상 이용한 모든 약국이 간이영수증을 발급한 것을 놓고 볼 때 전국적인 상황일 것으로 추정됨). 서식도 법령(‘건강보험요양급여규칙’ 제7조 제1항 제3호에 따른 별지 제10호 및 제11호 서식)에 따라 A4 용지 크기의 정식 영수증이 발급되지 않고 손바닥만 한 크기의 간이영수증이 발급되고 있다. 즉, A4 용지 크기의 정식 영수증에는 약사의 수고비 등에 대한 정보가 ‘포함’돼 있지만 간이영수증에는 그러한 정보가 ‘누락’돼 있다. 벌칙 조항은 없지만 약국이 법령을 위반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건강보험제도에 대해 10여년 동안 연구해 온 전문가 입장에서 볼 때 영수증 크기에 대해서는 다소 이해가 되지만 ‘돈에 대한 정보’가 누락된 것에 대해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관계당국(보건복지부)은 실태를 파악해 잘못된 것을 시정하는 한편 혹시 약국의 행태에 대해 나름대로 이해할 만한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면 관련 단체(대한약사회)는 타당한 논리를 제시해 제도를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 관계당국이나 관련 단체가 제도에 문제점이 있음에도 제도를 시정하거나 개선하지 않은 채 지금과 같이 약국의 법령 위반을 방치하는 것은 제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받을 만하다.

[천자춘추] 당신은 창업가입니까?

필자는 창업을 가르치는 수업 첫 시간에는 학생들에게 내기 제안을 한다. 지금 학생이 가지고 있는 것 중 제일 좋은 것과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내기를 하자는 거다. 조건은 공평하게 가위바위보로 결정하자고 한다. 학생들은 대부분 안 하겠다고 대답한다. “질 것 같다” 또는 “내기를 해야 할 이유를 못 느낀다” 등의 대답이 나온다. 그럼 또다시 질문을 한다. “만일 승률을 조작할 수 있다고 하고, 당신이 이길 확률이 70%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이 질문에도 대부분은 같은 대답을 한다. 승률을 더 올려 당신이 이길 확률을 90%로 설정한다 해도 대답은 비슷하다. 사람들은 ‘이길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질 것 같은 느낌’을 더 크게 받는다. 그렇다면 창업이라는 게임에서 승리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소상공인진흥원이 2019년 조사한 우리나라 소상공인의 5년 생존율은 27.5%다. 벤처기업의 성공 확률은 더 낮을 테다. 50%의 확률에도 질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되는데 27.5%의 확률에서 창업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창업가는 기본적으로 높은 성취욕과 긍정적 사고를 하는 강한 정신력의 소유자다.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업에 실패한 후 맞이하는 현실의 어려움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실패에서 재기하기가 더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창업가를 히어로라고 칭하기도 한다. 창업에서 실패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위험을 무릅쓰고 돌진하는 돈키호테형 창업보다는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지만 ‘계산된 위험’을 하는 창업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즉, 준비된 창업을 해야 한다. 성공한 창업가를 살펴보면 선천적으로 타고난 사람들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교육되고 훈련된 사람들이 더 많다. 최근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취업의 대안으로 생계형 창업이 늘어나고 있다. 그들 중 약 75%는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생계형 창업일수록 준비된 창업을 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준비된 창업가를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한다. 또 벤처, 생활형, 생계형, 사회형 창업 등 창업 유형에 맞춰 지원해야 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어려운 경제를 극복할 2023년 경제 키워드로 수출과 창업을 강조했다.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급할수록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다시 묻는다. 당신은 준비된 창업가인가?

[천자춘추] 녹명에서 배우기

어제 지인이 보내온 글에서 ‘녹명(鹿鳴)’이라는 낱말을 배웠다. 녹명이란 먹이를 발견한 사슴이 배고픈 동료 사슴들과 먹이를 나눠 먹기 위해 내는 울음소리라고 한다. 즉, 녹명은 함께 나누고 함께 살고자 하는 울음소리인 것이다. 요즘 ‘메세나’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메세나란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개인이나 기업, 또는 이러한 활동을 말하는 것으로 문화예술가를 적극 지원했던 로마의 정치가 가이우스 마에케나스의 이름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대표적인 메세나 사례로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을 꼽는다. 피렌체를 지배한 350년 동안 후원한 문화예술이 르네상스의 원동력이 됐다고 한다. 예술과 기업이 상생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생각보다 훨씬 공익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은 예술문화 지원을 통해 이윤의 사회적 환원이라는 기업윤리를 실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의 문화적 이미지를 고취시키는 홍보 전략으로도 효과를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기업의 이러한 활동이 예술문화에 대한 국민의식을 높이고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의 예술 후원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수 있다고 본다. 예술인의 입장에선 예술적 역량을 드러낼 수 있는 작업 활동의 확산을 통해 시민과 교류하고 소통함으로써 지역 간, 세대 간 예술문화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삶의 질을 높이고 타인과의 공감대를 공유해 더불어 살고자 하는 것이 녹명이다. 변화는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그 작고 사소한 것들이 사회가 공동체라는 인식, 서로가 서로를 돌보며 사는 세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기업과 예술가의 공통 과제로 남겨질 때 우리 사회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긴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있다. 마른 가지마다 조반월(爪半月)만큼의 연초록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 새싹이 자라 열매를 맺게 되는 것은 땅의 영양분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빛과 비와 바람의 몫이다. 역시 녹명이다.

[천자춘추] 경기도민을 위한 적정 삶의 공간 만들기

노태우 정부의 200만가구 주택 공급을 위해 조성하기 시작한 1기 신도시(분당, 평촌 등)와 2기 신도시(판교, 위례 등), 3기 신도시(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등)는 거의 모두가 경기도에 위치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택 문제의 해결책은 대부분 경기도에서 찾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만큼 경기도가 주택정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클 수밖에 없고 경기도민의 적정 주거공간 확보를 위한 도시계획 측면의 고민과 함께 저렴주택(Affordable Housing)의 현실을 한 번쯤 돌아보는 여유가 필요하다. 주택업무편람(2022년)에 의하면 ‘20년 기준 한국의 임대주택은 326만가구이며, 이 중 중앙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약 40%인 129만가구(경기 남부지역 24만가구)를 차지하고 있고 지방공기업이 약 10%(31만가구), 민간이 약 47%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부담 가능한 수준의 주거비에 국민임대, 행복주택, 영구임대, 매입임대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수원시 등 지자체와 함께 자립준비 청년층이나 학대 피해자의 긴급피난처 등을 공공임대주택으로 지원하면서 더욱 촘촘한 안전망이 구축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과 더불어 앞으로 경기도민의 적정 삶의 공간 마련을 위한 몇 가지 바람을 적어본다. 우선 경기도내 다양한 주체들 간의 적절한 역할 분담이 요구된다. 영국의 경우 임대주택 891만가구 중 지방정부가 약 18%(158만가구)를 직접 보유하고 있어 지역주민의 주거안정에 기여하고 있는 반면 한국의 경우 지방정부의 역할이 미미하다. 또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체계적인 협업과 참여가 있어야 한다. 1기 신도시 재정비의 체계적 준비와 원도심의 단계적 정비 방안 마련, 3기 신도시의 원활한 조성을 위한 중앙과 지방정부, 공기업, 민간, 주민, 전문가의 협력적 거버넌스와 적극적인 참여 과정이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공급 전환하기, 공적임대주택에 대한 인식 개선과 소셜믹스 노력, 근로 외국인과 청년층의 주거안정 방안, 최저주거 기준을 상회하는 충분한 주거 공간 제공 방안, 현재 6곳에 불과한 경기도내 주거복지센터 설치 확대 방안 등도 앞으로 추가적으로 논의해야 할 부분이다.

[천자춘추] 장애인 복지 이대로 좋은가

이제 장애인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의 시기가 왔다. 현대사회에서 장애인의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어느 누구도 장애의 위험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과거 자연적 현상에서 이제는 사회적 변화에 따른 장애인 수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각종 법과 제도적 개선으로 장애 범주의 지속적인 확대와 장애인 복지 욕구의 다양화는 그들의 욕구 충족 및 문제 해결을 위한 장애인복지정책의 중요성을 새삼 증대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엔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장애인복지정책을 다양하게 추진함으로써 어느 정도의 기본적인 틀은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 참여와 평등을 실현하기에는 아직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회 통합이 이뤄지고 있지 않고 있음을 입증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정부 정책의 내실화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요구되며 장애인들이 사회적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평등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복지정책을 연계해 시행해야 한다. 비장애인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적인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은 장애인복지정책이 나아가야 할 기본적인 방향이다. 이같이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장애인복지제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나 장애인과 그 부양가족의 욕구를 충족하기에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장애인의 욕구가 제대로 충족되지 않고 있는 현실은 장애인이 차별을 받고 있는 현실과 다르지 않다. 장애인에 대한 인권의 미비는 생존과 생명의 위협이며,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의 침해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 사회에서 장애를 가진 당사자와 그 가족에게는 일상생활의 영위가 고통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장기화가 장애인의 생활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19로 인해 외출, 정서적 안정, 경제활동, 보건의료 서비스 이용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소득 감소 및 고용시장 위축으로 인해 장애인 자신의 가구를 저소득 가구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이며 소득보장 욕구가 증가한 반면 고용보장 욕구는 감소한 결과가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등록장애인은 262만3천명(2020년 5월 기준)으로 2017년에 비해 약 4만2천명 증가하는 등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장애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은 49.9%로 2017년(46.6%)에 비해 3.3%포인트 증가해 고령화 경향을 보이며 전체 장애인 중 장애인 1인 가구 비율 역시 27.2%로 2017년에 비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장애인들의 시위로 이어졌으며 정치권과 알력을 빚고 심지어 장애인들이 사법 처리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세계인권선언문 전문에 따라 우리가 인류·가족·모든 구성원의 타고난 존엄성과 그들의 평등하고 빼앗길 수 없는 권리를 인정할 때 자유롭고 정의롭고 평화적인 세상의 토대가 마련될 것이다. 인권을 무시하고 짓밟은 탓에 인류의 양심을 분노하게 한 야만적인 일들이 발생했다. 따라서 보통 사람들이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모든 사람이 말할 자유, 신앙의 자유, 공포로부터 자유, 그리고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의 등장이라고 우리 모두가 외치게 됐다. 인간이 폭정과 탄압에 맞서 최후의 수단으로 폭력적 저항에 의존해야 할 지경에까지 몰리지 않으려면 법의 지배를 통해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 모든 사람의 인권이 보장될 때 대한민국은 복지국가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천자춘추] 거절하세요

쓰레기. 사전적으로는 ‘비로 쓸어 낸 먼지나 티끌, 또는 못 쓰게 되어 내다 버릴 물건이나 내다 버린 물건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즉, ‘버리는 물건’의 통칭이다. 일상 생활 속에서 쓰레기가 발생했을 때 버리는 기준은 소각폐기물(종량제봉투), 재활용품(투명봉투), 음식물(전용봉투), 소량건설폐기물(PP포대), 소형가전제품, 대형폐기물로 나뉜다. 이렇게 해서 버려진 물건들은 소각, 매립, 재활용으로 처리돼야 하지만 함부로 버려져 지표면을 떠돌다가 해양으로 흘러들기도 한다. 우리는 자원의 순환을 위해 분리배출을 한다. 예를 들어 비닐은 재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따로 모아 투명봉투에 내놓아야 한다. 지자체마다 기준은 다르지만 수원시의 경우 모든 비닐이 해당한다. 제대로 배출되는 비닐은 재생원료로 순환이 가능하다. 지금 밖에 내놓은 소각용 종량제봉투에는 정말 소각돼야 하는 것들만 들어 있을까? 대부분의 종량제봉투에는 30%에서 많게는 70%까지 분리배출돼야 할 물건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그중 비닐과 플라스틱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요즘 줍깅 또는 플로깅이라는 행동을 많이 하고 있다. 활동 후 쓰레기의 종류를 살펴보면 비닐, 플라스틱, 담배꽁초가 대부분이다. 코로나19로 배달이 급속히 늘면서 쓰레기가 증가한다고 하지만 제대로 분리배출만 한다면 쓰레기로 취급 당해 버려지는 물건들은 순환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임을 소비자한테만 떠넘겨서도 안 된다. 기업은 분리배출이 용이한 방법으로 포장해야 하는 책임이 있고 이에 따른 법적 조치도 더 강화해야 한다. 행정은 단속을 더 심도있게 해야 한다. 단속용 폐쇄회로(CC)TV를 달아 놓고 책임을 다했다고 하면 무책임하다. 소비자는 매섭게 기업에 요구할 권리가 있다. 이미 물건들이 차고 넘치는 속에서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우선은 사지 않는 것, 거절의 미덕이 필요한 때다.

[천자춘추] 젊은 열정으로 채운 오케스트라

2023년 봄은 오케스트라음악을 즐기는 팬들에게는 다채롭고 화려한 연주자들과 연주곡들로 기획된 여러 공연으로 기대가 많을 것이다. 코로나로 제한됐던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은 작년 빈 필하모닉 공연을 시작으로 올해는 기다림을 해소하듯이 다양한 오케스트라 공연을 만날 수 있다. 유럽의 여러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연말에 예정된 베를린필의 내한 공연까지 관심을 받고 있고 개관 30주년 기념으로 6월로 개최 연기된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또한 높아져만 가는 관객들의 눈높이를 맞추려고 많은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최근 오케스트라의 관객을 보면 이전보다 많은 변화를 볼 수 있는데 놀라운 것은 젊은 관객의 유입이 늘었다는 점이다. 클래식의 본고장인 유럽의 극장은 오래전부터 백발의 관객들만 보인다는 것을 보고 놀랐지만 이제 그 관객층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팬덤을 갖춘 클래식 스타들의 덕분인지 20, 30대 관객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것에 공연 기획자들은 반색하고 있다. 초대권으로만 가던 클래식 공연시장이 이제는 암표까지 등장하는 시대가 됐다.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은 흥행을 위해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을 협연자로 내세워 마케팅을 하는 전략은 이제 필수요소가 되고 있다. 국내 음악대학에서 지휘과가 처음 개설되고 배출됐던 40대의 젊은 지휘자들은 이제 국내 유수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으며 저마다 음악적인 매력을 드러내며 팬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최근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시립교향악단의 공연은 매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관객들의 요구에 맞춘 프로그램으로 기획하는 민간 오케스트라도 후원 없이 자립하는 단체가 늘어가고 있다. 세계적 콩쿠르에서 우승하는 솔리스트와 30년 전부터 체계적으로 훈련된 지휘자들이 점점 자신들의 시장을 만들었을 때 동시대를 호흡하는 젊은 관객들이 호응하고 있음은 더욱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규모 편성으로 화려함만 추구하던 20년 전 유행도 이제는 지나가고 올봄 약속이나 한 듯 이어지는 거장들의 브람스 교향곡은 관객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빠르게 읽어낸 듯하다.

[천자춘추] 사람이 일하지, 형식이 일하나

모든 일을 형식 속에 가둬 둔다면 울 안에 갇힌(상상의 세상과 단절) 신세에 누가 자발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능동적 행동은 사라지고 수동적인 사람만 양산하게 될 것이다. 무슨 말인지 간략하게 이야기를 펼쳐 보자. 어려운 사람들끼리 상부상조할 수 있게 조그마한 은행을 만들었다. 믿음은행 혹은 신뢰의 은행이라고 한다. 십시일반 모아 ‘3무(無)’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무보증, 무이자, 무기간’이 그러하다. 많은 사람의 호응으로 은행은 활성화되고, 어려운 사람들이 요긴하게 활용을 했다. 자식 등록금으로, 주택임대 비용으로, 병원비 등으로.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운동이 활성화돼 갈 무렵 난관에 부딪힌다. 은행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은행 혹은 제도권이 아니면 돈을 빌려주는 것도 안 되는 것이다. 금융권의 카르텔이 너무 강하다. 다른 사람들은 금융에 관련해서는 흉내를 내서도 안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에게 조그마한 꿈을 심어 주고, 용기를 주는 사업일지라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것이 복지사업일지라도. 한 가지 더 이야기 해보자. 코로나 초기 정부 재난지원금을 나눠 줬다. 지역에서 뜻있는 사람들이 합심해 재난지원금을 기부 형태로 모아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나눔을 했다. 잊혀져 갈 무렵 난데없이 경기도 지도 점검을 통해 시정 명령이 떨어진다. 말인 즉 기부한 개개인으로부터 기부와 관련한 서류를 받아 놓으라는 것이다. 십시일반 후원한 그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일일이 찾아다니며.... 두 번 다시 후원 모금하지 말자고 한다. 위 사례 내용을 살펴보면 모든 일은 반드시 틀 안에서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틀을 벗어나서는 그 어떤 것도 용납할 수 없으며, 취지와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안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울 안에 가두어 두고 그 테두리 안에서 놀라는 것이다. 그게 답답하고 힘들면 조용히 입 다물고 살라는 것이다. 창의성? 새로운 것을 찾아 규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만들어진 규정 안에서만 활동하라는 것이다. 그것은 아니다. 그렇게 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사회가 왕성하게 작동할 수 있게 하려면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민(民)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시스템과 사람이 어울려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매뉴얼에 갇혀, 형식에 얽매여 생기를 잃어 가는 일본의 혹독한 시련을.

[천자춘추] 결단의 시간이 다가온다

요사이 북한이 미사일 발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고각 발사하더니 20일에는 방사포 단거리 탄도미사일 두 발을 발사했다. 지난 18일 발사한 ICBM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명령이 떨어진 이후 9시간22분 뒤에 발사한 사실을 들어 아직 고체 연료로 ICBM을 발사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액체 연료 앰풀화에도 완전한 성공을 하지 못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뿐만 아니라 ICBM 완성에 필수적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완전하지 못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이런 분석이 나오자 북한의 김여정은 “분명히 하지만 우리는 (대기권 재진입 등의) 만족한 기술과 능력을 보유했으며 이제는 그 역량 숫자를 늘리는 데 주력하는 것만 남아 있다”라며 “남의 기술을 의심하거나 걱정해줄 것이 아니라 자기를 방어할 대책에나 보다 심중한 고민을 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비아냥댔다. 김여정의 이런 언급을 보면 북한은 ICBM의 ‘기술적 실체적 완성’보다는 자신들이 ‘완성’했다는 사실을 주장하는 데 역점을 두는 것 같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이런 ‘완성’을 ‘주장’하고 있을까? 이유는 ICBM을 완성했다는 주장을 통해 미국을 협박함과 동시에 우리에 대한 도발을 강행해도 미국은 꼼짝하지 말라는 신호를 주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우리에 대한 고강도 도발을 하고 나서, 이에 대응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을 ICBM 위협을 통해 사전에 차단하고 동시에 우리의 대응 역시 무력화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고강도 도발은 연평도 포격을 능가하는 도발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 고민의 종착역은 자체 핵무장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파리를 위해 뉴욕을 포기할 수 있는가’라는 미국을 향한 드골의 말처럼 이제는 ‘서울을 위해 뉴욕을 포기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우리가 던질 시간이 다가왔다는 것이다. 결단의 시간이 점점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파키스탄도, 인도도 결국은 핵무장을 했는데 우리가 못할 이유는 없다는 의견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자체 핵무장 시 단기간의 어려움은 있을 수 있지만 그 어려움이 우리의 생존만큼 중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는 선택만 남았다.

[천자춘추] 가슴으로 생각하는 세상을 꿈꾸며

19대 대통령선거 즈음 필자는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새롭게 당선되는 대통령은 ‘울보’였으면 하는 바람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당시 탄핵 정국에서 정치적 진영 간의 대립으로 인한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슴으로 생각하는 그런 울보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필자가 바랐던 울보 대통령은, 국정 운영에 야당의 협조가 필요할 때 협력해줄 것을 눈물로 호소하는 대통령, 서민과 약자의 고통을 보듬고 함께 우는 대통령, 시행한 정책이 실패했을 때 진정으로 사과하고 과감하게 수정하는 대통령, 불의의 사고가 있을 때 안타까움으로 눈물 짓고 이런 불행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대통령, 불의와 부정한 권력에는 불같이 화내지만 가슴 아픈 서민의 작은 이야기에 눈물을 훔치는 대통령! 대통령이라면 이런 작은 바람 정도는 만들어 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었다. 이 바람이 이뤄질 수 없는 꿈이었다는 걸 깨닫는데 오래 걸렸다. 당시 필자의 인터뷰는 두 가지 부당전제(不當前提)의 오류를 범하고 있었다. 그 하나가 정치를 너무 나이브하게 생각했다. 권력은 우리 같은 소시민의 순박한 생각으로는 재단이 불가능한 것이었다. 인터뷰의 두 번째 착각(첫 번째 것보다 훨씬 치명적인 오류)은 ‘가슴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너무 가볍게 봤다. 필자가 바랐던 울보 대통령 눈물의 전제는 머리로 계산하는 합리성이 아닌, 가슴에서 우러나는 진정성이 담겨 있어야 했다. 그러나 필자는 가슴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단지 정치(또는 정치인)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얼마나 어려운 문제인지를 간과했다. 가슴으로 생각하는 것은 더 이상 합리성이라는 경제적 논리나 권력 쟁취라는 정치적 논리가 아니라 인간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스토리와 감동에 기반한 공감(共感)이다. 현대 사회에서 공감력은 정치든 경제든 가장 큰 무기이자 자산이다. 최근 언론을 통해 경험하듯이 정치인들의 설명이 아무리 논리적으로 타당성을 지녔어도 공감을 얻지 못하는 답변이면 공공의 지탄 대상이 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정치가 국민에게 공감을 받으려고 노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는 합리성(또는 이성)이라는 그럴싸한 공리(公理:axiom)하에 가슴보다는 머리로 판단(사실은 계산)하는 것을 삶의 덕목으로 믿고 있다. 근대성에 대한 막스 베버의 비판, 즉 현대인의 절대적인 믿음인 합리성이 결국 우리 인간을 철창에 갇힌 새로 만들 것이라는 엄중한 경고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가슴 없이(ohne Herz) 즐거움만을 추구하는 현대인에 대한 베버의 아픈 지적을 깨닫고 ‘가슴으로 생각하는 세상’으로 나아가길 꿈꿔 본다.

[천자춘추] 행복 찾기

오늘 아침 문득 ‘나는 행복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그때의 기분에 따라 행복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죽음의 순간에도 ‘나는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세요’라며 인류의 행복을 염원했다. 행복은 사람에 따라 생각이 다를 것이다. 물질적으로 부유해서 행복한 사람, 지위와 명예가 높아 행복한 사람, 어떤 목표를 이뤄 행복한 사람, 자녀가 일류 대학이나 좋은 직장에 취업해 행복한 사람 등. 그렇다면 종교와 선인들은 행복을 어떻게 가르치고 있을까? 성경은 ‘마음이 가난한 사람, 슬퍼하는 사람, 온유한 사람,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 자비로운 사람, 마음이 깨끗한 사람, 평화를 이루는 사람,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 이렇게 여덟 가지 유형(진복팔단·眞福八端)의 사람들을 행복하다고 가르치고 있다. 또 법륜 스님은 “행복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불행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진실로 그 행복과 불행, 다른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네”라며 행복과 불행의 기준을 자신의 마음이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조선의 선비들도 가난한 생활을 하면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도를 즐겨 지키는 안빈낙도(安貧樂道)와 편안한 마음으로 제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 아는 안분지족(安分知足)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겼다. 이렇게 볼 때 유형(有形)인 부(富)와 물질적 충족보다 정신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 게 아닌가 싶다. 외부로부터 채울 수 있는 것보다 내면적으로 만족하는 것을 행복의 척도로 삼은 것이다. 행복은 좇고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찾고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타인과 비교하면서 자신의 부족한 것을 바라볼 때 불행할 것이고, 다른 집 자식이 일류 대학에 입학하거나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데 내 자식은 그렇지 못하면 불행할 것이다. 또 다른 사람은 승승장구하는데 내가 그렇지 못하면 불행하다. 반면 오늘 아침 건강하게 눈뜨면 아프지 않음에 행복할 것이고 직장이 있어 일할 수 있음이 행복하고, 책을 읽다가 교훈이 될 문구를 찾아 밑줄을 칠 때 행복할 것이다. 종종 직장 동료들과 식사를 할 때 당부의 한 말씀을 해 달라고 하면 이런 말을 했다. “여러분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여러분의 표정이 부드러워지고 말씨가 고와져 여러분 가족이 행복하고, 또한 여러분 직장을 방문하는 고객이 행복합니다”라고. 허망한 욕심을 내려놓고 타인과 비교하지 말고 스스로 가치와 만족을 찾았으면 한다. 외부로부터 오는 형체를 좇을 것이 아니라 내재적으로 충족하며 일부러라도 행복거리를 찾아 자신의 만족거리를 만들어 가는 것에서 행복을 찾는 것은 어떨까.

[천자춘추] 수소경제로 미래 수출경쟁력 확보해야

얼마 전 평택항을 방문했을 때 가장 눈에 띈 것은 전기차 수천대가 수출 선적을 위해 부두에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전기차는 2013년 첫 수출을 시작으로 불과 10년 만에 전체 자동차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효자품목으로 자리매김했다. 게다가 작년부터는 평택항의 수소복합기지 추진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하니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에 맞춰 주력 수출품목과 무역현장 모습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한국의 수출경쟁력을 좌우할 결정적 요인 중 하나로 탄소중립이 떠오르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을 중심으로 탄소 무역장벽이 확산되면서 이제 제품을 생산하고 팔 때 탄소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됐다. 당장 올해부터 EU는 수입 제품에 탄소배출권 가격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시범 도입하겠다고 하니 준비가 덜 된 수출기업엔 여간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 특성상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국제질서에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면 수출이 지금처럼 뚝심 있게 우리 경제를 계속 지탱해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에너지원이 바로 수소다. 수소경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선진국들의 움직임 역시 부산하다. EU는 2030년까지 그린수소 1천만t 생산을 목표로 다양한 지원책을 활발히 추진 중이고, 독일은 최근 수전해 플랜트 건설을 더 늘리기로 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을 통과시키면서 수소생태계 전반에 걸쳐 세액 공제 및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일본 역시 일찍이 호주와 수소 협력에 나서며 앞으로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각국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수소경제는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미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고 탄소중립 시대 글로벌 산업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꼭 주목해야 할 사안이다. 고무적인 것은 우리나라가 수소전기차와 연료전지 등에서 유리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고, 최근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을 계기로 중동과의 다양한 수소사업 협력 기회가 마련됐다는 점이다. 다만 수소경제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청정수소 생산을 위한 기술개발, 인프라 확충, 수소 생산부터 저장, 이송, 활용에 이르는 전 밸류체인을 탄탄히 다지는 일이 여전히 남아 있다. 정부의 아낌 없는 투자와 우리 기업의 혁신 노력이 지속돼 머지않아 세계 수소시장에서 한국이 선두에 우뚝 설 날을 기대해본다.

[천자춘추] ‘안심 전세 앱’ 기능 확대 필요하다

‘안심 전세 앱’의 기능 확대가 필요하다 지난해 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전세 사기 사건은 빌라 왕의 전세 사기 사건과 함께 그 규모가 매우 크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발표에 따르면 작년 7월 현재 악성 임대인은 총 203명으로 이들이 일으킨 전세보증금 사고 금액이 7천824억원이다. 피해자는 주로 2030세대의 청년 신혼부부와 사회초년생인 젊은이들이다. 이들이 주로 찾았던 신축 빌라 등의 경우 매매 시세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고 전세 사기나 사고에 대한 위험 요인을 사전에 진단하기가 매우 어려워 전세 사기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정부에서는 지난 2월1일 범정부 차원의 전세 사기 예방 및 피해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3대 핵심 전략으로 전세 사기 예방, 전세 사기 피해지원, 전세 사기 단속 및 처벌 강화를 제시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전세 사기나 사고의 예방을 위한 가장 실효성 있는 사전적 조치라 할 수 있는 임대차 계약의 단계별 정보 제공 강화의 일환으로 ‘안심 전세 앱’을 개발해 2023년 2월2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이는 전세 사기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정보 비대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차인이 전세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전세보증금의 위험 요인을 편리한 스마트폰 앱(APP)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개발한 것이다. 안심 전세 앱은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앱스토어에서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이 앱에서 제공하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기능이라 할 수 있는 주택에 대한 매매 시세 조회와 전세보증금의 위험성을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주택의 전용면적별 평균 전세가율을 기준으로 임대차계약이 가능한 전세보증금을 판단해주고, 해당 주택이 경매에 부쳐졌을 경우 최근 1년간 지역의 평균 경매낙찰가율에 의한 전세보증금의 회수 가능 금액을 산정해 준다. 그리고 입력한 해당 주택의 전세보증금과 매매 시세를 기준으로 한 HUG 전세보증 가입 가능 여부를 제공해 해당 주택에서 임차인이 안심하고 계약할 수 있는 임대차보증금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전세 계약의 위험성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로서 집주인 조회를 통한 악성 임대인 등록과 보증보험 금지 이력에 관한 정보, 임대인의 세금 체납 정보와 위반 건축물에 관한 정보, 등기부의 권리에 관한 위험성 여부에 관한 정보, 해당 지역의 전세 보증 사고 이력 건수 등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일대일 법률상담, 집주인 조회, 전세 계약 셀프테스트, HUG 전세 보증 가입신청 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부가적인 기능으로 관련 시세에 대한 전문가 상담, 전세 실거래가, 주택의 건축물대장 정보, 민간 임대주택 정보, 주택의 위치 정보, 공공 임대 정보, 공인중개사 정보 조회, 전세 대출금리 확인 등을 제공해 임차인이 주택임대차계약의 안전성 여부를 판단하고 해당 주택에 대한 임대차 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하는 데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이러한 안심 전세 앱은 전세 사기의 위험성이 가장 높은 수도권의 50가구 미만 아파트와 연립·다세대주택만 제공하고 있고 오는 7월부터는 앱의 기능을 업그레이드해 검색의 대상에 오피스텔을 추가하고, 대상 지역도 수도권에서 광역시까지 범위를 확대한다고 한다. 필자가 직접 앱(APP)을 사용해 서울의 몇 개 지역에 대한 주택을 검색해본 결과 수도권의 50가구 미만 아파트나 연립·다세대주택의 경우 검색되는 주택에 대한 정보가 전세 사기나 사고 예방에 매우 유용한 정보이고 획기적인 정보라는 생각이 들고 장차 앱의 기능을 확대·강화해 발전시켜 나간다면 전세 사기나 사고 예방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아직은 시행 단계라 그런지 검색이 잘 안 되는 주택이 많았고 주거용 오피스텔이나 다가구주택이 빠져 있어 자칫 이들이 전세 사기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리고 악성 임대인 정보와 조세 체납에 관한 정보 조회의 실효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법령의 정비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본다. 또 하루빨리 앱 서비스의 주택 범위를 50가구 이상 아파트까지 확대하고 서비스 지역도 지방의 중소 도시까지 넓혀 전 국민이 안심하고 전세 계약을 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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