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Volatility)과 불확실성(Uncertainty), 그리고 복잡성(Complexity)과 모호성(Ambiguity). 최근 종종 보이는 뷰카(VUCA)라는 말은 사실상 냉전 이후, 예측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유동적인 대응 태세와 경각심이 요구되는 상황을 나타내는 군사용어로서 대두 되었던 개념이다. 그러나 이제는 불확실하고 복잡하고 모호한 상황 아래, 새로운 위험과 도전이 도래하는 글로벌 정치 및 경제, 사회 문화에 두루두루 방대하게 적용되어, 작금을 가리켜 뷰카(VUCA)시대로 명명하기까지 한다. 특히 기후위기, 코로나 등의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극심한 불평등과 양극화, 식량 안보 위기와 지방 소멸 위기 등,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을 겪어가면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예측불가능한 상황을 온몸으로 절감하고 있는 중이다.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 4차산업혁명을 통한 기술 발전은 더더욱 고도로 진화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불확실성과 복잡성과 모호성과 변동성은 더더욱 확대되어만 가고 있다. 이러한 뷰카(VUCA)시대를 살아가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 우선 변동성과 불확실성 그리고 복잡성과 모호성 그 자체를 즐기기까지는 못하더라도 너무나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는 존재라는 것도, 한 사람에게 하나의 정체성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다수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일상적으로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경계의 모호함과 수시로 변화할 수 있는 현상들에 당황하지 않고, 그 흐름에 자연스레 올라탈 수 있다. 한편,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과제를 발견하고 해답을 찾는 역량이 요구될 것이다. 혼자서 성실하고 열심히 고군분투하기보다는, 이리저리 충돌도 겪어가며,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협력하고 지혜와 힘을 모으는 것이 필수적인 핵심역량이 될 것이다. 이는 정치적 리더십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한 사람의 백마 탄 영웅이 초연히 홀로 나타나서 ‘나를 따르라’식의 일방적 리더십이 아니라, 인간 이해에 탁월하고, 동료들의 역량을 신뢰하고 존중하며, 각각의 역량이 최적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하는 ‘함께 갑시다’의 수평적 리더십이 필요해지는 시대이다. 불편한 갈등을 애써 숨기거나 제거하려 무리수를 두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직면하고 조정하는 능력이 핵심역량으로 대두되고 있다. 또한 불확실한 상황들과 복잡한 요소들을 전체적이고 넓은 시야에서 바라보되, 섬세하고 디테일한 접근 방법을 사용할 줄 아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예측불가능한 상황에 유연하고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더욱더 중요하다. 기존의 관습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담대한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면서,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연대하고 설득하고 협력할 수 있는 행동하는 정치 지도자가 지금 우리에게는 절실히 필요하다. 김보람 한국지방자치학회 연구이사
오피니언
경기일보
2022-08-17 1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