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마음이 아닌 욕구일 가능성이 높다

어느날 강의 시간에 한 학생이 물었다. “선생님, 마음이 뭐예요?” 지금도 내 역량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단어 중 하나만 고르라면 ‘마음’이다.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의 면면이 다르기 때문이다. 마음이 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 수학이나 물리처럼 정형화됐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책 속의 선사처럼 냅다 상대방 뺨을 때리거나, 벼락같은 고함을 내지른다거나, 똥친 막대기다, 따위로 상대를 멍 때리게 할 배짱도 없다. 나는 그 학생에게 되물었다. “마음?” “네, 선생님. 마음이 뭔지 알고 싶어서요.” 내가 말했다. “방금 네가 마음을 보여주더구나.” 학생의 눈이 왕방울만 해졌다. “저는 아무것도 보여 드린 게 없는데요?” “마음이 뭔지 알고 싶다고 했잖아?” “네, 그건 제 질문인데요.” “그 질문 속에 네 욕구가 있어, 없어?” “네, 뭔지 알고 싶은 욕구가 있죠.” “그 욕구를 마음이라는 표현으로 한번 바꿔볼래?” 학생이 혼잣말을 했다. “알고 싶은 마음, 듣고 싶은 마음...” 내가 물었다. “어때? 말이 돼?” 학생이 배시시 웃었다. “네, 말이 되네요.” “이제 마음이 보여?” “그러고 보니 제 욕구가 마음이군요.” “지금은 그렇지.” ‘마음’을 어찌 ‘욕구’라는 어휘 하나로 냉큼 대체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네 마음을 보라’는 식의 가르침은 어린애한테 운전 면허증 안겨주는 격이다. ‘마음’이라는 표현만큼 대상의 구체성이 없고, 형상화가 안 되고, 눈·귀·코·혀·피부·생각이라는 감각기관에도 걸려들지 않는 언어는 드물기 때문이다. 우리 삶의 기반에는 ‘욕구’가 있다. 욕구의 다른 말이 희망, 소망, 열망, 의지, 의도, 욕심, 욕망, 탐욕들이다. 소위 ‘싶다’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 욕구로 인해 탄생했고, 살아왔고, 살고 있다. 말하자면, 당신이 ‘그건 내 마음이야!’라고 표현하는 그 속사정에는 대체로 ‘욕구’가 있다. ‘그건 내 욕구야’가 더 정직하다. 사실 마음이 그냥 ‘마음’으로 있을 때에는 바위가 그냥 바위로 있는 것과 유사하다. ‘바위’라는 단어 하나로는 어디에 있는 무슨 바위인지 알 수 없다. 어떤 개 이름 ‘루이’가 ‘루이’로만 있을 때는 뭔가를 지칭하는 이름일 뿐인 것과 같다. 그 녀석이 꼬리를 흔들며 움직일 때 멍멍 짖는 ‘개’가 된다. 마음 또한 마찬가지다. ‘마음’이 가만히 있는 건 추상적인 그 무엇이다. 움직여야 마음이다. ‘마음을 보라’고 하지 않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마음 공부’는 안개를 손에 쥐라는 말처럼 막연해진다. 일단 내면의 ‘싶다’를 보라고 하는 게 좋다. 그러면 마음을 바로 보고 알 것이다. 저 학생처럼. 김성수 한국글쓰기명상협회장

[천자춘추] 크리에이티브란 도대체 무엇인가

오랜 세월 광고 기획사에 재직하면서 마지막까지 그 해법을 찾으려고 고심했던 것은 ‘크리에이티브의 정체’다. 삼성그룹을 비롯한 대한민국의 잘나가는 100대 기업들의 디자인과 프로모션을 디렉션하는 대행사의 크리에이터였던 나는 늘 새로운 디자인 아이디어를 프레젠테이션 하는 것이 핵심 업무였다. 나의 디자인 철학은 장착돼 있어야 할 무기이자 대응 논리였고 궁극적으로 프레젠테이션 성공의 핵심 요인이었다. 디자인에 대한 나의 철학은 계속 변화했는데 초기에는 ‘시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지남철’이었다가 ‘숨어 있는 가치를 찾아내는 김소월의 꽃이 디자인’이라고 정리했다가 최종적으로 ‘디자인은 배려다’로 마무리했다. 물론 나의 주관적인 정리이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화두로 삼고 있는 ‘크리에이티브는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한 나의 정의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현재 내가 정의 내리는 크리에이티브란 ‘이종교배’다. 정확히는 크리에이티브의 원리가 ‘이종교배’라 생각하는 것이다. 즉, ‘크리에이티브’한 발상은 누구나 생각하는 편한 교배에서 답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전혀 상상할 수 없는 것을 교배시켰는데 그 기발함에 대중이 공감했을 때 전율적인 감동을 주는 것이다. 1986년 광고대행사에 입사할 때 논술형 시험문제가 ‘마이클 잭슨과 종이컵의 공통점과 다른 점을 논하라’였는데, 크리에이터에게 ‘이종교배’의 발상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기에 가장 낯선 발상으로 수많은 대중을 설득시키는 아이디어가 있는 광고가 좋은 광고고 감동적인 크리에이티브라 평가된다. 크리에이티브한 발상은 대부분 물리적인 조합보다는 화학적인 조합이 절묘할 때 멋진 결과가 나온다. 화학적인 결합을 잘할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한 사람으로 살기 위한 삶의 방법론을 찾자면 그 첫 순위는 여행이다. 크리에이티브의 핵심은 ‘낯설게 하기’이고 여행은 자신을 낯선 곳으로 인도하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낯선 곳에서 자신을 객관화하고 자신을 들여다볼 때 인생의 또 다른 기발한 길을 발견할 수 있다. 한곳에 머무르고 침잠할 때 인간은 나태해지고 고루해진다. 수많은 고민과 여러 나태함이 온몸을 휘감고 있다면, 자신이 살고 있는 현재를 늘 낯선 여행지로 삼아 보자. 그곳에서 자신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새로운 해법을 찾을 수도 있다. 남상민 아티스트·사단법인 한국문화재디지털보존협회장

[천자춘추] 농업의 또 다른 길 ‘치유농업’

21세기 현대사회는 빠르게 발전하면서 인간이 지속가능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여건은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행복한 생활을 누리며, 나와 가족 구성원들의 건강한 삶을 보장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언제 어디에서든 잘 먹고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소망을 현실로 이루기 위해 도시에서 자연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다. 도시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농부가 돼 흙으로 돌아오고 있는 곳, 바로 도심 속 치유농장으로 말이다. 치유농장을 경험한 사람들은 건강한 먹거리를 직접 키우고 적당한 노동을 통해 좀 더 여유로운 삶을 살게 됐다고 말한다. 이렇듯 농업을 치유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로 ‘치유농업’이다. 그렇다면 치유농업은 정확히 무엇일까? 치유농업이란 농업·농촌 자원이나 또는 이와 관련된 활동을 통해 국민의 신체, 정서, 심리, 인지, 사회 등의 건강을 도모하는 활동과 산업을 뜻한다. 쉽게 말하면 채소와 꽃 등의 식물뿐만 아니라 가축 기르기 등 산림과 농촌문화 자원을 폭넓게 이용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일반농사와는 다르게 농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농업을 활용한다는 점이 치유농업의 특징이다. 치유농업은 정말 효과가 있을까? 국립원예특작과학원(2014~2016년)의 연구에 따르면 식물 기르기를 통해 공격성이 13% 감소하고 정서 지능은 4% 향상하는 결과를 얻었으며, 텃밭을 가꾸는 노인은 우울증이 24% 감소했고 성인 암환자는 원예치료 8번 만에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40%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현재 치유농업은 2020년 3월6일 국회 본회의에서 ‘치유 농업 연구 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 통과해 시행됐고, 3월25일을 이를 기념하는 치유농업의 날로 제정했다. 물론 일반인들에게 아직은 치유농업이 낯선 개념일 수 있다. 그러나 치유농업은 농업·농촌의 미래 산업으로, 우리 삶의 질을 한 단계 증진하는 새로운 영역의 농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경기도농업기술원도 정부 정책에 발맞춰 2025년까지 치유농장을 100개소로 확대 육성하고, 치유농업시설 운영자 교육(매년 25명)과 치유농업사 양성기관 관리 등 맞춤형 사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2023년까지 경기치유농업센터 구축을 완료하고, 시군과 협업해 경증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운영해 경기도 치유농업의 거점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치유농업의 시작은 지금부터다. 과거 농업은 농업인 소득 향상을 위해 농산물 생산량 증가에만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었지만 농업의 영역이 확대되면서 이제는 국민 건강 관리에까지 이르렀다. 농업의 새로운 변신은 작은 농업에서 더 큰 농업으로 가기 위한 첫걸음이 중요하다. 앞으로 농업의 변화가 기대된다. 김석철 경기도농업기술원장

[천자춘추] 인권맛집 다산 30주년

2019년 10월31일. 다산인권센터(이하 ‘다산’)의 문을 처음 두드렸다. 세월호 사건 이후 고통받는 존재에 막연한 물음을 가질 즈음이었다. 다산에서 ‘인권이 내게로 왔다’를 주제로 강의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반가운 마음으로 신청했다. 여섯 번의 강의와 후속 모임은 세상에 품었던 의심을 ‘시대와의 불화’로 이어 줬다. 삶의 실천이라는 불편한 과제는 무거웠으나 나쁘지 않았다. 이후 다산 활동가의 소개로 인권교육온다(이하 ‘온다’)를 만났다. 온다와 다산은 같은 사무실을 사용한다. 방 두 개를 합쳐 놓은 공간 가운데 드르륵 열리는 미닫이문으로 경계를 가르지만 각각의 회의 시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열려 있다. 따로 또 같이 서로의 활동과 삶을 공유하는 이곳은 사랑방이자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치열한 활동의 장이다. 활동가들의 삶을 공유하기 가장 적당한 시간은 점심시간이다. 매월 각자 가능한 날짜를 달력 위에 표기하고 자신의 순서가 되면 점심을 준비한다. 별다른 외부 일정이 없다면 온다와 다산 활동가 여덟 명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밥을 먹는다. 활동가 초반 사무실 생활에 적응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난관은 8인분의 식사 준비였다. 동료 활동가들은 준비하는 동안 익숙한 듯 곁에서 도와줬다. 혼자 내버려 두지 않는 긴밀한 배려는 오랜 시간 그들이 쌓아온 활동가로서의 면면이었다. 누군가는 냉장고를 털어 생전 보지 못한 요리를 탄생시키고, 어떤 이는 부모님 집에서 가져온 음식을 나눠 먹기도 한다. 이곳에선 아무도 반찬 투정을 하지 않는다. 혼자 해내야 한다는 부담이 사라진 이유는 사람이라는 환경이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다산이 30주년을 맞았다. ‘30년 전통 인권맛집’은 다산의 안성맞춤 슬로건이다. 인권은 종종 밥을 짓는 과정에 비유된다. 당연하게 먹는 음식이지만 보이지 않는 노동으로 누군가를 위해 식사를 준비하는 정성은 인간의 존엄과 맞닿아 있다.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않는 마음으로 인권이라는 밥을 짓는 사람들이 수원 화성행궁에 있는 오래된 건물 2층에 자리 잡고 있다. 세상과 불화하는 목소리를 내길 주저하지 않는 다산은 인권계의 홍반장이다. 쌍용차 사태, 세월호 참사에 이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까지 사회 전반의 인권 현안 속 고통받는 사람들 곁엔 언제나 그들이 있었다. 그런 다산의 첫인상은 가파르고 좁은 계단이었다. 문을 열자마자 눈앞을 가로막은 계단을 오르내리며 인권의 현주소를 떠올리기도 했다. 다산의 숙원인 공간 이전은 아무도 배제하지 않는 또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첫인상의 막막함이 누군가에겐 오르지 못할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모두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연대의 손길이 필요하다. 정서희 인권교육온다 활동가

[천자춘추] 우리는 무엇을 ‘짓고’ 있습니까

제주대안교육협의회가 주최하는 진로특강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강연이 끝나고 제주에 있는 대안학교 7개 중 한 곳인 볍씨학교에 방문해 1박2일을 보냈다. 볍씨학교는 대한민국 최초의 초등대안학교인데 광명에 본교가 있어 초1부터 중2까지 본교에서 수업을 듣고, 마지막 중3과정을 제주학사에서 보내게 된다. 일본에서 나름대로 매우 ‘빡세다’고 소문이 자자한 학교를 졸업한 나로서는, 그 학교보다 훨씬 더 빡빡한 학교의 존재를 처음 만나보았기에 1박2일 동안의 경험은 너무나 놀라웠고 신비로웠다. 그날의 일과는 이러했다. 매일 아침 그날의 밥짓기 당번은 새벽 5시에 일어나 가마솥에 밥을 짓고 직접 재배한 작물들로 반찬을 만들며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요가와 명상을 한 뒤 돌아와서 고전을 읽으며 책 명상을 하고, 그날의 일정을 함께 확인하며 역할 분담을 한다. 각자 맡은 구역을 청소하고 나서 아침식사가 끝나면 그날의 일과 공부를 시작한다. 제주 전통식 돌집을 짓는 것과 농사를 짓는 것이 가장 기본이 되는 일이자 공부이고, 수업도 역사·영어·중국무술·합창·천연염색·글쓰기 등 매우 다채롭다. 저녁식사가 끝나면 30분 동안 대여섯개 노래를 함께 소리 높여 부른다. 합창이 끝나면 잠깐의 명상을 한 뒤 하루에 있었던 일들 중 깨달았던 점을 기록하고, 그것을 모두와 공유하고 서로 피드백한다. 1년간은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스스로의 감각을 깨우는 생활을 한다. 선생님들도 학생들과 24시간 함께 생활하는데, 그 변화와 성장에 대한 의미를 반드시 아이에게 알려줘야 그 순간이 아이에게 중요한 역사가 된다고 했다. 친구들과 1박2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진로 특강에서 강연을 했던 나 자신이 한없이 작아졌고, 강연 내용도 너무나 부끄러워졌다. 이곳에서 지내면서 내가 볍씨학교 친구들을 따라다니면서 배워야 할 것이 정말 많다고 생각했다. 기본적인 의식주는 필요한 만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친구들을 보면서, 나는 내가 필요한 것을 스스로 해결하거나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됐다. 집·농사·밥을 짓는 것, 글을 짓고 시를 짓는 것.... 짓는다는 것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들과 이어진 일이고 창조적인 작업이며, 우리 모두가 연결돼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일이며, 생명을 유지하고 영위하는 소중한 일이다. 이렇게 중요한 ‘짓는’ 일을 우리는 얼마나 하고 있으며, 얼마나 배워 왔으며, 얼마나 할 수 있을까. 교육의 역할과 학교의 존재를 다시금 되묻게 된다. 김보람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조교수

[천자춘추] 韓·美·中 3각 관계 속 대응 전략

현재 국제사회는 정치 경제적으로 커다란 변화를 겪고 있다. 미국 정부는 가파른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빠르게 금리를 올리고 있다. 그 영향으로 한국 등 이머징 국가들은 환율이 급전직하하고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도 수출주도형 산업형태로 외부의 충격을 그대로 받아 더 힘든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돼 한국의 입장이 점점 더 어려운 상태에 놓이게 됐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 구조에서 중국은 일대일로 전략을 제시했고,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이로 인해 국제 구도가 재정립되며 미중 강대국 간에 전략적 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에 이르렀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자신의 편에 설 것을 강요 당하고 있다. 한국이 대중 외교정책을 수립할 때 미국 요인에 의해 가장 큰 제약을 받는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한국의 대중 관계를 보면 한미중 3국 관계 속에서 양자적 관계라는 다층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한국 외교는 ‘안미경중(安美經中)’, 즉 안보는 미국과 협력하고 경제는 중국과 협력을 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으나 이제 그 구조가 지속되기가 쉽지 않은 상태에 진입했다. 안보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미중 전략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 속에서 한미 동맹을 중심으로 외교 안보 문제에 대응하려는 윤석열 대통령의 구상은 이전 정부가 유지해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및 미중 간 균형 외교 기조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한미동맹 강화 및 재건 차원에서의 사드 추가배치, 쿼드 가입, 한미일 3자 안보 협력 등을 구체화할 경우 한중 관계의 악화와 역내 정세가 신냉전 안보 환경의 대립 구도가 출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무역 의존도에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의 3대 무역국은 중국, 미국, 베트남으로 2010년도를 기준으로 한국의 국가별 대외 무역 의존도는 중국이 25%, 미국이 10%, 베트남은 2%를 차지했다. 반면 2020년에는 중국이 25%, 미국이 15%, 베트남이 10%를 차지하게 됐다. 중국의 의존도는 정체된 반면, 미국의 비중은 1.5배로 증가했고 베트남은 약 5배가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의 대중 무역의 비중은 그대로 유지된 상태에서 수출 다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즉, 무역의 대상을 다른 국가로 분산시키면서 지속적으로 중국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한미중 3각 관계에서 전략적 견제와 전술적 협력을 통해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스스로의 국력을 키워 미중 사이에서 선택의 폭을 넓히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기철 평택대 국제물류대학 중국학과 교수

[천자춘추] 삶의 질을 바꾸는 주소정보

요즘 공원이나 해수욕장에서도 음식 배달을 해주는 곳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배달 라이더에게 내 위치를 설명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조형물이나 광장 입구로 주문하더라도 위치를 설명하느라 시간과 비용을 낭비해야 한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배달 라이더의 호출 거부로 대기시간이 늘어나기도 한다. 한편 미국 등 일부 도시에서는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드론과 로봇을 활용한 배달 서비스가 이미 시작됐다. 앞으로는 실내외 어디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내가 있는 곳까지 배송될 것이라지만, 그러기 위해선 배달 지점의 정확한 위치정보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지금까지의 주소는 집과 회사 등의 소재지를 의미했으나 로봇, 드론, 자율주행자동차, 디지털트윈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러한 기술과 연계해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주소가 필요해지고 있다. 현실과 가상세계를 연결하고 사람과 로봇의 위치를 식별할 수 있는 다양한 주소체계가 필요한 것이다. 이에 정부에서는 LX한국국토정보공사(LX공사)를 주소정보활용지원센터로 지정해 우리 국토에 촘촘한 주소정보 기반시설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우선 누구나 어디든 해당 위치를 주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건물, 사물, 공간의 모든 접점에 주소정보를 부여하고 있다. 노상·노외 주차장, 버스정류장, 육교 같은 공용 시설물의 ‘사물주소’ 부여를 확대하고 있으며 산악지역에서 재난과 사고로 인한 긴급 구조 시 위치 파악을 위한 ‘국가지점번호’도 설치해 관리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는 일정 시간 사용하고 소멸하는 ‘시간주소’를 도입해 야식을 파는 푸드트럭, 겨울철 붕어빵 파는 곳도 손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최근 부각되고 있는 로봇 방문 배송이나 휠체어 이동권 보장이 가능하도록 입체도로와 내부도로의 ‘이동경로’도 구축할 계획이다. 정부는 다양한 주소정보체계 구축을 추진하면서 2030년 기준 1조원대의 주소정보산업 창출을 목표하고 있다. 주소정보가 촘촘하게 연결된다면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일상 속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국민 생활의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LX공사도 주소정보 활용기술을 개발 보급하고 주소정보산업을 육성해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권경현 한국국토정보공사 경기북부지역본부장

[천자춘추] 지원금 사업, 민간협치 양날의 검

지역화폐 삭감 논쟁이 시끄럽다. 코로나 극복의 재난지원금, 특별재난지역 지원금은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국민에게 직접 지급하는 것들이다. 공적자금으로 사업을 지원하는 종류로 취약계층 지원사업, 시민단체의 공익사업이나 심지어 창업 등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까지 지원하는 사업들로 매우 다양하다. 2021년 재보선으로 바뀐 서울시장은 민간위탁사업을 필두로 지원금 사업에 여러 가지 변화를 꾀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시가 시민단체의 ATM”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달 말부터 지역화폐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지역화폐 국비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자치가 지방분권으로 가는 길목에 ‘민간협치’는 중요한 과정이자 수단이다. 국가가 경제력을 기반으로 필수적인 민생안정과 장기적인 국가발전을 위한 민간협치의 한 형태로 ‘지원금 사업’을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건 복지국가를 국정목표로 삼건 국민이 선택한 정부 당국자들에게 지원금 사업은 민간협치의 당위적 실천과제이다. 위 사례들은 일부 공감되는 측면도 있지만 개선을 위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비용 등의 경제적 측면을 유독 강조하며 도덕∙윤리의 관점으로 해석을 확대하려는 것은 정책을 다루는 측면에서 국민의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 심지어 주요 선거의 결과에 따라 이러한 정책들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을 보면, 당혹을 넘어 불쾌하기도 하다. 국민보다는 유권자, 게다가 지지자와 반대자로 양분하는 정치 논리나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아닐까. 민간협치를 중개하거나 지원하는 지원금 사업은 본연의 취지와 역할이 발휘되도록 진솔하게 과오를 평가해야 한다. 의도나 왜곡된 시각의 비난과 정책 개폐들이 수시로 발생하면 국민에게 상처가 되고, 정부에게는 부메랑이 될 것이다. 정부가 “국가 운영의 모든 일을 할 수 없음”을 앞선 나라들에서 많이 보고 있다. 지역과 시민사회, 분권과 협치 등이 정치지형의 용어만이 아니라 국민들의 일상 삶에서 회자되기를 소망한다. 박태원 디앤아이사회적협동조합 대표

[천자춘추] 문화예술과 정치?

문화예술인에게 있어 정치는 과연 어느 만큼의 영향을 미칠까. 본업이 사회자인 내게 얼마 전 지인이 이런 말을 했다. “지방정권이 바뀔 때마다 활동하던 사회자가 바뀌던데, 김포시는 예외인 것 같아 보기 좋다.” 과연 그럴까. 그리 보였다면, 참 다행이다. 한때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그리고 5년여가 지난 얼마 전, 1심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정부가 표방하는 것과 다른 정치적 견해나 이념적 성향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문화예술인 명단을 조직적으로 작성·배포·관리하고, 공모 사업 등에서 일방적으로 배제하는 행위 등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국가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대한민국 소속 공무원들이 한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등은 정치권력 기호에 따라 지원금 지급을 차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헌법 등이 보장하는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했다. 건전한 비판을 담은 창작활동을 제약할 수도 있어 검열을 금지하고 있는 헌법정신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하며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건 이후 5년여가 지난 지금, ‘편 가르기’ 혹은 ‘갈라치기’를 뜻하는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과연 모두 사라졌을까. 2022년 지방선거를 치르고 전국의 기초의회 구성원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김포시의회는 경기도의회처럼 여야 동수다. 혹여, 기초의회에서조차 정치논리에 의한 지원금 지급을 차별화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 아닐까. 어떤 정치인이 어떤 마인드로 무슨 일을 하는지, 그로 인한 장단점이나 폐해는 무엇인지에 대해 시민의 눈과 귀는 매우 밝다. 비록 당장 어떤 사안에 대처하지 않고 침묵하더라도 다음 선거에서 시민은 자신의 귀중한 ‘한 표’로 ‘분명히’ 말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시민의 침묵에 특히 더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문화예술인에게 정치권력의 입맛에 따라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된다고 헌법이 보장하고 있다. 정치인들이여! 사안의 필요충분조건이 아닌, ‘편 가르기’라는 단순 정치논리로 문화예술계와 예술인에게 차별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기를. 이재영 ㈔한국예총 김포지회 부회장

[천자춘추] 때를 알고 떠날 수 있는 용기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주위의 공기와 볕도 서서히 바뀌고 있는 계절이다. 봄과 여름의 비바람, 햇빛, 해충들을 다 견디고 대추, 감들도 익어가고 있다. 조만간 가로수와 숲속의 생명들도 잎과 열매를 떨구며 고운 이별을 맞을 것이다. 자연도 머물 때와 떠나야 할 때를 알듯이 우리들 삶도 머무름과 헤어짐이 이어진다. 2500년 전 중국에서도 ‘떠날 때’와 관련한 이야기가 있다. 바로 토사구팽(兎死狗烹). 사마천이 쓴 사기(史記)에 나온 부자들의 이야기인 화식열전(貨殖列傳) 중 가장 돋보이는 사람은 역시 범려(范蠡)이다. 춘추전국시대 오와 월이 치열한 패권을 다투던 시기에 범려는 월왕 구천의 책사로 숙적인 오나라를 무너뜨린 일등공신이었으나 논공행상에서 높은 자리를 포기하고 스스로 물러났다. 오랜 동료인 문종(文種)의 만류에 토사구팽을 경계하며 주의를 당부하고 타국으로 가서 사업에 도전해 엄청난 재산을 모으게 된다. 89세까지 살면서 재산을 세 번 모으고 세 번 나누는 삼취삼산을 실행해 중국 역사상 첫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평가받게 된다. 그래서 오늘날 중국의 사업가들, 즉 화상(華商)들이 가장 닮고 싶은 롤모델로 범려가 손꼽히고 있다. 정치와 군사, 그리고 사업가라는 분야에 걸쳐 부와 명예를 모두 누리며 인생 3모작을 모두 성공시킨 완벽한 남자이면서 바로 인생의 최정점에서 물러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불굴의 의지와 처세술로 중국 최초의 대부호가 된 것이다. 범려가 재물의 신으로 불리게 된 비결은 다양하고 치열한 인생 경험을 통해 얻은 경험과 식객삼천이라고 할 정도로 주위에 후덕하게 베풀어 얻어진 고급 정보들도 한몫했다. 또 새롭게 도전할 만큼의 확고한 자기 철학이 더해져 사람과 사물, 시대의 흐름을 읽는 남다른 안목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비즈니스도 때를 아는 것이 성공의 핵심 요소다. 시세 변동에 따라 물건을 사고팔면서 돈과 물건을 회전시키는 것처럼 권력의 자리에 오르고 물러남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업에서의 타이밍은 손실과 이익에 직결되는 것이고 권력에서 때를 알고 물러나는 것은 화를 방지하고 명예를 지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시의 한 구절이 더욱 와 닿는 것이 아니겠는가. 베이비붐세대와 파이어(FIRE)족까지 다양하게 새로운 삶에 도전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다. 대부분 지속가능한 삶을 꿈꾸면서 자연인, 또는 자유인을 꿈꾼다. 좀 더 미련을 갖고 뭉그적거리다 어쩔 수 없이 밀려 떠날 수도 있고 자유 의지로 계획을 세워 떠날 수도 있다. 움켜쥔 것을 내려놓는 용기는 어려운 일이고 타이밍을 잃고서 내려놓는 것은 진정한 비움은 아닐 것이다. 자신이 서 있는 곳, 심어진 곳에서 최선을 다해 꽃을 피우다가 자유 의지로 새로운 도전을 위해 내려놓고 떠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자유이고 용기가 아닐까. 때를 알고 용기 있게 떠난 범려와 그냥 남아 있다가 토사구팽 당한 문종, 이 두 사람의 ‘같은 시대 다른 삶’을 보니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읽어야 한다는 노자의 도덕경 9장이 와 닿는다. “가득 채우면 흘러 넘친다. 재물이 과하면 지키기 어렵고 자리가 높고 교만하면 비난 받을 일이 생긴다. 일을 이룬 뒤에는 뒤로 물러서라, 그것이 하늘의 길이다.” 오형민 부천대 비서사무행정학과 교수

[천자춘추] 거목(巨木)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세상을 떠났다. 작고 맑아 보이는 인상을 가진 그분이 근 1 세기를 살아오면서 제국의 1인자라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화려해 보이지만 속은 편안하지 못했을, 그 자리를 지켜왔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인생 여정임을 짐작할 수 있다. TV를 통해 그녀의 마지막 길을 함께하기 위해 거리를 메운 사람들을 보며 그녀가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왔음을 알 수 있다. 그 삶의 공과를 상세히 알지 못하면서도 절로 추모의 마음을 갖게 되는 건 동서(東西)를 관통하는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얼마 전 파주 파산서원(坡山書院) 앞에 있던 고목(古木)이 쓰러졌다. 폭우와 돌풍이 300여년은 족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큰 나무를 눕혔다. 파산서원은 학문(學文)으로 세상을 빛낸 동국 18현의 한 분이자 율곡의 도우(道友)로도 널리 알려진 우계(牛溪) 성혼(成渾) 선생을 모신 서원이다. 위대한 인물을 모신 사당의 수호목처럼 남아 있던 나무는 내가 처음 봤을 때부터 고목이었고 그 후 30여년을 잎새 없는 나무로, 하지만 고고함을 잃지 않는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켜왔는데 결국 이별을 고하게 됐다. 문화재 당국은 서원과 함께 역사를 같이했던 이 고목을 과거의 이야기에 새로움을 더하는 문화상징(象徵)으로 남기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필자는 지금 대학자 율곡(栗谷) 이이 선생을 추모하는 ‘율곡문화제’를 준비하고 있다. 본가와 화석정이 위치한 파주시 파평면 율곡리에서 살았고, 묘와 서원이 있는 사적 525호 ‘파주이이 유적’이 있기 때문으로 파주시에서 32회째 개최하는 유서 깊은 행사다. 지난달에는 명재상 방촌 황희 정승과 대학자 우계 성혼 선생을 기리는 문화행사를 연이어 개최한 바 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그간 접어뒀던 지역의 선현들에 대한 추모행사와 문화사업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선현들을 기억하고 그 정신(精神)을 기억하기 위한 사업들이 다시 이어짐을 보며, 형식의 변화와 상황의 다름은 있지만 훌륭한 삶을 살아낸 분들을 기억하고 존경의 마음을 나누는 것이 인류의 역사에 있어 보편적 미덕(美德)임을 생각한다. 선현의 가르침을 통해 오늘을 살고 내일을 준비하는 교훈을 간직하고자 하는 것은 좋은 일이고, 계속돼야만 한다. 지구상 저편에서 일어난 여왕의 서거와 애도를 보면서, 오래된 것의 가치(價値), 훌륭한 삶을 살다 간 이들에 대한 존경과 추모의 공유, 시대를 이끌어 온 거목(巨木)처럼 남은 지역의 선현들을 떠올리는 가을 날이다. 우관제 파주문화원장

[천자춘추] 멀어지는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 15일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라 식량과 인프라 지원 등 경제협력 방안과 북미관계 정상화와 재래식 무기체계 군축 논의 등 정치·군사적 상응 조치까지 제공하겠다는 이른바 ‘담대한 구상’을 북측에 정식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윤 대통령이 제안한 ‘담대한 구상’에 대해 “어리석음의 극치”라고 비난하며 매우 거칠게 거부 의사를 밝혔다. 한 발짝 더 나아가 김 부부장은 ‘비핵화’의제는 남북대화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다른 한 편 한국은 지난 8월 22일부터 9월 1일 까지 11일 간 대규모 공격훈련을 포함한 한미 연합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훈련의 대장정을 끝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알려진 이번 훈련은 제대·기능별로 전술적 수준의 실전 연합기동 공격훈련(FTX)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북한은 UFS는 ‘북침전쟁연습’이라고 주장하며 비난을 쏟아 냈을 뿐만 아니라 최고인민회의 및 북한 정권수립 기념일(9.9절) 담화를 통해 핵포기 불가, 전술핵 확대 운용, 핵무기 실제 사용 가능성을 거론하며 경고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 8일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갑작스럽게 남북당국 간 회담을 열어 이산가족 문제를 논의하자고 북한에 공식 제안했다. 북은 통신문 받는 것조차 거부하고 ‘무시’로 일관했다. 예상했던 일이다. 한반도 정세와 북의 의중을 모를 리 없는 정부지만 대내용으로 추석민심을 겨냥해 요란한 선전을 펼친 셈이다. 대북정책의 획기적 전환이 없는 한, 윤석열 정부 5년 동안 남북관계의 개선은 물론 당국자 간 남북 화해와 협력은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세계 질서와 경제 블록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대서양 동맹에 한국, 일본, 호주 등이 가담하고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동맹에 이란, 사우디,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등이 가담하는 형국이다. 이와는 별도로 중, 러, 이란의 반패권 유라시아 동맹의 출현이 가시화 되고 있다. 중국의 부상에 따른 미중의 전략경쟁 심화는 대만을 둘러 싼 영토분쟁으로, 반도체와 중간제 공급을 둘러 싼 경제전쟁으로 심각한 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통해 사실상 대리전쟁을 치루고 있는 중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보복에 보복을 거듭하고 있는 유럽과 러시아는 힘들어지고 미국의 패권은 약화되고 한국은 가혹한 선택을 강요받는 처지가 되었다. 급변하는 세계정세는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단층선(Fault Line)인 한반도와 조어도를 둘러 싼 동중국해, 중국-대만 양안인 대만해협, 그리고 남중국해가 서로 연동하며 위험한 안보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이 상존한다. 한반도 군사위기는 점점 더 다가오고 반대로 평화번영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지혜롭고 현명한 대처를 주문한다. 윤기종 前 한겨레평화통일포럼 이사장·정치학 박사

[천자춘추] 지구 살릴 뉴딜 운동 시급

피조물로서의 인간과 자연과의 공생관계가 무너지고 있다. 만물의 영장이라 스스로 격찬했던 그 인간들이 조장하는 지구의 오늘과 미래는 암울하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인간의 탐욕이 불러온 인재가 지구를 극심하게 병들게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인간도 역시 병들어 죽거나 인재의 결과물로 인해서 불치병을 앓고 있다. 지구가 병들고 있음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다. 그럴지라도 그 문제의 심각성에 둔감한 것 역시 인간이다. 이유는 문명의 발달이란 미명 아래 자연을 파괴하고, 지구의 온난화를 부추기고 있는 기계적, 자원적 재생의 의존성이 낮거나 생태계의 복원을 두고 한 계획과 활동이 전무한 것이 그 원인이다. 이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닐 텐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간은 망각 증세에 몰입돼 현재의 지구 상태를 진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는 그리스도인이다. 그리고 시문학을 하는 사람이다. 다시 말하면 지구의 상태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도 안타까워하면서 살아간다는 말이기도 하다. 서정적 상관물로서의 소재와 주제를 설정해 문학행위를 하는 사람이고, 피조물로서의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위한 의미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는 그 한 사람으로서 갖게 되는 안타까움이다. 이 아픔을 캐나다 출신의 저널리스트이자 시민운동가인 나오미 클라인은 다음과 같이 주지하고 있다. “문제는 탄소가 아니라 자본주의다. 우리는 지금 엄중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기후 혼란이 세계의 모든 것을 변화시키도록 지켜만 볼 것인가? 아니면 기후 재앙을 피하기 위해 경제의 모든 것을 변화시킬 것인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21세기 자본주의가 극도로 발전의 현상을 향해 치닫고 있는 때에 자본주의 형태를 어떻게 바꿔 그 재앙을 면할 수 있겠는가? 참으로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럴지라도 절제와 변형의 해법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지금이라도 경제에 몸담고 있거나 정책을 입안하는 이들의 세기적 공동체가 머리를 맞대고 앉아서 이 문제에 대한 대안을 모색해야 함이 맞는 것이다. 이충재 시인·문학평론가

[천자춘추] 콤팩트시티 오류와 GTX 패키지 개발

최근 정부가 내놓은 8.16 주택공급대책에 보면 눈에 띄는 용어가 있어 관심있게 보았다. 바로 역세권을 중심으로 고밀 복합개발하는 ‘컴팩트시티’라는 도시개발 전문용어다. 270만호 공급 등 역대급 주택공급이라는 어마무시한 영향력에 비하면 컴팩트시티 조성은 물량으로 따지면 큰 물량일 수는 없다. 하지만 전 정부의 250만호 공급정책과의 차별성 측면에서 눈에 띄는 공급전략으로 내세우는 듯 하다. 도시개발 전문가로서 ‘컴팩트시티’라는 용어는 필자에게 매우 익숙한 용어인데, 박사논문의 근간이 컴팩트시티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컴팩트시티는 현대도시의 문제를 도시의 지속가능한 개발과 도시형태 사이의 관계를 통해 해결하고자 고안된 도시개발 모델 중 하나이다. 고밀 복합의 집중적인 개발을 통해 교통량을 줄여 환경 배출량을 줄이고, 직주근접으로 대중교통의 사용량을 늘리고 보행과 자전거의 활성화로 지속가능한 도시, 친환경적 도시 조성에 목적이 있다. 컴팩트시티의 필수조건으로 고밀도의 개발과 주거와 업무, 레저 용도의 복합용도개발을 통한 지역 타당성과 사업의 타당성 확보가 전제조건이다. 정부가 선보인 컴팩트시티는 기존의 지속가능한 도시로서의 컴팩트시티와 개념적으로 유사하지만 철도중심도시(TOD)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정부는 GTX 역사를 중심으로 고밀 복합을 개발하되 역사를 중심으로 300m 이내엔 복합환승과 쇼핑몰, 오피스를 배치하고, 600m 이내 지역에 중고밀 주택, 600m 이후에는 중밀도 대단지 아파트를 배치하는 것으로 발표했다. 기본적으로 컴팩트시티의 원형은 500m 이내에 모든 시설이 초고층 고밀 복합으로 개발되어, 주거와 업무, 쇼핑과 레저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24시간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함으로써 인간의 이동을 최소화하면서 도시의 친환경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반면에 이번에 발표된 정부의 컴팩트시티는 철도를 중심에 놓고 업무, 상업, 주거의 밀도와 위계를 설정해 놓은 철도중심도시에 더 가깝다. 철도중심도시는 기본적으로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대도시와 교외도시를 철도로 연결하여 도시간 연계를 강화하여 거주자의 이동 편의를 높이는 기존 도시체계의 보완적 도시개발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기존 1기, 2기, 3기 신도시들도 기존의 철도망을 중심으로 개발이 되었다는 점에서 GTX 철도망 도입으로 차별화된 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은 본질적으로 그리 새로운 모델이라 할 수 없다. 오히려 컴팩트시티라는 어설픈 포장보다 GTX 추가역을 신규 택지 발굴과 연계하여 ‘GTX - 택지 패키지 개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동안 진보정부나 보수정부나 공히 주택공급을 중앙정책 주도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신도시 개발모델로 추진해 오면서 온갖 미사여구와 전문용어를 동원하여 포장만 바꾼 ‘00대책’을 계속 내놓았다. 부동산 정책이 국민의 삶을 좌지우지하고 정권의 사활이 걸리는 상황을 이제 바꿀 때가 된 것 같다. 부동산 정책과 주택공급의 지방화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으면 한다. 정부는 재정을 지원하고 공급은 지방정부가 지역에 맞게 창의적으로 수립하면서 상생의 정책으로 가길 바란다. 지방마다 다른 주택정책, 다양한 주거복지제도가 공존할 때, 국민은 주거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 주택정책의 도시간 경쟁과 정부의 합리적 지원정책을 통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자 하는 지방의 노력은 더욱 강렬해질 것이다. 이재혁 시흥도시공사 도시개발실장

[천자춘추] 병원서 행패 부린 환자 형사책임은

환자 A는 치과의사 B로부터 임플란트 시술을 마쳤으나 상태가 좋지 않았다. B는 환자의 경과를 살피며 수시로 상태를 설명해주고, 결국 A의 동의하에 임플란트 제거술을 했다. 또 진료비를 반환해주고 보험접수를 통해 충분한 배상이 가능하도록 조치해 주었다. 보험 한도가 충분하지만 혹시라도 보험사의 배상이 부족하면 보충해주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이렇듯 B는 과실을 인정하고 책임을 회피하지 않았다. 그러나 A는 거듭 무리한 요구를 하더니 B의 병원을 불쑥 찾아와 당장 충분한 배상을 달라고 요구하다가 분을 참지 못해 상담실에 놓여 있는 물건(플라스틱 의료보조기구)을 집어던졌다. B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여 피하다가 넘어져 손목과 엉덩이를 다쳐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 A는 다른 의료진과 직원들, 환자들이 있음에도 병원에서 연이어 폭언과 비난 발언을 쏟아냈다. 결국 경찰관이 출동하고 나서야 A를 병원 밖으로 내보내 소란을 잠재울 수 있었다. 경솔하기 짝이 없는 A의 행위는 어떤 책임을 지게 될까. 우선 사람을 향해 단단한 물건을 집어던진 행위는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고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한 ‘특수폭행죄’로 평가된다. 판례상 ‘위험한 물건’은 흉기에 국한되지 않으며 여기서 ‘휴대’란 널리 이용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B가 입은 상해와 A의 폭행 간에 인과관계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 ‘특수폭행치상죄’가 성립하며, 상해죄의 예에 의해 처벌된다(대법원2018도3443 판결). B의 몸에 물건을 집어던지려는 고의가 명확하다면 특수상해죄가 성립될 여지도 있다. 영업장에서 소란을 피운 행위는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고, 공포심을 유발하는 폭언은 협박죄, 욕설과 비하 발언은 모욕죄가 각각 성립하며, 물건의 효용을 해하였다면 손괴죄가 된다. 퇴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면 퇴거불응죄를 구성한다. 복수의 범죄를 범했기에 가장 중한 죄의 장기 또는 다액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된다(경합범가중). 한편 병원에서 의료인을 폭행해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7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의료법 제12조제3항, 제87조의2제1항). ‘의료행위를 행하는’이라는 요건을 ‘행패를 부린 자에게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중인 자’라고 좁게 해석할 수는 없다. 환자의 부당한 행패로부터 의료인을 보호하기 위해 가중처벌 조항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결국 A의 행위는 의료법상 가중처벌 대상이 되고 경합범 가중을 하면 최대 10년 6개월 징역형 또는 1억500만원까지도 선고가 가능해진다. 물론 위자료 손해배상 등 민사책임은 별개다. 설대석 법무법인 대화(大和) 변호사

[천자춘추] 아마추어 미술가의 솜씨와 교양

우리 사회 전반에 예술과 철학이 뿌리내리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초등교육부터 철학을 필수과목에 포함한다면 어떨까? 많은 분야에 걸쳐 현재의 우리 사회와는 다른 긍정적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지 않겠느냐는 뜬금없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나라의 시각예술 분야에선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흔히 볼 수 있는 문화 구조가 있다. 특히 회화 분야에서 많이 나타나는 구조인데, 많은 작가가 문하생을 지도하면서 사회와 소통한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와 경제가 선진화되면서 나타난 이 문화는 이미 4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문화 예술의 보급과 확산이라는 차원에서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문하생들은 보통 장기간 작가의 지도를 받으면서 솜씨를 익히고, 자신의 작품 세계를 견고히 만들어 각종 공모전을 통하거나 부지런히 작품을 제작해 전시회를 치르면서 미술계에 입문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지도하는 작가의 작품 세계관이 이들에게 전해지기 마련인데, 이때 가장 중요한 예술철학이 결정돼 입문 후까지 영향을 주는 예가 많이 보인다. 입문하기 전까지의 과정을 흔히 아마추어라 부르는데 보통은 기초적인 소묘와 채색, 제작 방법 등을 배우게 된다. 기술적인 수련과 함께 지도하는 작가와의 소통을 통해 미술(예술)의 이해를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마련이다. 미술에 대한 애정이 깊어진다면 가볍게라도 미술의 사조를 공부해보길 권해본다. 예술의 개념과 흐름의 이해는 창작의 밀도와 깊이를 더해주는 매우 훌륭한 벗이기 때문이다. 초기 예술 개념을 ‘교양을 갖춘 아름다운 솜씨’라 정의한 이유를 사색해보자. 솜씨 좋은 그림만으로도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주기 모자라지 않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많은 분이 사색을 유발할 수 있는 작품을 해보길 권하고 싶은 필자의 과한 욕심 때문임을 고백한다. 지난 글에서 순수미술의 개념과 가치를 다뤘다면 이번 지면에선 이제 입문한 창작자 혹은 직접 행위자로서 생각해보면 좋을 기본적인 솜씨와 예술철학을 조심스럽게 꺼내 보았다. 철학은 예술뿐 아니라 우리의 모든 부분과 작용해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이라 굳게 믿기 때문이다. 김이구 문화예술법인 라포애 상임이사

[천자춘추] 협치와 갈라치기

지난 한 주간 필자는 두 개의 흐뭇한 장면을 목격했다. 2일에는 인천 월미도 횟집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김동연 경기도지사, 유정복 인천시장이 함께 모여 수도권 매립지 문제를 놓고 만났다. 3일에는 아시아교육협회(ECA)가 주관하고 수림문화재단에서 열린 ‘HTHT 2022 교사 써밋’에 서울(조희연), 경기(임태희), 대구(강은희), 부산(하윤수), 충남(김지철), 전남(김대중)교육감이 함께 자리를 해서 미래교육에 대한 교사들의 물음에 답하는 행사가 열렸다. 주목할 부분은 이들의 정치적인 성향과 정책적 지향점이 사뭇 다르게 대중들에게 인식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수도권 매립지 문제’와 ‘미래교육’이라는 문제를 두고 함께 자리를 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알든 대중적으로 인식이 되었든 내 머릿속에 자리한 이들의 성품은 ‘온화’하다. 정치적으로 보면 투쟁성이 없어 선명함이 덜 하다는 단점도 있다. 어쩌면 대중적 인기도 측면에서 좋은 덕목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이번 만남은 오랜만에 편안함을 준다. 우리사회는 편을 두 개로 쪼개는 갈라치기 정치에 길들여져 왔다. 취임한지 갓 100일이 지난 대통령을 향해 벌써 퇴진운동을 주장하는 무리가 등장한다. 보수 유튜버들의 주장은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우리는 항상 옳다’라고 주장한다. 일상의 사소한 부분을 들춰내며 많은 이슈들을 토해낸다. 그들 주장이 사실에 가까워지면 영웅적 행동은 미화되고 팬덤을 양산한다. 반대로 거짓에 가까워지면 새로운 이슈로 거짓을 덮어버린다. 갈라치기란 바둑의 포석 단계에서 변의 상대방 세력권의 중간을 가르는 전략적 행위를 말한다. 우리 사회에 갈라치기 명수들이 있다. 진보든 보수든 그들의 정치적 지향점은 모르겠다. 아마 정치적인 것 보다는 금전적인 측면에 히든 어젠다가 더 커 보인다. 그래서 그들은 끊임없이 가르는 행위를 한다. 시끄러운 소수(vocal minority)가 여론을 주도하고 정치적 담론의 해답을 강요한다. 유튜브, 페이스북, 트윗, 인스타, 릴스, 짤 등 뉴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그들의 주장을 확대하고 재생산한다. 대중들은 열광하며 어느덧 이 게임에 몰입해 버린다. 갈라치기는 환경오염과 같이 다수에게 불편을 양산하는 부정적인 외부효과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갈라치는 흥미를 유발하지만 협치는 시시하다. 협치의 사전적 의미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민과 관이 함께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평가하는 운영 방식과 체계를 말한다. 의미부터가 딱딱하고 진부하다. 그래서 협치는 대부분 정치적 이벤트 성격이 강하지 지속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세분의 지방자치단체장과 여섯 분의 교육감들이 머리를 맞대고 우리사회의 거대 담론인 환경문제와 교육문제를 가지고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준 것은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자신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현하지 않지만 우리사회는 침묵하는 다수(silent majority)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조훈 서정대학교 호텔경영과 교수·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장

[천자춘추] 열복과 청복

인간사 오래 살지 않고서는 세상의 즐거움을 다 누릴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래 살기를 원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오래 살 수 있을까. 「산림경제」를 쓴 홍만선은 인간의 수명은 180세인데, 몸과 마음을 손상시켜 수명이 단축됐다고 주장한다. 질병은 죽음으로 가는 길이며 욕심은 질병으로 가는 길이다. 욕심을 내려놓고 오래오래 행복한 삶을 사는 방법으로 일찍이 다산 정약용은 ‘청복론’을 제시했다. 정조 연간에 병조참판을 지낸 오대익의 71세 생일을 맞아 다산은 축하 편지를 보냈다. 그 시절에 칠순이 넘는 수명을 누렸으니 복 받은 인생이 아닐 수 없다. 이 편지에서 다산은 세상의 복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높은 지위에 올라 떵떵거리며 부귀 영화를 누리는 열복(熱福)과 욕심을 내려놓고 맑고 소박하게 한세상을 살다가는 청복(淸福)이 바로 그것이다. 다산이 말하는 열복이란 세속에서 말하는 이른바 성공한 삶이다. 열복은 누구나 원하는 양지바른 삶이다. 그러나 지나치면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한다. 반면에 청복은 깊은 산중에 살면서 맑은 샘물가에서 발을 씻으며 늙은 소나무에 기대어 소리를 읊조리고 마루 위에 좋은 거문고와 바둑판 하나, 한 다락의 책이 있고 기이한 꽃과 나무, 장수와 건강에 이로운 약초들을 심으며 세월이 흐르는 것을 잊고 나랏일이 잘 다스려지는지 어지러운지를 듣지도 않는 삶을 말한다. 오늘날로 치면 자연 속 웰빙의 삶이다. 두 가지 복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하든 개인의 자유지만 다산은 하늘이 잘 내려주지 않는 복이 청복이며 그래서 열복을 얻은 사람은 흔하지만 청복을 얻은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고 했다. 청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우선 질병이 없어야 하고 전쟁이 없는 태평한 세상을 만나야 한다. 홍만선은「산림경제」에서 질병없이 오래 사는 비법 10가지를 제시하며 괴로움이 닥치면 죽음과 비교하며 이겨내고 늘 나보다 못한 사람을 생각하며 가정의 화목을 위해 서로 꾸짖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1년 중 가장 넉넉한 날이라는 한가위가 머지않았다. 이웃을 돌아보는 너그러운 마음과 가족 간의 화목이야말로 청복한 삶의 지름길이 아닌가 싶다. 정성희 실학박물관장

[천자춘추] 추석 이후 부동산시장 반등할 수 있을까?

명절은 부동산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터닝포인트 역할을 하곤 한다. 계약이나 이사를 명절 이후로 미루려는 경향이 영향이 있고, 명절에 가족, 친지, 친구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부동산으로 이야기 꽃을 피우면서 여론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멈추지 않고 오르던 집값이 2021년 추석이 지나면서 꺾여버린 후 집값 흐름은 계속 내리막이다. 유동성 파티의 후유증인 인플레이션 문제가 본격화되면서 금리인상 속도가 가팔라지자 집값 상승의 기대감은 꺾였고 이제서야 과도한 상승에 대한 피로감이 몰려들면서 투자심리는 급격히 위축됐다. 강남, 용산 집값도 꺾였고, 매매수급지수, 매매거래, 미분양 등 모든 집값 통계가 하락을 가리키고 있다. 미분양과 준공 후 미분양인 악성 미분양도 슬금슬금 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생애 최초 부동산 매수자 수도 2012년보다 낮아졌다. 한마디로 실수요자들도 집을 살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추석이 중요하다. 추석 이후 부동산 시장 흐름이 반등에 성공하지 못하면 본격 침체진입 가능성이 높다. 뚜껑을 열어봐야 하겠지만 추석 이후 반등에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금리 인상이 집값 하락의 트리거(Trigger)역할을 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다. 집값 흐름과 거래를 결정하는 것은 시장 수요자들의 기대수익이다. 집값이 더 오를 것 같은 기대감이 있으면 집을 팔려는 매도인들은 가격을 올리거나 매물을 회수하는 반면, 집을 사려는 매수인들은 마음이 급해지면서 서둘러 거래를 하게 된다. 반대로 집값이 더 이상 오르기 힘들 것 같고, 오르더라도 세금과 대출이자를 내면 별로 남는 것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매수인들은 굳이 지금 사야 하나 조금 더 기다려보자 관망으로 돌아선다. 8년 동안 집값은 2배에서 최대 3배 정도 올랐다. 이렇게 과도한 상승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에서 집값 상승의 원동력이었던 유동성 축제는 인플레이션이라는 부작용으로 돌아왔고 급격한 금리 인상, 기대심리 냉각, 투자 심리 위축의 도미노가 된 것이다. 금리 인상이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다시 저금리로 갈 가능성은 당분간 없다고 봐야 한다. 혹시라도 금리 인상이 멈추면 일시적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과도한 상승에 대한 피로감을 씻어줄 큰 폭의 가격 정과 서울 규제지역 해제 등 적극적인 거래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정책이 없는 한 부동산 거래 정상화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거래 증가의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다. 다시 집값이 들썩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지만 급격한 거래 동결과 집값 하락은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역 전세로 인한 깡통전세, 소비 감소, 건설 및 내수경기 위축, 세수 감소 등 엄청난 경제적 재앙을 불러오게 된다. 거래가 없다시피 하는 거래 동결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비 정상 상황으로 주택 매도가 필요한 사람들은 팔고, 주택 구입이 필요한 사람들은 사는 것이 주택시장 정상화의 첫 단추이다. 금리 인상의 불확실성이 빨리 제거되도록 정부와 한국은행은 명확하면서 일관성 있는 시그널을 줄 필요가 있으며, 생애 최초나 장기 무주택자가 금리 부담을 느끼지 않고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저리 대출 상품, 취득세 감면 등 제도적 지원도 해줘야 한다. 또한 다주택자가 시세보다 낮게 팔면, 싸게 파는 금액만큼 양도세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면 매도자는 가격을 내려서 쉽게 팔 수 있고, 매수자는 시세보다 저렴하게 집을 사면서 거래는 늘어나고 주택시장 정상화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천자춘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개선해야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의 사유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에게 신체활동 지원이나 가사 활동 등을 제공하여 노후의 건강증진을 도모하고 그 부양가족의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하여 2008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사회보험제도다. 본 제도는 65세 이상의 노인 또는 65세 미만의 자로서 치매·뇌혈관성 질환 등 노인성 질병을 가진자 중 6개월 이상 혼자서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자를 수급 대상자로 하고 있다. 장기요양보험료는 건강보험료액에 장기요양보험료율(2022년 현재: 12.27%)을 곱해 산정하며 본인부담금은 재가급여의 경우 장기요양비용의 15%이고 시설급여의 경우 20%다. 본 제도의 장기요양인정 및 이용절차는 다음과 같다. 장기요양 인정의 신청은 신청 거주지역의 건강보험공단의 지사에 장기요양신청서와 의사 소견서를 제출하면 된다. 장기요양 신청 후에 공단으로부터 장기요양등급을 1등급에서 5등급 그리고 인지 지원등급을 부여받는데, 1등급과 2등급은 시설급여인 요양시설의 입주 자격이 되고 3등급과 4등급도 주 수발자의 유무, 주거환경 및 치매 상태 등을 고려해 요양시설의 입주 자격이 주어진다. 5등급과 인지 지원등급은 재가급여의 자격을 부여받는다. 재가급여에는 방문요양, 방문목욕, 방문간호, 주야간보호센터, 단기보호(월 9일 이내), 복지용구 등이 있다. 시설급여에는 노인요양시설과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이 있는데, 노인요양시설은 장기간 입소한 10명 이상의 수급자에게 신체활동 지원 및 심신 기능의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10명 미만의 장기입소 수급자에게도 노인요양시설과 유사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시행된 지 14년이 지났고 양적인 측면에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첫째, 본 제도의 본인부담금(재가급여 15%, 시설급여 20%)을 경감시켜서 수급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야 한다. 둘째, 장기요양인정절차를 보다 투명하게 체계화시키고 장기요양등급을 보다 세분화해야 한다. 장기요양등급 판정의 지역적 편차를 줄이고 현재 1등급부터 인지 지원등급의 6개 분류를 보다 세분화하여 노인성 질환의 특성에 부합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본 제도의 재가급여의 종류가 선진복지국가의 재가급여에 비해 매우 미흡하므로 보다 확대해 나가야 하고, 특히 요양시설을 보다 전문화하여 등급별 입주가 가능한 요양시설로 변화시켜야 한다(예 1등급과 2등급을 위한 상급 요양시설, 3등급과 4등급을 위한 중급 요양시설). 넷째, 주간보호센터도 특정 질환(치매 혹은 뇌졸중 등)이나 소수 대상자를 한정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개선해야 한다. 다섯째, 장기요양제도의 핵심인 단기보호시설의 확대와 보호기간의 확충(최소 30일 이상)이 필요하다. 끝으로 본 제도가 초고령사회에서의 핵심적인 돌봄제도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현재의 요양보호사 중심의 단순한 요양보호를 넘어서 다양한 노인성질환을 가진 수급자들의 의료, 신체적, 정신적 및 사회적 욕구 등에 부합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의 제공인력의 창출과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문 케어매니저제도(Care Manager System)의 도입이 필요하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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