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네가 돌이었을 때 너는 날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난 가슴으로 널 안았었다 내 가진 모두는 네 것이었고 네 귓볼에 불어넣는 내 숨결도 가슴처럼 떨리는 작은 손짓과 물너울같이 출렁이는 이 몸까지 절절하게 너를 원하고 있었다 너를 사랑한다 내게 사랑한다 말해 줘 깨어나라 그리고 나와 함께 가자. 이애정 책과 인생(수필) 문학시대(시)로 등단. 시집다른 쪽의 그대 이 시대의 사랑 법. 한국문인협회 유족설립위원회 위원. 녹색문학상 추천위원. 국제PEN한국본부 사무차장.
먼 길 가신 후 자주 보러 오시네 힘내라 길 잃지 마라 도와줄 건 뭐 없니 다시는 걱정마시래도 또 오시는 아버지 김경옥 2011 중앙일보 시조백일장 월장원 2012 한국시조시인협회 전국백일장 장원 2013 가람백일장 차상 2015 유심 신인상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네 곁에 나를 머물게 할 수 없다는 것이 내 곁에 너를 머물게 할 수 없다는 것이 네가 나였고 내가 너였는데 신발창 밑에 붙은 껌 딱지처럼 거슬리는 것들- 애를 써도 떨어지지 않는다 문득, 네가 그리워지는 날은 애꿎은 전화기는 몸살을 앓는다 잊고 있었던 끈적거림, 뇌파를 자극하며 순간순간을 괴롭히고 있다 따뜻한 유자차 한 잔으로 무심한 마음 나눌 수 있는 그날이 빨리 왔으면- 아집, 내려놓을 수만 있다면 참 좋겠다
오월의 간이역에 당신이 내리던 날 목숨 다한 꽃의 비상 잠시 빛나는 그 모습 한 평생을 바라보던 당신에게로 이제 고개 들어 마주합니다 바람으로 가득 찬 내 사랑 까칠한 나무피를 벗겨낸 자리에 복사꽃 속에 숨은 이름 엉엉 빠지는 그리움에 무작정 용서했던 기억만으로 당신에게 나는 갑니다 한 줄 흔적도 없는 삶을 왜 그리 분주하고 힘들게 밟아 왔는지 당신은 알면서도 그냥 이 계절 한창 피어오르면 되는 것을 그러다 놀란 듯 떨어지면 되는 것을 오랜 세월 혼수상태 된 희망 그 속에서도 붉은 등으로 우뚝 서서 환한 살빛을 쏘아대는 당신은 풍성한 표적입니다 사랑하라고 사랑하라고 떠나기 전에 사랑하라고 바람에 순종하는 문풍지처럼 오늘은 복사꽃 바람이고 싶습니다. 차경녀 한국문학정신으로 등단.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낭독시200편(CD)제작 영상시. 부천여성문학회 부회장. 한국문인협회부천지부 감사. 시예술방송협회장.
기차가 들어올 철도 쪽 그늘진 플랫폼 바닥이 얼어 웅크린 겨울 강 빛이라 잠시라도 햇볕 든 쪽으로 물러서서 겹겹 껴입어 몸 부푼 둥실한 그림자를 데우며 짧아서 절실한 따사로움을 조우 차디찬 공기를 가른 기차가 속도를 늦추어 티켓을 배정받은 기다림의 숫자 앞에 멈추고 데우던 그림자를 재빨리 지우며 승차계단을 오르는 발목까지 한기 아리도록 휘감아 시린 겨울 플랫폼 김철기 1983년 한국문인협회 부천지부 창립. 그리다, 꿈빛 나이테, 불켜기 등 시집 12권. 탐미문학상 본상, 경기도문학상 본상, 한국시학상 등 수상. 국제PEN한국본부이사 겸 PEN경기지역위원회 부회장. 한국문인협회 시서화진흥위원. 한국현대시인협회 지도위원 겸 상임이사. 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 한국시문학아카데미 상임이사.
어둠이 뒤척이는 오래된 골목 어귀로 재개발 전단지만 헤진 벽 기우는 밤, 충혈된 가로등 불빛 찬바람에 출렁인다 아버지는 달팽이관처럼 등짝 웅크린 채 소리 없는 방에서 주파수를 맞춘다 듬성듬성 빈틈을 보이는 정수리 위로 반질하게 새어 나온 하얀 안테나들 허공에 온기 없는 숨들이 공명하자 축축한 꿈결 그 위로 바람이 분다 일자리가 없는 날들을 새기듯 누런 벽지에 촘촘히 돋는 곰팡이들 씨실과 날실이 어긋난 달력에는 너덜너덜해진 날짜들만 건져지고 껍데기 같은 집 한 채에 한숨들은 방바닥 여기저기 점액질처럼 자꾸만 들러붙는다 고장 난 보일러 배관 이따금씩 쇠쇠 차가운 목울대 세우고 우는 밤 아버지가 다시 둥글게 몸을 웅크린다 아버지가 주파수를 맞춘다 더듬이 번뜩이는 아버지의 정수리 그 꼭대기마다 파동처럼 바람이 분다 천천히 안테나가 선다
가을이 간다 스산한 자락 하나 마저 거두려 한다 얼마나 많은 어둠이었나 얼마나 많은 낙엽이었나 모진 겨울의 문턱에서 오스스 떨어보는 외로운 단념 하나 영이별의 몸짓으로 떠나보낸 사랑인데 언제 내게로 와 다시 둥지 틀었던가, 가을은 되풀이되는 결별 이 쓸쓸한 불가사의 김애자 강원 춘천 출생. 시대문학(수필), 예술세계 (시), 시조시학(시조) 등단. 한국문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수원문학상 작품상, 경기시인상, 경기PEN문학 대상 수상. 산문집 그 푸르던 밤안개 추억의 힘, 시집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피었다 지는 꽃엔 씨앗이 지문이다 붙들던 푸르름엔 사랑끝이 단풍이다 어떤가 가을만 한가 그대에게 이 가슴이 1991년 박재삼시인 추천 시조등단, 2019 문학과 의식평론등단, 한국문인협회 감사세계한인작가연합 상임이사, 문학과의식운영위원장, 국제PEN한국본부,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현대문학사조편집위원, 시집 내 안의 나와 마주앉아 사랑, 그 언어의 무늬 산사에서 길을 묻다, 에세이바람난 산바라기 그리움으로 가는 편지1.2.3 사랑하는 나의 작은 우주야
이정표를 따라 달려온 휴휴암 거북모양 바위와 지혜의 보살상 우뚝 서있네 백사장이 없는 바닷가 너른 마당바위 위로 바닷물은 얕게 흐르고 있어 먹이를 흩뿌리면 재빨리 모여드는 물고기떼 불경소리, 목탁소리에 귀 기울이며 물고기들은 먼 바다로 나가지 않네 휴휴암이라 부를 때마다 감도는 휘파람 소리 편안히 쉬며 방생 기도하는 물고기 신도가 사람보다 많은 휴휴암 문연자 경기 옥천 출생. 문학세계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문학사 편찬위원.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 문학세계문인회ㆍ소우주시회 회원. 소정문학 동인.
찬밥으로 김밥을 만든다 찰기없이 극돌던 밥들 천천히 조화를 이루어가고 있다 태생부터 다른 사람들 중에 마음 통하는 사람 만난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손이 닿고 숨결이 닿고 생각이 닿으면 하나가 되어 갈 수 있는 일 오지 않은 내일을 달달 볶고 있기엔 눈물나게 아까운 시간들 찬밥이면 어떻고 더운밥이면 어떠리 모난 정이라도 돌돌 말아 정성껏 가다보면 맛스러워 지는 걸 김안나 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용인지부부지부장. 한국수필가협회 사무국장.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문학의 집 서울회원. 시집 나는 외 3권.
죽지 말고 잘 살아야한다 강가에 나와 강물을 들여다보며 방생한 내 분신의 이름을 불러본다 하늘 한번 쳐다보며 훨훨 날아가 잘 살아야 할 텐데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궁금하고 걱정이 되어 날개 달아준 너의 이름 불러본다 시집갈 때, 어머니 내 두 손을 꼭 잡고 하신 말씀 가서 잘 살아야한다 살아보지도 않고 눈물만 흘리던 난 지금 눈물 같은 시를 쓰며 살고 있다 내 분신, 내 詩들아! 어디에 있던 죽지 말고 꼭 살아서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주는 노래가 되어야 한다 지은경 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국제펜클럽한국본부한국비평가협회 이사, 세종시예총 자문위원, 아태문인협회 명예이사장, 신문예문학회 명예회장, 황진이문학상 대상자유시인협회상 등 수상. 시집숲의 침묵 읽기등 12권, 평론집의식의 흐름과 그 모순의 해법 칼럼집알고 계십니까 등 저서 30여권.
어디로 갈까 길 한복판 고개 숙인 가랑잎들 힘없이 구른다 바람 불면 바람 분다고 갓길에 멈춘다 어디로 갈까 나는
가을은 소리 없이 문턱을 넘어 가만히 내게로 왔습니다 기승스럽던 더위가 한 풀 꺾인 것을 보고 그것을 짐작 했습니다 매미의 요란한 울음소리로 가을이 가까이 왔음을 확실히 알았지요 서둘러 얇은 긴 소매의 옷을 꺼내 입어야겠군요 모양 없이 아무렇게나 모자 속에 쑤셔 박았던 머리도 깔끔하게 다듬어 보겠습니다 아직 덜 익은 사과 몇 알과 두어 웅큼의 풋대추를 멜빵 달린 가방에 넣고 기차를 타고 버스를 갈아타고 보고픈 친구를 찾아 가겠습니다 사과의 신 맛을 생각하니 입에 침이 도네요 보면 먹어야 늙지 않는다는 대추도 한 알씩 나누어 먹겠습니다 한가롭게 원두막에 퍼질러 앉아 설탕과 크림이 섞인 커피를 종이컵에 마시며 우린 너무 촌스런 할머니들이 되어버렸다고 서로 흉보며 위로하며 목젖이 보이도록 함박웃음을 웃겠습니다 그것은 가을이 소리 없이 내게로 왔기 때문입니다 김도희(본명 김인숙) 스토리문학으로 등단. 국제PEN한국본부,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인마을 동인.
한가위 달 보고 있는데 불현듯 들리는 풍물소리 누군가 이마에 수건 하나 질끈 동이고 무작정 퍼 올리는 그리움 모두 어디 갔나 둥구산 중턱 자욱이 번지는 밥 짓는 저녁연기 밥 먹으라고 부르는 정겨운 어머니 목소리 마을을 송두리째 깔고 누운 서해안 고속도로 시치미 뗀 길은 사뭇 바쁘기만 한데 가슴 속 추억 한 근 뭉텅 베어낸 안주 사람 없는 두레상에 앉아 달빛은 외로워 밤새 제 몸 두드린다 구향순 2007년 창작과 의식으로 등단 시집 귀향연습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현재 수원시인협회 사무국장.
비좁은 땅과 조선의 긴 역사를 여기저기 긁고 다닌다 찬 서리엔 헛간에서 겨울잠 자다가 씨앗보다 먼저 달려가 아낙네의 젖은 가슴 파 헤진다. 이성순 창조문학(시), 문예한국(수필)등단. 국제PAN한국본부, 한국문인협회, 소우주시, 편지마을회원.
살면서 기뻤던 날들을 이처럼 샅샅이 찾아 봤었음 좋을 뻔했다 오가면서 살가웠던 사람들을 이처럼 꼼꼼히 챙겨 왔었음 좋을 뻔했다 코스모스 손 흔드는 교외 어느 볕바른 산등성이엔 밤나무 두 그루가 사이좋은 오누이 모양 서 있고 새벽 골짝 맑은 물소리에 귀를 쫑긋거리며 오롯한 아람 속 밤새 달빛 머금어 토실토실 살이 오른 산밤 가족도 놀고 있었다. 임덕원 1954년 안성 출생, 1981년 한국문학 신인작품상 당선, 동인시집 내혜홀 놋마을 한국시 그 흔들림 속에 가득한
산발치 길 따라 동산 숲길 돌아서면 팔달산 재 너머 산허리에 청량한 구름 걸리고 동산에 향기롭게 모인 우리들 가슴마다 태양을 안고 있었다 물결치듯 외쳐대는 구구단 함성은 창문 밖 운동장에 메아리쳐 울리고 나무처럼 하늘 보며 서장대에 오르면 꿈만으로 한 낮이 지치도록 좋았다 이제는 하얗게 바랜 인생의 언저리 젊음도 정열도 점점히 도망치고 다시 뛰고 싶은 추억의 응시가 유년의 그리움으로 투명하다
전쟁의 유물들 상흔들 아픈 가슴들 너무 깊게 너무 허무하게 박혀버린 땅 허리 잘린 민족의 영토 살아가는 역사 한줄기에 철마는 다시 달릴 것이다. 서울역에서 도라산역을 지나야하고 평양역을 지나야하고 두만강역으로 가서 꿈의 철길, 꿈의 미래로 유라시아로 가는 철마를 기다리며 한민족의 영특한 지혜를 갖춰 철마는 곧 달릴 것이다. 민통선을 지워가며 삼팔선을 지워가며 군사분계선을 지워가며 우리의 소원을 콧노래로 아리랑을 힘차게 비목의 가곡을 부드럽게 황성옛터를 보란듯이 부르며 저 철마는 분명 빠르게 달릴 것이다. 방극률 한글학회 한국문인협회 경기문학인협회 회원. 경기시조시인협회 이사. 시집 괜찮아요 아빠 외 5권.
가는지 오는지도 모르고 살 았었네 봄 여름 가을 겨울 꽃가루 날리면 봄인가 찾아온 개나리 진달래 꽃구 경 생각보다 아이들 마스크 먼저 씌우고 단단히 문 닫아 걸고 집 안에 서 쓸쓸히 봄을 봄인 줄 모르고 보냈네 비만 내리면 여름인가 기나긴 장마 속에 빨래 걱정 눅눅한 집안 걱정 무더운 여름을 바다 한번 못 쳐다보고 그져 집안 걱정에 흐려져 여름도 보냈네 가을은 어찌 오고 겨울은 또 어찌 왔던가 반백년 넘게 살아왔건만 나의 계절은 어디로 지나갔 는가 그 옛날에는 가면 아쉽고 오면 반가워 살았더라네 봄이면 들로 산으로 소가고 여름이면 개울에서 물장구 치고 가을이면 밤을따고 겨울이면 썰매타고 봄 여름 가을 겨울 툭툭툭 노란 개나리 위로 떨어지던 봄비 소리인줄 알았던 그 소리가 그 소리가 아니었네 여덟 살 소풍 가던 날 매정하게 개나리 위로 떨어 지던 봄비가 이제야 다시 찾아와 나를 두 드리네 툭툭툭 나를 두드리네 다시 내 인생의 봄을 두드리네 계절을 돌고 돌아 다시 봄으 로 돌아왔네 나도 봄으로 돌아왔네 김수연 제34회 경기여성기예 경진대회 시 부문 우수상 수상작.
밀봉된 꽃잎이 울음처럼 팡, 터진다. 칠월 어느 밤 반지하방의 황달 든 노인, 목젖이 다 보이도록 입을 벌린 채 피어 있다. 달빛이 젖은 입을 보듬는다. 배우식 2003년 시문학으로 등단. 200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문학박사). 시집 그의 몸에 환하게 불을 켜고 싶다, 시조집 인삼반가사유상, 문학평론집 한국 대표시집 50권. 작품 북어가 중학교와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각각 수록. 현재 중앙대문인회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