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었다 지는 꽃엔 씨앗이 지문이다 붙들던 푸르름엔 사랑끝이 단풍이다 어떤가 가을만 한가 그대에게 이 가슴이 1991년 박재삼시인 추천 시조등단, 2019 문학과 의식평론등단, 한국문인협회 감사세계한인작가연합 상임이사, 문학과의식운영위원장, 국제PEN한국본부,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현대문학사조편집위원, 시집 내 안의 나와 마주앉아 사랑, 그 언어의 무늬 산사에서 길을 묻다, 에세이바람난 산바라기 그리움으로 가는 편지1.2.3 사랑하는 나의 작은 우주야
이정표를 따라 달려온 휴휴암 거북모양 바위와 지혜의 보살상 우뚝 서있네 백사장이 없는 바닷가 너른 마당바위 위로 바닷물은 얕게 흐르고 있어 먹이를 흩뿌리면 재빨리 모여드는 물고기떼 불경소리, 목탁소리에 귀 기울이며 물고기들은 먼 바다로 나가지 않네 휴휴암이라 부를 때마다 감도는 휘파람 소리 편안히 쉬며 방생 기도하는 물고기 신도가 사람보다 많은 휴휴암 문연자 경기 옥천 출생. 문학세계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문학사 편찬위원.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 문학세계문인회ㆍ소우주시회 회원. 소정문학 동인.
찬밥으로 김밥을 만든다 찰기없이 극돌던 밥들 천천히 조화를 이루어가고 있다 태생부터 다른 사람들 중에 마음 통하는 사람 만난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손이 닿고 숨결이 닿고 생각이 닿으면 하나가 되어 갈 수 있는 일 오지 않은 내일을 달달 볶고 있기엔 눈물나게 아까운 시간들 찬밥이면 어떻고 더운밥이면 어떠리 모난 정이라도 돌돌 말아 정성껏 가다보면 맛스러워 지는 걸 김안나 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용인지부부지부장. 한국수필가협회 사무국장.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문학의 집 서울회원. 시집 나는 외 3권.
죽지 말고 잘 살아야한다 강가에 나와 강물을 들여다보며 방생한 내 분신의 이름을 불러본다 하늘 한번 쳐다보며 훨훨 날아가 잘 살아야 할 텐데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궁금하고 걱정이 되어 날개 달아준 너의 이름 불러본다 시집갈 때, 어머니 내 두 손을 꼭 잡고 하신 말씀 가서 잘 살아야한다 살아보지도 않고 눈물만 흘리던 난 지금 눈물 같은 시를 쓰며 살고 있다 내 분신, 내 詩들아! 어디에 있던 죽지 말고 꼭 살아서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주는 노래가 되어야 한다 지은경 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국제펜클럽한국본부한국비평가협회 이사, 세종시예총 자문위원, 아태문인협회 명예이사장, 신문예문학회 명예회장, 황진이문학상 대상자유시인협회상 등 수상. 시집숲의 침묵 읽기등 12권, 평론집의식의 흐름과 그 모순의 해법 칼럼집알고 계십니까 등 저서 30여권.
어디로 갈까 길 한복판 고개 숙인 가랑잎들 힘없이 구른다 바람 불면 바람 분다고 갓길에 멈춘다 어디로 갈까 나는
가을은 소리 없이 문턱을 넘어 가만히 내게로 왔습니다 기승스럽던 더위가 한 풀 꺾인 것을 보고 그것을 짐작 했습니다 매미의 요란한 울음소리로 가을이 가까이 왔음을 확실히 알았지요 서둘러 얇은 긴 소매의 옷을 꺼내 입어야겠군요 모양 없이 아무렇게나 모자 속에 쑤셔 박았던 머리도 깔끔하게 다듬어 보겠습니다 아직 덜 익은 사과 몇 알과 두어 웅큼의 풋대추를 멜빵 달린 가방에 넣고 기차를 타고 버스를 갈아타고 보고픈 친구를 찾아 가겠습니다 사과의 신 맛을 생각하니 입에 침이 도네요 보면 먹어야 늙지 않는다는 대추도 한 알씩 나누어 먹겠습니다 한가롭게 원두막에 퍼질러 앉아 설탕과 크림이 섞인 커피를 종이컵에 마시며 우린 너무 촌스런 할머니들이 되어버렸다고 서로 흉보며 위로하며 목젖이 보이도록 함박웃음을 웃겠습니다 그것은 가을이 소리 없이 내게로 왔기 때문입니다 김도희(본명 김인숙) 스토리문학으로 등단. 국제PEN한국본부,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인마을 동인.
한가위 달 보고 있는데 불현듯 들리는 풍물소리 누군가 이마에 수건 하나 질끈 동이고 무작정 퍼 올리는 그리움 모두 어디 갔나 둥구산 중턱 자욱이 번지는 밥 짓는 저녁연기 밥 먹으라고 부르는 정겨운 어머니 목소리 마을을 송두리째 깔고 누운 서해안 고속도로 시치미 뗀 길은 사뭇 바쁘기만 한데 가슴 속 추억 한 근 뭉텅 베어낸 안주 사람 없는 두레상에 앉아 달빛은 외로워 밤새 제 몸 두드린다 구향순 2007년 창작과 의식으로 등단 시집 귀향연습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현재 수원시인협회 사무국장.
비좁은 땅과 조선의 긴 역사를 여기저기 긁고 다닌다 찬 서리엔 헛간에서 겨울잠 자다가 씨앗보다 먼저 달려가 아낙네의 젖은 가슴 파 헤진다. 이성순 창조문학(시), 문예한국(수필)등단. 국제PAN한국본부, 한국문인협회, 소우주시, 편지마을회원.
살면서 기뻤던 날들을 이처럼 샅샅이 찾아 봤었음 좋을 뻔했다 오가면서 살가웠던 사람들을 이처럼 꼼꼼히 챙겨 왔었음 좋을 뻔했다 코스모스 손 흔드는 교외 어느 볕바른 산등성이엔 밤나무 두 그루가 사이좋은 오누이 모양 서 있고 새벽 골짝 맑은 물소리에 귀를 쫑긋거리며 오롯한 아람 속 밤새 달빛 머금어 토실토실 살이 오른 산밤 가족도 놀고 있었다. 임덕원 1954년 안성 출생, 1981년 한국문학 신인작품상 당선, 동인시집 내혜홀 놋마을 한국시 그 흔들림 속에 가득한
산발치 길 따라 동산 숲길 돌아서면 팔달산 재 너머 산허리에 청량한 구름 걸리고 동산에 향기롭게 모인 우리들 가슴마다 태양을 안고 있었다 물결치듯 외쳐대는 구구단 함성은 창문 밖 운동장에 메아리쳐 울리고 나무처럼 하늘 보며 서장대에 오르면 꿈만으로 한 낮이 지치도록 좋았다 이제는 하얗게 바랜 인생의 언저리 젊음도 정열도 점점히 도망치고 다시 뛰고 싶은 추억의 응시가 유년의 그리움으로 투명하다
전쟁의 유물들 상흔들 아픈 가슴들 너무 깊게 너무 허무하게 박혀버린 땅 허리 잘린 민족의 영토 살아가는 역사 한줄기에 철마는 다시 달릴 것이다. 서울역에서 도라산역을 지나야하고 평양역을 지나야하고 두만강역으로 가서 꿈의 철길, 꿈의 미래로 유라시아로 가는 철마를 기다리며 한민족의 영특한 지혜를 갖춰 철마는 곧 달릴 것이다. 민통선을 지워가며 삼팔선을 지워가며 군사분계선을 지워가며 우리의 소원을 콧노래로 아리랑을 힘차게 비목의 가곡을 부드럽게 황성옛터를 보란듯이 부르며 저 철마는 분명 빠르게 달릴 것이다. 방극률 한글학회 한국문인협회 경기문학인협회 회원. 경기시조시인협회 이사. 시집 괜찮아요 아빠 외 5권.
가는지 오는지도 모르고 살 았었네 봄 여름 가을 겨울 꽃가루 날리면 봄인가 찾아온 개나리 진달래 꽃구 경 생각보다 아이들 마스크 먼저 씌우고 단단히 문 닫아 걸고 집 안에 서 쓸쓸히 봄을 봄인 줄 모르고 보냈네 비만 내리면 여름인가 기나긴 장마 속에 빨래 걱정 눅눅한 집안 걱정 무더운 여름을 바다 한번 못 쳐다보고 그져 집안 걱정에 흐려져 여름도 보냈네 가을은 어찌 오고 겨울은 또 어찌 왔던가 반백년 넘게 살아왔건만 나의 계절은 어디로 지나갔 는가 그 옛날에는 가면 아쉽고 오면 반가워 살았더라네 봄이면 들로 산으로 소가고 여름이면 개울에서 물장구 치고 가을이면 밤을따고 겨울이면 썰매타고 봄 여름 가을 겨울 툭툭툭 노란 개나리 위로 떨어지던 봄비 소리인줄 알았던 그 소리가 그 소리가 아니었네 여덟 살 소풍 가던 날 매정하게 개나리 위로 떨어 지던 봄비가 이제야 다시 찾아와 나를 두 드리네 툭툭툭 나를 두드리네 다시 내 인생의 봄을 두드리네 계절을 돌고 돌아 다시 봄으 로 돌아왔네 나도 봄으로 돌아왔네 김수연 제34회 경기여성기예 경진대회 시 부문 우수상 수상작.
밀봉된 꽃잎이 울음처럼 팡, 터진다. 칠월 어느 밤 반지하방의 황달 든 노인, 목젖이 다 보이도록 입을 벌린 채 피어 있다. 달빛이 젖은 입을 보듬는다. 배우식 2003년 시문학으로 등단. 200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문학박사). 시집 그의 몸에 환하게 불을 켜고 싶다, 시조집 인삼반가사유상, 문학평론집 한국 대표시집 50권. 작품 북어가 중학교와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각각 수록. 현재 중앙대문인회 사무처장.
거리에서 행인들의 옷을 바라보면 꽃과 단풍잎 생각이 난다. 붉은 옷을 바라보면 장미꽃과 단풍잎 생각이 나고 분홍빛 옷을 바라보면 진달래꽃 생각이 난다. 노오란빛 옷을 바라보면 개나리꽃과 단풍든 은행잎 생각이 나고 흰옷을 바라보면 아카시아꽃과 찔레꽃 생각이 난다. 보랏빛 옷을 바라보면 도라지꽃과 라일락꽃 생각이 나고 주황빛 옷을 바라보면 나리꽃 생각이 난다. 남빛 옷을 바라보면 나팔꽃 생각이 나고 초록빛 옷을 바라보면 창포꽃 생각이 난다. 행인들의 옷을 바라보면 꽃과 단풍잎 생각이 난다.
그날 밤 우리는 무리 지어 숲속을 걸어 지났다 호수의 물내음이 희끗희끗하게 어둠을 타고 올라왔고 수목들은 밑동을 밝힌 전등불 속에 저마다의 빛깔을 낮추고 모여 서 있었다 그 듬성한 녹색의 불빛 곁을 걸어 지날 때였다 나무들의 웅웅거림과 밤공기를 타고 솟구치는 새들의 날카로운 외침이 사방에서 들려왔고 보문 호수를 비추는 적당히 달아오른 달빛과 둘둘 말린 파라솔의 날개들이 밤새의 소리를 따라 일제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위대한 시인의 시구와 유명한 교수의 강의를 잠재우는 더 위대한 어둠을 걸치고서 우리들은 조촐하게 날아올랐고 이만일천일백칠십칠 일 중에 축제의 날이 며칠이나 되는가를 헤아리며 호반을 떠다녔다 숲이 오슬오슬 한기를 느낄 즈음에야 불이 켜진 숙소가 눈에 들어왔고 우리는 날개를 접어내렸다 더없이 긴 그림자를 숲에다 남기며 길을 돌아와 계단을 오르고 방문이 딱 하고 열리는 소리를 들었고 아, 이제 축제는 끝났어 하는 희미한 독백을 들어야 했다 어둠을 걷어내고 들어선 방 안에는 그러나, 불 밝힌 서울행 티켓과 거실까지 길게 이어진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었다 -귀가행 축제에 오른 것을 환영합니다 먼 숲에서 새벽별이 날아내리는 소리가 하나 둘 들려왔다 전정희 부산 출생. 단국대 졸업. 시집 바람이 머문자리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한국현대시인협회 나래시조 한국문학비평가협회 회원.
온 세상 둘러봐도 하늘은 하나인데 겹겹이 쌓여있는 장막 없는 울타리를 걷어낼 꿈을 간직한 한 여인을 보았네 넓고 큰 숙제 하나 심지 낮춰 밝혀 두고 호수처럼 깊은 눈에 노스탤지어 얼비추며 요람을 흔들거리는 한 엄마를 보았네 낯설고 물도 선데 상처까지 동여매고 애환을 희망으로 뭉치고 또 뭉쳐서 한 걸음 꽃길을 피운 한 아내를 보았네 서러움 삼킬 일이 어디 그 뿐이었으랴 넉넉한 고향 닮아 넓고 깊어 푸르른 꿈 영원히 산화하지 않을 빛 한 줄기 보았네 나는 보았네, 장막에 뜬 무지개를 신의 산 알아르차* 날려 보낸 비둘기를 너와 나 다름을 인정하는 날 허물어질 겹 울타리. *알라르차 : 텐산 산맥에 있는 키르기스의 국립공원 최희선 현대시조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조시인협회, 전국공무원문학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낭송위원. 시조집 고독의 城. 2004년 현대시조 작품상, 2016년 경기시조 대상 수상.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파도가 밤새도록 뒤척이다 데려간 건 너와 내가 흘리고 간 추억만은 아니다 조용히 물 밑으로 오는 순례길을 보아라 금방 떠난 막차처럼 열망들을 가둬놓고 모든 것에 때가 있음을 온몸으로 증명한다 우리의 젖은 발목은 그래서 더 황홀하다
사람이 그립다고 꽃들은 피어나고 목소리 그립다고 새들은 날아든다 빈집엔 바람만 저 홀로 대문을 여닫는다 숨결이 빠져나간 둥지의 빈껍데기 사람을 그리다가 몸뚱어리 주저앉아 잡초만 소문처럼 웃자라 빈 뜰을 지킨다 밤새 눈물짓다 주저앉은 양초처럼 수만 번 가라 해도 너울져 오는 파도처럼 불현 듯 가슴 파고드는 첫사랑 내 어머니 서기석 충남 공주 출생. 문예춘추로 등단. 희망의 시인세상 동인. 수원문인협회사무차장.
날계란 깨질까 걷던 그 길에 실바람, 어디선가 등꽃 내음이 싱그럽게 퍼져옵니다. 어머니, 넘나시던 태장면 고갯길에 등나무 꽃이 피었습니다. 고갯길 넘는 112번 버스길 눈 비바람 맞으며 광주리 이고 이 고개를 넘으셨다는 어머니. 내일 팔 계란이 깨질까 언덕배기 이 길을 몇 번이나 쉬었을까 힘겹게 걷던 모습이 울컥 울컥 가시로 피어납니다. 밤마다 쑤시는 관절을 매만지며 가파른 삶 푸념하다 첫새벽 후다닥 광주리이고 나가시던 어머니.. 태장면 고개에 포도송이처럼 영근 등꽃이 그리운 얼굴로 피었습니다. 허정예 강원도 홍천 출생. 문파문학으로 등단. 시집 詩의온도. 한국문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회원.
아침나절 아내는 1층 공방에서 홀로 도자기 빚고 사내는 2층 작은방에서 홀로 시를 쓰고 점심 먹고 아내는 1층 공방에서 홀로 도자기 빚고 사내는 2층 작은방에서 홀로 시를 쓰고 저녁에 아내는 1층 공방에서 홀로 도자기 빚고 사내는 2층 작은방에서 홀로 시를 쓰고 내일도 모레도 해가 뜨고 달이 지고 정성수 서울 출생. 경희대 국문학과 졸업, 동 대학원수료.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 중3때 낸 시집 개척자를 비롯 사람의 향내 세상에서 가장 짧은시 누드 크로키 기호 여러분 등 12권. 현재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국제PEN한국본부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