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저지른 불법 행위로 수달이 사라질까 걱정입니다 천연기념물 수달이 서식 중인 황구지천 수원구간이 불법 낚시와 쓰레기 투척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경기일보가 19일 오전 수달 생태조사 중인 수원환경운동센터(이하 센터) 관계자들과 진행한 황구지천(수원시 권선구 일원)에 대한 현장 답사 결과, 해당 지역에서 불법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황구지천교 인근, 농로에서 하천을 잇는 가파른 경사에 자란 수풀 사이사이에는 총 10여개의 빈 플라스틱 생수통이 버려져 있었고, 손바닥 크기의 떡밥통 2개가 하천 인근에 나뒹굴고 있었다. 또 버려진 한 물고기 사체는 코를 찌를 듯한 악취를 풍겼다. 농심교 인근 상황은 더 심각했다. 하천 인근 공터에 버려진 막걸리병 등이 담긴 검정색 쓰레기봉투들 인근으로 수십마리의 파리 등 곤충과 벌레들이 들끓고 있었다. 심지어 불에 탄 비닐과 생수통 하나가 땅속에 박혀 있어 하천 오염이 우려됐고 낚시 금지 팻말에도 장시간 낚시 의자가 놓인 곳으로 추정되는 부지 위에 자란 수풀은 마구잡이로 꺾여 있었다. 생태환경 보호를 위해 하천법에 따라 낚시와 쓰레기 투기가 금지된 이곳에서 불법 행위가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센터가 수달 조사를 위해 황구지천 수원구간(총 32.5㎞ 중 13㎞) 곳곳에 설치한 총 9대의 카메라에는 하루 평균 최소 10명 이상의 낚시꾼 모습이 포착됐다. 권선구청이 지난 2019년부터 현재까지 총 90건의 계도작업을 했음에도 이같은 불법행위는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불법 낚시꾼들과 쓰레기 무단 투기자들이 야기한 토양 및 수질 오염으로 인해 희귀종으로 보호받아야 할 수달들이 황구지천을 떠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수달은 야행성으로 빛과 소음 등 사람의 행동에 민감한 데다 환경오염으로 생명에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홍은화 센터 사무국장은 자신의 새끼를 보호하고자 수풀이 우거진 곳을 서식지를 삼은 수달이 야간 낚시꾼들이 저지러 놓은 불법행위로 서식지를 옮길 가능성이 크다며 관계당국은 해당 불법 행위에 대한 철저한 단속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권선구청 관계자는 경찰과의 협조를 통해 해당 지역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19년 6월 황구지천에서 수달이 최초로 발견됐으며 현재 수컷과 암컷, 새끼 등 수달 가족 3마리가 서식 중이다.수달은 천연기념물 제330호,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돼 있다. 이정민기자
코로나가 두렵긴 하지만, 그래도 학교에 올 수 있어 기뻐요 경기도내 초ㆍ중ㆍ고교 2학기 개학이 시작된 17일 오전 8시께 용인 서원고등학교 앞. 수도권에 적용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도 불구, 교문 앞으로 걱정과 기대감을품은 학생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학생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대신 마스크를 낀 채 최대한 거리를 두고 이동했고 입구에서는 질서정연하게 체온을 측정한 뒤 교실로 향했다. 코로나19 확산세 속 등교인 만큼 교사들의 얼굴은 다소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교문 앞까지 나와 아이들을 안내하면서 학생들에게 마스크 착용 및 손소독 등 철저한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전체 학생수 1천50명의 서원고는 이날 2ㆍ3학년 학생 700여명 가량이 등교했고 1학년을 대상으로는 원격수업이 이뤄졌다. 교육부 방침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 중인 경기도 내 초교 1ㆍ2학년과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고 3학년은 매일 등교할 수 있지만 중학교는 3분의 1, 고1ㆍ2학년은 2분의 1 등교가 원칙이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 후유증 또는 등교수업이 불안한 일부 학생은 출석으로 인정되는 가정학습으로 대체했다. 2학년 최준서 학생은 수도권 거리두기가 4단계가 되면서 혹시 등교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이렇게 학교에 올 수 있게 돼 기쁘다며 걱정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학교도 선생님도 최선을 다하고 있고 학생들도 서로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있다. 3학년 선배들이 모두 백신을 맞은 만큼 나머지 학년에 대한 접종도 빨리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종원 서원고 교장은 급식을 학년별로 나눠 진행하고 배식장소도 기존 3곳에서 2곳으로 줄였다. 개별 칸막이 설치는 물론 지정석을 운영해 안전성을 높이는 등 방역에 최선을 다 하고 있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의 안전이다. 안전이 담보된 상태에서 교육과정이 최대한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수원 가온초등학교도 개학 첫날을 맞아 모처럼 등교하는 학생들로 붐볐다. 교직원들은 등교하는 학생들을 살피며 거리두기를 당부했다. 이날 가온초는 교육부 방침에 따라 1ㆍ2학년만 등교 수업을 하고 3~6학년은 원격 수업을 진행했다. 한편 정부의 2학기 등교수업 확대 방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가정학습을 선택한 한 학부모는 하루에 1천명 이상의 확진자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마땅한 대책도 없이 아이들을 등교시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이라며 아이들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개학을 했다가 집단감염 사태가 확산하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박준상기자
호흡이 약해 마스크도 못쓰는 아이 근처에 모이는 모든 사람들이 불안하게만 느껴지네요 소아청소년과에서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지는 가운데 거리두기 실종이 곳곳에서 포착,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들의 감염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4일 오전 10시 수원시 권선구의 한 소아청소년과 병원. 10여개의 소파와 의자에는 대기자 간 일정 간격을 유지하고자 착석 금지를 표시하는 스티커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엄마 품에 안겨 잠든 영아들 근처로 성인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호흡이 약해 마스크를 쓰지 못하는 아이를 안은 부모들은 혹시나 모를 감염 위험에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며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공석이 된 자리는 어느새 새로운 접종 대기자들로 곧바로 채워졌고, 결국 한 부모는 아이를 안고 내원객들과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선 채로 수십분 동안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기도 했다. 성남시 분당구의 한 소아청소년과 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 23㎡남짓 대기 공간에선 영유아 두 가족과 성인 2명이 소파에 따로 앉아 있었으나 공간이 협소한 탓에 거리두기는 사실상 의미가 없어 보였다. 일상적인 헛기침 소리에도 깜짝 놀라는 부모들의 반응에 접종자들 역시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지자체가 병원 내에서 음용 금지를 권고한 상황임에도, 과천시의 한 소아청소년과 병원에서는 다른 병원들과 달리 정수기 사용을 허가, 접종 대기자들이 수시로 마스크를 내린 채 물을 섭취하는 모습도 종종 목격됐다. 김상아씨(가명ㆍ31)는 백신 접종자들이 몰리며 평소보다 내원객들이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면역력도 약하고 마스크를 쓸 수도 없는 아기를 데리고 병원을 가는 것 자체가 큰 걱정거리라고 토로했다. 여기에 백신 접종자가 16일부터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부모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기존 55~59세 백신 접종이 이뤄지는 와중에 이날부터 50~54세의 1차 백신 접종이 추가로 시작되면서다. 전문가들은 내원객들이 증가하는 만큼, 위탁 의료기관들이 방역활동을 더 철저히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창훈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병원들이 접종자와 영유아 진료 예약시간 대를 분류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무엇보다도 병원들과 모든 환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등 기본적인 방역 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기도내 소아청소년과를 포함, 3천500개 병원이 지난 6월 31개 시ㆍ군 보건소와 계약을 맺고 코로나19 백신 접종 위탁 의료기관으로 지정됐다. 이정민기자
뙤약볕이 내리쬐는 11일 오후 1시께 화성시 기안동의 한 건설현장. 폭염의 기세가 한 풀 꺾인 듯한 이날에도 낮 최고기온은 30도, 체감온도는 34도를 웃돌았고 더위를 참지 못한 근로자 10명은 모두 마스크를 벗어던진 상태였다. 연면적 2천㎡ 부지에선 지상 4층 규모의 근린생활시설 건축이 한창이었지만, 안전모를 착용한 근로자는 단 1명도 없었다. 위험한 장비까지 마구 널브러진 현장의 모습은 안전 베테랑은 현장 정리부터라고 적힌 현수막을 무색하게 했다. 오후 2시가 되자 경광등을 번쩍이며 패트롤카가 나타났다. 강금식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장을 필두로 한 산업안전감독관들이 불시 점검에 나선 것이다. 특별사법경찰단이라고 적힌 조끼를 입고 차량에서 내린 이들은 일사불란하게 현장 감독을 시작했다. 대형 자재의 이동이나 큰 움직임이 없는 비교적 작은 현장이었지만, 산재 사고의 70~80%가 중ㆍ소규모 현장에 집중되는 만큼 점검반은 구석구석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살폈다. 가장 먼저 걸려든 건 기본 중의 기본 안전모의 부재였고 현장에는 곧바로 전면 작업 중단이 선포됐다. 또 추락사고를 막기 위한 난간의 안전장치가 고작 두 줄로 묶인 로프가 전부라는 점에 대해 시정 권고가 내려졌고, 2~3m 깊이의 개구부에 덮개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권병택 경기지청 패트롤팀장은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추락사고라며 위험한 장비들이 많은 건설현장에선 높이가 1m에 불과해도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산업현장에서 중대재해가 잇따르자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9월 전국 지방관서에 패트롤카 49대를 도입했다. 패트롤카는 도로교통법에 따른 산업안전 긴급자동차로, 특사경인 근로감독관의 산재예방 업무 등에 활용된다. 경기지청은 패트롤카 5대를 운용하며 올 상반기 건설현장 178곳을 점검, 161곳에서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또 지난 7월부턴 출동 횟수를 주 3회에서 매일로 늘렸고, 7월 한 달간 166곳에 출동해 119곳의 문제를 시정 조치했다. 강금식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장은 건설현장에선 기본만 지켜도 막을 수 있는 사고가 많다며 패트롤카 출동으로 안전을 경시하는 산업현장을 엄중하게 관리ㆍ감독하고 산재 예방활동의 현장 대응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장희준기자
연일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도내 상가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냉방기를 가동한 채 문을 열어놓는 개문냉방 영업이 성행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현행법상 불법인 개문냉방과 수시로 환기하라는 방역당국의 상충된 권고를 두고 에어컨 딜레마에 빠졌다. 9일 오후 4시께 수원시 최대 유흥가로 꼽히는 팔달구 인계동 일대. 이른바 인계 박스로 불리는 이곳 인근에선 문을 열어놓고 영업하는 가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인계 박스 외곽에 있는 수원시청역 8번 출구부터 IBK기업은행 동수원지점까지 이어진 보행로(직선거리 약 480m) 주변 가게들마다 출입문을 통해 차가운 바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거리에서만 확인한 가게 47곳 가운데 18곳이 문을 활짝 연 채 영업 중이었다. 같은 날 낮 12시께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일대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문구용품 판매점과 종합 소매점, 일반음식점 등 개문냉방 영업 가게 안으로 더위를 피하기 위한 손님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가게 업주들은 방역당국의 권고에 따라 문을 열어놓고 장사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또 전력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개문냉방으로 소비 전력도 심해 전기료 걱정까지 떠안게 됐다고 부연했다. A 문구용품 판매점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항상 문을 열어놓고 장사한다면서 에어컨 4대를 상시 가동하고 있는데 전기요금 폭탄이 나올까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B 음식점 관계자는 문을 닫아놓으면 손님들이 답답해하고 싫어한다며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어놓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자영업자들이 전례 없는 코로나19 사태와 손님 급감, 전기료 걱정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지만, 지자체들은 방역 지침과 현행법상 과태료 처분이 가능한 개문냉방 영업 사이 상충되는 기준에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방역 지침과 개문냉방 관련 법이 상충되는 건 맞다면서 다른 지자체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정부에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이 상충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개문냉방 단속이 유예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정민훈기자
지긋지긋한 악취 속에서 더 이상은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수원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악취로 인근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본보 3월18일자 7면)한 가운데 수개월이 지난 현재에도 수원시가 여전히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7일 오후 8시께 찾은 수원하수처리장(화성시 송산동ㆍ이하 처리장)과 500여m 떨어진 화성시 진안동 진안5통 마을.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반겨주는 건 코를 찌를듯한 악취였다. 여기에 은은하게 나는 물비린내까지 더해지자 머문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메스꺼움이 극에 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위를 식혀줄 바람은 반가운 손님이 아닌 냄새 확산을 유발하는 불청객이었다. 27℃의 열대야 현상에도 에어컨 실외기는 꺼져 있는 채 대다수의 주택들은 스며드는 하수구 냄새를 차단하고자 창문을 굳게 걸어둔 상태였다. 진안5통 주민 이문자씨(80ㆍ여)는 한 여름에도 악취 때문에 기본적인 환기조차 할 수 없는 상태라며 매번 악취를 줄인다고 한 수원시가 하루빨리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처리장과 600여m 거리에 있는 화성시 황계동 황계리 마을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인근에 위치한 산과 녹지공간에서 퍼져나오는 풀냄새는 악취와 뒤섞여 오히려 더 역한 냄새를 풍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냄새는 비가 내리면 더욱 악화돼 처리장과 약 1㎞ 떨어진 화성시 송산동 신현대아파트까지 퍼진다는 게 주민들 설명이다. 앞서 화성시가 지난해 7월 처리장에서 공기를 포집하는 방식으로 악취를 측정한 결과, 희석배수가 기준치 300배보다 두 배 많은 669배로 집계됐다. 이에 수원시는 악취기술진단 용역을 추진하고 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잠정 중단된 상태다. 올 상반기 나올 예정이었던 용역 업체 조사 결과를 사회적 거리두기로 보고 받지 못해서다. 수원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면 용역 결과를 보고받고 탈취기 등 설비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인근 주민들의 악취 고통을 줄이고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하루 처리용량 52만t의 수원하수처리장은 수원시 전역과 화성시 일부에서 발생하는 오수ㆍ하수를 처리하고 있다. 이정민기자
더워서 창문을 닫을 수도 없고몇시간 동안 귀청을 때리는 맴맴맴 소리에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네요 열대야와 함께 찾아온 여름 불청객 매미 울음소리가 경기도민들의 밤잠을 설치게 하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10시께 수원시 영통구 벽적골태영아파트 인근 덕영대로 1555번길. 도로 양옆에서 들려오는 매미 울음소리가 차량 창문을 뚫고 라디오 방송을 방해했다. 해당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웨잉웨잉 거리며 우는 매미 소리에 한쪽 귀를 막고서야 겨우 전화통화가 가능할 정도의 소음 공해 수준이었다. 소음 측정결과, 도로변 자동차 평균(60㎞/h) 주행소음인 67.9dB(데시벨)보다 2.1dB 높은 70dB 수치가 나왔다. 세계보건기구의 수면 기준(40dB)보다는 무려 30dB 높은 수치다. 도로와 60여m 떨어진 데다 야간이라 차량 통행이 적은 데도 주민들은 대낮 도로변에서 생활하며 밤잠을 설치는 셈이다. 같은 시각 안양시 동안구 한가람아파트도 매미의 습격을 받긴 마찬가지였다. 밤만 되면 단지 내 나무 곳곳마다 10여 마리가 붙어 동시에 울어대는 탓에 차량 엔진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소음이 발생하고 있다. 고양시 일산서구 후곡마을 11단지 아파트는 복도식 구조 특성 상 매미 울음소리가 설상가상 복도에 메아리쳐 소음이 가중, 주민들의 평온한 수면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시흥 아파트단지 밀집지역인 정왕동 주민들은 매미울음 소리로 잠을 이룰 수 없다는 민원성 글을 일부 맘카페 등 SNS에 게재하고 있다. 주민 김정태씨(47ㆍ가명)는 매미 울음소리가 마치 누군가 확성기를 대고 소리치는 것처럼 시끄럽다며 매미가 밤과 새벽 가릴 것 없이 우는 데다 열대야에 창문도 닫을 수 없어 불면증에 걸릴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매미가 병해충이 아니기에 방제 작업을 할 수 없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는 만큼 주민 스스로 수면 부족 극복을 위해 규칙적인 생활 등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영상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수면 부족은 혈압 증가 등 대사기능 저하를 유발하고 2주 이상 계속되면 만성 불면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하루 못 잤다고 늦게 일어나면 생활 리듬이 깨지기 때문에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또 취침 전 카페인 섭취와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는 것도 수면 부족 극복의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새벽시간대까지 계속되는 매미 울음소리는 최근 35도 이상 고온이 지속되면서 나타나는 열대야 현상 영향이 가장 크다. 지방종합
3일 광주시 중대동의 한진택배 광주영업소. 굉음을 내는 레일 위로 여지없이 상자들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시곗바늘이 오전 9시 정각을 가리킬 즈음 택배기사 이택용씨(60ㆍ가명)의 몸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은 상태였다. 레일 양편에 달린 선풍기는 있으나 마나였다. 3~4m 높이 천장에 멀찍이 달린 탓에 정신없이 상자를 나르는 기사들의 곁엔 바람이 닿지 않았고, 사방이 뚫려 있는 작업장에는 외부의 덥고 습한 공기만 가득했다. 최근 며칠간 비 소식이 이어지며 폭염의 기세가 주춤하는 듯했지만, 되레 습도를 높여 택배기사들을 더욱 괴롭게 만들고 있다. 이날 광주지역 낮 최고기온은 30도, 습도는 80%를 웃돌았다. 상자들이 높게 쌓일수록 기사들의 숨은 거칠어졌고, 쏟아지는 땀방울은 시야를 방해했다. 땀을 닦아낼 겨를도 없이 분류를 마친 이씨에게 배정된 택배는 260여개. 중노동은 계속됐다. 다시 물건들을 하나하나 탑차 안으로 날라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의 차량은 짐칸의 높이가 127㎝에 불과한 저상차량. 바람 한 점 들지 않는 비좁은 짐칸에서 허리를 90도로 숙인 채 무거운 짐을 나르던 그는 곧 주저앉아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움직이던 그는 그제서야 꽝꽝 얼린 생수병을 몸 곳곳에 문지르며 열기를 식혔다. 연일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던 최근 열흘간 경기도에서 2명, 총 4명의 택배기사가 쓰러졌다. 찜통더위를 뚫고 배송에 나섰다가 실신한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의 위험도가 높아지자, 각 사업장에 물ㆍ그늘ㆍ휴식의 3대 수칙을 철저히 지키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사측이 여전히 사용자성을 부정하고 있는 탓에 택배 현장에선 이 같은 수칙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전국택배노동조합 관계자는 수많은 택배노동자는 얼린 생수병 하나로 생명을 위협하는 폭염을 버티고 있다며 더는 쓰러지는 기사들이 없도록 택배업계는 하루라도 빨리 폭염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희준기자
여름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는데, 얼마나 더 많은 닭이 죽어나갈지 걱정입니다 연일 찌는 듯한 더위가 이어지면서 경기도내 축산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고온 탓에 가축이 폐사하거나, 폭염 피해 예방으로 축사 유지비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3일 찾은 화성의 A 양계농장. 농장 뒤편으로 아직 다 치우지 못한 죽은 닭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주변에서는 고약한 사체 냄새가 진동했다. 이 농장에서는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초까지 닭 3만여 마리 중 7천500마리가 폭염으로 폐사했다. 농장주 B씨(57)는 축사 4개 동마다 대형 선풍기를 24시간 돌리고 있지만 더위에 지쳐 스트레스를 받은 닭들이 하루에 수백 마리씩 죽고 있다며 폭염이 끝나지 않아 애지중지 키운 닭이 더 죽진 않을까 걱정이 크다고 푸념했다. 한우 농가들도 피해 예방 작업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같은 날 한우 150여 마리를 키우는 안성의 C 농장에서는 직원들이 환풍구와 송풍팬을 점검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소는 여름철 사료 섭취량이 크게 감소하는데, 이는 체중하고 직결돼 상품성 등이 크게 떨어지는 악영향을 미친다. 농장을 운영하는 D대표(66)는 혹여나 무더위에 소들이 탈진할까 싶어 온종일 송풍팬을 돌리고 미생물 등 영양제를 보급하고 있지만 소들이 사료를 먹지 않아 영양 상태가 크게 안 좋아졌다라며 폭염이 지속하면 영양제 보급과 전기세 등 축사 유지비가 2.5배 이상 늘어나 걱정이 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와 관련 경기도 관계자는 축산 농가의 폭염 피해 예방을 위해 가축 면역증강제를 공급하고, 축사 온도저감 및 환기ㆍ단열시설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응급 복구가 필요한 농가에는 장비 및 피해 소모품 등을 지원해 조속한 일상복귀를 돕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일까지 경기도에서는 폭염으로 총 5만2천966마리의 가축이 폐사했다. 가축별로는 닭이 5만1천478마리(98농가), 돼지 487마리(56농가), 메추리 1천마리(1농가)다. 홍완식ㆍ김경수기자
안 그래도 사람이 없는 곳에 쓰레기마저 쌓여 있으니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더해지네요 재개발 사업이 추진 중인 수원시 지동10구역이 주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 더미로 몸살을 앓고 있다. 29일 오전 10시께 찾은 지동 115-10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팔달구 지동 349-1 일원, 이하 지동10구역) 지역에선 사람 대신 쓰레기가 먼저 눈에 띄였다. 수풀이 무성하게 자란 나대지 위에는 매트리스, 옷장, 수납장 등 8개 가구가 산을 이루고 있어 이곳이 사업 대상지인지, 폐가구 적재장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또 다른 골목길에선 도로 모퉁이를 둘러싸고 가죽의자, 여행가방 등이 승용차 두 대 길이로 널브러져 있었으며 한 단독주택 앞에 놓여진 다 쓴 페인트통에는 빈 막걸리 병이 가득 담겨 있어 악취가 코를 찔렀다.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며 또 마주친 것은 쓰레기 더미다. 출입금지, 철거계고장 등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주택 대문 옆에는 판자와 문짝 등 목재가 높이 130㎝로 겹겹이 쌓여 있었다. 이처럼 재개발 사업 지역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조합에서 처리하는 게 원칙이지만 이들의 관리 부실로 널브러져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대부분 주민들이 이주를 완료함에 따라 증가하는 빈집들이 청소년의 탈선과 각종 범죄 발생지 등 우범화 지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 마주한 일부 단독주택들의 경우 수년간 텅 빈 채로 방치되면서 유리창 파손을 비롯해 외관 곳곳에 하자 투성인 상태였다. 70대 주민 김남진씨(가명)는 이주민들이 버리고 간 폐자재 등으로 인해 지역슬럼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며 더욱이 인적이 드문 곳에 공가까지 늘어나다 보니 이곳이 청소년들의 탈선 현장으로 변질될까 우려스럽다고 걱정했다. 이와 관련 조합 관계자는 주민들이 수거 업체를 불러 가구 등을 처리하는 게 원칙이라 조합이 이를 함부로 치울 수 없다면서도 이주민들에게 자신이 버린 쓰레기를 수거하라고 독려하고 있으며 이행되지 않을 시에는 예산을 편성, 한번에 쓰레기를 치우는 방법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우범지대 우려에 대해선 총 30여대의 CC(폐쇄회로)TV를 설치해 관리하고 있다며 남아 있는 주민들의 불안이 가중되면 경찰에 순찰 강화를 요청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동10구역(8만3천207㎡)에는 건물 소유주와 세입자 등 1천300여명이 살고 있었으며 지난 2018년 6월 관리처분인가 이후 현재는 84%의 이주가 완료, 150여명의 주민들이 남아 있다. 이정민기자
안경에 맺힌 땀방울 때문에 초록색으로 변한 저수지가 보이질 않을 정도네요 경기도 저수지 곳곳에 발생하는 녹조 현상을 제거하기 위해 숨 조차 쉬기 힘든 맹렬한 폭염 속에서 민ㆍ관이 합심해 나섰다. 28일 오전 10시30분 양주시 남면 원당저수지(용량 147만5천톤, 현 저수율 78.3%). 이달 초부터 발생한 녹조 현상으로 이곳의 물은 인근 산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초록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물 위로는 녹조 알갱이들이 둥둥 떠다녔고 저수지 가장자리에는 녹조가 기름띠처럼 형성돼 있었다. 그나마 녹조 현상이 덜 한 곳에는 물고기들이 조금이라도 산소를 더 마시고자 자리를 다퉜다. 이런 모습을 걱정 어린 표정으로 지켜보던 한국농어촌공사 경기본부 직원 3명과 주민 2명은 호스를 이용, 5톤 트럭에 적재된 친환경광역살포기에 녹조제거제를 담기 시작했다. 최고 35도에 육박하는 기온으로 이들의 옷은 10여 분 만에 땀으로 흠뻑 젖었다. 곧이어 트럭에 의해 제방으로 운반된 이 기계는 위잉 소리를 내며 방제 작업의 시작을 알렸다. 적재 용량 3톤의 친환경광역살포기는 녹조제거제를 최대 150m까지 뿌릴 수 있는 기계다. 준비 작업 끝에 이 기계는 직경 2m의 살포기로 녹조제거제를 저수지에 뿌렸다. 트럭과 함께 제방을 따라 이동하며 이를 살포하자 저수지에는 마치 물안개가 피어난 모습이 연출됐다. 살포량이 많아질수록 기계 작동 소리는 인근 매미와 귀뚜라미 소리를 모두 집어삼킬 만큼 더 커졌다. 20여 분간 작업을 마치고 공사 직원과 주민들은 또 다른 살포 장소인 원당교로 향할 준비를 했다. 이들의 얼굴에 쓰인 안경은 땀으로 범벅됐고 안경알에는 마스크 속 입김으로 김이 서렸다. 폭염을 피하기 위해 착용한 밀짚모자와 팔 토시는 뜨거운 햇볕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로 인해 작업자들의 얼굴과 팔은 붉게 탔다. 이 같은 고된 노역의 방제 작업은 폭염이 끝나지 않는 한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녹조제거제 살포 효과가 2~3일밖에 안 되는 탓에 폭염이 끝나지 않은 이상 녹조 현상이 또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대일 공사 경기지역본부 파주지사 수자원관리부 부장은 근본적인 방법은 기존의 물을 다 빼고 다시 채워넣는 것 밖에 없다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폭염이 하루빨리 끝나길 바라고 있으며 지속적인 방제 작업으로 양질의 농업용수를 공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내 94개 저수지 중 41곳에서 녹조 현상이 지난달부터 중점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녹조 현상은 폭염에 따른 수온 상승으로 남조류가 과다하게 증식하게 되면 발생하는 것으로 악취와 생태계 파괴 등을 유발한다. 이정민기자
땀에 절다 못해 하얀 염분기가 가득 맺힌 반팔, 갈아끼지 못해 때가 탄 일회용 마스크. 거리 생활 3년차 김순오씨(52)는 더위에 지쳐 흘러내리는 땀을 닦는 것마저 포기한 듯 보였다. 대신 선교단체에서 나눠준 얼음 생수병을 몸 곳곳에 문지르며 열을 식혔다. 경기도 전역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27일 오전 10시께 수원역 앞 광장에선 노숙인 열댓명이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였다. 해가 떠오르며 그늘의 위치가 바뀌면 열기를 피해 자리를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햇빛이 김씨의 안식처를 넘보자 그도 박스를 들고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 찬물 세수라도 할 요량으로 공중화장실을 찾았지만,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이내 비교적 시원한 대리석 단상에 자리를 잡은 김씨는 이글이글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를 바라보며 물을 아주 조금씩 들이켰다. 전날 오후 6시까지 도내 온열질환자는 161명으로, 여름의 초입에서 작년 환자 수 173명에 다다랐다. 지난 16일 양주에서 작업을 하다 쓰러진 60대 남성은 결국 숨을 거뒀다. 경기도에서 폭염으로 사망자가 나온 건 지난 2018년 이후 3년 만의 일이다. 야외에서 작업을 하는 것만으로도 생명에 지장이 생길 정도지만, 갈 곳 없는 노숙인은 가마솥 같은 찜통더위 속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온종일 땀을 쏟아내고 배를 곯는 날도 부지기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다수의 지역에서 무료급식이 끊긴 데다 아직 배식을 하는 곳이 있다 해도 폭염을 뚫고 먼 거리를 이동하기란 쉽지 않다. 노숙 6년째인 정한수씨(61)는 지난밤 극성을 부린 모기 탓에 잠을 설치다 아침 도시락 배급을 놓쳤다. 점심을 주는 교회까지는 폭염을 뚫고 2시간은 족히 걸어야 하는 탓에 포기하고 주저앉아 버렸다. 정씨는 작년 여름에 갔던 무더위 쉼터로 찾아갔는데 코로나 때문에 닫았다며 낮엔 더워서 아무것도 못하겠고, 해가 지면 모기가 온몸을 물어뜯어 정말이지 살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수원다시서기노숙인종합지원센터 관계자는식사는 아침, 저녁으로 최대한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며 무더위가계속되고 있어 매일 얼음 생수 등을 나눠드리고 있다며감염병 사태에 폭염까지 겹친 상황인 만큼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경기도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 폭염 관리체계 운영에 나섰다. 노숙인, 홀몸노인 등을 찾아 건강이상을 확인하고 무더위 쉼터도 7천곳 이상 확대 운영키로 했다. 다만 코로나19 감염 우려 탓에 수원의 경우 모두 문을 닫는 등 지역마다 운영 여부는 천차만별인 상황. 보다 세심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홈리스행동 관계자는 거리 노숙인은 폭염에 24시간 그대로 노출돼 있어 상당히 위험하다며 코로나19 이후 끼니 해결에 곤란을 겪는 건 물론 의료지원에서도 벗어나 있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장희준기자
굉음이 시작되니 손으로 귀를 막으세요 20일 오전 11시19분께 수원시 권선구 효탑초등학교 정문. 육중한 전투기 2대가 귀청이 찢어질 듯한 굉음을 내뿜으며 효탑초 상공을 지나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학교 위를 수초 동안 비행한 전투기는 엔진 출력을 높이며 이 일대 모든 소리를 앗아갔다. 효탑초 교직원들은 하루에도 수십대씩 지나가는 수원 군공항 군 항공기 소음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9일 경기도교육청이 발표한 수원 군공항 소음 피해 초등학교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인 90웨클(WECPNLㆍ항공소음 정도)을 기록한 이곳은 전쟁터를 연상케 할 정도로 소음 피해가 막심하다. 염기배 교감은 군 항공기 소음에 바로 옆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며 교직원은 물론 학생들의 정서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취재진이 이날 효탑초 옥상에서 소음측정기로 측정한 전투기 소음은 최대 91.5dB(데시벨), 학교 운동장에서도 90dB이 넘는 수치가 나왔다. 인체 영향에 미치는 생활소음의 지표인 데시벨은 75dB 이상일 경우 생활소음 중 높은 수치에 속한다. 특히 효탑초에서 측정된 90dB은 소음이 심한 공장 안에서 나는 소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소음업무를 담당하는 수원시 관계자는 90dB 정도면 공사장에서 나는 소음보다 크고, 소음 피해가 굉장히 심하다고 볼 수 있다며 잦은 비행 횟수와 평균 소음이 90dB 이상 돼야 90웨클이라는 수치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오전 10시50분께 수원 고현초등학교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수원 군공항이 바로 맞닿은 이곳에서 군 항공기 소음은 재앙 그 자체였다. 땅과 학교 건물을 뒤흔드는 진동과 군 항공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굉음은 학교에서 생활하는 교직원과 학생 모두를 무기력하게 만들 정도였다. 이들 학교처럼 수원 군공항 인근 70개 학교가 군 항공기 소음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학교 구성원들은 이 같은 소음 피해에 경기도교육청이 내놓을 대책에 주목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실효성 없는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데 인식을 함께하고 있다. 수원지역 A 고교 교감은 도교육청이 아닌 소음 관련 전문가들이 학교 현장을 직접 방문해 소음 피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실태조사 결과 값으로만 대안을 찾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준상ㆍ정민훈기자
코로나19라는 최악의 보릿고개를 만났지만, 버티고 버티다 보면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요 구리시 인창동에서 스터디카페를 운영하는 박지혜씨(47)는 지난 10~11일 수십통의 전화를 받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된다는 소식을 접한 이용객들의 환불 문의전화였다. 일일이 환불처리를 해주던 박씨는 낙담에 빠져 대책을 강구하다 이내 할인행사를 진행하기로 마음먹었다. 벼랑 끝까지 내몰린 박씨의 마지막 자구책이었다. 12만원이었던 4주 이용료를 10만8천원으로 10% 낮추고, 이용기간도 5주로 1주일을 늘렸다. 결과는 눈에 띄게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신규 등록자가 한 명도 없는 날도 많았지만, 지난 12일 할인 이벤트를 시작한 이후에는 신규 이용객이 하루에 10명씩 등록하고 있다. 박씨는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가게 사정과 손님들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해 할인 이벤트를 시작했다며 힘을 모아 버티다 보면 언젠간 나아질 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수원시 장안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현구씨(37)는 지난 1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다는 소식에 개업일을 1일로 맞췄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무섭게 이어지며 유례없는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 최악의 출발을 하게 됐다. 김현구씨는 망연자실한 상황 속에서도 포기 대신에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극복 이벤트를 열었다. 오후 6시 이전 방문 손님에게 테이블당 쫄깃껍데기 1인분을 서비스로 주기로 한 것이다. 이벤트가 시작되자 손님들도 점심시간에 이벤트를 보고 찾아오며 좋은 반응을 보였다. 김씨는 자영업자인 저도 힘들지만, 찾아오시는 손님들도 코로나로 힘들기는 매한가지라면서 모두가 힘을 내기 위해 극복 이벤트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수원시 호매실동에서 아구찜집을 운영하는 임영경씨(51)도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동참 중이다. 임씨는 코로나19 종식 때까지 자신의 가게에서 파는 음식들을 대폭 할인해 팔고 있다. 임씨는 모두가 힘든 것은 당연한데 이 같은 위기 속에서 상대방을 조금씩 배려하고 생각한다면 쉽게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웃어 보였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최악의 국면을 맞이한 자영업자들이 자신만의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연일 악화일로로 치닫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언젠가는 괜찮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버텨내는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15일 한국경제연구원의 2021년 상반기 골목상권 현황 및 하반기 전망 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78.5%가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 기준으로는 평균 21.8% 줄었으며, 매출액 감소 이유로는 코로나19 지속으로 골목상권 경기 악화(58.2%)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 같은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도내 자영업자들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상백 경기도소상공인연합회장은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한 행동에 나선 것이라며 방역에 적극 협조하는 소비자들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승수ㆍ한수진기자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에도 심야 배짱영업을 이어가던 유흥업소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지난 13일 오후 10시30분께 화성시 반송동의 동탄중심상가. 한 빌딩 앞으로 조용히 모여든 경찰들이 건물 2층을 급습했다. 감염병예방법을 어긴 채 야간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첩보가 들어온 노래연습장이었다. 출입문엔 코로나19로 인한 임시 휴업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지만, 강제로 문을 열자 룸 곳곳에서 만취 남녀가 발견됐다. 룸 6곳 중 3곳에선 손님으로 보이는 남성들이 2명, 2명, 3명씩 앉아 술을 마시는 장면이 포착됐다. 또 다른 룸 2곳에는 여성들이 2명씩 앉아 있었고, 나머지 1곳에는 술을 마시던 흔적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업소 내부로 들어가 비상구 문을 열자 웅크리고 숨어 있던 여성 3명이 추가로 적발됐다. 해당 업소는 노래연습장으로 등록돼 있어 물 외에 주류를 판매해선 안 되며, 도우미를 고용하는 것 역시 불법이다. 그럼에도 남성들은 대리를 불렀는데 오지 않아 잠시 기다리고 있었다는 등의 핑계를 쏟아냈고, 여성들도 오늘은 여자끼리 놀러온 것이라며 시치미를 뗐다. 그러나 경찰은 업주를 제외하면 남녀의 숫자가 일치한다는 점에서 손님들이 도우미를 불러 술을 마신 것으로 판단했다. 결국 끈질긴 추궁 끝에 업주는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워 불법인 걸 알면서도 영업을 했다는 취지로 시인했고, 손님으로 온 남성들과 도우미 일부도 혐의를 인정했다. 경찰은 업주 A씨 등 16명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형사 입건했고, 단속에 동행했던 화성시 측도 영업 정지 처분과 함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해당 업소는 지난 5월에도 술을 판매하고 도우미를 고용, 풍속법 위반 혐의로 행정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어 가중처벌이 내려질 예정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최근 2주간 수원ㆍ성남ㆍ안양 등 주요 밀집지역 6곳을 중심으로 특별단속을 벌여 업소 35곳, 199명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지난 7일에는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노래연습장에서 집합금지를 위반한 업주 등 21명을 적발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도권의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만 일부 업주들이 안일한 방역의식으로 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가용 치안력을 총동원해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양휘모ㆍ장희준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학교에 가지 못하게 돼 아쉬운 마음입니다 12일 성남 정자중학교 정문 앞. 불과 3일 전까지만 해도 3분의 2 등교 방침으로 북적였던 교문은 이날 전면 원격수업 조치로 인해 인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학생들로 채워졌어야 할 교실은 텅 빈 채 코로나 확산 방지 칸막이가 설치된 빈 책상들만 나란히 정렬돼 있었다. 수업 종이 울리자 교사들은 빈 교실에 홀로 앉아 컴퓨터를 켰고, 이내 학생들의 얼굴이 모니터에 가득 메워졌다. 학생들은 줌 프로그램을 통해 교사와 소통하는 한편 구글클래스룸으로 과제를 제출하는 등 쌍방향으로 수업에 참여했다. 정자중은 원격수업 전환 조치에 따라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오는 21일까지 8일간 전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한다. 전체 13학급으로 학생 수는 390여명이다. 당초 지난 5월말께 부터 등교확대 지침에 따라 3분의 2가 등교해 수업을 받았지만 이번 거리두기 4단계 조치로 인해 전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다. 심상웅 정자중 교장은 그동안 온라인 수업을 진행한 경험도 있고 교육부 방침을 주시하며 준비해온 탓에 큰 어려움은 없다면서도 등교확대로 학생들이 그나마 학교생활다운 생활을 하는가 싶었는데 또다시 이렇게 돼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줌 수업 말고도 구글클래스룸을 활용해 보다 효율적인 온라인 수업을 진행 중이라며 교직원 백신 접종과 방역인력 추가 요청, 교실 가림막 보수 및 교체 등 2학기 전면등교를 대비한 방역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수원 능실초에서도 전면 원격수업이 이뤄졌다. 교사들은 수업 일정에 맞춰 교실에서 줌 수업을 진행했다. 이산세 능실초 교장은 지난해에 비해 교사, 학부모, 학생 모두 화상수업에 대한 적응도가 높아졌다며 2학기 전면등교를 앞두고 내려진 조치에 아쉬움도 있지만 학생들의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으로전면등교 준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상향 조치에 따라 경기지역 유치원과 초ㆍ중ㆍ고교가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된다. 경기도교육청은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가능한 학교는 이날부터 원격수업을 진행하도록 했고 준비 기간이 필요할 경우에는 오는 14일까지 온라인 수업에 들어가도록 했다. 이런 가운데 원격수업 전환에 따른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의 원격수업 방침이 갑작스럽게 진행되면서 아이돌봄 공백과 2학기 전면등교에 대한 우려가 학부모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학부모 A씨는 사실상 여름방학이 앞당겨진 것이나 다름이 없다며 아이를 돌보기 위해 모든 일정을 재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학부모 B씨도 등교확대를 추진한지 한 달여 만에 다시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과연 2학기 전면등교가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백신 접종 등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들의 걱정은 여전한 상태라고 말했다. 박준상기자
4단계 격상 전 마지막 주말을 즐기러 나왔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이라는 초유의 국면을 앞둔 마지막 주말, 경기도내 야외 장소에서 술판이 벌어지는 등 방역지침 준수가 실종된 모습이 곳곳에서 연출됐다. 4단계 강화 조치를 이틀 앞둔 지난 10일 오후 10시30분께 안양 중앙공원. 이 곳은 200명의 20~30대 청년들이 거리두기 격상에 앞서 마지막 회포를 푸는 거대한 술자리를 방불케했다. 30분 전 인근 유흥가인 범계역 로데오거리의 모든 술집과 음식점이 문을 닫자 근처 편의점에서 술을 잔뜩 산 청년들이 아쉬움과 설레는 표정으로 하나 둘 공원에 몰려들었다. 공원 내 잔디밭 인근에는 이러한 음주 행위를 막고자 1m 이상 철제펜스와 그물막이 설치됐으나 무용지물이었다. 3~4명씩 무리를 지은 청년들은 공원 곳곳 나무벤치에 자리를 잡고 술자리를 가졌다. 특히 공원 스탠드 옆 계단은 마스크를 턱까지 내린 수십여명의 청년들이 다닥다닥 모여앉은 채로 술을 마시는 등 방역수칙이 전혀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A씨(20대ㆍ안양)는 12일부터 거리두기가 강화돼 3인 이상 술자리를 갖기 힘들다 보니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늦게까지 술자리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고양시 일산서구 호수공원도 사정은 마찬가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2m 이상 거리를 유지해달라는 현수막 바로 밑에선 20대 남성 4명이 테이블까지 차리고 술을 들이켰다. 바로 인근에서는 30대 남성 4명이 돗자리에 앉아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을 크게 틀어놓은 채 웃고 떠들었다. 비슷한 시각, 수원시에 갑작스럽게 내린 비도 청년들의 음주를 막지 못했다. 팔달구 인계동 번화가에서 30대 남성 3명은 편의점 처마 밑에서 못다한 회포를 풀고 있었고, 또 다른 20대 남성3명은 술이 가득 담긴 봉지를 들고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모텔로 향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최근 예방접종을 받은 60대 이상 환자 수는 감소하나 청년층 감염이 두드러지는 상황이라며 야외라 하더라도 음주 과정에서 침방울로 코로나19가 전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도내 지자체들은 12일부터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한 도시공원 내 야외 음주행위 금지 행정명령을 내린다. 공원 내 음주 금지는 다음 날 오전 5시까지며 별도 해제 시까지 계속된다. 지방종합
일거리를 많이 만들어 주세요 지난 2일 오전 4시50분께 안양시 만안구 안양4동 삼덕공원 공영주차장 한켠에 마련된 33㎡ 남짓한 붉은 지붕의 컨테이너 박스. 주위는 여전히 칠흑같이 어두웠지만 마스크를 쓰고 캡모자를 눌러쓴 60~70대 남성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이곳은 반세기를 이어온 안양삼덕공원 인력시장이다. 반장들로부터 통보를 받고 나온 일용직 근로자들은 일당 20여만원을 받고 건설현장에 투입돼 철근운반ㆍ조립, 콘크리트 타설, 비계(아시바) 설치 등을 담당한다. 건설경기가 좋을 때는 하루 200명씩 몰려든 인력시장이지만 지금은 인원이 절반으로 급감했다는 게 인력시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100명 안팎의 일꾼들이 안양건축인연합란 명칭을 달고 운영 중이다. 이들은 매월 회비 1만원을 걷어 컨테이너 사무실에 식수를 채워 넣고 TV와 냉난방기 전기세도 낸다. 이곳에선 10여명가량 되는 반장들이 전국에 산재한 건설현장에 필요한 인력을 데리고 팔도를 누빈다. 가까이는 과천부터 멀게는 포천, 오산, 평택, 충남 아산, 공주 등까지 일을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 오전 5시20분께 날이 훤히 밝아오자, 삼삼오오 모여앉아 담배를 나눠 피우며 담소를 나누던 이들이 하나둘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이 중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온 젊은이들도 눈에 띄었다. 전날 경북 문경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급히 올라온 이들은 이날 의정부 상가공사현장에 투입된다고 한다. 한편 최대호 시장은 이날 새벽 인력시장을 방문, 건설사에 지속적으로 지역 업체와 근로자들이 참여하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양=노성우기자
한 순간에 나무와 수풀을 고사시킬 정도로 위험한 물질을 이렇게 허술하게 운반해도 되는 건가요 평택시 청북읍 고잔리 한 도로에서 이송 중이던 유해화학물질이 유출, 도로 일대 나무와 수풀이 말라비틀어지고 주민들이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등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일대 주민들은 유해화학물질을 관리하는 물류센터가 마을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 불안한 와중에 터질 게 터졌다며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30일 한강유역환경청과 평택시 등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전 9시9분께 청북읍 고잔리 산 126-13번지 일원 지방도로를 달리던 운송업체 A사의 화물차에서 개미산(포름산) 200ℓ(평택시 추정)가 도로에 누출됐다. 개미산은 각종 유기약품의 합성 원료나 원단 염색 시 사용되는 화학약품으로, 피부에 닿으면 수포가 발생하며 자극적인 냄새가 나는 무색의 산성 액체다. 조사 결과 해당 유출 사고는 인근 B물류업체가 보관하던 개미산을 A사 화물차가 적재 후 운반하는 과정에서 개미산이 담긴 ibc탱크(경질 플라스틱 용기ㆍ1천200ℓ)가 외부 충격에 의해 파손돼 누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발생 직후 한강유역환경청과 평택시, 소방서 등이 현장에 출동, 모래를 뿌려 초동 방제작업을 벌였으며 도로에 남은 잔여물은 살수차 및 해군의 제독차량을 이용해 9시간여 만에 방제를 완료했다. 방제 작업 완료 후 상황이 일단락된 듯 보였지만 인근 주민들은 현재 유해화학물질이 남긴 독한 산성의 부작용으로 인해 두통, 매스꺼움 등의 증세를 호소하는 등 후유증을 겪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도로 인근에 조성된 나무와 수풀들도 개미산의 영향으로 잎과 줄기가 바짝 말라버리거나 누렇게 변해버린 상태다. 이런 가운데 주민들은 언젠가는 이런 일이 터질 줄 알았다며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민 C씨는 마을에 유해화학물질을 보관하는 물류센터가 떡 하니 자리 잡고 있어 주민들이 불안해했는데 사고 발생 후 마을 전체가 두려움에 휩싸였다면서 냄새를 맡은 이후로 머리가 아프고 침도 계속 나온다. 나무와 풀들이 찰나에 바짝 말라버릴 정도로 위험한 물질인데 이렇게 허술하게 운반해도 되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B물류업체 관계자는 화학물질을 담는 용기는 정해진 규격에 따른 것으로 문제가 없지만 관련 조사에는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운송업체 A사 대표는 주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하다. 피해 보상뿐만 아니라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강유역환경청은 물류업체와 운반업체가 화학물질 관리법에 따라 유해화학물질을 적법하게 취급ㆍ운반 했는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며, 위반사항 적발 시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과 고발조치할 방침이다. 박준상ㆍ정정화기자
마구잡이로 버려지는 폐어구 탓에 보기도 좋지 않을뿐더러 환경이 오염될까 걱정됩니다 경기도 항구가 어민들의 비양심적인 행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어민들이 못 쓰게 된 그물 등 폐어구를 지상에 무단으로 투기하고 있기 때문인데, 미관상 좋지 않을 뿐더러 환경오염 우려까지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3일 본보가 화성과 안산, 시흥 등에 위치한 도내 주요 항구를 둘러본 결과, 폐어구 무단 투기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전 찾은 화성 전곡항에서는 입구부터 폐어구가 마구잡이로 버려져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폐그물과 밧줄 등 수백 개에 달하는 폐어구들이 마치 산처럼 쌓여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코를 찌르는 듯한 악취가 새어나왔으며, 파리 떼도 잔뜩 꼬여 있었다. 전곡항 일대를 둘러본 결과 이처럼 폐어구가 쌓여 있는 곳은 수 곳에 달했다. 항에서 만난 주민들은 폐어구가 무단으로 버려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토로했다. 주민 A씨(71)는 쓰레기를 버리는 이들은 대부분 인근에 거주하는 어민들이라며 남들이 보지 않는 사이에 버리는데 잡을 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또다른 주민 B씨는 본인들이 쓰다 못쓰게 된 그물을 남의 사유지에 슬쩍 버리고 가는 경우도 있다며 참다못해 자기 땅에 높은 담장을 친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찾은 다른 항구의 상황 역시 전곡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곡항에서 14㎞ 가량 떨어진 화성 궁평항은 항 건너편 수천여㎡에 달하는 나대지 곳곳에서 버려진 폐어구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나대지 안에 버려진 쓰레기들은 스티로폼과 폐그물, 밧줄 등이 대부분이었으며, 장기간 방치된 것으로 보이는 삭은 닻도 수십여개 있었다. 안산 탄도항에서는 항과 탄도호 사이 공간에서 버려진 폐어구들이 발견됐다. 어민들이 어구를 쌓아놓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곳에는 사용 중인 어구는 물론 폐그물과 스티로폼, 생활쓰레기 등도 뒤죽박죽 엉켜 있는 상황이었다. 시흥 오이도항의 경우 어민 외 출입금지라고 써 붙인 문 뒤편으로 가보니 사용하고 나서 아무렇지 않게 버려진 폐그물과 스티로폼 등이 너저분하게 방치된 채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화성시 관계자는 지속적인 수거 조치와 단속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몰래 버려지는 폐어구들이 많은 상황이라며 현장점검을 실시해 개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어민들이 폐어구를 무단으로 투기하지 않도록 어촌계와도 지속 협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김태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