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학생 자살, 이대로는 안된다] 完. ‘학생위기지원단’ 개편 시급

도내 학생들의 자살ㆍ자해 등의 위기학생이 증가하면서 한시적으로 출범한 경기도교육청 ‘학생위기지원단’의 상시기구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2일 경기도육청에 따르면 가정불화, 우울증, 성적비관 등으로 인한 경기도 학생자살 수는 2015년 24명, 2016년 27명, 2017년 34명으로 증가 추세다. 이같이 학생 자살 예방 및 관리ㆍ대처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도교육청은 지난해 5월 교육감 직속기구로 사무관 1명과 장학사 3명, 위기상담전문가 1명, 주무관 2명 규모의 1년 한시 기구인 ‘학생위기지원단’을 출범시켰다. 지원단은 그동안 전국 최초로 초·중등용 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원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학생위기지원 연수를 진행해왔다. 도교육청은 지원단 출범 직후 “기존의 학생위기 지원기능을 통합해 총괄적 지원 및 조정, 관련부서간 협력체계 구축으로 학생위기의 예방적 기능을 담당하고 학생자살 등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하고 전문적인 개입을 통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적기에 지원하게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도교육청이 공언한 대로 지원단이 제대로 작동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과 인력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내년 5월까지 연장 운영된 지원단은 올해 학생들의 정신과 치료를 돕기 위해 병원형 학생상담지원시설 ‘Wee센터’ 4개소를 하반기 마련할 계획이다. 또 자살고위험군 또는 자해, 자살 시도 학생을 위한 심리상담비(1인당 최대 100만 원)를 지원하고, 학부모 대상 자살 예방 교육 프로그램도 개발 중이다. 그런데 올해 예산은 9억8천만 원에 불과하다. 출범 첫해 예산은 1억 원이 전부였다. 게다가 지원단 직원 9명이 도내 2천400여 개 학교의 151만 명의 학생 정신건강 전반을 커버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이야기다. 이에 교육전문가들과 교육청 안팎에선 현재 일종의 ‘별동대’처럼 운영되고 있는 지원단을 조직개편을 통해 상시 조직으로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은 “지난해 구성된 학생위기지원단에서 학업중단 예방, 학생정신건강관리, 위기(Wee 프로젝트), 학생자살 예방 및 대응과 관련 업무들을 통합해 추진하고 있다”며 “학생위기지원단 설립이 도교육청의 위기학생 지원의 효율성을 높이고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달체계 구축인지에 대해 추후 그 운영과정 및 결과를 주목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현숙기자

[경기도 학생 자살, 이대로는 안된다] 2. 무차별 확산되는 ‘자해’

#1. 고1 소연(가명)이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죽어라’라는 환청이 시작됐다. 뚱뚱하고 못생겼다는 생각에 자신은 쓸모없는 존재이며 자신의 얼굴만 보면 불질러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공부도 못하는데 손이 없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나는 생각에 손목을 긋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하게 된다. #2. 고3 희정(가명)이는 부모님이 항상 공부에 대해 강조를 많이 하는 편인데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에 자해를 시작했다. 계획대로 공부를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공부가 잘 안 될 때는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팔 전체를 칼로 정신없이 긁는 등의 자해 행동을 보였다. 학업 스트레스, 우울증 등으로 문제를 겪고 있는 학생들의 자해 시도 사안이 증가하면서 도내 학생들의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20일 경기도교육연구원의 ‘경기도 학생 자살 현황 및 정책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7년 5월까지 자살시도 사안으로 보고된 사례는 총 129사례로, 이 중 42사례가 정신질환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27사례가 우울증이며 4사례가 ADHD, 야스퍼거증후군, 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정신분열증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살시도 학생 129사례 중 51사례(39.5%)가 이전에 자해 시도 경험이 있었다고 보고된 가운데 이 중 대부분의 자해시도 방법은 칼로 손목 긋기로 그 외 창틀에 매달리기,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하거나 벽에 머리 박기 등이 1사례씩 보고됐다. 현재 경기도를 비롯한 한국 학생의 자해 현황에 대한 조사는 부족한 실정인 가운데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2013년)의 자료에 따르면 자살 및 자해시도 상담이 2008년 0.5%에서 2012년 3.1%로 증가했다. 또 수원시자살예방센터에서도 자해군의 개입 요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실정에 비춰 볼 때 학생 자해행동의 심각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수원시청소년육성재단 청소년상담센터 정효경 청소년상담사는 “근래 들어 청소년들 사이에서 커터칼 등으로 살을 베기, 할퀴기, 머리카락 뽑기, 불로 지지기, 머리 찧기, 스스로 때리기 등 자해의 형태와 심각도가 다양하다”며 “자살에 대한 생각 때문에 자해를 하기도 하는데 청소년이 죽고 싶어 하거나 자신을 해치고자 하는 느낌이 들 때는 지체없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보건 전문가들은 자해 시도 횟수가 늘수록 결국 자살로도 이어지기 때문에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속적인 자해를 하는 청소년들 대상의 경기도형 관리기관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에 경기도교육청은 최근 미디어영향으로 청소년 사이에 유행하고 있는 자해의 심각성을 감안, 지난 4일부터 13일까지 3회에 걸쳐 자해행동을 보이는 학생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위기학생에 대한 지원을 학교 교직원 및 전문상담인력, 교육지원청 관계자 등 840여 명을 대상으로 ‘2018학생 자해행동 이해 및 위기학생 지원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안해용 학생위기지원단장은 “심리ㆍ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을 보다 다각적으로 지원하고 학생들이 건강한 교육환경 속에서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현숙기자

[경기도 학생 자살, 이대로는 안된다] 1. ‘마음의 병’ 앓는 위기의 청소년

매년 9월10일은 WHO에서 지정한 ‘세계 자살예방의 날’. 그러나 한국 아동청소년 사망원인 1위는 ‘자살’로 한해 120여 명의 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가장 많은 학교와 학생 수를 보유하고 있는 경기도에서도 지난해만 34명의 학생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고위험군 청소년들에 대한 맞춤형 정밀지도와 실효성 높은 자살예방정책이 절실한 경기교육의 현주소를 3회에 걸쳐 진단해본다. 편집자 주 #1. 체육대회 날 학교에서 떨어지려고 시도한 학생이 “삼삼오오 다 모이는 날, 나만 혼자여야 되는 걸 못 견디겠다”라고 표현하는 거예요.(전문상담교사A) #2. 여학생이 손목 긋다가 들키니까 괜찮다고 했는데, 어느 날 보니 허벅지를 완전 칼로 난도질을 해놓은 거예요. 또 쥐약, 농약 이런 거 먹는 녀석도 있어서 병원에 보냈다가 또 다시 시도하고 또 병원가기를 반복….(전문상담교사B) #3. 겉으로 봤을 땐 집안도 좋고 부모님이 ‘사’자시고, 유명인인데 진로갈등으로 자살하는 아이들이 많아요.(전문상담교사C) 경기도 내 학생들의 마음의 병이 심상치 않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입시경쟁으로 인한 성적비관을 비롯해 우울증, 교우관계 등으로 자살이나 자해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서다. 9일 ‘경기도교육청 학생 자살 사망 실태 보고’에 따르면, 2015년 24명, 2016년 27명, 2017년 34명의 학생이 삶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또한 2016년에 자살을 시도한 학생도 82명이나 된다. 자살 원인은 가정불화 및 가정문제가 32.5%, 원인 미상(유가족의 공개 거부 등) 26.8%, 우울증 19.5%, 성적 비관 16.3%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4년부터 2017년 5월까지 보고된 ‘경기도 학생 자살 사안’ 94건의 사례 중 61건의 사례(64.9%)가 고등학교, 28사례(29.8%)가 중학교, 5사례(5.3%)가 초등학교로 나타났다. 사망 장소는 자택이 57사례(60.6%)로 가장 많았고, 교량과 아파트 옥상 등의 공공장소가 35사례(37.2%)이다. 자살 방법은 투신 60사례(63.8%), 목맴 사례(27.7%) 순으로 조사됐다. 무엇보다 같은 기간 자살시도 사안으로 보고된 사례도 총 129건으로 집계된 가운데 자살시도 방법으로 칼로 손목 긋기(자상)가 48사례(37.2%)로 가장 많았고, 투신 38사례(29.5%), 약물음독 17사례(13.2%), 목맴 11사례(8.5%)로 나타났다. 이처럼 도내 학생 자살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 자살 위기에 대한 이해 부족 및 체계적인 예방이나 대응 절차를 갖추고 있지 못해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준비가 부족한 상태다. 특히 청소년 자살은 우울증이나 조현병과 같은 정신질환을 동반하거나 극심한 우울감 등 사전 징후가 나타나는 성인 자살과는 달리, 평소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갑작스런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발생하는 경향이 많아 자살 위험에서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개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자살시도나 정서 불안 등 위기에 놓인 학생들을 보호하고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교육감 직속기구로 지난해 출범시킨 ‘학생위기지원단’의 운영 기간을 1년 더 연장하고 있다”며 “특히 자살고위험군 또는 자해, 자살 시도 학생을 위한 심리상담비와 치료비를 지원하고, 학부모 대상 자살 예방 교육 프로그램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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