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환경청 상수원 수질개선 위해 매수한 토지 내 위법행위 190건 적발

환경당국이 한강수계 상수원 수질개선을 위해 매수한 토지 내 위법행위 190건을 적발했다. 16일 한강유역환경청(이하 한강청)에 따르면 한강청이 매수한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법 경작 등 수질오염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지난달 1일부터 40일 동안 매수 토지 636곳을 대상으로 점검을 실시, 위법행위 190건을 적발했다. 적발된 위법행위 중 반영구적인 위법행위는 78건으로 매수 토지에 농작물을 무단으로 경작하거나 환경적 기능 증진을 위해 조성된 식생을 크게 훼손했다. 또 매수 토지에 폐기물을 적치하거나 동물 사육을 위해 간이시설을 설치하는 등 일시적 위법 행위도 112건이나 적발됐다. 한강청은 적발된 190건 중 행위자 확인이 가능한 56건은 위법행위수준에 따라 계도와 확인서 수령 등 현장 조치했다. 행위자 미확인 134건에 대해선 재조사할 예정이다. 현장 재조사에서도 행위자가 확인되지 않으면 일시적 위법행위는 자체 처리하고 반영구적 위법행위는 행정 대집행 안내판을 통해 계도기간을 거쳐 적절한 조치를 이행할 방침이다. 토지 간 경계가 불명확해 위법행위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대상지 11곳은 측량을 통해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고 결과에 따라 사후 조치할 계획이다. 강영호기자

군공항·영통소각장 이전… “내가 지역발전 적임자”

후보자 등록이 완료되며 오는 6월 지방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거대 양당의 수원특례시장 후보들이 저마다 지역 발전의 적임자를 자처하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경기일보는 수원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수원경실련)과 16일 오후 1시30분 경기일보 사옥 4층 대회의실에서 국민의힘 김용남 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준 후보와 함께 ‘민선 8기 수원특례시장 후보자 초청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윤규 수원경실련 공동대표가 좌장을 맡은 이번 토론회에서 두 후보는 지방자치, 도시정책 등 2개의 대주제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밝혔다. 이에 따른 소주제는 지방자치의 경우 ▲좋은 지방자치 ▲특례시 ▲주민자치회 ▲중간지원조직 ▲회전문 인사 ▲관료들의 영향력 통제 등이며, 도시정책은 ▲도시문제 ▲2040 도시기본계획 ▲KBS 수원센터 용도변경 ▲영통소각장 이전 ▲광교신도시 교통혼잡 ▲동서 불균형 발전 등 각각 6개다. 이 중 특례시에 대해 두 후보는 행정뿐만 아니라 재정 권한 확보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가장 시급한 도시문제와 관련해선 김 후보는 수원을 배드타운 도시로 진단하면서도 올해 안으로 수원군공항을 옮겨 종전 부지에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후보 역시 같은 지역을 첨단기업 30개가 입주하는 첨단산업단지로 만들겠다는 방침을 알렸다. 주민 건강권 침해 논란에 휩싸인 영통소각장에 대해 두 후보 모두 이전을 약속했다. 이 방법에 대해선 김 후보는 주민선호시설과 영통소각장의 공동 이전에 따른 유치 공모를, 이 후보는 시민들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를 통한 부지 모색을 각각 제시했다. 두 사람은 광교신도시 교통혼잡 문제에 우려를 표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김 후보는 세류역에서 광교중앙역을 잇는 수원 삼성선(가칭)을 제시한 데 이어 이 후보도 친환경 대중교통망 확충으로 주민 편의를 증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떠한 말을 하는 것보다 현안 사안을 준비하고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라며 “중앙정부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고, 국회와 인적 네트워크를 갖춘 김용남이 바로 준비된 시장”이라고 단언했다. 이 후보는 “경제특례시로 풍부한 일자리를 창출해야 더 나은 시민의 삶을 만들 수 있다”며 “시민운동, 행정능력, 정치 경험 등을 가진 도시전문가 이재준이 새로운 수원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윤규 좌장은 “두 후보가 더 나은 지역 발전을 위한 대안을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양휘모·이정민기자

[현장, 그곳&] ’개 식용 논의기구’ 연장된 사이, 개고기 암암리 유통 '여전'

개 식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야심차게 출범했던 사회적 논의기구가 활동기한을 연장(경기일보 9일자 6면)한 가운데 경기지역 일부 전통시장에선 개고기 유통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오전 성남시 중원구의 모란시장. 일렬로 늘어선 건강원 10여개 앞 유리 냉장고엔 가게마다 길이 50㎝의 몸통 절반이 잘린 개고기 ‘지육’이 전시돼 있었다. 지난 2018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모란시장 내 개고기 유통이 사라지도록 업종 전환을 유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지만 이날도 개고기 구매는 1㎏당 2만원가량만 지불하면 어렵지 않게 가능했다. 이 때문에 지난 4일 동물보호단체들은 성남시청 앞에서 모란 개 시장 폐쇄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수원특례시 팔달구의 못골종합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시장 중간까지 진입하자 한 약초가게 앞엔 ‘개고기’ 간판이 버젓이 자리 잡고 있었다. 간판 아래엔 ‘한 근당 1만원’이란 가격표도 번듯하게 놓인 상태. ‘고기들이 어디서 오느냐’는 질문에 상인은 예민한 듯 답변을 회피했다. 같은 시각 안양시 만안구에 위치한 중앙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시장 내 생닭 가게 안 냉장고엔 닭 대신 개고기 지육만 가득했다. 가게 주인은 전북 김제에서 고기들을 납품받는다고 슬며시 귀띔했다. 16일 오후 수원특례시 팔달구의 못골종합시장에서도 어렵지 않게 개고기 유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정규기자 이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식품위생법상 개를 식품원료로 조리·유통하는 것은 불법이다. 섭취 가능한 식품원료를 규정하는 식약처 행정규칙에선 개고기를 동물성 원료인 축산물 식유류에 포함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고기 식용’ 자체를 금지하는 조항은 없어 보신탕 등 가게들이 버젓이 운영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는 난항을 겪던 끝에 활동 종료 기한을 당초 올해 4월에서 2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세부적 합의 도출이 아직 이뤄지진 않았지만 해당 위원회에서 개 식용 종식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됐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만큼 사회적 합의 도출에 서둘러야 한단 지적이 제기된다. 정치권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개 식용 금지 추진’을 공약했고, 지난 4일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는 개 식용 종식 대타협을 이뤄내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2개월 연장이라고 발표된 바 있지만 유예기간을 길게 가져갈 것이란 이야기도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다수 국민들이 개 식용에 대해 반대하는 만큼 위원회는 더 시간을 끌지 말고 하루빨리 개 식용 종식을 선언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 관계자는 “큰 틀에선 참여 단체들 사이에서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부적인 쟁점에서 아직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며 “향후 2개월 동안 해당 기구를 연장 운영하며 참여 단체 간의 논의 양상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가족과 돌아왔다" 역경 헤치고 다시 한국 땅 밟은 빌리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피난길에 오른 가족을 만나기 위해 떠난 고려인 동포(경기일보 4월1일자 4면)가 돌아왔다. 15일 오후 안산시 고려인문화센터에서 다시 만난 최빌리안(33·우크라이나). 한 달 하고도 보름 전 터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그는 루마니아를 거쳐 몰도바로 향했다. 아내와 어린 아들딸이 피난을 떠난 곳이었다. 빌리안은 어렵사리 가족과 상봉했지만 현지 대사관 시스템이 붕괴돼 곧장 돌아올 수 없었고, 결국 구호단체가 구해준 공동숙소에 300유로(약 40만원)를 내고 짐을 풀었다. 빌리안은 홀로 루마니아를 오가면서 여행증명서 발급을 시도했다. 여권이 없는 가족들은 몰도바에 머물러야 했고, 국경을 넘나들다 보니 교통비로만 수백만원을 썼다. 우리 정부가 가족 초청범위를 넓혔으나 아들이 재혼한 아내의 자녀인 게 발목을 잡았다. 실제로는 한 가족이지만, 별도의 입양 절차를 밟지 않아 서류상으로는 아들과 아내의 가족관계만 인정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빌리안은 포기하지 않았고 그의 출국을 도왔던 안산시 고려인문화센터(사단법인 너머)에서도 외교부 등에 호소문을 보냈다. 우여곡절 끝에 빌리안은 아내와의 혼인증명서, 아내와 아들 사이의 출생증명서로 ‘가족’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빌리안 가족은 몰도바에서 기차를 타고 루마니아로, 다시 카타르로 가 지난달 23일 인천국제공항에 발을 디뎠다. 빌리안은 아들의 여행증명서가 발급되던 당시를 회상하며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러나 그의 낯엔 금세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가족을 데려오며 진 빚만 1천만원이 넘는 데다 당장 한국에서 생계를 꾸려나가기엔 주머니 사정이 막막해서다. 빌리안은 한국에 온 뒤 곧장 공장으로 복귀했고, 아내 역시 일거리를 찾아나섰지만 대화도 통하지 않고 정식비자도 아닌 탓에 쉽지 않다. 그 사이 어린 아이들은 학교나 유치원 대신 집에서 하루종일 엄마를 기다리고 있다. 어린 딸을 유치원에 보내고 싶지만 외국인등록증이 없어 불가능한 상황이다. 외국인등록증을 발급받는 것도, 다시 아이들을 학교와 유치원에 보내는 것도 결국 가장인 빌리안에겐 ‘돈’의 문제다. 비단 빌리안 가족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동포가 처한 상황인 만큼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빌리안은 “다시 한국 땅을 밟았을 때 마음 속에 있던 무거운 짐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면서도 “아내는 아직 현지에 남아 있는 가족들을 걱정하며 슬퍼하고 있다. 하루빨리 전쟁이 끝나고 우리 가족과 동포들도 안정을 되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희준기자

[현장, 그곳&] 낮에도 헷갈리는 차선·표지판… ‘아차’ 하면 역주행

경기지역 일부 도로들이 잘못된 설계로 인해 역주행 우려가 높은 데다 관리마저 부실해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오전 1시 광주시 오포읍 능평리 857의 한 삼거리. 삼거리 중 한 쪽 도로는 고가도로에서 내려오는 차량들만 이용 가능한 일방통행 도로였다. 도로 한 켠엔 동그란 진입금지 표지판 2개가 가드레일 바깥으로 설치돼 있었지만, 어둠이 깔리자 이들 표지판은 육안으로 식별이 어려워졌다. 무엇보다 반대 쪽에서 나오는 차량들은 양 갈래 길 앞의 야광 좌회전 표시가 되레 역주행 방향을 가리키고 있어 역주행 차선 진입에 무방비였다. 같은 날 오후 2시 여주시 대신면 보통리 109-3의 한 사거리. 낮 시간대임에도 차선을 혼동한 운전자들의 역주행은 계속됐다. 좌회전 신호를 받고 출발한 1t 트럭 2대는 차선을 헷갈려 중앙선을 침범했고, 차량 운전자들은 황급히 핸들을 꺾었다. 만약 반대 방향에서 차량이 주행 중이었다면, 교통사고로 이어질 위험성이 큰 상황이었다. 운전자 김홍식씨(60)는 “이 도로는 내리막길로 경사 져 있기 때문에 반대차선의 정지선도 잘 안 보여 운전자 입장에선 혼란스럽다”고 지적했다. 이 사거리는 양 교차로의 도로 면적이 넓어 좌회전하는 차량들이 반대차선을 침범하기 쉬운 구조이다. 더욱이 지난 2015년 한국도로교통공단 등의 실태조사에서도 역주행 사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 받은 바 있다. 조사 당시, 시선 유도봉 설치 등의 개선 요청을 받았지만, 현장엔 차량 유도선조차 설치돼 있지 않았다. 이날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6~2020년 5년간 역주행으로 인한 사고는 총 1천297건으로, 한 해 평균 260여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도내에선 총 245건의 역주행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20년 역주행이 반복적으로 발생한 도로 105곳을 조사해, 이 중 88곳을 개선 대상으로 선정했다. 해당 조사에선 역주행 사고의 원인으로 ▲노면표시가 제대로 안 된 곳(35.2%) ▲안전표지가 미흡한 곳(21.6%) 등이 꼽혔다. 박무혁 한국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역주행으로 인한 사고는 전체 교통사고보다 사망률이 3배 이상 높은 만큼 관계 당국은 운전자들이 한 번에 인지할 수 있도록 관련 표지판 및 노면 표시 등을 더욱 확충할 필요가 있다”며 “근본적으론 운전자 친화적으로 표지판 등이 설치될 수 있도록 정책의 방향도 바뀌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역주행으로 인한 사고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일선 경찰서와 협조해 교통사고 다발지역에 대한 점검 시 이들 지역에 대한 점검도 철저히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전 세대가 즐기는 휴양림 만들 것” 오산 독산성포럼 발대식 개최

오산 독산성포럼이 발대식을 갖고 오산시민을 위한 문화복합휴양림의 성공적인 조성을 다짐했다. 15일 오산 독산성포럼(이하 독산성포럼)에 따르면 독산성포럼은 지난 14일 오산시자원봉사센터 1층 회의실에서 발대식을 개최했다. 독산성포럼 발족엔 박신원 오산시자원봉사센터 이사장, 정진흥 오산시문화원장, 남경식 오산향토문화연구소 상임이사 등 10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또 이날 발대식 자리엔 발기인 10명을 포함해 손병훈 한국안전문화교육협회 이사, 윤성준 오산청년회의소 회장 등 60여명의 인사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독산성은 임진왜란 때인 지난 1593년 권율 장군이 왜적을 물리쳤던 산성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발대식을 통해 야심차게 출범한 독산성포럼은 앞으로 독산성 세마대 일대 230만㎡ 부지에 문화복합휴양림을 신설한 예정이다. 조성이 완료되면 해당 부지엔 ▲산책로 ▲호수공원 ▲문화복합휴양림 글램핑장 ▲짚라인 ▲문화재 전시관 등이 들어설 방침이다. 박신원 오산시자원봉사센터 이사장은 “독산성은 오산에서 가장 중요한 문화유산이며, 계승과 발전을 통해 시민들이 언제든 힐링하며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앞으로 독산성포럼은 독산성 일대가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어 전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시민 휴식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정규기자

"긴급할 땐 119, 긴급하지 않을 땐 110" 경기소방, '내려주세용' 캠페인 전개

경기소방이 비긴급 신고 자제를 부탁하는 ‘내려주세영’ 캠페인을 전개한다. 15일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도 소방재난본부는 신속한 소방 출동을 위해 비긴급 신고를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내려주세영’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내려주세영’ 캠페인은 긴급하지 않은 경우 119 신고를 멈추고, 정부 민원 안내 콜센터인 110으로 신고해 주길 요청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내려주세영’은 전화기 숫자버튼 9번에서 하단의 0번으로 손가락을 ‘내려’ 신고해달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도 소방재난본부는 캠페인 홍보영상과 카드뉴스 등을 제작해 TV와 라디오 등 온·오프라인을 통해 홍보할 계획이다. 특히 ‘내려주세영’ 릴레이 챌린지 캠페인을 진행해 소방 공무원뿐만 아니라 도민 참여를 통한 SNS 홍보도 추진하고 있다. 최병일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장은 “비긴급 신고 처리로 긴급한 신고에 신속한 대처를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캠페인을 기획하게 됐다”며 “올바른 신고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으로 도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낯선 한국생활 든든한 조력자… 가족과 다름없어요”

외국에서 태어나 한국으로 온 아이들을 ‘중도입국청소년’이라 부른다. 어엿한 성인이 되기 전 머나먼 타지에 발을 디뎌 보니 친구도 없고 말도 통하지 않는 한국이 낯설기만 하나, 이들에게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고 가족이 돼 주는 스승들이 있다. 12일 오전 10시께 안성천을 따라 드넓게 펼쳐진 농지. 따사로운 햇살 아래를 얼마나 달렸을까. 저 멀리 알록달록한 2층짜리 건물이 나타났다. 동화 속에 나올 법한, 초록·빨강·파랑으로 칠해진 나무집의 문을 열자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서투른 한국어와 유창한 러시아어가 뒤섞인 대화. 이곳은 중앙아시아에서 온 고려인 청소년이 한국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다. 특히 이날은 사흘 뒤 ‘스승의 날’을 앞두고 아이들이 선생님께 고국의 음식을 대접하는 날이었다. 스프요리의 일종으로 우리네 소고기뭇국처럼 은은한 단맛이 일품인 ‘보르쉬’, 삶은 밀가루 반죽에 숙성시킨 고기를 곁들여 먹는 ‘비쉬바르막’까지. 커다란 솥을 옮겨 가며 마리아(20·여), 보바(14) 등 45명의 아이들이 준비한 다채로운 요리가 마련됐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우크라이나까지 아이들의 국적과 외양은 모두 달랐지만, 피를 나눈 형제인 듯 서로에게 음식을 먹여주며 함께 미소지었다. 아이들을 지켜보던 김향심 교무부장(58·여)의 눈시울엔 행복한 눈물이 고였다. 15년간 중국에서 한국문화를 가르치다 온 그는 “언어가 달라 처음엔 소통이 어려웠지만, 이 아이들은 너무나 순수해서 같이 있기만 해도 행복하다”며 “학생들이 자신감을 되찾고 서서히 잠재력을 드러내는 모습에 표현 못할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를 찾는 아이들은 중도입국청소년. 그 유형은 해마다 다양해지고 있지만, 일관성 있는 기준이나 집계조차 없는 상황이다. 일례로 법무부는 그 수가 줄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교육부는 매년 크게 늘고 있다는 집계를 내놓기도 했다. 정부 차원의 관심과 세부적인 지원책 마련도 시급하겠으나, 이날 아이들의 미소는 가장 중요한 가치를 가르쳐줬다. 말이 통하지 않는 낯선 환경일지라도 충분히 사랑받는 사회구성원이 될 수 있다는 것. 이곳 스승들이 ‘함께’ 사는 법을 가르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3년 전 카자흐스탄에서 온 마유리(24)는 스승들에 대해 ‘семья’라고 표현했다. 러시아 말로 ‘시미야’라 발음되는 이 단어는 ‘가족’을 뜻한다. 마유리는 너무 오기 싫었던 한국이었지만, 이제는 참 따뜻한 나라라는 인상을 가지게 됐다며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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