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용감하게 수도권의힘黨 선언해라/안철수, 대표 오를 유일한 길이다

전과 달리 100% 당원들이 뽑는 선거다. 그 당원 표심은 지역위원장 영향권에 있다. 지역위원장의 목적은 공천 받는 것이다. 공천권이 행사될 다음 총선이 곧 온다. 이번에 뽑을 국민의힘 당대표가 그 공천권을 좌우한다. 지역위원장들의 표는 당선 가능성에 몰린다. 경기도 표심, 수도권 정서 따윈 중요하지 않다. 이런 구조에서 차기 당 대표 선거의 흐름은 김기현 의원이다. 경기·인천의 당심도 그 흐름으로 가는 눈치다. 그렇더라도 경기도를 말하려고 한다. 김기현 의원에게 기대하는 것은 없다. 장제원 의원과의 김장연대가 보인 모습이 있다. 잊기에 너무도 가까운 날의 추억이다. 장 의원이 나경원 전 의원을 융단폭격했다. 공격하는 언어의 수위가 가히 말 폭행 수준이었다. ‘고고한 척하는 행태’ ‘반윤의 우두머리’ ‘얄팍한 지지율’ ‘거듭된 헛발질’.... 여기에 초선 48명이 가세했다. ‘모욕’ ‘사기’ ‘경악’.... 독하기가 장 의원을 빼박았다. 김장연대는 영남이고, ‘초선 48’ 핵심도 영남 의원이다. 나 전 의원만 수도권(서울)이다. 지역 대립으로 보지 말라고 할 텐가. 영남 의석이 절대 다수인 국민의힘이다. 그 안에서 이뤄진 영남 지역구 의원들의 영남 대표 만들기다. 일사불란한 공세로 만신창이를 만든 상대는 수도권 지역구 나 전 의원이었다. 결과적으로 영남 세력의 수도권 주저앉히기였다. 이 현상을 보인 그대로 논평했을 뿐이다. 이 싸움에서 영남을 빼놓고 말할 수 있나. 그게 더 비정상적인 논평 아닌가. 그렇게 해서 김기현·안철수·윤상현 의원이 남았다. 엠브레인퍼블릭이 여론조사를 했다. 안 의원 49.8%, 김 의원 39.4%다. 나경원 지지자 56.4%가 안 의원에게 갔다. 그 속에 경기·인천 결과치도 있다. 안 의원이 많이 높다(자세한 내용은 선관위 홈페이지에 있다). 조사 대상은 일반 국민이다. 밝혔듯이 이번에는 당원 투표 100%로 뽑는다. 일반 표심과 당원 판단은 많이 다를 수 있다. 수도권, 특히 경기·인천도 당원의 표심이 ‘영남 대세’로 갈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 그렇더라도 경기도를 말하겠다. 안철수 의원, 혹은 윤상현 의원에게 요구하겠다. ‘수도권의 힘’을 선언해라. ‘공천 약속’이더라도 괜찮다. 언제 한번 수도권 중심의 공천이 있었던 당인가. 어차피 수도권 없는 국민의힘이다. 영남·김장연대에 질식 당한 수도권이다. 그 비굴한 침묵을 깰 구호가 필요하다. 그게 ‘수도권의힘’ 선언이다. 누군가에겐 불공정한 논평임을 잘 안다. 그런 지적에는 이 주장을 전할까 한다. 진짜 불균형은 영남이 보여줬던 한 달간의 칼춤이다. 경기도민에게 어이없는 말이 들린다. 김기현 의원이 했다는 말이다. “나경원은 함께할 수 있는 좋은 동지다.” 칼춤 끝낸 지 몇 시간 됐다고 이러나. 수도권 정치엔 자존심도 없다고 보는건가. ‘경기도·인천의힘당’을 선언할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 당의 대표를 자임할 누군가가 필요하다. 지금은 ‘성남 분당’ 안철수 의원이 그걸 해 볼 차례다.

[사설] 100만㎡ 그린벨트 해제 권한, 왜 수도권만 배제하나

지방자치단체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권한이 대폭 확대된다. 국토교통부가 지역 여건에 따라 그린벨트를 100만㎡ 미만까지 해제할 수 있게 지자체장에게 권한을 주기로 했다. 박근혜 정부가 2016년 시·도지사에게 개발제한구역 해제 권한을 30만㎡까지 넘긴 데 이어 이번에 해제 면적을 3배 이상 확대한 것이다. 정부는 반도체·방산·원전산업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전략사업을 지방에서 추진할 경우 그린벨트 해제 총량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100만㎡ 이상 해제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런 내용은 1월 초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발표된 것으로, 시행령 개정을 통해 올해 상반기 추진할 방침이다.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에선 “그린벨트 해제 권한 확대는 정부 스스로 계획 없이 그린벨트 지역도 마구잡이로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자체적으로 지역개발을 위한 숙원사업을 할 수 있어 반기는 분위기다. 경기도는 국토부의 이번 조치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100만㎡ 미만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비수도권 광역지자체에만 부여했기 때문이다. 수도권만 또 배제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다. 경기도는 25일 “수도권정비계획법으로 각종 개발사업 등에 제한을 받는 상황에서 그린벨트 해제 권한 위임까지 수도권을 차별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을 국토부와 시도지사협의회, 중앙지방정책협의회 등에 전달했다.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첨단산업의 대다수 업체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데, 지방의 그린벨트 규제를 푼다고 비수도권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산업계에서도 정부의 비수도권 그린벨트 완화 방향이 현장 수요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기도는 30만㎡ 이하 그린벨트의 해제 권한을 위임받은 이후 전국에서 가장 많은 8개 사업(총 해제면적 99만5천㎡)을 추진한 바 있다. 여기에는 판교 제2테크노밸리, 고양 드론센터, 양주 테크노밸리 등이 포함됐다. 도는 100만㎡ 미만 해제 권한이 위임되면 도시개발, 산업단지, 물류단지의 지정 권한 등을 갖게 돼 현안 사업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정부의 그린벨트 규제 완화는 지역의 난개발과 함께 선심성 사업으로 치우칠 우려도 있는 만큼 신중한 정책 집행이 필요하다.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그린벨트를 완화하고, 중앙의 행정권한을 지방정부에 위임하는 것이라면 형평성 있게 해야 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구분해 위임 사무를 판단하는 것은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정부는 수도권에도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

[지지대] 안재홍 선생의 ‘다사리 민족주의’

들녘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면도날처럼 날카로웠다. 동장군의 심술이 잔뜩 묻어 있었다. 평택시 고덕면 두릉리 646번지 게루지 마을. 이곳을 찾은 건 2006년 1월 하순이었다. 일제강점기와 해방정국을 헤쳐간 민세 안재홍(民世 安在鴻·1891~1965) 선생의 생가를 찾는 발길이었다. 필자는 그때 “가슴이 설렜다”고 썼다. 지난한 독립투쟁을 거쳐 광복을 맞았지만 6·25전쟁 때 납북된 뒤 북녘에서 별세했다. 해방정국에선 미군정 민정장관, 제2대 국회의원 등을 역임하며 중도우파적 입장에서 근대국가 수립을 주창했다. 언론인, 민족사학자, 독립운동가, 정치인 등 여러 호칭이 따라붙었다. 민세 선생은 독립운동가였지만 각별히 우리말을 사랑한 지식인이기도 했다. 누구보다도 우리말을 아꼈다. 특히 그가 애지중지하던 단어는 ‘다사리’였다. 그는 생전에 “‘다사리’는 우주의 엄정한 질서와 운행법칙을 모델로 하는 인간사회의 정치이념이자 단군 이래 우리 민족의 정치적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다사리’는 ‘모두 다 말(씀)하게 하여’나 ‘다 사리운다’와 같은 뿌리에서 ‘진백’(盡白)이나 ‘진생’(盡生) 등을 뜻한다. 진백은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민주주의, 진생은 공동체 모두를 골고루 잘살게 해주는 사회복지로 서양 정치사상의 두 가지 흐름인 자유주의와 평등주의 등으로 귀결된다. 모두가 골고루 자유롭고 넉넉한 개념을 담고 있는 어휘인 셈이었다. 민세 선생이 평생 펼쳤던 사상은 다사리 민족주의였다. 그래서 그가 건국하려던 나라도 반쪽 독립이 아닌 완전한 독립이었다. 공교롭게도 그의 고향인 평택의 한자 ‘平澤’을 순수한 우리말로 표현하면 다사리가 된다. 만약 그가 납북되지 않고 계속 활동했다면 ‘仁川’의 옛 지명 ‘미추홀’이나 ‘大田’의 우리말 ‘한밭’ 등처럼 ‘平澤’이란 지명도 ‘다사리’로 바뀌지 않았을까.

[김남희의 길 위에서] 핸드메이드 라이프

지난해 10월 루마니아 북부 마라무레슈 지역을 여행했다. 산들에 둘러싸인 목가적인 풍경과 세계문화유산인 목조교회로 이름난 지역이었다. 풍경도 건축물도 아름다웠지만 그보다 내 마음을 흔든 건 사람들이었다. 농사를 짓고, 가축을 키우며 살아가는 그들은 경계심 없는 수줍은 태도로 이방인을 맞았다. 들판에서 건초를 베는 여인도, 자른 나무를 마차에 싣고 가는 남자도, 동네 어귀에 모여 수다를 떨던 할머니들도 손을 흔들면 마주 흔들어 주고, 눈이 맞으면 미소를 지었다. 열린 대문 사이로 마당을 기웃거리기라도 하면 꼭 안으로 불러들여 포도나 사과 같은 것을 가득 담아 줬다. 그곳에서는 한 번도 과일을 사지 않았다. 배낭에는 채 다 먹지 못한 과일과 마늘, 고추, 파프리카 소스 같은 것들이 늘 들어 있었다. 그날도 동네를 구경하며 어슬렁거리던 길에 마당에서 포도를 수확하던 가족과 눈이 마주쳤다. 아들 크리스티안과 그의 엄마 로디카였다. 집으로 들어오라기에 기꺼이 들어갔다(호의는 거절하지 않습니다). 마당의 포도를 따 포도주를 담그는 날이었다. 이 동네 사람들의 중요한 연례행사가 철마다 과실주를 담그는 일이었다. 작년에 담갔다는 포도주도 한 잔 얻어 마시고, 역시나 포도와 사과를 한 아름 얻어 귀가했다. 저녁을 먹으러 나가는 길에 그 집에 들러 한국 화장품 세트를 선물로 드렸다. 환하던 로디카의 얼굴이 더 환해졌다. 내가 그녀의 웃는 얼굴을 찍으며 소셜미디어에 올릴 거라고 했더니 로디카가 비명을 질렀다. “립스틱도 안 발랐는데! 내 옷차림 좀 봐!” 하며 깔깔 웃었다. 선한 인상에 웃음이 많은 그녀 같은 사람이 마라무레슈에는 가득했다. 작은 마을 브랩에서 머문 숙소는 120년 된 목조가옥이었다. 12년 전 아무도 이 마을을 찾지 않던 시절에 영국인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이곳에 정착했다. 그들은 낡은 목조주택을 하나씩 사들여 아름답게 고쳤고, 이 지역의 여성들이 만든 수공예품들로 꾸몄다. 소박하면서도 화사한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집을 에어비앤비에 올려 손님을 받기 시작했다. 그 무렵 이 마을에는 식당도 없었다. 이들은 마을의 음식 솜씨 좋은 여성 세 명을 섭외해 돌아가며 그 집으로 손님들을 보냈다. 지금 이 마을에는 숙소가 20개 가까이, 식당도 서너 곳이 생겼다. 루마니아인은 물론이고 외국인까지 이 마을을 찾아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브랩의 숙소를 돌보는 이는 20대 여성 안드라다였다. 주근깨 핀 얼굴에 반짝이는 눈이 만화영화 주인공 같았다. 우리가 도착한 날 체크인을 마친 그녀는 “긴급한 용무가 있다”며 서둘러 떠났다. 그 긴급한 용무는 그녀의 염소 세 마리를 몰고 집으로 가는 일이었다! 그녀는 매일 세 마리의 염소와 함께 출근해 염소와 함께 퇴근했다. 루마니아인의 다수가 정교를 믿는데 안드라다는 교회에 다니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이 왜 교회에 안 나오냐고 물으면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그야 전 교회에 입고 갈 옷도 없는 걸요.” 그 핑계가 정말로 그럴듯하다는 걸 교회에 가보고서야 깨달았다. 한 주 내내 허름한 옷을 걸치고 부지런히 일하던 여인들이 일요일에는 대변신을 이뤄냈다.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해 단장하고 교회로 향했다. 그 화려한 옷차림 사이에서 청바지에 패딩 점퍼 차림으로 서 있던 나는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화사한 전통 옷은 대부분 직접 만든 것이었다. 자수를 놓은 조끼와 꽃무늬 치마, 양털 양말에 양가죽으로 만든 신발. 하나같이 정성과 시간을 쏟아야 만들어낼 수 있는 것들이었다. 이 마을 여성들은 긴 겨울밤을 자수를 놓으며 보낸다고 했다. 물론 이제는 스마트폰과 겨울밤을 나눠 써야 하겠지만. 마을을 걷다 보면 마당의 빨랫줄에 포도송이가 새겨진 베갯잇이며 제비꽃이 수놓인 방석 커버 같은 것들이 널려 있었다. 머무는 숙소의 커튼이며 침대보, 러그도 기성품이 없었다. 그 아름다운 수공예품을 볼 때마다 사고 싶다는 욕망이 솟구쳤다. ‘만들고 싶다’가 아니라 ‘사고 싶다’였다. 나는 이토록 자본주의의 충실한 신도였다. 생활에 필요한 많은 것을 스스로 만들어 쓰고, 직접 키워서 먹으며 살아가는 이곳에서도 한결 같았으니. 인간은 원래 놀이하는 인간이자 도구의 인간이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존재가 된 이유 중의 하나는 도구를 써서 뭔가를 만들며 노는 능력 덕분이라고 본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우리의 육체성은 퇴화했다. 오래전 누구나 할 수 있었던 일들이 이제는 소수의 고급 취미가 됐다. 무엇보다 몸을 움직이고 시간을 들여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직접 만들기에는 우리는 너무 바쁘다(시간을 절약하게 해주는 모든 전자제품을 지니고 사는데 늘 시간이 없다). 이제 우리는 ‘구매하는 인간’이 됐다. 구매하기 위해 일하는 삶이다. 그런 면에서 루마니아 북부의 산간마을은 놀이하며 만드는 삶이 아직 살아 있었다. 노동과 놀이가 아직은 철저히 분리되지 않았고, 직접 만들어 쓰다가 물려주는 전통은 여전했다. 민박집의 주인 안젤리카도 자수를 놓아 손님방을 꾸몄고 시어머니와 시할머니의 혼수품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었다. 80세 노인이 자신의 할머니가 만든 자수품들을 나무함에 넣어 보관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당연히 내 안에도 뭔가를 만들며 사는 삶에 대한 로망이 있다. 소비하는 인간에서 생산하는 인간으로 변신하고픈 욕망이다. 그 욕망은 해마다 12월이 되면 절정을 이룬다. 12월이 오면 다람쥐가 잣나무 오르내리듯 꽃시장을 찾는다. 삼나무며 유칼리, 향나무, 측백과 편백 가지를 사와 가득 쌓아 놓고 리스를 만든다. 올해는 마흔 개의 리스를 만들어 절반은 선물하고 절반은 소셜미디어에 올려 팔았다. 재료비를 제하고 남은 돈의 절반을 유엔난민기구의 우크라니아 지원, ‘국경 없는 학교짓기’의 캄보디아 학교 지원금으로 보냈다. 둥근 나무 틀에 초록잎들을 감아가며 리스를 만들다 보면 사는 일의 크고 작은 근심 따위는 희미해졌다. 리스틀 안에 소재를 꽂을 때마다 나 자신도 온전히 투영되는, 쾌락에 가까운 몰입의 시간이었다. 내가 만든 리스는 비록 서툴지언정 내 자아의 일부가 포함돼 있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물건을 구매해서는 얻을 수 없는 원천적인 즐거움이 담겨 있다. 루마니아 산골에서 수를 놓는 여성들도 나와 같을 것이다. 무엇보다 적어도 그 순간에 우리는 희망적이고 아름다운 것만 상상할 수 있다. 완성해서 쓸 때의 즐거움이라든가 선물 받을 사람이 보여줄 표정이라든가…. 시간을 쓰고 마음을 쏟아 손으로 만들어내는 행위는 결국 자아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그렇게 표현된 자아는 쉽게 훼손당하거나 빠르게 사라지지 않는다. 루마니아가 나를 흔든 건 이렇게 손수 만든 물건으로 자아를 표현하는 능력이 퇴화되지 않고 아직 살아 있기 때문이었다. 내년 12월에도 나는 리스를 만들며 짧게나마 ‘핸드메이드 라이프’를 살아볼 것이다. 소비가 아닌 생산의 방식으로 잠시나마 나를 표현하기 위해.

[천자춘추] 경기국제공항이 갖는 비전

나는 경기도의 국제공항이 화옹지구로 오는 것을 찬성한다. 이렇게 호기롭게 단언하는 이유는 오롯이 나의 경험에서 기인한 것이다. 지인들이 겪었던 일화들은 불편함을 넘어 불만의 수준이었다. 배차시간에 따른 버스 예약의 불편함으로 비행기를 놓쳤다는 이야기와 김포, 인천공항까지 가는 동안 유난히 심한 교통체증으로 청주공항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수월했는데 이젠 그마저도 쉽지 않아졌다는 이야기였다. 얼마 전 연말을 기해 제주에 다녀왔다. 김포에서 제주를 가는 것보다 수원에서 김포로 가는 것이 더 번거로운 것을 알기에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김포까지 차를 가지고 가야 했다. 고백하건대 경기국제공항이 화옹지구로 유치됐으면 하는 마음이 조급해진 것은 이런 이유도 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군공항 이전이 아니라 국제공항 설치가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나 무슨 까닭인지 반대하는 입장에선 군공항에만 초점을 맞춰 반대를 하는 듯하다. 그들의 주장은 국제공항 유치로 인한 자연생태계 문제라든가 소음 및 환경오염을 이유로 들고 있는데 그것은 지난달 확정된 ‘경기남부국제공항 사전타당성조사’ 용역을 통해 판단하면 된다. 또 반대하는 소수의 사람들은 혐오시설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더 안타까운 일이다. 국가안보를 위해 군공항을 70여년간 지켜왔던 곳의 주민들의 고충에 대해선 수수방관했다는 의구심마저 든다. 그들의 지역만 아니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을 했단 말인가. 더구나 이건 군공항 유치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국제공항으로서 미래의 그 엄청난 경제적 실익과 탄력적 발전의 가능성을 견인하게 되는 일이다. 이동에서의 편리성과 현실성 있는 관광지역으로의 전환이 지역경제의 동력을 가져오리라는 것은 나처럼 경제적 숫자와 손익계산에 무딘 사람에게도 매력적인 제안이다. 그런 단순한 생각만으로도 국제공항 유치를 지지하는 것이다. 바람이 있다면 새로운 공항이 문화예술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공간이기를 바란다. 여행의 설렘과 고단함을 행복으로 채워주는 지역예술가들의 전시와 공연으로 더 풍성하고 격조 있는 국제공항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지역의 공항이 갖는 비전이야말로 우리가 일궈낸 역사의 한 페이지로, 훗날 손주들 여행길에 자랑이 될 수 있기를 고대한다.

[데스크 칼럼] 가족과 함께한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

2023년 계묘년(癸卯年) 설 명절을 맞아 가족들과 보낸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 모든 것을 차치하고 동장군(冬將軍)의 맹위도 녹일 만큼의 따스함이 마음속 한 편에 자리 잡았음을 부정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시기. 물리적으로 가족 구성원 간 인원이 제한돼 차례를 지내기도 했고, 고향으로 향하는 길에 시나브로 늘어나는 시간의 먹먹함을 채워주는 어묵과 핫바, 우동 등 별미를 맛볼 수 없게 휴게소를 통제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래도 행복하게 그 순간을 웃어 넘길 수 있었던 것은 영원히 내 편인 가족들에게 달려간다는 행복함과 즐거움이 동반됐기에 가능했던 일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들과 함께 보내는 하루가 1년간 마음의 안식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말이다. 그런데 코로나19가 하향세를 거듭하며 아무런 제재 없이 온 가족이 모인 올해 설 명절에 가정폭력은 되레 늘어날 전망이다. 경기남·북부경찰청에 따르면 경기도에서는 2020년 907건에서 2021년 934건, 지난해 1천75건 등 설 연휴 기간에 발생한 가정폭력이 해마다 증가했다. 특히 이번 설 명절은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처음 맞이하는 연휴인 만큼 가족 간 대면 증가로 인해 가정폭력은 더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스함을 더 느끼고, 새로운 한 해에 쏟아부을 원동력을 갖기보다 정초부터 불화의 주홍글씨가 새겨져 버렸으니 우리가 원하는 하루가 주는 희망의 시발점은 무참히 무너지고 만 것이다. 올해 본보는 ‘당신의 하루가 미래’라는 대주제를 정했다. 우리가 묵묵히 보내는 하루가 대한민국의 희망 찬 내일을 채워 간다는 의미에서다. 그 하루. 새로운 목표로 나아가는 출발선이 되기도 하고, 어제의 행복이 오늘에 이어 내일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아픔의 시간을 딛고 희망을 꿈꾸는 시간도 모두 우리가 보내는 하루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시간은 자아 실현 같은 개인의 영역을 넘어 대한민국과 경기도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는 동시에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데우기 때문이다. 그 출발점은 바로 가족이다. 새로운 것에 직면하기 전에 느끼는 근심과 공포, 낯선 도전에 대한 불안감도 가족이 주는 따스함으로 이겨내며 우리의 하루를 빛내게 한다. 올해는 IMF 시기보다 더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삼중고는 서민뿐만 아니라 건설업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연쇄 작용으로 대한민국 전체를 옥죄는 등 모두가 힘든 시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래도 우리가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은 땀과 눈물로 만드는 하루가 희망이 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 원천은 바로 가족이며, 가족의 힘이 배가될 때 암울한 전망은 반전의 부메랑이 돼 다시 뛰는 대한민국의 기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올 설 명절, 가족과 함께 보낸 행복한 하루 하루가 힘의 원천이 돼 계묘년 한 해를 당당히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자신감을 갖는 것처럼 말이다.

[기고] “부모님을 모시던 요양병원이 사라진다”

요양병원은 대한민국의 고령화를 책임지는 든든한 방파제다. 국민은 요양병원에 부모님을 모시고 생업에 충실했다. 요양병원의 순기능은 더 있다. 다른 의료기관과 달리 포괄수가제로 묶여 의료비용을 낮춘 것이다. 요양병원이 저질이란 인식은 간병 문제 때문이다. 요양병원협회는 간병 제도화를 통해 비용 부담은 줄이고 간병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요양병원 간병 서비스가 110대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보건복지부에 담당과가 정해졌고 진행 중이다. 하지만 부모님을 돌봤던 요양병원이 위기에 처했다.  첫째는 간병 급여화 정책 때문이다. 건강보험공단은 간병 급여화를 위한 정책 제언 자료를 발표했다. 요양병원의 질 저하, 과도한 장기입원, 사회적 입원 등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분쟁이 적은 유지기 재활 기능을 하는 요양병원에 간병 서비스를 우선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국민이 원하고 필요한 간병 급여화가 아니라,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분쟁을 최소화하는 간병 급여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당장의 소란은 피할 수 있겠지만,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피해는 고수란히 국민 몫이다. 병원과 시설 어디에 계시든 국가가 간병을 책임져야 한다. 둘째는 요양병원에만 적용되는 본인 부담 상한금 인상을 들수 있다. 이는 중증 질환으로 장기입원이 불가피한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켜, 다른 곳으로 내모는 느낌이다. 국민의 선택지는 요양원뿐이다. 정부는 의사의 반대에도 집중 요양실 시범 사업을 3차례 강행했다. 최근 ‘집중 요양실’을 운영하는 한 요양원 원장이 보호자에게 고소당했다. 집중 요양실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환자의 상태 판단과 치료를 결정하는 의사가 없는 집중 요양실 시범사업은 문제가 심각하다. 하지만 정부는 이 사실을 쉬쉬하고 있다. 정부는 세차례에 걸친 집중 요양실 시범사업을 통해 요양원에 의료 기능을 강화하고, 요양병원의 본인부담금 상한제 기준을 올려 요양원으로 어르신을 보내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고령자 건강관리에 치명적이고, 제대로 된 의료, 돌봄, 복지 정책이라 할 수 없다. 더욱이 정부는 오는 3월 ‘의료-요양 통합 판정’ 시범 사업을 실시한다. 통합 판정 결과에 따라 요양병원, 노인요양시설, 지역사회 돌봄 서비스로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정부는 통합 판정 도구를 공개하지도 않고, 관련 단체와 협의도 없었다. 요양병원협회는 의료-요양-돌봄 통합판정체계 모의 적용에 사용한 통합 판정 도구 자료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의료와 돌봄 요구도가 높아 요양병원 판정을 받은 경우, 간병비는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요양원으로 가는 경우 간병비는 국가가 책임진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혼란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요양병원 간병비 제도화 시범사업을 통해 저비용 고효율의 간병 제도를 만든 후 실시돼야 큰 혼란을 막을 수 있다. 정부가 요양병원 간병 제도화도 제대로 만들지 않은 상태에서 통합 판정을 한다면,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은 물론 국민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문제는 현장에 있고, 해결책도 현장에 있다. 정부는 요양병원, 요양시설, 그리고 정책의 수혜자인 국민과 소통하며 문제를 찾고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 대한민국 고령화는 이미 시작됐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경기만평] 갈 때 가더라도...

[사설] 장애인 고용 확대, 표준사업장 활성화가 답이다

장애인을 위한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다. 지속가능한 일자리가 있어야 경제적 자립이 가능하다. 이에 정부가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지만 실효성이 낮다. 50인 이상 공공기관과 300인 이상 민간기업은 장애인고용촉진법에 따라 장애인 고용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데 제대로 지키는 곳이 거의 없다. 정부 부처 등 공공기관마저 의무고용률을 위반해 벌금을 내는 실정이다. 지난해 5월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계열회사 852곳 중 민간기업 고용률을 충족한 곳은 28%(242곳)에 불과했다. 고용률을 지키지 않은 기업들은 매년 수백억원의 부담금을 내며 장애인 고용 대신 돈으로 때운다. 반면 일부 대기업은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설립, 장애인 고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장애인 일자리 창출 및 고용유지를 위해 2002년부터 시행됐다. 장애인 편의시설이 완비된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는 중증장애인 다수 고용 사업장으로 일반형, 대기업 자회사형, 공공-중소기업 공동 컨소시엄형 등이 있다. 표준사업장은 상시 근로자 수의 30% 이상을 장애인으로 하되 장애인이 10명 이상이어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인증되면 공공기관 우선구매, 소득세 및 법인세 감면, 무상지원금 지급 혜택이 있다.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지난해 5월 기준 전국 578개이고 1만5천252명의 장애인이 일하고 있다. 경기 127개 4천659명, 서울 110개 2천498명, 인천 40개 735명 등으로 수도권에만 277개 회사에 7천892명이 취업해 있다. 표준사업장의 경쟁력 강화와 안정된 일자리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은 표준사업장 생산품을 우선 구매해야 한다. 구매비율은 지난해 0.6%에서 올해 0.8%로 상향됐다. 우선구매제도를 통한 표준사업장 생산품 구매액은 2021년 5천930억원 정도다. 표준사업장의 상당수는 영세하고 열악하다. 578개 사업장 중 30인 미만, 연매출 50억원 미만 사업장이 절반 이상이다. 표준사업장의 매출이 증가해야 회사도 살고, 장애인 일자리도 보장되고, 고용도 확대할 수 있는데 녹록지 않다. 판로 개척의 어려움, 민간기업의 우선구매제도 이해 부족 등 한계가 많다. 표준사업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우선 표준사업장의 인증 문턱을 조금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애인 10인 이상 채용, 무상지원금 지급 후 7년간 장애인 고용 유지 등은 사업주들이 부담스러워하는 조건으로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진입장벽을 낮출 필요가 있다. 표준사업장 생산품 우선구매제도 확대 및 적극 활용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사회복지사 등 장애인 고용관리인력을 양성하고, 문화·예술·체육·관광 등 다양한 업종의 표준사업장 진입도 필요하다.

[사설] 최소한의 안전판 전세보증보험... 가입은 하든 말든이라니

지난해 본격 불거진 전세사기 사태는 이 추운 시기에도 진행 중인 사회 문제다. 인천은 특히 그 피해가 몰려 있는 지역이다. 지난해 인천경찰청이 특별단속에 나서 815건을 적발했다. 이 중 618건이 미추홀구에서 발생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인천 기초자치단체들이 지난 수년간 지역 임대사업자들의 전세보증보험 가입 여부를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보험은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임대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을 경우 HUG가 이를 대위변제하는 보험 상품이다. 이 보증보험은 그나마 전세사기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다. 시스템의 미비라고는 해도, 그간 세입자들은 아무런 보호막도 없이 전세사기 지뢰밭에 내던져져 있었던 셈이다. 인천의 군·구에서는 그간 지역 주택임대사업자들의 전세보증보험 가입 실태에 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국토부가 지난해 12월 전수조사명령을 내리자 뒤늦게 보증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 중이다. 이를 통해 부평구는 34건의 보증보험 미가입을 적발했다. 전세사기 피해가 대량 발생한 미추홀구는 아직 조사 중이다.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은 2020년 8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으로 의무화 했다. 기초지자체는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미가입을 적발하면 과태료 등을 부과해야 한다. 그러나 신고에 의존하는 데다 실태조사도 없었다 보니 2년 반이 지나도록 과태료 부과가 0건이다. 현재 인천의 개인 임대사업자는 1만7천여명이다. 이 중 보증보험 가입은 1천600명(10.6%) 수준이다. 법인 임대사업자도 170여명이지만 15명(11.3%)만 가입해 있다. 군·구가 보증보험 가입 실태에 어두운 것은 임대사업자가 전세 계약·변경에 대한 신고를 해 와야만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임대사업자는 굳이 신고를 하려 하지 않는다. 중개업자가 임차인을 속여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큰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 당초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던 처벌 조항은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로 낮춰졌기 때문이다. 이미 2년 반 전부터 시행한 전세보증보험 제도가 이렇게 허점투성이라니. 정치권의 ‘민생’ 구호가 참으로 공허하다. 지금이라도 전세사기 피해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전세보증보험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전세사기 사범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사법 정의를 확립해야 할 때다. 세입자가 떼인 전세금을 우선 갚아준 HUG도 구상권을 청구할 곳이 없으면 그 보험이 오래 못 간다. 전세사기범이 서민들에게 피눈물을 안기고서도 호의호식할 수 있다면 크게 잘못된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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