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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춘추] 제대로 된 이유 찾기
오피니언 천자춘추

[천자춘추] 제대로 된 이유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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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돌 육영재단어린이회관 사무국장

공직 재직 때의 일이다. 공직 퇴직 후 산하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던 선배가 농담 삼아 주무관이 제일 무섭다고 했던 말을 최근에 실감하고 있다. 주무관이 안 된다고 하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변호사가 가능하다는 자문결과나 합목적성을 가지고 설득해도 막무가내다. 이미 스스로 기준을 세워 놓고 선입견에 사로잡혀 그 사안을 대하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감사를 가장 무서워한다. 위법부당하게 처리한 업무가 적발되면 가볍게는 ‘주의’부터 무겁게는 ‘파면’까지 문책 내지 징계를 받는다. 징계를 받으면 인사기록카드에 기록돼 그 꼬리표가 평생을 따라 다닌다. 승진에서의 불이익은 물론 급여도 삭감되고 퇴직할 때 표창도 받을 수 없다. 이러다 보니 공무원은 징계를 받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게 되는 것이다.

 

공무원 사회에서의 감사는 필요악이다. 감사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목적이지 처벌에 있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감사의 기준이 그때그때 다르기에 어떤 때는 인허가를 왜 해 줬느냐를 따지고 어떤 때는 왜 하지 않았느냐고 따진다. 이에 더해 자치단체에 대해 감사원감사, 정부합동감사, 특정감사, 복무감사 등 중첩 감사를 받는다. 우스갯소리로 1년 내내 감사만 받다가 세월 다 간다는 말까지 있다. 공직자가 위축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정쩡하니 복지부동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래서 이러한 감사의 부작용을 해소하고 적극적 행정을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등 감사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무원 등이 사무 처리 근거법령의 불명확한 유권해석, 법령과 현실의 괴리 등으로 인해 능동적인 업무 추진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 적극 행정을 할 수 있도록 사전에 그 업무의 적법성과 타당성을 검토해 주는 사전 컨설팅감사 제도를 도입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7조에서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은 주권을 가진 국민의 수임자로서 언제든지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지며, 공익을 추구하고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의무를 진다. 공무원이 감사가 무서워 제 할 일을 하지 않거나 위법부당하게 업무를 처리해서는 안 된다.

 

특히 민원과 관련된 업무는 이해당사자가 있어 업무를 태만하거나 위법부당하게 처리하면 바로 문제가 된다. 그래서 법규에 위반되는 것처럼 딱 떨어지는 업무는 고민할 필요가 없지만 해줘도 되고 안 해줘도 되는 재량행위는 생각이 복잡하다. 이럴 때는 한 가지만 생각하면 된다.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인지, 특정인에게 과도한 이익이 돌아가는 행위인지, 과도하게 사익을 침해하지 않는지 등을 비교 형량하고 합목적성에 부합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판단이 어려울 경우 사전 컨설팅감사를 신청하거나 중앙부처의 유권해석, 변호사 자문 등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업무를 처리하는 데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은 뭔가를 해 주기 위해 그에 적합한 이유 백 가지를 찾고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사람은 그것을 해 주지 않는 데 필요한 이유 백 가지를 찾는다고 한다. 기왕에 해 주기로 판단이 섰다면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이유를 찾을 바에는 긍정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자신에게도 좋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이유를 찾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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