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한 해 한국의 출생아 수는 24만9천명, 합계출생률은 전 세계 국가 중 최저인 0.78이다. 10년 전인 2012년의 출생아 수 48만5천명과 비교하면 한 해 출생아 수가 절반으로 줄었고 불과 40년 전인 1982년 한 해 84만8천명 출생인구와 비교하면 1년간의 출생인구가 약 60만명 (70%) 감소했다. 출생아 수의 끝 모를 추락으로 사회 각 분야의 삶도 가파르게 변화하고 있다. 교육, 주택,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우리 사회의 근본을 이루는 복지제도들도 위기에 처하고 있다.
삶에서 아이를 우선으로 선택하지 않겠다는 젊은이들의 의식을 바꾸려면 무엇보다도 아기 낳고 키우는 일이 행복하고 삶의 보람이 되도록 아이 낳기 좋은 환경,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그리고 태어난 아이가 행복하게 잘 자랄 수 있는 사회환경이 돼야 한다.
지난 2월 법원은 엄마가 돈을 벌러 나가면서 8개월 아기의 젖병을 고정하기 위해 가슴 위에 쿠션을 올려놓았다가 숨진 사건에 대해 우리 사회가 돌봄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며 이례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가족과도 단절되고 기초생활수급자인 아기 엄마는 어린이집, 아이돌보미 등 공공에서 아이를 맡길 곳을 왜 찾지 못했을까.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21년 보육시설 이용 아동은 118만4천명, 국·공립어린이집 이용 아동은 26만8천명으로 국·공립 어린이집의 이용률은 22.7%다. 어린이집 정원 대비 이용률은 76.1%로 37만2천명에 달하는 어린이집 자리가 비어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률은 82.5%,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 63.6%, 민간 어린이집의 이용률은 74.8%다.
일하는 엄마들에게 필요한 야간 연장 어린이집은 1만9천949명이 이용 중으로 정원의 4.9%만 이용하고 있으며 휴일 어린이집 이용 아동은 112명으로 정원의 0.5%, 24시간 어린이집은 정원의 5.3%(401명)만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어 있는 시설은 많은데 한편에서는 돌봄을 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보육시설이 필요한 사람이 필요한 시기와 시간대에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왜 이용률이 0.5~ 5%에 머무는지에 대한 심층 분석과 대책이 필요하다. 비어 가는 보육시설에 대한 정책 전환과 함께 시설 중심의 돌봄에서 가정 파견 육아 교사, 언제나 일시적 보호를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등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필요로 하는 수요자 중심의 아기를 안전하게 믿고 맡길 수 있는 다양한 보육 서비스가 확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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