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정부는 일주일의 노동시간을 69시간까지 늘리는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 제도가 장기휴가를 활성화하는 등 노동자에게 이전보다 유리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한마디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종속적인 관계에 있는 노동자가 장기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사업체가 얼마나 될까?
앞으로 주 52시간 체제에서 가졌던 노동자들의 휴식과 자기계발 기회는 사라지고 일에만 매달려야 할 것이다. 지금도 업무 공백 때문에 눈치를 보면서 휴가를 쓰고 있는 형편이므로 장기휴가는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대기업은 노동시간이 늘어나도 대체인력이 있는 데다가 노동의 대가를 지불할 것이므로 부작용이 적고,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체도 단체협약을 가질 것이므로 노동자에게 불리한 면이 줄어들 수 있다.
그렇지만 규모가 영세하거나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체는 장시간 노동하던 시대로 돌아갈 것이다. 노동시간만 늘어날 뿐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개편안이 발표되자마자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고, 구인난 해결과 납기 준수 등 경영 애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중소기업 등에서 환영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정부는 노동 개혁을 국정 과제로 내걸고 노동조합을 부패집단 내지 폭력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 노조 회계의 투명성을 문제 삼아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있는 것이 그 단적인 예다.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에게 회계에 대한 보고와 감사 의무가 있을 뿐 정부에 제출해야 할 법적인 의무가 없다. 오히려 세금을 사용하는 정부가 회계를 투명하게 국민에게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수천억원대의 특수활동비를 사용하면서 왜 공개하지 않고 있는가?
노동조합의 활동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권리다. 정부는 노동자의 노동시간, 임금, 고용, 처우 등의 권리를 추구하는 노동조합을 무력화해서는 안 된다. 정부 정책에 반대한다고 해서 노동조합 사무실을 국가보안법 혐의로 덮어씌워 압수수색하면서 탄압하는 것은 독재국가의 전형이다. 노동시간을 69시간으로 일방적으로 늘릴 게 아니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열고 협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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