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을 형식 속에 가둬 둔다면 울 안에 갇힌(상상의 세상과 단절) 신세에 누가 자발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능동적 행동은 사라지고 수동적인 사람만 양산하게 될 것이다.
무슨 말인지 간략하게 이야기를 펼쳐 보자.
어려운 사람들끼리 상부상조할 수 있게 조그마한 은행을 만들었다. 믿음은행 혹은 신뢰의 은행이라고 한다. 십시일반 모아 ‘3무(無)’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무보증, 무이자, 무기간’이 그러하다. 많은 사람의 호응으로 은행은 활성화되고, 어려운 사람들이 요긴하게 활용을 했다. 자식 등록금으로, 주택임대 비용으로, 병원비 등으로.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운동이 활성화돼 갈 무렵 난관에 부딪힌다. 은행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은행 혹은 제도권이 아니면 돈을 빌려주는 것도 안 되는 것이다. 금융권의 카르텔이 너무 강하다. 다른 사람들은 금융에 관련해서는 흉내를 내서도 안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에게 조그마한 꿈을 심어 주고, 용기를 주는 사업일지라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것이 복지사업일지라도.
한 가지 더 이야기 해보자.
코로나 초기 정부 재난지원금을 나눠 줬다. 지역에서 뜻있는 사람들이 합심해 재난지원금을 기부 형태로 모아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나눔을 했다.
잊혀져 갈 무렵 난데없이 경기도 지도 점검을 통해 시정 명령이 떨어진다. 말인 즉 기부한 개개인으로부터 기부와 관련한 서류를 받아 놓으라는 것이다. 십시일반 후원한 그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일일이 찾아다니며....
두 번 다시 후원 모금하지 말자고 한다.
위 사례 내용을 살펴보면 모든 일은 반드시 틀 안에서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틀을 벗어나서는 그 어떤 것도 용납할 수 없으며, 취지와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안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울 안에 가두어 두고 그 테두리 안에서 놀라는 것이다. 그게 답답하고 힘들면 조용히 입 다물고 살라는 것이다. 창의성? 새로운 것을 찾아 규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만들어진 규정 안에서만 활동하라는 것이다.
그것은 아니다. 그렇게 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사회가 왕성하게 작동할 수 있게 하려면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민(民)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시스템과 사람이 어울려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매뉴얼에 갇혀, 형식에 얽매여 생기를 잃어 가는 일본의 혹독한 시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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