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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칼럼] 수원 소각장, 공론 없는 공론화
오피니언 김종구 칼럼

[김종구 칼럼] 수원 소각장, 공론 없는 공론화

‘갈등 해소’ 보도에 지역 분노
市 ‘이전 약속’-民 ‘못 믿겠다’
1999 분신 교훈, 공감 공론

수원 소각장 이전 문제는 진척되고 있는가. 답이 경기일보 기사에 붙은 댓글에 있다.

 

기사 제목이 이랬다. ‘민·관 소송전 맞불, 수원 소각장 갈등 어떻게 풀었나.’ 절반을 훨씬 넘는 글이 부정적이다. ‘수원시는 아예 거짓 기사로 시민들을 바보로 만들기로 작정했구나’ ‘이전할 시설을 1천500여억원 들여 보수를 한다고?’ ‘소각장 갈등 아직 안 풀렸어요.’.... ‘그 지역민’의 성난 목소리다. 그렇다. 그들은 하나도 안 풀렸다고 보고 있다. 민선 8기 수원시가 역점을 둬온 현안이다. 여러 차례 공론화 자리까지 마련했다. 그런데도 저렇게 싸늘하다.

 

작년 9월 수원시장이 밝혔다. ‘수원시 자원회수시설을 이전하겠습니다.’ 이전을 확약하는 분명한 워딩이다. 이전 구체화로 보여질 방안까지 밝혔다. 이전 추진을 전담할 조직을 만들겠다고 했다. 입지 선정 등을 위한 용역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인근 지자체와의 협의도 진행하겠다고 했다. 환경영향평가를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공론화에서 모인 민의 반영을 특히 강조했다. ‘공론화에서 모아진 집단 지성의 힘을 받들겠다’며 다듬어진 표현도 부여했다.

 

그런데도 ‘그 지역민’은 전혀 공감하지 않는 듯하다.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며 냉담하다.

 

이유 몇 가지가 댓글 속에 녹아 있다. 하나는 현 소각장 대보수라는 단서다. 시의 설명은 이렇다. -단, 소각장 이전에는 10년 안팎이 걸린다. 그동안 쓰레기 소각은 불가피하다. 현재 시설을 계속 가동해야 한다. 대보수 추진이 불가피하다.- 이에 ‘그 지역민’은 해석한다. -민선 7기 대보수 예산은 1천500여억원이었다. 기둥 빼고 다시 짓는 거나 진배 없다. 그런 공사를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그 비싼 시설을 후에 폐쇄할 수 있겠나. 이전 안 하겠다는 거다.-

 

공론화 절차에도 냉랭하다. 수원시장이 특히 공들였던 부분이다. -시민들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시민숙의단으로 구성된 숙의 토론도 열었다. 토론단을 대상으로 설문조사까지 했다. 전과 다른 열린 행정을 자부한다.- 이에 ‘그 지역민’은 해석한다. -이미 소송까지 전개된 현안이다. 호소하는 공론화가 아니다. 대안 내는 공론화여야 했다. 숙의단 설문도 80.4%가 이전 찬성이라 했다. 그런데 ‘10년 뒤 이전, 현재 대보수’를 말한다. 공론 무시다.-

 

2억원 들이는 용역 추진도 이견이다. 시가 내놓은 가장 현시적 절차가 용역 착수다. -이전 입지·환경 영향을 다 본다고 했다. 3월에 발주해 18개월 후 나온다고 했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이에 ‘그 지역민’은 해석한다. -용역 결과는 발주 기관 의도를 따른다. 대개 그렇다. 의뢰 방향에 따라 이전 지역이 바뀔 수도, 이전 필요성이 부인될 수도 있다. 발주 내용이 그래서 중요하다. 진짜 공론이 필요한 건 이런 거다.-

 

용역 결과를 곧바로 공개하지는 않겠다는 부분은 더 그렇다. 시가 설명했다. -결과가 2024년 말쯤 나온다. 즉시 발표되면 지역사회에 혼란이 온다. 이전 실현 가능성을 검토해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그 지역민’은 해석한다. -제대로 된 용역이었다면 지역이 특정될 것이다. ‘○○동’까지 좁혀질 것이다. 집값, 상권 등에 영향을 주는 내용이다. 그걸 시장·공무원만 알고 시민에겐 숨기겠다는 것인가. 지금까지의 공론 주창이 다 무너질 수도 있다.-

 

그럼 소각장 민원에서 공론화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답은 그때 분신 기도 사태에 있다.

 

1999년 어느 날, ‘정(鄭) 기자’가 보고했다. “소각장에서 남자가 분신했습니다. 병원에 따라 갑니다.” 한참 뒤 사진을 가져왔다. 붕대를 온 몸에 두른 사람이다. 단독 인터뷰였다. 내용은 간단했다. ‘주민이 반대하는 가동 왜 합니까.’ 소각장 문제를 충분히 공론화한다고 했었다. 시청 ‘윤(尹) 국장’과 대책위도 계속 만났다. 문제는 내용이 서로 달랐다. 주민 공론은 ‘안전 점검까지 소각 금지’였고, 시 공론은 일정 강행이었다. 그렇게 마주 보고 달리다가 난 사달이었다.

 

그 소각장이 2023년에도 또 그렇게 가고 있다. ‘그 지역민’은 이전지 공론화를 원하는데, 수원시는 절차 공론화를 말하고 있다. 둘 다 모르는 것 같지는 않은데, 서로 알면서도 달리는 것 같다. 누굴 속이려 드는 건 아니지만, 달리 수가 없어 저러는 것 같다. 불안하기가 딱 1999년의 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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