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삶이 곧 기회 상징 기회 개념 정립 의미 없어 복지 명명 따질 이유 없다
대통령이 신년사를 발표했다. 기자들과의 문답은 없었다. 미리 준비된 원고로 밝혔다. 미리 세심하게 살폈을 거다. 언론이 관련 기사에 ‘기회’를 썼다. 그런데 전문(全文)에는 딱히 없다. 기회를 별도로 푼 문장도 없다. 그저 맨 뒤 결론에만 등장한다. “2023년 새해, 자유가 살아 숨 쉬고, 기회가 활짝 열리는 더 큰 바다를 향해 나아갑시다.” 그냥 선언적 의미였던 듯하다. 사실 ‘기회’라 하면 경기도다. 김동연호(號)의 상징이다. ‘기회 수도 경기도’, ‘기회 소득’....
같은 1일, 김동연 지사 신년사도 나왔다. 여기서도 ‘기회’가 등장한다. 근데 대통령 것과 비교할 수 없다. “...더 많은 기회를 마련하겠습니다...더 고른 기회를 마련하겠습니다...‘기회수도 경기’를 함께 만들어가겠습니다.” 매 ‘기회마다 설명이 붙어 있다. ‘많은 기회’는 상생과 포용이라 풀었고, ‘고른 기회’는 민생과 안전이라 풀었다. 작년을 기억하면 신년사가 이해된다. ‘2022년 정치권의 기회’는 김동연의 것이었다. 후보 때도, 지사 때도 기회를 강조해왔다.
기회를 말할 자격이 충분하다. 상고 졸업한 은행원이었다. 야간대학 다니며 꿈을 키웠다. 입법고시,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미시간대에서 학위를 했다. 존스홉킨스대에서 교환교수를 했다. 그렇게 엘리트 집단 속에서 경쟁했다. 경제부총리까지 올랐다. 이제 대권 후보로 불리는 경기도지사다. 살아온 인생 자체가 도전과 성취다. 기회가 곧 미래였을 것이다. 이런 그가 경기도정을 맡았다. 김동연호 자체가 기회의 표본이다. 여긴 각색이 필요 없다.
이게 행정과 만나면서 이상해졌다. ‘기회사업’ ‘기회예산’ 기회소득’.... 너무 어렵다. 이재명호에도 그런 게 있었다. ‘기본 사업’ ‘기본 예산’ ‘기본 소득’.... 비슷한 것 같다. 그런데 아니란다. 다르다고 한다. 그 모호함의 출발은 ‘문화 예술인 기회 소득’이었다. 지난해 9월, 김동연호가 발표했다. 이재명호의 ‘문화 예술인 기본 소득’을 바꾼 것이다. 일부에서 ‘이재명 흔적 지우기’라고 수군댔다. 그러자 김 지사가 직접 나섰다. 도의원들 앞에서 개념 강의를 했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도 보상을 못 받는 경우가 있다. (그런 집단 계층에) 기회소득을 통한 소득 보전으로 더 고른 기회를 주겠다...기본소득은 무조건성·정기성·현금성 등 여러 조건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중앙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기회소득은 소득 보전을 통해 자기가 창출하는 가치가 시장으로부터 인정을 받아 보상 받을 수 있는 정도까지의 한시성이 있어서 협의에 있어서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9월 도의회 본회의).
도민이 강의를 이해했을까. 또 예산 철이 왔다. 예술인·장애인 대상의 ‘기회소득’ 제공 사업이 있다. 청년·베이비부머 대상의 ‘기회사다리’ 사업이 있다. 취약계층 대상의 ‘기회안전망’ 사업이 있다. 게임·반도체 산업 지원책인 ‘기회발전소’ 사업이 있다. 여성 청소년 생리대 지원 등의 ‘기회터전’ 사업이 있다. 1조470억원이 드는 이 다섯 개를 ‘5대 기회패키지 사업’이라고 한다. 거창하긴 한데, 예술인·장애인·청년 관련 빼면 기존에 있던 거다. 개념만 더 꼬였다.
저런 에너지를 왜 쓰는지 모르겠다. 대권 후보들마다 저런다. 이재명에 기본소득이 그랬고, 오세훈에 안심소득이 그렇다. 언제부턴가 대권 후보 아이템처럼 됐다. 그렇다고 ‘소득 시리즈’가 효과를 낸 적도 없다. 효과는커녕, 낭패의 역사가 얼마 전이다. 이재명 기본소득 시리즈가 재원 설명을 못하면서 무너졌다. 애초부터 무리한 라임(rhyme) 맞추기다. 1천300만명이 쓸 30조원이다. 이걸 어떻게 기본·기회 개념에 꿰맞추나. 억지 정치 구호 만들기다.
경기도민이 지금 다 힘들다. 모두에게 기회가 필요하다. 상공인에겐 망하지 않을 기회, 노동자에겐 잘리지 않을 기회, 없는 이에겐 배 곯지 않을 기회, 환자에겐 아프지 않을 기회.... 모두에게 맞춘 서로 다른 복지가 필요하다. 머릿수만큼이나 다양화된 복지가 필요하다. 그게 기본복지면 어떻고, 기회복지면 어떤가. 이 논쟁 자체가 배부른 사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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