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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칼럼] 공동체論, 이재명 무혐의면 박근혜 무죄
오피니언 김종구 칼럼

[김종구 칼럼] 공동체論, 이재명 무혐의면 박근혜 무죄

‘돈’ 못 밝힌 무리한 공동체論
朴 前대통령 엮던 정치 재판
6년 만에 李대표에 올가미로

때마침 1심 유죄 판결이 나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다. 요양병원 급여 횡령 사건이다. 윤 전 총장을 공격할 기회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나섰다. “검찰총장 사위가 사라지자...정의가 밝혀졌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의 책임을 설명했다. 그때 쓴 논리가 경제공동체論이다. ‘윤 전 총장의 부인과 장모의 관계에는 사실상 경제공동체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 ‘(윤 전 총장과 김건희씨는) 사랑해서 결혼하셨겠지만...경제공동체로서의 성격이 강하게 보이지 않나 생각한다.’

대선 후보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도 했다. “애초부터 우리의 경쟁 상대가 되긴 어렵다고 생각했다.” 2021년 7월2일의 얘기다. 결과적으로 송 대표의 논리와 전망은 틀렸다. 출가한 딸(김건희)과 친정 엄마(최은순)는 공범이 되지 않았다. 그 딸의 남편(윤석열)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최씨는 지금도 재판 받고 있다. 그의 유무죄를 여기서 따질 필요는 없다. 요는 경제공동체論으로 윤 전 총장이 엮였느냐다. 문재인 검찰이고 추미애·박범계 검찰이었지만 엮이지 않았다. 대통령도 됐다.

그런 ‘공동체論’이 또 등장했다. 이번에는 검찰의 압수영장·공소장이다. “2005년부터 이 대표와 정 실장이 정치적 공동체가 되었다.” 정진상 실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의 한 부분이다. 여기서 ‘이 대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다. 이 대표를 엮으려는 논리다. 검찰의 이런 의지는 다른 곳에도 나와 있다. 구속 기소된 김용 부원장 공소장에 더 장황한 설명이 있다. 이 대표와의 정치적 인연, 행적이 상세하게 적혀 있다. 이를 한마디로 정의하는 문장도 적혀 있다. ‘이들은 정치공동체다.’

검찰이 이 대표 턱밑까지 온 듯하다. 그런데 이 대표 반응은 의외다. 검찰 비난 수위를 전보다 높였다. 그냥 구호가 아니다. 구체적인 반박을 담고 있다. ‘설정 오류로 가득 찬 창작물’이라고 하고, ‘작성 시기가 이상한 남욱의 메모’ ‘설명이 뒤바뀌는 가방·종이상자’라고 했다. 수척한 모습으로 침묵하던 한 달 전과 다르다. 뭔가 자신감이 생긴 듯하다. 공교롭게 정치공동체가 등장한 시기부터 이랬다. 수사의 허점을 본 것일까. 검찰 무기가 정치공동체뿐이라고 보고 역공에 나선 건가.

검찰 패를 정확히 알긴 어렵다. 어쩌면 정치자금 수사가 변죽일 수 있다. 대장동 배임죄로 가는 기법일 수 있다. 그런 셈법이라면 수사는 가파를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정말 정치자금법 범죄를 노리고 있다면- 전세는 바뀔 수 있다. 8억4천700만원과 1억4천만원은 현재까지 김용과 정진상의 범죄다. 이 대표 쪽으로 흘렀음이 증명돼야 공범이다. 그 증거도 없이 정치공동체論으로만 엮으려 한다면 수사는 실패할 것이다. ‘윤석열-장모’ 공동체論이 헛발이 된 것처럼 말이다.

이쯤되면 생각나는 또 다른 공동체論이 있다. 형법에 경제공동체 이론이 어색하던 때, 경제공동체 얘기를 못 듣던 때, 난데없이 등장한 공동체論이다.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이었다. 박영수 특검이 신의 한 수처럼 꺼냈다. ‘삼성이 최순실 딸 정유라에 말 세 마리를 사줬다→박근혜 피고인에 이득이 된 건 없었다→하지만 최순실과 박 피고인은 경제공동체다→그러므로 말 값 34억원은 박 피고인의 뇌물 액수다.’ 결국 이 논리로 기소했다. 대법원의 최종심도 징역 22년, 유죄였다.

반쪽이 빠진 재판이었다. 박 피고인은 법정에 안 나갔다. 정치 재판이라고 선언했다. 끝까지 한마디 항변도 안 했다. 궐석재판이니 판결은 공소장대로 갔다. 그 재판 어디서도 경제공동체論에 대한 토론은 없었다. 이게 공동체論의 정확한 현 위치다. 제대로 된 다툼이 없었고, 여전히 법 밖에 머물러 있는 실험적 논리에 가깝다. 이런 엉성한 이론을 유일한 정황으로 밀어붙인다면 그 결말은 뻔하지 않겠나. ‘이재명-측근’은 무혐의다. 같은 이유로 ‘최순실-박근혜’도 무죄여야 했다.

2016년, 이재명 시장이 ‘박근혜 구속’을 선창했다. “박근혜가 청와대 나오는 순간 수갑 채워라.” 그의 구호를 실현시킨 게 공동체論이었다. 2022년, 검찰이 이 대표를 구속하려 하고 있다. 같은 공동체論이 이번엔 그를 파멸로 떠밀고 있다. 이 대표가 말한다. “검찰이 조작 수사를 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말했다. “검찰이 모든 걸 엮고 있다.” 뭐가 다른가. 바뀐 정치와 흐른 시간만 빼면 둘은 같은 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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