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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토에 욕설까지”…용인시청 잦은 집회→어린이집 피해
지역사회 용인시

“성토에 욕설까지”…용인시청 잦은 집회→어린이집 피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용인특례시청 앞 집회·시위가 계속되면서 어린이집 관련 시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용인특례시청 앞 잔디광장에서 은화삼지구 개발에 반대하는 시위 모습. 김경수기자

“집회의 자유? 좋습니다. 근데 피해 받는 우리 아이들 생각은 해보셨나요?”

용인특례시청 앞 잔디광장에선 수개월째 용인특례시를 성토하고 비방하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주차된 승합차와 트럭의 대형 확성기를 비롯해 꽹과리, 앰프 등 단체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시위를 진행 중이다.

곡소리와 투쟁가는 번갈아 나오기 일쑤다. 여기에 “이상일 시장 나와라. 비리 공무원 xxx들, 같이 죽자” 등의 거친 욕설 또한 울려 퍼지면서 시청 앞은 늘 스산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영·유아 100여명이 다니는 어린이집과 시청 잔디광장은 불과 20m도 떨어지지 않았다. 부모들은 내 아이가 혹여 나쁜 말을 듣고 배우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어린이집으로 향한다.

고사리손으로 엄마 손을 꽉 잡은 아이들은 큰소리가 터져 나오는 집회 현장을 바라보고는 이내 어린이집으로 등원한다.

어린이집 앞에서 만난 부모 A씨(35·여)는 “매일매일 이어지는 집회 때문에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고성과 욕설을 들려주고 싶은 부모가 어디 있겠느냐. 저들 또한 자식을 키우는 부모 아니냐”고 탄식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용인특례시청 앞 집회·시위가 계속되면서 어린이집 관련 시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용인특례시청 앞 진입로에서 대형 트랙터에 인형 목을 달아 시위하는 모습. 김경수기자

집회로 인한 피해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부모는 물론 영·유아 대부분이 확성기와 마이크 소리에 괴로워했다. 또 시청에 대형 트랙터를 끌고 와 목을 매단 인형을 보고 겁먹은 아이도 여럿 있었다.

어린이집 관계자는 “수개월째 매일 이어져 온 집회에 아이들이 큰 피해를 받고 있다. 집회 장소를 변경해 달라고 수차례 요청해도 시는 방법이 없다는 말뿐”이라며 “아이들 보육법상 하루 1시간씩 실외놀이를 하게 돼 있는데 못하고 있다. 아이들의 학습권과 정서 발달은 누가 책임지는지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급기야 원장을 비롯해 어린이집 교사들은 80장이 넘는 탄원서를 부모들로부터 받아 시에 피해신고서를 접수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시청 집회시위가 계속되면서 어린이집 관련 시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26일 용인시와 용인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시청 앞에선 지난 5월부터 은화삼지구 개발 반대, 이영지구 개발 찬성·반대, 죽전데이터센터 반대, 포곡읍 공급촉진지구 지정 반대 등의 집회가 매일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무분별하게 집회가 이어지고 있어도 사실상 단속은 어렵다는 점이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보면 학교 주변 지역에 집회 또는 시위로 학습권이 침해되거나 우려가 있으면 그 거주자나 관리자가 시설 보호를 요청할 때 집회를 제한 통고할수록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은 통고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영·유아의 보육환경 개선을 위해 집시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박수영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지난해 유치원, 어린이집 집회를 금지·제한할 수 있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최두삼 용인특례시청 자치지원팀장은 “집회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지만 영·유아들의 학습권과 생활을 침해해 정서적으로 불안을 야기하는 집회는 규제해야 한다. 국회를 통해 입법적으로 보완이 시급하다”며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금지할 수는 없어도 집회문화에도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용인=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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