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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칼럼] “(검찰) 법적 강제력 남용하고 있진 않은지…”
오피니언 김종구 칼럼

[김종구 칼럼] “(검찰) 법적 강제력 남용하고 있진 않은지…”

김동연 지사 ‘압수수색 지적’
부지사실 등 공감 없는 수색
‘보여주기’ 비판 도청에 팽배

평소 김동연 지사의 모습은 아니었다. 격앙됐다고 쓴 언론도 있다. 스티븐 레비츠키 교수(하버드대 정치학)의 책(‘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을 소개했다. “합법적으로 선출된 권력자에 의해서 어떻게 민주주의가 무너지는가에 대해서 자세하게 서술하고 실증자료들을 붙였습니다.” 부언한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법적 강제력을 행사하는 데 있어서 자제하지 않고, 남용하고 마음껏 휘두르고 있지는 않은지...반성해봅니다.” 왜 이런 연설을 했나.

15일이었다. 연설 장소는 마석모란공원이었다. 민주화운동 희생자 추모 행사장이었다. 사달은 일주일 전인 7일에 있었다. 경기도청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북부청과 남부청에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북부청사에서는 평화협력국이, 남부청사에서는 소통협치국, 경제부지사실이 털렸다. 말 그대로 느닷없이 털렸다. 이화영 전 평화부지사의 비위 혐의였다. 쌍방울의 법인카드를 사용했다거나, 대북 교류 행사에 8억원을 후원받았다는 의혹이다.

압수수색을 하는 목적은 증거 확보다. 증거가 있을 만한 장소를 뒤진다. 그런 점에서 이번 수색은 엉성해 보인다. 이 전 부지사는 현재 킨텍스 대표이사다. 연정·평화부지사는 2018년 7월부터 2020년 1월까지 했다. 무엇보다 증거가 남았다고 가정할 공간이 없다. 경기도 청사가 50년 만에 이전했다. 2022년 5월30일이다. 이 부지사실은 그 전 ‘팔달산 청사’에 있었다. 현 경제부지사실은 그 후 ‘광교 청사’에 있다. 그런데 ‘광교 부지사실’을 수색했다.

업무용 컴퓨터는 상호 연속성이 있을까. 이것도 아니란다. 사람·건물 바뀔 때 컴퓨터도 바꿨단다. 결국 ‘헛방’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파장은 컸다. 도 고위직 압수수색이었다. 기사는 ‘경제부지사실 전격 압수수색’으로 갔다. 이재명 대표 측이 바짝 긴장했을 게 틀림 없다. ‘기 죽이기’가 목표였다면 성공한 압수수색일 수 있다. 하지만 동전의 반대편에서 보면 전혀 다른 평가가 나온다. “보여주기식, 망신주기식 수사다.” 도 공무원들은 대개 이렇게 말한다.

이게 몇 번째인가. 그 하루 전에도 서울중앙지검이 다녀갔다. 대장동, 백현동 개발 의혹 관련이다. 이 대표의 선거법 사건(허위사실 공표)이다. 미래산업과 등 10개 부서가 털렸다. 업무(課)보다는 사람(人)이 타깃이다. 이 대표 도지사 때 언론 담당이었던 이를 따라간 수색이다. 4월4일에는 경찰이 밀고 들어왔었다.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이었다. 총무과, 조사담당관실, 의무실 등을 10시간 뒤졌다. 대선 얼마 됐다고, 벌써 세 번째 털기다.

여기서 잠깐 대통령 얘기를 해보자. 한창 탄압 받던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이었다. 정진웅 차장검사가 한동훈 검사장을 폭행했다. 정확히 묘사하면 몸으로 덮쳤다. 핸드폰 압수수색 과정에서 빚어진 충돌이다. 총장의 ‘아우’가 피해자였다. 그때 윤 총장이 긴급 지시를 내린다. ‘압수수색 시 인권보호 강화하라’. ‘피압수자 권리를 존중하라’. ‘변호인 참여권 등을 반드시 보장하라’. 그 총장이 대통령 됐고, 그 피압수자가 장관 됐다. 그런데 이렇게 하고 있다.

압수수색은 강제 수사다.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다. 자빠뜨리고 올라타야만 인권 침해가 되는 게 아니다. 수사관들이 들이닥치는 것 자체가 공포다. 강제로 가져가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이번에는 그 객체가 경기도청이다. 죄 없는 공무원들이다. 실행함에 신중해야 한다. 횟수를 줄이려고 노력해야 하고, 중복을 피하려고 살펴야 하고, 증거가 없을 만한 곳을 빼야 한다. 경기도청 압수수색은 지금 그렇지 않다. 횟수에서, 중복에서, 실효성에서 과하다.

7일 압수수색 당한 공무원 한 사람 얘기다. 의혹 관련 업무를 맡은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도 말을 못한다. 무서운가 보다. 개인적인 자료까지 가져갔다고 한다. 그래도 말을 못한다. 부담스러워서다. 그뿐 아니라 도 공무원 여럿이 이렇다. 김 지사는 이렇게도 말했다. “크고 작은 권력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그 권력을 자제할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이 문장에 ‘윤석열 검찰’을 넣고 ‘경기도청 압수수색’을 가정하면, 틀린 곳 하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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