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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아침] 바람 사원
오피니언 시가있는 아침

[詩가 있는 아침] 바람 사원

폐사지 너머 동백 숲

그대 버리고 온

꽃 지던 숲에서 나는 아직 살고 있는 것 

같아

 

봄꽃이 피었다는데

오래전 어느 하룻밤 불타 사라져

주춧돌의 자취도 희미해진 이름을 잊은 절터에서

때 늦은 눈보라를 혼자 다 맞던 사월

 

동백 숲에서 날아오르는 새소리가 하늘을 출렁일 때

눈 내리는 숲에서 울었지

동백꽃의 절명이 아파서 우는 거라고

꽃 지는 걸 못 견디겠노라고 오래 울었지

 

붉은 울음의 힘이

불탄 기둥 불러와 세우고

바람벽 둘러 만든 바람 사원의 기도

 

풀잎이나 물방울처럼 작아져

어디에 뿌리내려도 어디로 흘러가도 좋아

화엄의 구슬이 서로를 비추는 세상

어디쯤의 무엇이어도 좋아

 

산맥이 돌아눕는 겨울

폭설 속에 동백꽃이 피어나는 것은

바람 사원 한 채 우뚝 서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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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향옥

강원 양구 출생

2021 불교신문 신춘문예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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