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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영의 그림산책] 에드워드 호퍼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오피니언 최문영의 그림산책

[최문영의 그림산책] 에드워드 호퍼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은 현대인이 겪는 군중 속의 고독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작품으로 미국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화가인 에드워드 호퍼의 대표작이다. 호퍼는 미국의 도시와 농촌 풍경을 작품의 주제로 삼았던 첫 미술가로 40대 초반까지 작품을 거의 팔지 못한 무명 화가였다. 그는 상업화를 그리며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여유가 날 때는 당시 미국의 모습을 소재로 작품을 그렸다. 이후 회고전을 통하여 인정을 받게 되며 평생 자신의 화풍을 이어 갔다.

호퍼의 작품은 사실주의 기법으로 미국인의 평범한 일상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하지만 단순 재현이 아닌 화면을 재구성하여 극도로 단순화하고 평면화하여 작품을 통해 관람자가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고 상상하게 만든다. 호퍼에게 사실주의는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은 그런 호퍼의 미학과 기법이 가장 잘 표현된 작품으로 세계 대전과 대공황을 경험한 20세기 전반의 미국의 대도시와 미국인의 감성이 잘 드러나고 있다. 작품의 배경인 간이식당은 호퍼가 54년간 거주한 맨해튼 그리니치 빌리지에 있는 식당에서 영감을 얻어 그렸다.

수평적 구도로 화면을 구성하고 어두운 거리와 식당 안의 형광등 불빛을 사선으로 대비를 줘 극적이고 정적인 느낌을 준다. 이 작품은 유리창의 유리가 보이도록 재현한 호퍼의 유일한 작품으로 유리가 굽어지며 식당 안의 사람들을 감싸고 있어 실내를 훤히 비추어 식당 앞의 인도를 환하게 밝히고 있다. 화면에는 식당의 출입문이 보이지 않아 밤의 거리와 더욱 분리된 느낌을 자아낸다. 식당 외부 상단에는 대중적인 미국산 담배 필리스 시가의 광고가 있어 서민적 분위기의 식당임을 알게 해준다. 식당 밖의 거리의 건물들은 전부 불이 꺼져 있고 사람이 한 명도 없어 새벽 도시의 적막함을 느끼게 한다.

식당 내에는 등지고 혼자 앉아있는 사람, 한 쌍의 남녀와 종업원이 있다. 종업원을 바라보고 손에 담배를 끼고 있는 남성과 붉은색 블라우스를 입고 음식을 먹으려는 여성이 앉아있고 그 앞에는 그들을 바라보며 무엇인가를 준비하고 있는 흰 모자와 옷을 입은 종업원이 있다. 그들과 건너편에는 등받이가 없는 의자에 혼자 앉아있는 중절모를 쓴 남자가 있다. 그의 옆으로는 수평으로 놓여있는 비어 있는 의자들과 도시의 적막한 풍경이 어우러져 그에게서 고독을 느끼게 한다.

호퍼의 20세기 미국인의 삶을 사실적이고 단순하게 표현하면서 관람자의 심리적 요소를 이끌어 내는 화풍은 이후 앤드루 와이어스, 마크 로스코, 히치콕과 같은 화가, 작가, 감독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으며 현재까지도 그의 작품은 예술과 인문학 분야에서 사랑받고 있다.

최문영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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