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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프리즘] ‘아프면 쉴 권리’가 공동체 건강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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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프리즘] ‘아프면 쉴 권리’가 공동체 건강을 지킨다

코로나19 누적확진자가 1천만 명을 훌쩍 넘어선 상태다.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친 코로나19는 ‘누구나 아플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점에서 역사적 사건이다. 누적확진자의 60% 가까이가 20대에서 50대의 청장년층이고, 평소 건강관리를 잘해온 사람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제 코로나19의 확산을 막으려면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무엇보다 ‘아프면 집에서 쉬는’ 방법밖에 없다.

‘아프면 3~4일 쉬기’는 개인 생활방역의 제1수칙이자 환자의 권리인 동시에 공동체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의무이기도 하다.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당연한 ‘아프면 쉴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한국의 노동시간은 OECD 최고 수준이나 아파서 쉰 일수는 최저 수준이다. 근로자의 64%는 아파도 쉴 수 없었던 경험이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유급병가지원사업 등이 지자체 단위로 시행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아픈 근로자를 위한 소득 안전망 구축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올 1월에는 업무 외 질병 또는 부상으로 경제활동이 어려운 경우 소득을 보전해주는 상병수당 시범사업 계획을 정부에서 발표했다.

상병수당은 국민건강보험법에 이미 명시해 있고 세계 163개국에서 시행하고 있으며, 20대 대선에서는 당선인은 물론 주요 당 후보자들의 공약에 포함됐다.

하지만 아플 때 쉴 수 있게 해 주려면 상병수당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아파도 쉴 수 없었던 주된 이유로 소득 감소 우려보다 훨씬 더 많이 언급된 것이 ‘업무 대체인력의 부재’와 ‘아파도 참고 일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병가제도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거나, 있다 해도 병가를 내는 것이 극도로 눈치 보이는 상황이라면 편안한 마음으로 쉴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도록 대체인력의 양성, 인력 부족의 해소 등의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질병을 신체적 허약이나 심지어 정신력 부족으로 취급하는 개발독재 시대의 노동관에서 벗어나 누구나 아플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잘 아플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아프면 서럽다. 아플 때 일하면 더 서럽다. 아프면 참지 말고 마음 편히 치료 받자.’ 인천사서원에서 수행하는 인천시 사회복지시설종사자 유급병가지원사업의 슬로건이다. 6월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는 아파도 서럽지 않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정책들이 더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김지영 인천시사회서비스원 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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