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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용의 이심전심]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오피니언 송경용의 이심전심

[송경용의 이심전심]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차기 대통령을 선거에 출마할 후보를 뽑는 경선이 한창이다.

이번 대선 경쟁은 전 세계를 멈추게 한 팬데믹과 함께 기후ㆍ생태 비상, 산업과 노동의 대전환, 생활방식의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는 중대한 변화와 전환의 시기에 펼쳐지고 있다.

이번 선거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주로 국내 정치, 경제 문제가 주요 이슈였던 예전의 선거와 달리 지구적 차원의 변화에 대응할 능력이 있는 지도력을 갖춘 지도자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경영을 해야 한다. 세계의 주요 투자자들이 확실한 ESG 경영을 실천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투자 중단이나 철회를 하겠다는 상황에서 기업은 ESG 경영이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좌우하는 필수조건이 됐다.

국가는 국가대로 탄소 절감 대책을 국제사회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정부가 서둘러서 탄소 절감 로드맵과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하는 이유이다.

이에 따라 모든 기업은 지금까지의 생산 체제를 바꾸어야 하고, 오랜 기간 기존의 산업 체계에 최적화되어 있는 노동(자)도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자동화, 탄소 절감 정책에 맞추어 새롭게 재편될 산업에 필요하지 않은 노동(자)도 실직, 플랫폼 노동으로의 전직 등 새로운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소비자인 시민들도 소비패턴이나 일상에서의 소통과 교류, 각종의 사회적 관계 맺기 방식에서 급격하고 커다란 변화에 직면해 있다. 전 세계가 이 변화, 대전환의 물결에 휩싸여 있다.

선거 때마다 각 당, 각 후보에게 요구하는 ‘미래에 대한 정책, 전망’은 지금의 상황에서는 기존의 정책 몇 가지를 고쳐서 내어놓는 통상적인 수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의 상황을 우리 모두의 생존이 걸린 절박하고도 긴급한 상황이라고 인식해야 한다. 진보와 보수, 부자와 빈자, 청년과 노인 할 것 없이 모두가 직면하고 있는 생존의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정책과 전망을 내어 놓을 수 있어야 한다. 지구 전체를 뒤덮고 진행되는 기후ㆍ생태 비상, 산업과 노동의 변화, 일상생활 방식의 변화에 대처하는 일은 특정한 이념, 정파,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모두가 당사자이며 모두가 책임의 주체이다. 처지와 상황, 생각이 다르다 하더라도 정부, 기업, 노동, 시민사회 등 모든 당사자와 주체가 힘을 합쳐 목표를 세우고 단위별로 확실한 장단기 실천 계획을 세워가야 하는 상황이다.

대전환에 대한 대책은 언급한 대로 어느 특정 후보나, 정당, 정치인, 정파, 진영의 힘만으로는 세울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모두가 힘을, 지혜를 합쳐야 한다. 시급하게 힘과 지혜를 모으고 나눌 수 있는 사회적 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 기업, 노동, 시민사회가 대화의 장을 만들어 함께 고민하고 함께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의 힘, 기업의 자본력, 노동과 시민사회의 주장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혼자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누가 전환 과정의 주도권을 가지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실천 기능하고 확실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느냐가 훨씬 더 긴박하고 중요하다. 대전환의 모습이 정의로워야 한다는 주장은 과정의 공정함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모두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협의와 합의 과정에서 누구도 소외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이런 위기와 비상을 초래한 원인이 무분별한 소비와 환경 파괴, 산업과 노동에서의 공정하고 자율적인 조정 능력의 상실로부터 비롯되었다는 반성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과정이 공정해야 정의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전 세계에 충격을 준 <오징어 게임>이라는 영화의 배경이 된 불평등과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낼 수 있는 동력을 갖추려면 미래는 훨씬 더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될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게임은 공정하게 진행될 것이며, 게임에서 지거나 탈락하는 사람들도 생명의 위협을 당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구체적인 비전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전환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부터 누구도 소외되거나 배제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정부와 정치, 기업과 노동, 시민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가 동등한 위치에서 발언하고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본인들이 다 해결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는 사람이나 세력이 아니라, 정의로운 대전환에 대한 철학과 인식이 확고한 사람, 모두의 힘과 지혜를 모을 수 있는, 공정한 과정을 조직할 수 있는 경륜과 능력을 갖춘 사람이 대통령 후보자로, 지도자로 선출될 수 있기를 바란다.

정의는 선언이나 주장으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과정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송경용 성공회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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