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중심사회 구현을 위해 도입된 대한민국 명장 제도의 신뢰성이 의심받고 있다. 경기도 제과 명장들은 정부를 향해 제도의 본질을 흩트리지 말라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숙련기술장려법 제11조에 따르면 명장은 각 산업 직군에서 최고 수준의 숙련 기술을 보유한 기술자를 뜻한다. 이 법은 1986년 도입돼 각 기술 분야를 대상으로 최고의 기능인을 선정했다. 제과 부문은 지난 2000년 첫 명장이 탄생했다.
21년이 지난 지금의 제과 산업 구조는 급변했다. 예전과 달리 명장, 명인, 장인, 달인 등의 명칭을 앞세워 베이커리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이를 우려한 경기도 제과 명장들은 여러 번 정부에 소비자 불신을 조장하고 있으니 대응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명장들이 느끼는 고충은 충분히 통감한다”면서도 “법리 검토를 받은 결과, ‘대한민국 명장’ 여섯 글자 말고 제재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우리에게 없다”고 답변했다.
대한민국 제과 명장 A씨는 이러한 사회적 현상에 씁쓸함을 토로했다. 30년 넘게 오직 제과ㆍ제빵 분야를 고집해 국가로부터 대한민국 기술인에 선정돼 명예로웠지만, 최근 우후죽순 격으로 명장들이 생겨나면서 전통성이 무너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A씨는 “제과업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일해 대한민국 명장에 오른 과거가 생각난다”며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려고 노력했고, 힘들게 이 자리까지 왔는데 돈이면 명장이 되는 현실을 접하니 허무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제과 명장 B씨도 “명장에 대한 법적 기준을 더 명확히 정립해 기존 명장들을 보호해야 한다”며 “그래야 소비자들 판단에 혼선을 주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과업계는 대한민국 명장에 선정된 이들은 남다른 자부심을 품고, 명장 타이틀이 훼손되지 않도록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강의, 봉사, 재능 기부 등 사회공헌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국가에서 인정한 명장이 산업 분야에서 계속 숙련 기술 향상에 공헌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상준 한국제과제빵교수협회장(54)은 “민간단체(사단법인)에서 명장 호칭을 남용하면서 결국 소비자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며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부와 지자체에서 부여하는 명칭과 확실히 구분되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가가 인정한 제과 명장은 박찬회(2000)ㆍ임헌양(2001)ㆍ권상범, 김종익(이상 2003)ㆍ서정웅(2005)ㆍ김영모(2007)ㆍ안창현(2009)ㆍ함상훈(2011)ㆍ홍종흔(2012)ㆍ송영광(2014)ㆍ박준서(2016)ㆍ인재홍(2017)ㆍ이흥용(2018)ㆍ김덕규(2019) 등 14명이다. 지자체에서는 25명이 명장ㆍ명인ㆍ장인으로 활동 중이다.
이와 관련, 법제처 관계자는 “법령 해석에 이견이 있는 국민 누구나 소관 부처(고용노동부)에 법령 해석 요청 의견서를 접수할 수 있다”면서 “불합리하거나 의심된다면 바로 의뢰해 해소되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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