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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남 칼럼] ‘댓글 학파’는 어떨까
오피니언 송수남 칼럼

[송수남 칼럼] ‘댓글 학파’는 어떨까

모처럼 돌직구 시원한 질문이 나왔다. 지난 10일 청와대 영빈관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장. 지루한 질문 답변이 90분 가까이 진행돼 TV를 꺼버릴까 하는데~

“현실 경제는 얼어붙어 있고 국민들은 희망을 버린 건 아니지만 굉장히 불안해하고 있다. 여론이 냉랭하다”며 서민들이 죽겠다고 하는데도 소ㆍ주ㆍ성 정책을 계속 밀고 나가겠다며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 그 자신감의 근거가 무엇이냐는 질문이었다. 수도권 지역 방송의 여기자였다. 대통령은 굳은 얼굴 표정으로 ‘기자 회견문’을 핑계로 피해갔다.

해당 장면이 중계되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속 시원한 사이다 질문” “돌직구 질문”이란 평가가 나왔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기자는 문 대통령의 말과 행동의 이율배반 성을 지적한 것”이라며 “문 대통령의 논리라면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저소득층의 경제상황이 나아져야 맞는 걸 텐데 반대로 상황이 더 어려워지고 빈부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사실이 통계로 입증됐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실 상황은 무시하고 소득주도정책 기조의 지속이 공정 경제인 양 말하고 있는 걸 지적한 것”이라고 응원했다. 다른 네티즌은 “권력 눈치나 보고 아부나 하는 언론들이 판을 치는 마당에 기자의 당차고 확신에 찬 질문이야말로 진짜 국민들의 민심이 담겨있는,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질문을 대신 해준 것”이라고 했다.

격려 응원 댓글 못지않게 인신 공격성 비난과 비아냥의 글들도 난무했다. 같은 청와대를 출입한다는 방송 기자는 더 공부해 질문하라고 비하 하지를 않나, 정치인들까지 끼어들어 감 놔라 배 놔라 판을 키운다. 혹자들은 소속과 이름을 대지 않았다고, 어떤 이는 태도가 불손했다고 시비이다. 익명에 숨어 댓글들끼리 욕설까지 주고받는다. 대통령에게 편한 질문만 해대던 (낡은)기자들이 먹잇감을 발견한양 이리떼처럼 달려든다. 이런 아귀다툼 때문에 드루킹 사건이 터지고 댓글 공작이 사회 밑바닥을 뒤엎고 있지 않나 싶다. 난 응원한다! 뭐가 잘못됐는데?(무례하다? 막 돼 먹었다? 공부 더해라? 역대 급 기레기?) 기자이면서 기자가 뭔지 모르고, 기자를 공무원으로 보는 정치인 아니면 나대지 않아야 한다. 대통령이 왕인가!

지나간 기자회견을 다시 가져온 건 기사가 나간 후 댓글을 보며 이 사회는 왜 이리 사분오열인가 싶어서이다. 우리사회(국민)가 이렇게 낯 뜨거운 저질이었나! 시대적 종말의 징후라는 분쟁의 회오리 속에 내가 살고 있나 싶다. 사사건건 흑과 백으로, 청과 홍으로 시장 바닥 같은 상황이 연출된다. 이놈의 댓글로 나라가 갈리고 쪼개지고 깨지고 부러지고 부셔져 망조로 가지 않을까 우려된다.

뜬금없이 ‘백가쟁명(百家爭鳴)’이 떠오른다. 백가쟁명을 만들어 낸 춘추전국 시대 제자백가(諸子百家)들은 서로 자기주장을 내세워 혼란을 야기했지만 학자로서 문인 등 지식층으로서 품위를 잃지 않는 활발한 논쟁으로 오히려 학문과 철학을 발전시켜 오지 않았나. 다양한 국가와 문화 인물들이 경쟁하며 수많은 영웅과 호걸들을 뒷받침해 왔다. 그래서 인간사의 다양한 모습을 표현하는 고사성어가 이때 가장 많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당시 내로라하는 학파로는 유가(공자 중심), 도가(노자와 장자), 법가(한비자와 순자), 묵가(묵자)가 대표적이었고, 그 외에 음양가(만물의 순환), 명가(명분과 논리) 등 수많은 학파들이 있었다. 이들이 자신의 주장을 여러 군주에게 펼치면 군주들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학파를 기용해서 부국강병을 꾀했다. 춘추전국시대를 끝내고 천하통일을 이룬 진(秦)나라는 법가(法家) 사상가들을 기용했다고 한다.

우리도 개인플레이를 지양하고, 댓글 학파를 만들어 경쟁시키고 각계에서 훌륭한 댓글 시상을 한다든지 우수 댓글 학파를 행정부서나 기업체 등과 연결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댓글 업그레이드 시도는 어떨까 싶다.

송수남 前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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