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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역사·문화를 기록하다] 完. 기록의 의미
문화 경기 역사·문화를 기록하다

[경기 역사·문화를 기록하다] 完. 기록의 의미

사라져 가는 문화자원 기록 새 역사 만든다

연천 유엔군화장장시설
연천 유엔군화장장시설

기록은 역사를 만든다. 기록되지 않는 것은 역사화 할 수 없다. 기록 한다는 것은 과거와 현재를 구성하고 만드는 것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문화 가치를 미래에 전승한다는 의미도 있다. 때문에 많은 지자체와 기관에서는 과거와 현재를 기록하고 있다. 경기문화재단도 경기도의 다양한 문화자원을 기록하는 사업들을 진행해왔다. 단순히 수집하고 보존, 관리하는 것이 아닌 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함께 제시했다.

재단 경기학연구센터가 2013년부터 진행한 ‘경기마을기록사업’은 급격한 도시화와 재개발 등으로 사라져가는 지역의 문화자원을 발굴해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

민간인통제구역 안에 위치한 김포 용강리마을, 다산 정약용의 삶이 묻어있는 남양주 마재 마을, 새마을 운동의 산실 남양주 봉안 마을, 남한에서 유일하게 비무장지대(DMZ) 내에 위치한 파주 대성동 마을 등의 어제와 오늘을 기록했다.

앞서 소개한 ‘파주 금촌 마을 기록화 사업’은 도시화도 그중 하나다. 파주 금촌 마을은 한국현대사의 질곡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이다. 일제강점기 경의선 금촌역의 개설로 금촌장이 생겨났고, 한국전쟁으로 인해 파주의 행정중심이 됐다. 여기에 미군 부대가 주둔하면서 지역 경제가 활성화 됐고, 수도권의 팽창으로 인구가 급증하면서 새로운 상권이 형성됐다. 지금의 금촌이 파주의 행정, 상업, 교통의 중심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들이기도 하다.

매향리 스튜디오
매향리 스튜디오

재단이 진행한 금촌 마을 기록화 사업은 급격화 도시로 옛 모습을 잃어가는 금촌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함으로써, 금촌의 또다른 내일을 위한 이정표가 됐다.

이지훈 경기학연구센터장은 “경기마을기록사업는 도시화로 사라져가는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해 마을문화의 정체성을 밝히는데 그 목적이 있다”면서 “지역의 문화 콘텐츠 산업의 원천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주민들의 자긍심을 높이는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단 경기학연구센터와 연천군이 진행한 ‘연천 유엔군화장장시설 기록화 조사 및 활용 연구’도 상당한 가치가 있었다. 유엔군화장장시설은 6ㆍ25전쟁 당시 전사한 유엔군을 화장하기 위해 건립된 건조물이다. 인근 지역에서 치열하게 전개된 고지전으로 유엔군 희생자가 많이 발생하자 이들을 위한 화장장 시설을 만든 것으로 추측된다. 전쟁 중에 만들어진 화장장 시설로는 국내에서 유일하기 때문에 당시 상황에 대한 실증적 자료로써 그 보존 가치가 매우 컸다.

연천 유엔군화장장시설 기록화 조사 및 활용 연구는 유엔군화장장시설 자체의 물리적인 기록뿐 아니라 유엔군화장장시설이 가지고 있던 세계사적인 의미를 발굴해내고, 6ㆍ25전쟁 전반의 역사적 사실과 향후 발전 방향까지 함께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 센터장은 “연천 유엔군화장장시설은 수많은 나라가 이념과 국익을 걸었던 유무형의 흔적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실정이었다”면서 “특히 지역 경제의 발전논리에서 희생되고 있는 역사적 가치가 전근대에만 한정되지 않으며, 현대에 만들어진 유산들에도 해당된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1980년대 금촌역, 2000년대 금촌역
1980년대 금촌역, 2000년대 금촌역

‘경기북부 마을아카이브 프로젝트’도 재단의 두르러진 성과다. 접경지역에 위치한 마을의 기록을 보존하고 정체성을 규명하기 위해 재단 북부문화사업단이 기획한 사업으로 동두천 턱거리, 연천 신망리, 파주 선유리 등 총 세 곳의 마을을 살펴봤다.

북부문화사업단은 마을의 단편적인 모습을 살피는 것이 아닌, 마을 속에 숨겨진 문화적 자원을 발굴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에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획자와 작가들이 직접 마을에 머무르며 지역주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및 워크숍을 진행했다.

동두천 턱거리 마을에서는 공개워크숍을 진행했다. <한국의 근대공간은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가>의 저자 김병섭 연구자와 <리틀 시카고>를 쓴 정한아 작가를 마을로 초청했다. 동두천에서 태어나고 자라온 김병섭 연구자는 이 자리에서 근대공간이 보존된 동두천의 구시가지를 문화를 통해 재생할 것을 제안했고, 정한아 작가는 리틀 시카고를 쓰기 위해 직접 미군클럽과 주변 인물들을 취재했던 내용을 함께 나눴다.

경기감영 자리에 들어선 한성부 건물 모습
경기감영 자리에 들어선 한성부 건물 모습

연천 신망리 마을에서는 ‘핫-스팟’이라 불렀던 이동식 사무소를 설치했다. 접으면 여행가방처럼 끌고 다닐 수 있고, 펼치면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되는 것이다. 마을회관 앞이나 공터에 설치된 핫-스팟에 주민들도 새로운 방문객을 경계하기보다는 호기심을 보이며 먼저 다가왔다.

파주 선유리 마을에서는 수십년동안 같은 자리에 있었던 분식점 ‘선유리’를 중심으로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기지촌에서 생활하고, 연애하고, 일하고, 돈을 벌고, 자식을 낳아 길렀던 여성들의 삶을 논픽션과 픽션 사이에 담아 묵직하게 담아냈다.

이 센터장은 “경기도에는 아직도 기록해야할 것들이 많다”면서 “앞으로도 각 지역의 형성과정과 그 특징들을 발견함으로써 근현대 경기도의 고유성과 역사성을 조명하고 향후 공동체의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 단초를 얻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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