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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투고] 다문화 도민강사로 ‘제2의 인생’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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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투고] 다문화 도민강사로 ‘제2의 인생’ 시작

한국에서 나의 조국 몽골의 문화와 언어를 나누는 강의를 시작한 지 벌써 2년이 되어간다. 시작할 때만 해도 ‘설렘 반 걱정 반’이었던 기억이 난다. 한국생활이 어느새 20년 가까이 되어가지만, 낯선 땅 한국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경기도와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다문화이해교육 강사양성’ 과정을 이수하면서 어떻게 하면 강의를 잘할 수 있을지 고민도 하고 연습도 많이 했다. 몽골에서 전공은 언어학이었지만 모국어가 아닌 한국어로 강의해야 하는 부분은 나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몽골 문화를 비롯한 몽골의 모든 것을 유치원,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재미있게 전달하는 것이 내가 강의를 시작한 첫 번째 이유다. 초등학생 딸, 중학생 아들을 키우는 엄마인 만큼 ‘잘 해낼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첫 수업을 시작했다.

자신감을 가지려고 노력했지만, 첫 수업부터 실수도 많이 하고 평소 잘했던 한국어 발음까지 틀리고 말았다. 얼마나 창피하고 속상했는지 수업을 마치자마자 화장실에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잘 안되는 발음부터 고치자’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한국어를 배웠던 선생님을 찾아가 발음부터 다시 연습했다. 연습을 반복하며 여러 차례의 수업을 경험하고 나니 어떤 상황에서도 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지난해에는 초등학교에서만 강의했지만, 올해부터는 유치원에도 나가게 됐다. 어린아이들에게 강의하는 일은 생각보다 즐거웠다. 평소에 무뚝뚝한 성격임에도 4ㆍ5살 어린이들을 보면 저절로 애교 섞인 말투가 나온다. 그런 나 자신을 발견하며 혼자 웃기도 한다. 많은 아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친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 줄 깨닫는다. 4살부터 13살 아이들까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수업을 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다문화이해교육이 널리 알려지면서 올해 신청하는 기관이 늘었다. 얼마 전 집에서 가까운 곳에 강의가 잡혔는데, 1주일 전부터 걱정이 됐다. 딸이 다니는 공부방 언니들이 다니는 학교였기 때문이다. 잔뜩 긴장을 한 탓에 딸과 잘 아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아는 척도 하지 못했다. 나중에 딸로부터 “너희 엄마가 나를 못 알아보더라”며 서운함을 표시하는 아이들이 있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잘 보이고 싶었는데 후회가 많이 됐다.

동네 아이에게 외국인 아줌마보다는 다문화이해교육 강사로서 한 발짝 다가서고 싶었다. 주부로만 15년 가까이 살았던 내게 이렇게 좋은 기회를 준 경기도 평생교육과 관계자와 나눔고용복지지원센터 직원분들, 다른 강사님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문화이해교육 강의를 하면 할수록 새로운 경험을 하고, 또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되는 것 같다. 강의를 한 지 2년이 돼가지만 지금도 강의를 할 때마다 떨리고 긴장이 된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일을 하며 성격까지 바뀌어 가는 것을 느낀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강한 힘을 가진 일이 분명하다. “내일은 어떤 아이들을 만나게 될까”라는 기대를 하며 다문화이해교육강사로서 제2의 인생을 사는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한드랙쟁채밸바 道 다문화이해교육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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