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일보로고
[경기단상] ‘에너지 분권’을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
오피니언 경기단상

[경기단상] ‘에너지 분권’을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

▲
원자력 발전소에 기대어 사는 한 평화로운 마을에 어느 날 갑자기 지진이 찾아온다. 원전이 폭발하면서 마을은 초토화됐고 방사능 유출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벌어지면서 온 나라가 대혼란에 빠진다.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에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영화 ‘판도라’ 속 이야기이지만 마냥 터무니없는 상상은 아니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나라는 원전 6기가 밀집된 경주에 규모 5.8의 강진이 발생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린 기억이 있다. 원자력은 연료비가 저렴하고 에너지 효율은 높지만 체르노빌,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경험했듯이 감수해야 할 위험도 크다.

이에 여러 나라가 탈핵을 시작하고 있지만, 원전 밀집도 세계 1위인 우리나라는 오히려 추가 건설을 계획 중이다.

지난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세계 각국 정상들은 2020년 이후 적용될 새로운 기후변화 체제를 수립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난 1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환경정책 이행과 성과 등을 검토한 ‘제3차 한국 환경성과평가 보고서(The 3rd OECD Environmental Performance Review 2016)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화석연료 위주의 에너지 사용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1990년 대비 2013년 2.38배가 증가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1차 에너지 총 소비량 비중(2014년 기준)은 석유(31.3%), 석탄(28.6%), 천연가스(21.2%), 바이오 연료 및 폐기물 에너지(10.3%), 원자력(4.8%), 수소(2.4%), 재생에너지(1.5%) 순이다. 화석과 원자력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는 에너지 정책의 전환이 시급하다.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 전환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지역 간 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 때문이다. 전력 소비는 수도권이 높지만, 생산시설은 남부지방에 치우쳐있다. 이러한 정책은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지역 간 불평등으로 인해 사회적, 경제적 갈등을 불러오게 된다.

 

실제로 충남 당진시에서는 화력발전소 건설 문제가 연일 뜨거운 감자이다. 현재 당진에는 10기의 석탄발전소가 가동하고 있고 이는 ‘세계 최대’ 규모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여기에 1,160MW 규모의 ‘당진에코파워’ 2기를 추가로 건설하겠다고 밝히면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화력발전소 가동에 따른 대기오염, 송전탑 주변 지역의 암 발생률 증가, 지가하락으로 인한 지역발전 저해 등 지역과 주민의 피해가 막심하지만 이렇게 생산된 전력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지역은 오히려 서울, 경기를 비롯한 수도권이다. 지역의 에너지 불평등과 생산소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지방정부 차원에서 에너지 정책의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

 

지난해 12월 전국 25개 지방정부는 ‘에너지정책 전환을 위한 지방정부협의회’를 구성하며 지방정부 차원의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그 시도 중 하나가 바로 마을마다 시민햇빛 발전소를 건립해 신재생에너지를 보급하는 것이다. 현재 시흥시청 옥상에는 경기도 최초로 민관이 협력해 만든 ‘시흥시민 햇빛발전소’가 설치돼 있다. 1억 원 가까운 건립비용을 시민, 기업체, 공무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았다. 

현재 햇빛발전소는 연간 3만9,864kW의 발전량을 생산(2015년 기준)하며 1천700만 원 가량의 이익을 내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얻은 수익금은 복지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시흥시 1%복지재단의 지정 후원금으로 시흥국민체육센터에 태양광 발전소를 세우는 아이디어를 실현했다. 발전수익이 은행 이자 수익보다 5배 이상으로, 태양광 발전사업을 통해 지속할 수 있는 복지재원을 마련한 것이다. 탄소배출절감으로 녹색성장에 이바지하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에너지 정책은 이제 더는 중앙정부만의 일이 아니다. 지구촌 시민이라면 누구든지 에너지 절약과 생산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 전기를 사용만 하던 소비자에서 직접 생산자가 된다는 것은 에너지에 대한 인식과 자세를 비롯해 삶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킨다. 자신이 사는 지역의 에너지를 자신이 직접 생산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에너지 분권이자 세계가 추구해야 할 에너지 정책이다.

 

김윤식 시흥시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