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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관 칼럼] 투표에서는 차선이나 차악이라도 찍어야
오피니언 허성관 칼럼

[허성관 칼럼] 투표에서는 차선이나 차악이라도 찍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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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내일이다. “농부가 어찌 밭을 탓하겠습니까?” 부산에서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후 “유권자가 서운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답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이다. 유권자의 뜻을 민심으로 받아들인다는 겸허한 말이다.

민심이 곧 하늘의 뜻인 천심이란 말은 요순시대부터 있었지만 민주주의가 정치체제로 자리집기 전에는 민심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았다. 오늘날 민심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투표다. 투표 결과가 민심이기 때문이다.

 

여론조사는 있으나 아직 민심조사는 없다. 여론조사에서 부분적으로 민심을 엿볼 수는 있겠지만 여론조사 결과를 민심으로 보기는 어렵다. 여론은 수시로 변하고, 조사방법에도 민심을 대변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게다가 다양한 방법으로 호도할 수 있는 것이 여론이기 때문이다. 민심은 국민들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그 무엇이다. 민심은 소박한 바람일 수도 있고, 따뜻한 마음일 수도 있고, 나라 사랑하는 애국심일 수도 있고, 자식의 미래를 걱정하는 어버이의 사랑일 수도 있다.

 

국회의원 후보로서 가징 중요한 덕목은 예의염치(禮義廉恥)를 아는 것이다. 왜 예의염치가 먼저인가? 예의염치는 정치의 근본원리를 논한 관자의 목민(牧民)편에 나와 있는 사유(四維)다. 즉 네 가지 강령이다. ‘예’란 절도를 넘지 않는 것이고, ‘의’란 스스로 나서서 구하지 않는 것이고, ‘염’이란 잘못을 은폐하지 않는 것이고, ‘치’란 잘못된 것을 따르지 않는 것이다.

지도자는 매사에 절제해야 하며, 좋은 일이 있어도 먼저 스스로 취하려 해서는 안 되며, 자기의 잘못을 감추지 않아야 하며, 바르지 않는 것을 따르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서기 전 8세기에 관중이 갈파한 말이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교훈이다. 예의염치가 없는 사람이 하고자 하는 일은 아무도 신뢰하지 않아서 결국 일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예의염치와 함께 국가를 경영하는 최소한의 경륜을 갖추고, 국가와 지역사화에 부지런히 봉사할 수 있고, 항상 사익보다는 공익을 앞세우는 사람이 좋은 국회의원 후보감이다. 흔히 정치학자들은 그 나라의 정치수준이 그 나라 유권자의 수준을 넘어설 수 없다고 한다. 모든 자질과 역량을 지닌 탁월한 후보자가 나타나면 저절로 유권자의 수준이 높아지고 따라서 정치수준도 높아지겠지만 이 경우는 그 나라와 국민에 대한 축복이다

 

유권자들은 후보와 혈연, 지연, 학연 등으로 얽혀 있을 수도 있고 개인적으로 선호가 다양할 것이다. 그러나 탁월한 자질과 역량을 갖춘 후보가 있는 지역구 유권자들은 선택이 어렵지 않을 것이지만 현실에서 이런 국회의원 후보를 찾기는 쉽지 않다.

 

우리보다 앞서 민주주의를 성취한 나라에서도 선거과정에서 불미한 일들이 많이 있었다. 깨어 있는 유권자들이 투표를 통해서 성숙된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왔다. 한때 금권선거가 횡행했던 미국에서도 유권자들은 현명하게 투표함으로써 금권선거를 추방했다. 10달러 주는 후보와 5달러 주는 두 후보 중에서 5달러 주는 후보에게 투표했다. 왜냐하면 5달러 주는 후보가 부패할 가능성이 적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차악을 선택한 것이다. 금권선거가 발붙일 소지를 유권자들이 정화한 것이다.

 

필자는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내면서 반듯하고 유능한 단체장을 계속해서 선출한 시와 군이 획기적으로 발전한 사례를 여럿 보았다. 반면에 뽑힌 단체장 마다 감옥에 가는 사례도 보았다. 여기에 대한 대부분의 책임은 유권자에게 있다. 민주주의는 대의정치다. 

대의정치는 선거를 통해서 구현된다. 선거는 참여다. 참여는 민주 국민의 의무다. 참여를 통해서 집약된 민심은 바로 우리 국민이 지향하는 미래다. 민주 국민은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완벽한 최선의 후보는 찾기 어렵다. 부족하면 차선의 후보를 선택하고, 최악을 피하고 차악이라도 선택하는 것이 진정한 민심을 반영하는 길이다.

 

허성관 前 행정자치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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