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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교수의 세상 돋보기] 음주폭력을 두고만 볼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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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교수의 세상 돋보기] 음주폭력을 두고만 볼 수 없는 이유

술에 의한 범죄는 대부분 우발적으로 발생한다. 평소에는 법 없이도 살 사람인데 술만 마시면 돌변하는 사람도 있고, 바깥에서는 자상한 아버지 훌륭한 직장인이 집에 와서 술을 마시면 부인을 때리고 자녀를 학대하는 괴물로 변하는 경우도 있다. 형사사건 중 간혹 술김에 붙은 사소한 시비가 큰 싸움으로 번져 심각한 상해로 이어지거나 인명피해를 야기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러한 사건들의 원인이 술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더욱이 한 번 말썽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자신이 평상시에는 멀쩡하다가도 술만 마시면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음 몸소 체험을 통해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설마 나한테 무슨 일이… 가볍게 한잔 하자는 건데…’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또다시 술잔을 기울이는 상황에 노출된다.

범죄와 술의 관계를 밝히기 위한 연구물들은 많다. 술을 마시면 중추신경계가 마비되어 행동에 대한 이성적 제어력을 잃기 때문에 의사결정능력 상에도 취약성이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형법은 이런 점을 인정하여 지금까지 술김에 저지른 범죄들에 대하여서는 비교적 관대한 처분을 인정해왔다. 하지만 문제는 음주습벽이 있는 사람들은 이미 ‘임의명정’, 즉 자발적으로 술을 마셔서 만취한 상태에서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음을 대부분 알고 있다는 점이다. 즉 문제행동이 발생할 것을 예견하면서도 이를 인정하지 않은 채 다시 음주상황으로 자신을 내몬다는 점인데, 바로 이 지점 때문에 외국의 형사사법제도 내에서는 임의명정을 통한 형사책임의 조각을 잘 인정해주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최근 아동청소년 성범죄에 관하여서는 음주감경의 관행을 적용하지 않기로 하였다. 즉 성의 대상이 되어서는 결코 안되는 아이들에게 성폭행을 저지르고는 ‘만취해서 기억이 안난다’고 주장하여 책임을 면하려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번만큼은 꼭 끊어버리겠다는 취지이다. 상습 주취 폭력에 관하여서도 당사자들끼리의 합의로 처벌을 무효화하던 관행을 뒤로 하고 징역형까지 엄벌하기로 하였다. 이렇게 보통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음주폭력에 관하여서는 이미 면책의 범죄를 상당히 제한하였다.

이번에는 국회의원이 연루된 음주폭행 사건이 발생하였다. 물론 술김에 발생하는 폭력은 최근의 엄벌 위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늘상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약자보호와 관련을 지어보자면 이야기는 좀 달라지는데, 음주폭행을 엄벌하겠다는 조치의 근본적인 목적은 바로 약자를 제대로 보호하려는 것이다. 성폭력에 무력하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아이들에 대한 보호, 주폭들에게 노출되어 부당한 착취를 당해 온 중소 상인들에 대한 보호 등, 사실상 음주상태에 놓인 강자들로부터 약자를 보호한다는 점이 국민들에게 큰 공감을 얻은 바 있다. 그렇다면 이번 국회의원이 포함된 폭력사건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 사건의 본질 역시 만취상태에서 발휘된 강자의 안일한 폭력행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약자보호를 주장해 온 국민의 대표라는 사람으로서는 정말 뼈저리게 반성해야 하는 일일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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