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은 이미 답했다. 통일부는 구랍 27일에 2월17일~22일까지 5박6일 동안 이산가족 상봉을 금강산에서 예정, 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남북 적십자 실무 접촉을 29일 판문점 북측 지역에서 갖기를 제의했지만 북은 무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북은 이미 대답을 했다. 당초 설 이전 상봉을 추진했던 통일부는 설 이후라도 상봉토록 하자는 수정 제의를 ‘수용’한 것으로 보았다. 착각했다. 그래서 실무접촉을 하자고 한 것이다. 하지만 북은 설 이전 상봉을 설 이후로 미루는 첫 답변에서 ‘좋은 계절’을 강조한 바가 있다. 신춘 가절에 상봉행사를 갖자는 것이다. 통일부가 착오를 드러낸 북의 두 번째 답변에서는 ‘날씨가 풀리면’이라는 대목이 있다. 이 역시 봄이다. 북은 봄 이전엔 상봉행사를 가질 마음이 아예 없는 것이다. 진즉 그렇게 답한 것이다. 왜 봄으로 자꾸 미루는 것일까?
이달 말부터 진행되는 한미 키리졸브와 독수리 훈련 때문이다. 북은 이 훈련의 중지를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다. 괴이하다. 훈련 내용을 주변국에 통보하는 방어적 훈련을 간여 하는 것은 주권국에 대한 명백한 내정 간섭이다. 한국과 미국이 북에서 하란다 해서 하고 하지 마란다 해서 말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럼 예정대로 훈련을 해도 ‘날씨가 풀리는 좋은 계절’에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가질지, 그 때 가서 구실 달아 거부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인도적 사업도 정략적으로 미룬다. 이런 배경의 문제에 통일부는 반응이 없다고만 하니 보기에 영 사납다.
북은 핵 재앙까지 들먹이면서 예의 훈련 중지를 협박했다. 왜 그럴까? 북의 도발 시나리오로 시작되는 키리졸브 연습은 병력과 장비의 이동없이 컴퓨터를 통한 지휘소 연습 형태로 이뤄지는데 북의 전면전 도발 외에 쿠데타나 내란 등 급변사태에 대비한 ‘작전계획 5029’ 훈련도 실시한다. 한편 독수리훈련은 3월 초부터 4월 말까지 대규모 장비와 병력이 동원되는 야외 기동훈련이다. 한국군 20만여 명 미군 1만5천여 명이 참가한다. 작년엔 핵연료 항공모함과 스텔스 기능을 가진 전폭기 B-2와 F-22 등 최신예의 첨단 무기가 대거 동원 됐다. 훈련 내용에는 전쟁을 도발한 북측 지도부와 군사시설의 정밀 타격 시나리오가 포함됐다. 실제로 F-22는 일본기지에서 출발한 20분 안에 평양의 지하시설 등 주요시설을 정밀 타격 할 수 있다. 북은 이를 트집 잡아 북침 훈련이라고 우기는 것이다. 군 당국은 올해도 평년 수준을 유지하되 다만 이산가족 상봉에 북에게 자극을 더 주지 않기 위해 미국 항공모함과 전폭기 등은 참가를 유보키로 했다.
통일부는 또 일차 제의 당시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협의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북은 그에 대한 답변에서 금강산 문제는 가부 언급 없이 쏙 빼 버렸다. 물론 신변의 안전을 전제하긴 했으나 금강산 관광 재개에 몸 단 것은 이쪽처럼 돼 버렸다. 단견을 드러낸 것이다. 허점 아닌 허점을 노출 시켰다 할까, 아무튼 전략다운 대북 전략이 있다 할 수 없다. 통일부의 잇따른 이같은 오류는 앞으로의 전략이 과연 뭣인지를 의심케 한다. 국민이 보기에는 대북 기본 원칙에 맞는 기본 전략은 없이 두서 없는 임기응변으로 허둥대는 꼴이다. 다른 예를 든다. 북은 요즘 이상할 정도로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하고 있다. 조선중앙TV방송 좌담회 프로에도 이용되고 있다. 관계 개선은 당위적인 문제다. 당위적 일의 유별난 강조는 개선 아닌 개악 명분 축적의 함정일지 모른다. 그러나 통일부는 이의 과학적 경험상 분석은 없이 말로만 말고 실천하라고 레코드를 튼 것처럼 원론을 반복 하면서 상봉 테이블에 나오라고 한다. 통일부는 지금도 북의 화답을 고대하고 있다. 물론 이산가족 상봉은 시급한 현안이다. 그러나 설사 답이 있을지라도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에도 상봉 행사를 가질 것인지는 미지수며, 다행히 갖더라도 봄 이전은 아닐 것이다. 통일부의 설 이전 이산가족 상봉 제의는 잘 하고도 일을 서툴게 했다.
/임양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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